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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환세유랑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4.11.02 17:46
최근연재일 :
2015.07.29 06: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23,521
추천수 :
312
글자수 :
127,494

작성
15.06.24 12:00
조회
479
추천
4
글자
6쪽

22. 간절한 소원(5)

DUMMY



“하하하.”

동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부터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나 했더니, 얼굴에 이런 것이 그러져 있을 줄이야.

거기다 아주 낯익은 그림체를 보니 원흉은 뻔했다.

“류선.”

왜, 말없는 물음이 하리를 향했다.

“너무합니다.”

자신은 모르겠다는 듯 뻔뻔한 류선의 모습을 보며 하리가 원망하듯 중얼거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제 얼굴에 이것을 보고서도 말입니까?”

“전혀.”

자신의 얼굴에만 낙서가 있고, 류선에게 없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분명 자신의 얼굴에 그려진 낙서를 보았을 텐데 어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인지.

거기다 저 묘한 미소를 보니, 왠지 알고서도 모른 척 했을 거라는 생각에 하리가 어찌 그럴 수 있냐는 듯 원망어린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류선은 덤덤할 뿐이었다.

“신유 소저.”

뒤늦게 싱글싱글 웃으며 들어오는 신유를 향해 하리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자는 사람의 얼굴에 이리 함부로 낙서를 할 수 있습니까?”

볼 때야 즐겁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살짝 화가 나기도 했다.

“에헷.”

하리의 엄한 표정에도 신유는 뿌듯한 표정으로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우리 산책 나가요!”

“이러고 말입니까?”

“그래도 되구요.”

그렇게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해주게요?

미묘한 기대를 담아 신유의 눈이 반짝거렸다.

하기야, 이 정도에 굴할 신유가 아닌 것을.

새삼 당하는 입장으로서 신유의 뻔뻔함을 마주한 하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우고 나갈 테니 좀 기다려주시겠습니까?”

한숨을 내쉬며 씻으러 가는 하리를 보며 신유가 류선을 향해 찡긋했다.

“어때요? 은근 구경하는 재미가 있죠?”

“나름.”

하리가 저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기도 하고.

“에헤, 그럼 이참에 둘이서만 나가 볼래요? 내 특별히 류선에게도 오붓하게 나와 단 둘이서 나들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죠.”

하?

무슨 황제 폐하 알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런 속마음과 달리 류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암묵적인 수락에 신유가 실실 웃으며 류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 한군데를 바라보며 신유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그 여인이네요.”

품에 무언가를 끌어안고 사람들의 발길질을 당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발견한 류선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까 여인의 집에 아이 한명도 있던데.”

“그런가?”

“그 아이 주려고 저렇게 음식들을 구걸하고 다니나 봐요.”

저리 맞을 걸 알면서도.

유난히 살벌한 마을 사람들의 기세를 느끼며 신유가 말했다.

“모성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그것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게요. 그리 아이를 아끼면서, 왜 그랬을까요?”

“무엇이 말이지?”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묘한 말을 하는 신유에 류선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냥, 자신의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남의 아이도 소중한 것인데. 어찌 그럴까요. 어찌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만 생각하는 것일까요.”

자신이 죽는 것만 두렵고, 자신이 잘 사는 것만 중요하고, 자신이 아픈 것만 생각하고.

“마지막 아이네요.”

“마지막?”

“어라? 못 느꼈어요? 마을에 아이가 보이지 않는 거. 저 아이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마지막 아이라는 거죠.”

“그랬던가.”

신유의 말에 기억을 되새기며 마을을 살펴보던 류선은 뒤늦게서야 그 사실을 깨닫고 인상을 찌푸렸다.

인간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일까.

누가 봐도 이상한 것을 류선은 이제야 눈치 챌 수 있었다.

“의도적인 죽음인가.”

하긴 자연스러운 죽음은 아니겠지. 전염병도 아니고, 이리 아이가 싸그리 없어질 정도라면.

“그런 거죠. 그리고 저 분이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고.”

맞고 있는 여인을 향해 한순간 싸늘한 시선을 던지며 신유가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깨닫게 해야죠.”

그게 가장 큰 벌일 테니까.

자신의 아이를 사랑했던 것만큼, 분명 그 만큼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저리 맞으면서도 반항을 하지 않는 것이겠지.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신유가 자연스럽게 여인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을 막으며 여인을 부축한 신유가 여인의 귀에 뭐라 속삭였다.

그에 여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두려움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여인을 배웅한 신유는 멀뚱히 서서 자신을 구경하고 있는 류선에게 다가갔다.

“뭐라고 말했길래 저렇게 사색이 된 거지?”

“그저 조심하라구요.”

“이따 밤에는 다 같이 산책하죠.”

“밤?”

“넵, 원래 역사를 바꿀 위대한 사건은 밤에 일어나는 법이죠.”

“그래서 역사를 바꾸겠다고?”

“에이, 말이 그런 거지, 누가 그렇대요. 하여간, 이리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야. 비유도 몰라요?”

쯧쯧.

눈치가 없다며 신유가 작게 혀를 찼다.

“그보다 판은 다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벌리기만 하면 되겠네요.”

“그 뒤처리는 또 우리 몫이겠군.”

“뭐어. 저는 연약한 여자니까요. 그럼 돌아갈까요. 남은 한가지만 보내고.”

그리 말한 신유는 종이에 뭐라 끄적거린 후 어디선가 날아온 새에게 쪽지를 건네주었다.



작가의말


신유의 매력은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것!


사실, 알게 모르게 쓰고 있는 저도 어디로 튈 지 몰라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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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가까워지는 걸음(3) +2 15.07.22 433 5 6쪽
32 32. 가까워지는 걸음(2) +4 15.07.17 504 3 7쪽
31 31. 가까워지는 걸음(1) +2 15.07.15 465 4 6쪽
30 30. 호수의 마을(5) +4 15.07.13 417 5 8쪽
29 29.호수의 마을(4) +2 15.07.10 447 4 6쪽
28 28. 호수의 마을(3) +2 15.07.08 490 4 7쪽
27 27. 호수의 마을(2) +4 15.07.06 530 4 6쪽
26 26. 호수의 마을(1) +1 15.07.03 496 3 7쪽
25 25. 옛 인연(2) +2 15.07.01 531 5 6쪽
24 24. 옛 인연(1) +2 15.06.29 438 5 7쪽
23 23. 간절한 소원(6) +3 15.06.26 571 6 10쪽
» 22. 간절한 소원(5) +2 15.06.24 480 4 6쪽
21 21. 간절한 소원(4) +1 15.06.22 550 3 7쪽
20 20.간절한 소원(3) +1 15.06.19 483 5 6쪽
19 19. 간절한 소원(2) +2 15.06.17 558 4 7쪽
18 18. 간절한 소원(1) +2 15.06.15 569 6 7쪽
17 17. 산속에서 생긴 일(5) +2 15.06.12 592 7 9쪽
16 16. 산속에서 생긴 일(4) +2 15.06.10 598 9 6쪽
15 15. 산속에서 생긴 일(3) +2 15.06.08 458 9 7쪽
14 14. 산속에서 생긴 일(2) +5 15.06.05 728 11 7쪽
13 13. 산속에서 생긴 일(1) +2 15.06.03 615 7 7쪽
12 12. 첫 마을(6) +4 15.06.01 637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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