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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구룡천하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7.07.11 18:23
최근연재일 :
2007.06.01 11:48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03,828
추천수 :
49
글자수 :
54,340

작성
07.05.26 22:18
조회
18,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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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一章 용가촌(龍家村) - (二)

DUMMY

어둠이 내려앉은 용가촌은 바람 한 점 없이 고즈넉했다.

밤새 소리와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용가촌을 깨우지는 못했다.

용가촌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용적산의 집에도 낮 동안의 활기찬 기운이 가라앉고, 어느새 아늑하고 포근한 휴식이 가득했다.

바느질을 하던 하채연은 자신의 남편이 무언가 할 말이 있거나 원하는 게 있음을 알았다.

그럴 때면 용적산이 꼭 지금처럼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곤 했기 때문이다.

하채연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자리 펼까요?”

그러자 용적산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 할 말이 있어.”

하채연이 바느질을 멈추고는 용적산을 바라봤다.

어떻게 말을 꺼낼까 망설이던 용적산이 품에서 무언가를 대뜸 꺼내놓았다.

먹물을 듬뿍 묻혀놓은 듯 했지만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묵룡이 생동감 있게 양각되어 있는 팔찌였다.

팔찌를 바라보는 하채연의 눈에 가득한 것은 놀람 그 자체였다.

“어디서 난 거에요?”

용적산은 낮에 산에서 자신이 보았던 광경과 묵빛 팔찌를 발견한 것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잠시 후 이야기를 듣고 난 하채연이 걱정 가득한 얼굴을 했다.

하채연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듯이 용적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마! 본 사람은 없었으니까!”

“보물은 화를 부른다고 하잖아요. 더군다나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있는 곳에 있던 것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아랫마을 곽가보를 찾아 가서 부르는 값에 넘겨 버리세요.”

“부르는 값에? 그건 좀...”

“그렇게 하셨으면 해요.”

하채연이 용적산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그의 굳은살이 박혀있는 손을 가만히 잡으며 말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굶주리지 않고 있잖아요. 당신이 마련해준 집에서 제가 해주는 밥 먹고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잖아요. 뭐가 부족하세요?”

용적산은 하채연의 말과 따스한 눈빛에서 가족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절절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무언가에 홀렸나 봐. 당신 말대로 할게. 날이 밝자마자 그 길로 곽가보에 먼저 다녀올게. 그러면 됐지?”

하채연이 미소를 지었다.

포근하고 아늑한 어미의 미소였고, 따스하고 사랑스런 아내의 미소였다.

용적산은 그런 하채연을 껴안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할 것 같았다.

자신의 손을 쓰다듬듯 어루만지고 있는 하채연을 가만히 끌어당겼다.

“어맛!”

하채연의 입에서 살짝 놀란 듯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그것도 잠시 용적산이 꺼내놓은 팔찌를 바느질 하던 옷들과 함께 한쪽에 밀어 놓고는 그대로 안겨왔다.

용적산은 자신의 품에 안긴 하채연을 꼭 껴안아 주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도록 꼭 안아 주었던 것이다.

간간히 들려오던 밤새 소리가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뚝 끊겨가고 있었다.


* * *


용소진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몽사몽간(非夢似夢間)에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용소진은 마당 한쪽으로 뒤뚱거리며 걸어가 바지춤을 끌어내렸다.

곡선을 그리는 용소진의 오줌.

잠시 후 세 번을 탈탈 털어낸 용소진은 바지춤을 추스르며 못다 잔 잠을 자기 위해 자신의 방을 향해 다가갔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 용소진의 눈에 부모의 방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어?”

이상함을 느낀 용소진은 부모님의 방으로 다가갔다.

“아버지!”

용소진은 세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방안으로 들어갔다.

“어라! 어디 가셨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서려던 용소진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다름 아닌 묵빛 팔찌였다.

팔찌는 하채연이 바느질 하던 옷들 사이에 있었다.

호기심에 다가간 용소진이 그것을 냉큼 꺼내 들었고, 팔찌에 새겨진 묵룡이 용소진의 두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우와! 용이다.”

두 눈이 함지박만 하게 커지며 반짝반짝 빛났다.

팔찌를 팔목에 끼어 보자 너무 컸다.

“에잇! 내 것이 아닌가 보네.”

용소진은 팔찌를 제자리에 던져버리려다 다시 얼굴 가까이로 가져왔다.

‘헤헤! 너무 멋있다.’

바로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도둑이 발 저리듯 화들짝 놀란 용소진은 엉겁결에 팔찌를 품속으로 집어넣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버지...컥!”

용소진은 문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무지막지한 손에 의해 목을 잡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야 했다.


차가운 안광이 폭사되고 있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보이는 거라고는 금방이라도 자신을 어떻게 해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혈광을 내뿜고 있는 한 줄기 흑선이 동공을 가로지르고 있는 두 눈 뿐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두 눈만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던 것이다.

목줄을 움켜쥔 손에 의해 숨이 갈수록 가늘어가건만, 괴인은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온몸을 난자해 버릴 것 같은 칼날처럼 날카로운 예기가 어린 용소진의 머릿속을 휘저어 놓자, 동공이 팽창할 정도로 기겁한 용소진은 목줄이 잡힌 상황에서도 그 안광에 놀라 사시나무 떨 듯 하다 끝내 오줌을 지리고야 말았다.

방금 전 소변을 보았기에 미미한 양이었지만, 어둠속의 괴인은 눈치 챈 것이 분명했다.

차가운 안광이 위아래로 좁아졌다.

분명 분노한 것이리라.

“......!”

말없이 노려보던 사내가 목줄을 잡고 있던 용소진을 한쪽으로 팽개치듯 내던졌다.

늘어진 채 허공을 날아간 용소진은 마당 한쪽에 심어져 있는 어른 허리만큼 굵은 감나무에 등을 부딪쳤고, 바로 그 순간 한 줄기 혈광이 날아와 어린 용소진의 가슴을 강타했다.

가슴이 함몰된 용소진은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으로 떨어져 처박혔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 * *


어둠이 물러가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집집마다 아침을 맞이하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래야 했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하얀 연기가 자취를 감춰버린 용가촌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 일 나갈 채비를 갖추는 소리, 심지어 개 짖는 소리까지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다.

용가촌은 으스스한 적막에 휩싸인 죽은 자들의 마을 같았다.

그런 용가촌의 입구에 머리칼이 연한 푸른색인 기이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풍의 안쪽으로 슬쩍 드러난 허리에는 단봉으로 보이는 것 세 개가 묵직하게 걸려있었다.

“어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장탄식을 남긴 노인의 신형이 한 줄기 바람처럼 표홀한 모습으로 마을 안쪽으로 날아갔다.

노인은 용가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누군가가 저지른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을 두 눈 똑똑히 확인했다.

어른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무참하게 학살을 당했고, 아이들은 일부는 집에서 또 일부는 어른들과 같은 장소에서 마찬가지로 잔혹한 죽임을 당해있었다.

노인의 장탄식이 마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용가촌은 소름끼칠 정도로 조용했고, 곳곳에서 피비린내가 진동을 할뿐이었다.

잠시 후 노인이 용적산의 집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걸음을 멈추는가 싶더니 마당 한쪽에 심어져 있는 감나무를 향해서 황급히 이동했다.

감나무 아래에는 용소진이 숨이 멎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노인이 다급하게 용소진의 가슴을 풀어헤쳤다.

“이럴 수가!”

노인의 입에서 경악성이 토해져 나왔다.

움푹 꺼진 가슴에는 핏물이 회오리처럼 퍼져있었고, 그 위에 시커먼 팔찌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팔찌에 새겨져 있는 묵룡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흘러나와 용소진의 몸을 휘감듯 감싸고 있었다.

“구룡의 힘이 아이를 놓지 않고 있구나!”

용소진의 숨은 분명 멎어 있었다.

그러나 팔찌에서 흘러나온 한 줄기 기운이 경각에 달한 몸의 괴사(壞死)를 막아 떠나려는 혼백을 간신히 붙잡아 두고 있었다.

잠시 후 노인이 용소진을 안고 사라지자 용가촌엔 비릿한 혈향과 지독하리만치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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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二章 화씨의가(華氏醫家) - (二) +27 07.05.28 16,25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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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一章 용가촌(龍家村) - (二) +30 07.05.26 18,840 3 8쪽
2 구룡천하(九龍天下) 第一章 용가촌(龍家村) - (一) +25 07.05.26 23,098 2 8쪽
1 구룡천하(九龍天下) 서장 +45 07.05.26 29,448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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