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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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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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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작성
23.0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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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돌아오다 - 6

DUMMY

“으아아. 드디어 아그나달린 신전이 보입니다. 벌써 긴장됩니다.”


파시비엔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낸 아그나달린 신전을 바라보았다. 호바누스 숲에서 아리엘이 다시 합류한 뒤, 여섯은 마이론홀드 왕국으로 돌아왔다. 마이론홀드 땅을 밟을 때만 해도 고향이 이곳인 다섯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가장 먼저 파시비엔의 일을 해결해야 했기에 곧장 페올루안테로 향했고, 드디어 페올루안테가 눈앞에 보이는 곳까지 도달했다. 신전이 눈에 들어오자 파시비엔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페올루안테는 마이론홀드 왕국 내에서 수도에 뒤이어 가장 큰 도시다. 지리적 특성상 4개의 나라와 인접한 지역이기에 주로 중계무역으로 발전한 지역이다. 페올루안테는 왕국 내에서 가장 번성한 상업 도시의 역할을 하는 곳이고, 제2의 수도라고 불릴 만큼 인구도 많은 도시다.


특히 아그나달린을 모시는 본 신전이 이곳에 있었기에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정도였고, 무엇보다 아그나달린 신전에 속한 그리폰 성기사단이 유명하기도 했다. 그리폰 성기사단은 인근 크라운산에 서식하는 그리폰을 잡아 기르고 키우며 길들여 대륙 내에서 유일무이한 하늘을 나는 성기사단으로 거듭났다.


“파시비엔, 너무 걱정하지 마. 그 대주교라는 분 친동생인 루터 사제님이 직접 써주신 게 있는데 조금 늦었다고 뭐라 그러지는 못할 거야.”


“한스님, 그건 별로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만, 다시 셜레인 대주교님을 볼 생각에 다리가 다 후들거립니다. 셜레인 대주교님에 비하면 루터 사제님은 정말 천사 같은 분이시죠.”


파시비엔의 눈에 들어온 신전은 새하얀 건물이었기에 눈에 쉽게 띄었다. 높이는 어림잡아 3층 정도일 뿐,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성벽을 두른 페올루안테 내부에서 꽤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눈에도 본 신전의 위용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아그나달린 신전은 단순히 건물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닌 그에 딸린 부속 건물들이 수없이 많았다. 파시비엔이 자라온 고아원부터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건물을 비롯해 그리폰 성기사단이 머무르는 숙소와 사육장, 훈련장도 자리 잡고 있었다.


“야, 쫄지 마. 일단 쪼는 모습을 보이면 안 돼. 그럼 상대가 만만하게 보기 시작하는 거지. 5년 동안 네가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걸 딱 보여주는 거야. 그럼 상대도 어? 이놈 뭐지? 만만치 않겠는데? 생각하고 경계를 하게 돼. 너 처음에 루터 사제님 만났을 때도 주눅 들었잖아. 그 뒤로 완전 괜찮아졌고. 루터 사제님 대한다고 생각해.”


“아닙니다. 서지터님은 모르십니다. 셜레인 대주교님은 수행사제들에게는 악마 같은 분이시란 말입니다.”


“내가 가서 때려줘?”


얼토당토않은 말에 레일라가 서지터를 노려보았다.


“너야말로 맞을래? 대주교 같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때리면 아마 너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을걸?”


“허! 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거 같아? 이래 봐도 나 검은 늑대야.”


“그래, 너 잘나셨어. 일단 가자.”


다시 페올루안테로 발길을 향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파시비엔은 가장 뒤에서 느릿느릿 억지로 따라왔고, 윈드테일에 함께 타고 가고 있는 아리엘이 파시비엔을 바라보며 힘내라고 양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

페올루안테 서문 검문소 앞까지 도착한 여섯은 사람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유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아리엘 때문이었다. 신분증을 확인하는 병사들도 멍하니 얼굴이 상기된 채 아리엘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아리엘을 인형처럼 귀엽다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겠지만, 지금은 다들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반면 아리엘은 사람들의 주목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다 느끼고 있었고, 서지터와 장난도 치고 농담을 하며 윈드테일 위에서 놀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 모두 부러운 시선으로 서지터도 번갈아 바라보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병사는 가장 먼저 파시비엔의 복장을 보고 신분을 확인했다.


“어어······. 신전 소속이시군요. 수행사제십니까?”


“넵!”


“뒤에 분들은 동료십니까?”


“넵!”


“가시밭길 수행 기간이 아주 행복하셨겠습니다?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병사는 질투라도 하는 듯 살짝 비꼬듯이 말하자 파시비엔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긴장이 풀렸는지 파시비엔의 입도 풀려있었다.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한 번 고생한 걸 말씀드릴까요? 아마 밤새도록 떠들어도 모자랄 겁니다.”


“아닙니다. 됐습니다. 통과! 다음 분.”


병사는 뒤이어 카데스부터 레일라까지 모험가 신분증을 건성으로 확인하고 가장 뒤에 있던 서지터와 아리엘의 신분증을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하도 오랫동안 대기하는 게 짜증이 났는지 서지터가 한 마디 던졌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아! 아뇨. 아닙니다. 제가 눈이 좀 침침해져서······.”


병사는 계속 힐끗거리며 아리엘을 훔쳐봤다. 그제야 어느 정도 눈치를 챈 서지터가 조곤조곤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없으면 통과시키시죠? 저기 앞에 친구들도 계속 기다리고 있고, 제 뒤를 보세요.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왜 멈춰 세우신 건지 알겠는데 좀 진정하면 좋겠네요.”


“흠흠! 죄송합니다. 앞서가신 분들도 그렇고 모험가 신분증을 모험가 길드에 가셔서 갱신만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기간이 간당간당합니다. 통과!”


병사가 간신히 핑곗거리를 찾아 설명한 뒤에야 둘은 검문소 앞을 지나쳤다. 아리엘의 미모 덕분에 이런 불편이 생길지 다들 꿈에도 몰랐다.


두 사람까지 모두 페올루안테로 들어오자 파시비엔의 안내와 설명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아리엘처럼 자신이 살고 자랐던 곳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우선 여러분들 묵으실 여관은 신전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하면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정식 사제 임명되는 거 보러 오셔야지 말입니다. 지금 저희가 통과한 곳은 서문입니다. 서문에서 큰길 따라 계속 가다 보면 광장 하나가 나올 겁니다. 그럼 광장에서 북쪽으로 가면 신전으로 향하는 길이죠. 광장이 페올루안테 중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동문이 있는 동쪽은 영주님 성이나 행정 기관이랑 주로 주거 구역이고, 남쪽은 주로 상업 구역입니다. 큰 상인 길드도 많고, 레일라님이 반가워하실 도적 길드도 있습니다. 주로 여관들은 그쪽에 많이 몰려있는데 신전을 방문하는 순례자들도 꽤 있는 편이라, 신전 근처에도 여관들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그중 한 군데 묵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레일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폈다.


“오, 그렇구나. 여기 느낌이 엄청 깨끗하고 평화로워 보이는데?”


“당연한 겁니다. 아그나달린님은 평화를 관장하시는 신이시니까요. 여기 사는 사람 대부분도 아그나달린님을 믿으신다고 보면 됩니다. 신전이 도시 곳곳에 영향력이 꽤 있는 편입니다. 우리가 겪었던 아이돈 신전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 우리가 지나가는 곳도 주거 구역인데 건물이나 도로가 꽤 잘 정비되어 있죠? 이게 전부 다 신전에서 한 것들입니다.”


“아이돈 신전 얘기 꺼내지도 마. 재수 없어.”


“레일라, 왜 화내?”


“다크 스컬이 된 계기가 전부 다 아이돈 신전 때문이거든.”


“정말? 나빴네.”


“그래도 오면서 들은 소문은 책임지고 아이돈 신전 대주교님도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합니다. 개혁이 필요하겠죠. 한참 늦긴 했지만, 자정 노력을 하려는 거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파시비엔이 설명하는 동안 여섯은 느긋하게 광장으로 들어섰다. 광장 가운데는 여신 아그나달린의 큰 동상이 당당하게 서 있었고, 분수대 역할도 같이 하고 있었다. 분수대 주변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보는 그대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신전은 이쪽 큰길입니다.”


파시비엔이 말머리를 돌려 방향을 잡았다. 가는 동안에도 파시비엔의 설명은 쉬지 않았다.


“신전이 있는 터가 엄청 넓습니다. 도시 안에 또 다른 작은 도시가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저도 구석구석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본관 건물이랑 제가 살던 고아원 정도 드나들었습니다. 어릴 때 한 번 몰래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운 적도 있습니다. 그때 처음 셜레인 대주교님을 만났죠. 으으! 기억하기도 싫습니다. 우는 아이를 보셨으면 왜 여기 있느냐, 왜 우느냐 물어봐야 정상 아닙니까? 보자마자 호통을 치셨습니다. 얼어 죽을 놈아!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으으! 그때부터 셜레인 대주교님만 보면 오줌을 지릴 정도였습니다.”


파시비엔은 셜레인 대주교의 성대모사를 하며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카데스가 무뚝뚝하게 한 마디 던졌다.


“욕먹을 만했네.”


“네에에? 카데스님. 어린아이가 뭘 압니까? 길을 잃을 수도 있죠!”


“그리폰 성기사단 있다며. 혹시 잘못 길 들어섰다가 그리폰이 잡아먹을 수도 있잖아.”


“어휴! 무슨 말을 표정 하나 안 바뀌시고 그리 끔찍하게 하십니까? 그리고 여기에 있는 그리폰들은 길들여놔서 막 사람 잡아먹고 그러지 않습니다. 야생 그리폰들도 인간을 잘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타고 있는 말이라면 모를까요.”


호기심이 발동한 서지터가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파시비엔! 우리 나중에 그리폰 구경시켜줘! 보고 싶다.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물인데. 독수리와 사자의 모습을 한 그리폰. 흐흐. 궁금하다.”


“고작 제가 말단 수행사제 신분이라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가까이서 보시지는 못하겠지만 여관에서 종종 하늘 위로 날고 있는 그리폰은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럼 한스! 네 플라이 마법으로 밧줄에 같이 묶고 가까이 가서 구경하자.”


“내가 왜!”


“역시 사고 치시는 쪽으로는 창의적이십니다. 아직 그런 짓을 한 사람은 없지만 아마 그리폰이 적으로 간주하고 두 분을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부디 이상한 짓 하시지 마십시오.”


“에이, 재미없어. 이놈의 나라는 몬스터도 없고 짜증 나.”


서지터는 금방 시무룩해졌다. 그런 서지터를 향해 아리엘이 해맑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다 왔습니다. 아직 이 여관 운영하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여기가 그래도 음식도 맛있고 가격도 싸고 꽤 좋은 여관입니다.”


파시비엔이 멈춰 선 곳은 2층으로 된 정사각형 구조의 여관이었다. 간판에는 아그나달린이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그림이 있었고, 이름은 페올루안테와 잘 어울리는 아그나달린의 축복이라고 쓰여 있었다.


“으아앙. 이제 파시비엔하고 헤어져야 해?”


아리엘이 아쉬움에 징징거리는 시늉을 하며 말하자 파시비엔이 밝게 웃어주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임관식 날 맞춰 연락드리겠습니다. 후우! 저는 이제 셜레인 대주교님을 만나러 가야 합니다. 흐흑! 부디 저를 잊지 마시고, 건강히 푹 쉬고 계시길 바랍니다.”


“그래, 다녀와. 나중에 보자.”


“연락해.”


“잘 가라.”


“뭐라 그러면 확 개겨.”


“힘내. 파시비엔.”


어깨가 축 늘어진 파시비엔을 향해 다들 한 마디씩 던지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같이 따라가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롯이 파시비엔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전쟁터를 누비며 열심히 활약한 파시비엔을 믿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몬스터들보다야 셜레인 대주교가 덜 무서울 테니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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