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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구룡천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7.07.11 18:23
최근연재일 :
2007.06.01 11:48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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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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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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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0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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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천하(九龍天下) 第四章 빗방울은 오랫동안 쏟아져 내렸다 - (三)

DUMMY

금선토룡(金線土龍)은 어른 손가락 길이 정도 되는 지렁이다. 일반 지렁이와는 달리 몸에 누런 줄이 길게 나 있어 금선토룡이라 부르는데, 이 금선토룡을 말린 다음 갈아서 환부에 뿌리면 금세 새살이 돋는 효과가 있어 금창약엔 필수로 들어간다.

금선토룡과 일반 지렁이를 함께 두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분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평소엔 몸통의 금선이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반 사람이 금선토룡을 잡으려면 지금처럼 비가 그친 직후이어야 한다. 이때에는 몸통의 금선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보통 지렁이는 번식기가 되면 몸의 세 번째에서 다섯 번째 마디 사이가 굵어지고 빛깔도 변한다. 이것을 환대(環帶)라고 부르는데, 금선토룡의 금선도 일종의 환대에 속했다.

일반 지렁이와 달리 금선토룡은 비가 그친 직후에만 번식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때에만 금선이 나타나는 것이다.

화영령은 어디에 가면 금선토룡을 찾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부친과 함께 금선토룡의 서식지를 찾아가본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화영령은 용소진을 데리고 인근의 산속으로 들어갔다.

의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에 가끔 엽대보만을 데리고 가던 곳이다.

비탈을 타고 전진하던 화영령이 커다란 고목이 썩어가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금선토룡은 동물의 시체가 썩은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구더기 때문이라는 것만이 밝혀졌다.

때문에 썩은 고목이 최고의 서식지이다.

썩은 고목의 뿌리가 있는 땅을 파 보면 수많은 지렁이들이 우글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상시라면 그중에서 금선토룡을 구별해 낼 수 없지만 지금은 달랐다.

비가 그치고 난 직후였기 때문이다.

화영령이 조그마한 삽으로 땅을 파헤치자 붉은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노란 실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놈들이 보였다.

화영령이 집게로 그놈들만을 골라내 용소진이 들고 있는 가죽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희한한 놈들이지?”

화영령의 물음에 용소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그친 다음에만 금선이 드러난다는 게 정말 신기하지 않아?”

삼십여 마리 정도 잡은 화영령이 집게를 집어넣은 다음 파헤쳤던 흙을 다시 덮었다.

다음을 위해서다.

적당히 잡고 원상태로 해두어야 다음에 와서 필요한 만큼 잡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화영령이 용소진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런지 알아?”

“아니.”

당연히 몰랐다. 이름도 오늘에야 처음으로 들었는데 어찌 알겠는가.

“금선토룡은 비가 그친 직후에만 사랑을 나눈대. 쏟아지는 빗물에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씻어낸 다음에 사랑을 나누는 거지. 멋지지 않아?”

사랑을 나눈다는 말에 용소진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항상 다정하게 지내시던 부모님들이 떠오른 것이다.

어두워진 용소진의 얼굴에 화영령이 한 걸음 다가오며 이유를 물었다.

“...왜?”

용소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다 잡은 거야?”

“조금만 더 잡으면 돼.”

화영령은 왜 그러는 건지 의아했지만 더는 물어보기 뭐해서 뒤돌아섰다.

좀 더 안쪽으로 이동한 화영령은 또다시 썩은 고목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고, 그곳에서도 삼십여 마리를 잡았다.

화영령이 파헤쳤던 흙을 다시 덮는 모습을 지켜보던 용소진이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툭!

그런 용소진의 얼굴 위로 굵은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투툭!

물방울이 아니라 빗방울이었다.

고개를 내린 용소진과 화영령이 눈빛을 교환했다.

‘비다.’

‘앗, 우비!’

화영령은 분명히 우비를 준비했었다.

예측을 불허하는 운남성이기에 화창하다가도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몰랐다. 그래서 우비를 준비했었는데, 엽대보가 가져가 버렸다.

엽대보가 지고 있던 등짐이 바로 우비였던 것이다.

후두두둑!

비가 금세 쏟아지기 시작했다.

의가까지 돌아가기에는 쏟아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절반도 못가 잔뜩 젖을 게 분명했다.

두 사람은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저쪽으로...”

용소진의 말에 화영령이 돌아보았다.

커다란 바위들 틈이 제법 넓어 두 사람 정도는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이 황급히 뛰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머리위로 굵은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쏴아아!

금세 퍼부어 대는 장대비에 두 사람이 바위틈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갔을 때에는 이미 어느 정도 젖은 후였다.

어깨를 붙이고 나란히 앉아 흙탕물을 튀기는 빗방울을 지켜봤다.

“......”

스스럼이 많이 없어질 정도로 가까워진 사이였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것도 어깨를 붙이고 앉을 정도로 가까워진 것은 아니었기에 잠시간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어색함이 싫었는지 화영령이 입을 열었다.

“많이 쏟아지네.”

“응.”

짧게 대답하는 용소진.

다시금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으려는 기미가 보이자 잽싸게 입을 여는 화영령.

“무공은 많이 배웠어?”

“조금.”

‘쳇! 말 아껴서 부자 되겠다.’

화영령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는지 모르는지 용소진은 무릎을 껴안은 채 앞만 보고 있었다.

“근데 너 계속 반말 할 거야? 내가 두 살 더 많잖아!”

그제야 용소진이 돌아봤다.

순간 화영령은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어깨를 딱 붙이고 있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는데, 용소진의 얼굴을 바로 코앞에서 정면으로 보게 되자 괜스레 가슴이 뛰는 게 기분이 묘했던 것이다.

“아냐, 그냥 해본 말이야. 됐어. 신경 쓰지마. 그니까 비나 봐. 뭐해! 비나 보라니까!”

횡설수설하다 소릴 빽 지르는 화영령 때문에 용소진이 흠칫 놀란 얼굴로 화영령을 향해 상체를 돌리며 물어왔다.

“괜찮아?”

그러나 화영령은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용소진이 상체를 돌리는 바람에 그녀의 왼쪽 어깨가 용소진의 가슴에 닿아 반쯤 안기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붉어졌을 거야. 아, 창피해.’

그러나 그런 화영령의 모습이 오히려 용소진의 걱정을 불러 일으켰다. 화영령이 걱정된 용소진이 상체를 숙이며 고개를 숙인 화영령의 얼굴을 살피게 만들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용소진의 오른쪽 가슴이 화영령의 왼쪽 등 부위에 닿았다.

빗물에 젖어 차갑던 곳에 용소진의 따스한 체온이 전해지자 화영령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런 화영령의 모습에 무언가 잘못 된 거라고 여긴 용소진이 오른 손을 들어 화영령의 오른쪽 어깨를 감싸 잡으며 그녀를 살짝 흔들었다.

“고개 들어봐. 정말 괜찮아? 어디 아픈 거야?”

‘네 손만 아니라면 괜찮거든. 근데, 나 왜 이러지?’

화영령은 생각과는 달리 쉴 새 없이 콩닥거리는 심장으로 인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둔하디 둔한 용소진 덕분에 마땅한 타개책이 없었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그칠 줄을 모르니 당분간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아 그것이 더 신경 쓰였다.

콩닥거리는 심장으로 인해 정신이 산만한 화영령이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얼버무리듯 대답했다.

“추,추워서 그러는 거니까. 신경 쓰지마!”

그러나 이 한마디가 결정타가 될 줄은 화영령은 생각도 못했다.

용소진은 자신이 추워 할 때면 그의 부친이 뒤쪽에서 꼭 껴안아 주던 것을 떠올렸다. 부친의 따스한 기운에 금세 포근해졌던 것을 떠올린 용소진.

용소진의 눈이 아련한 기억 속을 더듬었다.

비오는 밤 자신을 무릎에 앉히고 꼭 끌어안아 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던 부친.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그때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이 그렇게 안아주고 싶었다.

용소진이 아련한 눈으로 대뜸 화영령을 끌어안아 버렸다.

“......!!!”

너무 놀란 나머지 화영령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런 화영령의 귓가에 용소진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따뜻해 질 거야. 아버지께서 이렇게 해주곤 하셨었는데...”

말꼬리를 흐리는 용소진의 목소리에 화영령은 정신을 차렸고, 용소진의 순수한 의도를 알았기에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불편했지만,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시간이 지나자 진짜 용소진의 말대로 따뜻해졌다.

여름이 한참 지난 터라 비오는 날은 쌀쌀했다. 더구나 비에 젖기까지 했으니 제법 으스스 떨릴 정도는 되었었는데, 지금은 따뜻한 기운이 등 뒤로부터 전해져 와 금세 마음마저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것이다.

화영령은 포근한 기운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빗방울이 지면을 때리는 소리가 어느새 자장가처럼 들리기 시작했고, 화영령은 엄마 품처럼 너무나 편안한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용소진은 화영령이 잠에서 깰세라 숨 한 번 크게 내쉬지 않은 채 가만히 있어 주었다.

빗방울은 오랫동안 쏟아져 내렸고, 두 사람은 비가 그칠 때까지 그렇게 앉아 있었다.









* * *



아시겠지만, 소나기입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조금 바꿔보았답니다.


재밌게 읽어 주시고, 부족하더라도 접지 마시고 한 마디 지적을 남겨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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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구룡천하(九龍天下) 第四章 빗방울은 오랫동안 쏟아져 내렸다 - (二) +27 07.06.01 14,741 4 11쪽
9 구룡천하(九龍天下) 第四章 빗방울은 오랫동안 쏟아져 내렸다 - (一) +31 07.06.01 15,931 3 16쪽
8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三章 제발 제게 힘을 주십시오 - (二) +37 07.05.30 16,019 3 13쪽
7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三章 제발 제게 힘을 주십시오 - (一) +22 07.05.30 15,921 3 12쪽
6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二章 화씨의가(華氏醫家) - (三) +37 07.05.28 16,032 4 9쪽
5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二章 화씨의가(華氏醫家) - (二) +27 07.05.28 16,252 13 12쪽
4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二章 화씨의가(華氏醫家) - (一) +29 07.05.28 18,951 5 12쪽
3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一章 용가촌(龍家村) - (二) +30 07.05.26 18,838 3 8쪽
2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一章 용가촌(龍家村) - (一) +25 07.05.26 23,096 2 8쪽
1 구룡천하(九龍天下) 서장 +45 07.05.26 29,44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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