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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구룡천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7.07.11 18:23
최근연재일 :
2007.06.01 11:48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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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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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수 :
54,340

작성
07.06.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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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천하(九龍天下) 第四章 빗방울은 오랫동안 쏟아져 내렸다 - (一)

DUMMY

용소진은 서동백을 스승으로 모신 뒤로 자는 시간과 뒷간 가는 시간을 제하고는 하루 종일 서동백과 함께 했다. 때로는 구룡창을 휘둘렀고, 또 때로는 방안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은 나이를 먹게 하고 나이는 몸을 변화시킨다. 변하지 않는 진리였다.

한 살 더 나이를 먹은 용소진은 외모가 조금 변해 있었다.

조금 통통하던 볼 살이 완전히 빠지고, 팔다리에 근육이 붙어 힘줄이 불거져 나온 것이 제법 사내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키도 꽤나 자라 화영령을 내려다 볼 정도로 커졌고, 이제 벌어지기 시작한 가슴도 제법 단단해 보여 그동안의 수련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을 알게 했다.

이런 용소진의 변화는 누구나가 겪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눈에 띌 만큼 특이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머리색만큼은 달랐다.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게 매우 신비롭게 느껴져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도록 했다.

여느 사람이 용소진을 본다면 얼굴은 잊더라도 머리색만큼은 뇌리에 강하게 남을 터였다.

그런 용소진 앞에 새하얀 경장을 갖춘 아리따운 소녀가 서 있었다.

화영령이었다.

희고 고운 얼굴엔 잡티 하나 없을 것처럼 깨끗했고, 새까맣게 빛나는 눈망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처럼 신비로웠다. 거기다 선홍빛 입술에선 달콤한 여인의 향기가 묻어나와 뭇 사내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아리따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렇지가 않았다.

“네가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

“점심 후에 날 찾아오라는 말 못 들었어?”

“수련해야...”

“하루쯤 쉰다고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대? 아니면 그동안 익혀둔 게 도망이라도 친대? 이게 천금 같은 시간을 쪼개서 함께 보내 주겠다는데, 재깍 오지는 못 할망정, 뭐? 수련을 하시겠다? 그러다 영원히 수련 못하게 되는 수가 있다.”

냉기를 풀풀 흘리는 화영령, 허리에 양 손을 척하니 올리고 있어 제법 기세가 등등했다.

“나중에.”

“나중은 무슨 나중? 태백(太伯)께서도 허락하셨으니 잔말 말고 따라와.”

용소진은 서동백이 허락했다는 말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화영령을 따라야 했다.


* * *


햇볕은 따뜻했고, 꽃들은 아름다웠다.

바람은 기분 좋게 어루만져 주었고, 하늘은 시원하게 높았다. 흐르는 물은 풍요로워 보였고, 멀리 산들은 녹음이 우거져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듯한데,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부족한 게 많아 보였다.

돈이 되었든 웃음이 되었든 채우고 채워도 부족했다.

그런 사람들이 번잡한 거리, 춘성(春城)으로 불리는 곤명(昆明)을 가로지른다하여 붙여진 관춘로(貫春路)였다.

화영령은 용소진을 이끌고 관춘로에서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찾아다녔다.

“어이구! 아가씨, 이리 누추한 저자거리엔 어인 일이십니까? 아랫사람들을 시키지 않구요.”

“어이, 여보게들 화 아가씨께서 납시셨네.”

많은 사람들이 화씨의가의 보옥이자 명의로 소문난 화영령을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네 왔다. 화영령은 그때마다 방실방실 웃는 낯으로 인사를 받을 뿐 건장한 용소진을 이끌고 있음에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용소진의 무뚝뚝한 얼굴이 조금씩 달아올랐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 둘러 싸여 이런저런 인사를 주고받던 화영령이 용소진을 데리고 눈앞에 보이는 찻집으로 들어갔다.

“어서 옵... 응? 화 아가씨 오셨습니까?”

점소이의 인사에 화영령이 방긋 웃었다.

“그래, 이층에 빈자리 있어?”

“있다마다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두 사람은 점소이를 따라서 이층으로 올랐다.

점소이는 두 사람을 창가로 안내했고, 화영령은 창가로 가는 동안에도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용소진은 손님이 되어 무언가를 파는 곳에 처음으로 와봤기에 모든 게 낯설었다. 점소이도 낯설었고, 이곳을 바라보는 곳곳의 손님들도 낯설었다. 뿐만 아니라 피하듯 고개를 돌려 내다본 창밖의 풍경 또한 낯설었다.

그나마 창밖엔 사람들의 시선이 없어 마음이 편했기에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줄곧 창밖을 바라보기만 했다.

점소이에게 차를 시키고 용소진을 돌아본 화영령의 눈에 안쓰러움이 스쳐갔다.

‘넌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해!’

용소진은 하루 종일 수련만 하다 보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극히 일부로 한정적이었다. 서동백과 화경선 부자 그리고 화영령이 전부였던 것이다.

용소진의 생활은 너무나 단절되고 폐쇄적이었다. 말수도 적었고, 표정의 변화도 많지 않았다.

화영령은 그게 안타까웠고 싫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화를 내기를 바랐다.

상황에 따라 때로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줄 알기를 바랐다. 특히 자신에게는 더더욱 그러기를 바랐지만, 용소진은 갈수록 목석같은 사람이 되어갈 뿐이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여긴 화영령이 서동백을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서동백은 기꺼이 수락해 주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었다.

화영령이 상념을 털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밖에 뭐 있어?”

“아무것도...”

화영령의 물음에 용소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화영령이 짐짓 화난 척 언성을 조금 높였다.

“대화할 때는 상대방을 보면서 하는 게 예의야. 그 정도는 너도 알잖아!”

용소진이 화영령을 돌아봤다.

화영령이 방긋 웃었다.

“이렇게 마주 보니까 좋잖아! 안 그래?”

순간 용소진의 입가가 늘어지려다 이내 제자릴 찾았다.

‘분명 웃으려고 했는데... 바보야 웃고 싶을 땐 웃어!’

화영령은 안타까웠지만,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수련은 힘들지 않아?”

“아니.”

“그래도 피곤하다거나 쉬고 싶다거나 그럴 때가 있지 않아?”

용소진이 고개를 저었다.

“너란 애는 정말...”

화영령이 하던 말을 멈추었다.

점소이가 차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점소이가 돌아간 다음에 찻잔을 들어 한 모금의 차를 마신 화영령이 이내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차였는데도 불구하고 입맛이 썼다.

“하루 종일 무슨 생각하는데?”

“......?”

“부모님을 생각하니? 복수만을 생각하는 거야?”

화영령의 이어진 물음에 용소진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용소진을 화영령이 안쓰럽게 바라봤다.

“당연히 복수를 해야지. 그건 돌아가신 부모님께서도 원하실 거야. 하지만 지금의 네 모습, 사람을 멀리하고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가는 네 모습을 과연 부모님께서 좋아하실까? 난 아니라고 봐. 아마 굉장히 마음 아파하고 계실거야!”

순간 용소진이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화영령은 용소진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네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난 상상도 못하겠어. 그렇지만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네 사부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알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복수만을 생각하지 말고 네 사부님을 하루에 한 번씩은 생각하도록 해.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도록 노력해봐.”

‘가끔은... 나도 생각해 주고.’

마지막 말을 안으로 삼키는 화영령의 얼굴엔 옅은 홍조가 피어 있었다.

화영령과는 달리 용소진은 말이 없었다.

대신 식어가는 찻잔만을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용소진을 잠깐 지켜보던 화영령이 말했다.

“앞으로 열흘에 한 번은 밖으로 나올 거야, 물론 태백께서 허락하신 일이야.”

말끝을 흐리는 화영령, 그런 화영령의 선언에 가까운 말은 용소진의 귀를 지나 나직이 퍼져갔다.


* * *


- 백일도(百日刀) 천일창(千日槍) 만일검(萬日劍)!!

- 강호를 돌아다녀 보니 창을 도나 검에 비해 얕잡아보는 무인들이 많더구나! 우스운 일이지. 너무나 우스운 일이다.

- 진정한 고수는 짧은 병장기를 길게, 긴 병장기를 짧게, 자신의 수족처럼 부릴 수 있어야 한다.


사부가 한 말이다.

용소진은 그 말을 떠올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창을 정말 수족처럼 자유자재로 놀릴 수만 있다면 길이가 압도적인 창에 누가 감히 맞설 것인가?

천일창, 만일검? 사부 말대로 우스운 일이다.


-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것과 변화무쌍하다는 것엔 차이가 있다.

- 창은 길이로 인해 변화가 적을수록 좋다. 대신 그 부분을 힘으로 채워야 한다.


역시 사부가 한 말이다.

용소진 역시 일년 가까이 수련하는 동안 몸으로 느끼고 있던 바였다.

구룡창에도 쾌(快)와 환(幻)이 있었다. 그러나 찌르기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좀 더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일 뿐이었다.

무인들은 특별한 내공심법을 통해 자연의 기운을 체내로 받아들여 단전에 쌓은 다음 그 기운을 도인하여 검이나 도에 담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무인들은 자나 깨나 운기행공과 심상수련에 몰두한다.

심법(心法)이란 곧 마음을 이르는 것이고, 몸은 마음에 따라 움직이니, 마음이 곧 의념이다.

의도즉기도(意到則氣到).

뜻(意)이 이르는 곳에 기(氣)가 따라 간다. 뜻은 곧 의념이니 마음에 따라 기운이 이끌리게 된다.

심법의 기본 요체가 되는 말이다.

당연히 용소진도 이 말을 배웠고 지금도 수련중이다.

용소진의 단전에 자리한 구룡진기(九龍眞氣).

구룡진기는 오행(五行)의 기운 중 목(木)에 해당하며 만물의 탄생과 생성을 주관하는 동방(東方)의 기운이다. 동방의 기운은 바람을 다스린다.

바람은 곧 대기 자체다.

바람의 움직임은 대기의 흐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구룡진기는 대기를 다스리는 기운이라는 의미다.

신비롭기 짝이 없다.

다시 말해 인간이 다스릴 수 있는 기운이 아니란 뜻이다.

구룡창엔 이 신비한 기운이 잠들어 있었고, 용소진은 이 기운을 단전에 쌓았다.

쌓았다? 아니다 구룡진기 스스로가 자리 잡았다.

용소진은 서동백이 일러준 대로 도인만을 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구룡진기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진기 스스로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적공하기가 지극히 난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룡창을 휘돌리는 중에 의념을 떠올리기가 무섭게 구룡진기가 꿈틀한다.

소통이다.

의념과 구룡진기가 완벽한 소통을 이루면 무궁무진한 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서동백이 강한 이유고, 용소진이 얻어야할 힘이다.

용소진은 몰랐지만 그는 구룡진기의 선택을 받았다.

이유는 서동백도 모른다. 단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할 뿐이다.

용소진의 단전은 아홉 개의 방으로 나누어졌고, 그중 두 개가 채워졌다.

서동백은 단 한 개의 방만을 채웠다. 그것만으로도 강호를 주유하는 데에 불편함을 몰랐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적수를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구룡의 기운은 엄청난 것이었다.

츄우욱!

창을 내뻗자 대기가 단숨에 밀려난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까지 하고 있어 대단한 위용이 느껴진다.

회수되고 다시 찌르고, 때로는 쾌속하게 또 때로는 무겁게, 서너 개의 잔상을 만들며 공간을 헤집기도 했다.

크게 휘두른 창대에 공간이 갈라졌고, 찌르는 창날엔 공간이 꿰뚫렸다.

그러나 용소진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못했다.

아직은 창의 수발이 자유롭지가 못했고, 구룡의 기운 또한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의 의념이 구룡진기와 원할 한 소통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의념이 일어난 순간 구룡진기가 움직이는 의도즉기도(意到則氣到)의 단계가 되어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데 아직 그 단계는 요원하기만 했다.

그러나 용소진은 몰랐다.

서동백이 지금 용소진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팔 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는 것과 그 이유가 용소진과는 달리 구룡진기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용소진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더디기만 한 자신의 성취에 답답해했다.


수련을 마친 용소진은 오늘도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길게 내쉰 다음 우물가로 가서 찬물을 뒤집어썼다.

차가운 물이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워 놓는 듯 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먹구름이 잔뜩 모여 있는 게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의 부친인 용적산은 사냥을 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용소진을 앉혀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줬다.

용적산은 글을 몰랐다.

그러나 아는 건 서생 못지않게 많았다.

물론 공자왈 맹자왈을 아는 게 아니었다.

앞으로 용소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지식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사냥에 관한 것이 많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용적산은 직업이 사냥꾼이었다.

개미가 집의 출입구를 막으면 비가 내릴 것부터 시작해서 사냥을 할 땐 바람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과 반드시 알아야 할 몇몇 맹수들의 발자국과 특성까지 꽤나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활 다루는 법도 배웠다.

사냥을 떠나지 않은 마른 날 활을 직접 쏘아보기도 했다.

물론 신통치 않은 실력이었다.

용적산은 열심히 하면 차차 나아질 거라며 괜찮다고 했고, 용소진은 열심히 노력해서 용적산처럼 대단한 사냥꾼이 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다음날이면 친구들과 노느라 새까맣게 잊어버리긴 했지만...

이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 용소진의 머릿속에 펼쳐졌다가 사라져 갔다.

‘아버지!’

부친을 떠올리자 악몽 같은 순간이 찾아왔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강타했다. 그리고 시뻘건 두 눈이 그의 머릿속을 잠식하자 구룡환이 박혀 있는 가슴이 욱신 거려왔다.

부모를 죽이고 자신의 가슴에 구룡환이 박히도록 만든 괴한.

반드시 돌려줄 생각이었다. 그 때문에 가슴에 박힌 구룡환을 빼내지 않았고, 구룡환을 날리는 수법도 따로 익혀두었다.

구룡창을 쥔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굵은 힘줄이 돋아날 정도였지만, 용소진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죽인다!’

용소진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눈앞에 있다면 난도질 해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살기였다.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죽이겠다.’

우-웅!

용소진이 살심을 증폭하자 폭급한 살기가 유형화되어 어둠에 물든 대기를 광포하게 우그러트렸다.

눈앞에 원수가 있다면 살기만으로도 수십 조각으로 찢어 발개 버릴 것 같은 무지막지한 살기였다.

들끓는 분노를 밖으로 토해내 한 바탕 광란이라도 하고 나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분노를 표출하는 광란 속에 자신의 혼백마저 불살라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용소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구룡창을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입술을 깨물어 한 가닥 정심을 붙잡았다.

그리고 튀어나오려는 광기를, 곧이라도 벼락처럼 날뛸 것 같은 충천하는 기운을 강제로 억눌렀다. 그러자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크흐으... 으윽!”

바로 그때 구룡창에서 두 줄기 푸른 광채가 터져 나왔다.

분명 용의 형상이었다.

용소진이 이를 악무는 사이에 어둠을 밝힌 청룡들이 용소진의 몸을 휘돌았다.

그리고 용소진의 들끓는 기운을 다독여주기 시작했다.

용소진의 일그러져 있던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편안하게 변했다.

주변을 잠식하던 살기가 사라지자 어둠에 물든 공간에 은은한 청광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고맙다.”

용소진의 말을 알아듣고 기분이 좋기라도 하다는 듯이 청룡들이 용소진의 몸을 벗어나 허공에서 서로 뒤엉키며 요란을 떨더니 잠시 후 청광을 반짝이다가 이내 구룡창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잠시 구룡창을 내려다보던 용소진이 이내 발을 움직여 그의 방으로 향했다.

인시(寅時 03-05시)가 되었으니 이제 잘 시간이었다. 묘시(卯時 05시-07시)까지는 한 시진밖에 남지 않았다.

피로를 푸는 시간으로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용소진은 구룡창을 수련한 이후로 단 하루도 한 시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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