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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붉게 피는 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4.08.28 14:59
최근연재일 :
2014.10.02 13:4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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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86
추천수 :
158
글자수 :
147,432

작성
14.09.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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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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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2화-이곳으로 오시오.

DUMMY

“으응, 둘이서 나 빼고 데이트 가는 거에요?”

나란히 집을 나갈 채비를 하는 사현과 하신의 모습에 시유가 뾰루퉁히 말했다.

“뱀파이어 회의가 있다.”

왠만한 일이야 시유도 같이 데려가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하신을 두고 가기엔, 이번에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럴 수가 없었다.

드디어 헌터들의 수상한 움직임에 대한 배후를 알아냈다는 보고에 그에 대한 내용들과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회의를 하는 것이기에.

물론 그 역시도 시유를 두고 간다는 것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혼자 밖에 나갔다가 이리저리 공격을 당하는 지라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밤에는 무사히 돌아왔다지만, 이번에 또 그러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으응, 그럼 잘 갔다 와요!”

뱀파이어를 우루루 보는 것은 그녀 역시도 사절이라 쿨하게 시유가 받아들였다.

“또 멋대로 나가지 말고.”

“우응, 누가 일부러 그랬나.”

나가려고 마음 먹고 나간거니 일부러 그런 거긴 했지만, 일부러 그런 꼴 당하려고 나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또 나가겠다고?”

일견 사나워진 사현의 시선에 시유가 움찔하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저도 걱정이 되네요.”

워낙 천방지축인 시유라 하신 역시 불안하다는 시선을 던졌다.

“내가 애도 아니고.”

“헌터들이 자신을 노린다고 지켜달라고 온 것은 본인이지 않나.”

그러니 얌전히 말을 들으라는 사현의 말에 시유가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갈 일도 없고, 그녀 역시도 오늘은 맘 편히 집에서 뒹굴 예정이었다.

해결해야 할 일도 협회장에게 다 말했겠다, 적당히 정리되면 그때서 등장하면 될 일이고.

그러나 시유의 대답에도 쉽게 안심을 할 수 없는지 사현이 불안함 가득 담긴 표정을 짓다 이내 하신과 집을 나서야 했다.


후아아. 좋구나.

혼자 먹은 쓸쓸한 식사 시간이긴 했지만 식사도 배불리 했겠다, 나른한 기분에 소파에 누워 갸르릉 거리던 시유는 띠롱 하고 울리는 핸드폰 문자음에 느릿느릿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흐응? 협회장이 왠일이지?

협회장의 번호로 온 문자에 시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며칠 전에 봤으면 됐지 뭘 또 보겠다고.

하지만 혹시 그 일 때문인가 싶어 시유는 어쩔 수 없이 외출 준비를 해야했다. 그 일 때문이라면 사현과 같이 갈 수 없으니, 사현과 하신이 없는 지금이 딱 적시였다.

물론 문을 열고 나가기 전까지 절대 혼자 밖에 나가지 말라며 강렬하게 당부하던 사현의 시선이 걸리긴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도 연관된 이상,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근데 살짝 이상하기도 한데, 에잇,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원래 틈만 나면 연락해서 자주 만나기도 했고.

대충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정리한 시유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 * *


뱀파이어가 모인 회의장 안. 사현이 중앙에서 보고서를 읽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부협회장 짓이라는 건가?”

“네, 네에. 그, 런 것 같습니다.”

귀찮게 됐군. 달갑지 않은 결과에 사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협회장은 이 일과 관련이 없고 말이지?”

낮아진 사현의 기운 만큼이나 창백하게 질린 뱀파이어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일처리적인 부분에서는 협회장도 관련이 있다고 하면 바로 헌터와의 전쟁을 일으키면 되니 간단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피해가 클 터였다.

우선 협회장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안 이상, 협회장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겠지.

헌터가 벌인 일인 이상 그에 대한 직접적인 처리는 협회장에게 있으니.

“협회장을 만나보도록 하지.”

“보나마나 그들이 원하는 것이 뻔한데, 굳이 그래야 하는 겁니까?”

사현의 말에 불만을 느낀 뱀파이어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니면 다른 방법이라도 있나?”

“그냥..”

전쟁을..

그러나 뒤의 단어는 입밖에서 나오지 못했다. 싸늘한 그의 시선에 말을 꺼낸 뱀파이어가 움츠러들었기 때문이었다.

“로드가 죽어서 로드의 말이 우습게 들리는 건가?”

이미 지난 번에도 그 때문에 뭐라 한 소리를 했건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까짓 협약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뱀파이어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았다.

“로드의 맹약이다. 그 자신의 심장을 건 협약이라는 거지. 그것이 가지는 효력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사현의 말에 뱀파이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로드가 직접 약속한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설마 심장을 건 맹약이라는 것까지는 몰랐기에 그 충격이 더욱 컸다.

그러면서 동시에 로드에 대한 원망이 생겼다. 뱀파이어들에게 거의 신 같은 존재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걸 덜컥 맺어버리다니.

비록 로드가 죽었다고 했지만, 심장을 건 맹약이니만큼 그걸 어기게 된다면 뱀파이어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될 터였다.

로드의 죽음은 결국 뱀파이어의 죽음이나 마찬가지니까.

“그 맹약, 대공께서 해지할 수 없는 겁니까?”

나름 로드가 죽은 후, 로드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니 그가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뱀파이어 한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로드의 자리가 이어진다고 하나, 로드의 맹약이 그대로 다음 로드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그런 조건이 걸려 있지 않은 이상.”

그리고 저들은 모르겠지만, 사현은 로드 대리일 뿐이지 로드가 아니었다.

보통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로드가 죽으면, 로드가 사라진 것이 되어 뱀파이어의 세계가 무너지게 되지만 왠일인지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선포되지는 않았지만, 로드의 후계자가 정해졌다는 건데 어째서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는 건지.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언급해봤자 혼란만 가중될 것이 뻔했기에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있는 사현이었다.

“그러니 협회장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현재, 최선의 방법이지.”

그 역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의 동족들을 죽인 헌터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할 수 없는 현실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던 사현은 순간 느껴지는 미묘한 감각에 의아함을 느껴야 했다.

마치 꼭 묘하게 불길하게 느껴지는 것이.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설마. 그가 이럴 정도로 동요될 불안한 일이라면 시유와 관련된 일이라는 생각에 사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 *


흐으응?

문자에 적힌 주소로 향하는 시유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떠올랐다.

어째 자꾸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 건 자신의 착각인가.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 멀쩡한 자기 집이나 협회 놔두고 여기서 보자고 해?

그녀가 사고를 치고 그만두는 것은 아니니 시유가 협회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서 곤란할 이유는 없었다.

아닌가. 있나. 공식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로드의 반지를 가져간 탓에 부협회장에게 쫓기고 있으니 그에게 들키면 귀찮게 되긴 할 터였다.

무슨 일이 벌일지 알 수 없는 거고.

하지만 수상한 건 수상한 거고, 딱히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었기에 시유는 순순히 문자의 주소지로 가기로 했다.

근데, 뭔 놈의 주소가 이따구야!

번지수 보고 집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스마트폰이 있다지만!

자신이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아닌데!

불친절하게도 지도는커녕 번지가 적힌 주소만 덩그러니 보낸 문자에 시유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다 못해 건물 외관이라도 사진 찍어서 보내주던가. 그래야 사진보고 자신아 잘 도착한 건지 아닌지 파악하지.

어쩌면 이렇게 센스가 없는지. 그러니 그 나이 먹고서 혼자 사는 건지.

돌싱이 아니라 아예 노총각인 협회장을 떠올리며 시유가 혀를 찼다.

후아아.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더 걸어가야 돼?

바보처럼 걸어다니는 것이 익숙해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서 무작정 걷기로 결정한 바보같은 자신의 선택에 시유가 한숨을 내쉬었다.

택시 타기엔 돈이 아까워서 말았는데.

가난한 것도 아니라, 그깟 택시비 뭐가 아깝냐고 할 수 있겠지만 멀쩡한 두 다리 두고 택시를 타는 것은 건강한 다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래도 오래 걸었다 했더니 제법 온 건지 거의 다 온 듯 했다. 문제는 도착지가 다가올수록 점점 더 수상해지는 주소의 정체랄까.

멀쩡한 도심 놔두고서 이런데서 보자고 한 건지.

꼭 연쇄살인범에게 속아 제 발로 무덤에 찾아가는 것 같은 느낌에 시유가 인상을 찌푸렸다.

서, 설마 진짜 연쇄살인범이 자신을 노린다던가.

아, 아니면 인신매매범?

불길한 생각에 시유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해도 설마 그럴까. 연쇄살인범이랑 인신매매범이 자신의 번호는 어떻게 알고? 만나기도 힘든 그것들이?

그리고 애초에 그들을 무서워하는 것 부터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그들보다 더 강한 뱀파이어를 상대했던 그녀가 고작 인간인 그들을 상대하지 못해 다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이제 도착인가?

눈앞에 위치한 수상한 건물을 보며 시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유 님이십니까?”

얼레?

저기에 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시유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런데요?”

“협회장 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오십시오.”

흐응. 협회장이 기다리고 있단 말이지.

남자의 말에 시유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협회장의 보좌관은 이원일 텐데 이 남자는 뭔지.

어쩜 이렇게 멍청할 수 있는 건지. 하긴, 협회장도 멍청하니 협회장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던 거라면 잘 한 것 같기도 했다.

“으응, 근데 여긴 어디에요?”

일부러 남자 좀 당황시켜볼까 하는 생각에 시유가 장난스레 물었다.

“이곳은 협회장 님께서 따로 마련한 곳입니다.”

그러니까 따로 마련한 어떤 곳?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둘러 말하는 것이 제법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대답이 궁핍하기 그지없었다.

왜 따로 마련했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려고?

하긴, 그럼 그것대로 대답할 게 있으려나. 하지만 그 어떤 대답이라고 할 지라도 시유에게 통할 리 없었다.

일부러 협회장의 조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고, 호적에도 없는지라 그들은 모르고 있겠지만, 조카인 이상 협회장과 관련된 일들을 시유가 모를 리 없으니까.

“그냥 안으로 들어가면 되는 거에요?”

“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뭘 자꾸 귀찮게 묻느냐는 듯 남자가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에 아예 화내는 모습 구경하게 더 건드려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기로 했다.

도대체 뭐 때문에 부른 거고, 누가 부른거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남자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시유는 생각보다 깜깜한 공간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동시에 달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겨지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시유의 입에선 작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 * *


서둘러 회의를 끝내고 집으로 향했던 사현은 자신의 불길한 느낌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상황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차라리 단지 그뿐이면 나을 텐데. 이전과 다른 느낌은 시유가 혼자 밖을 나갔기 때문만이 아닌 것 같았다.

꼭 뭔가가 있는 느낌.

“결국 나간 건가요?”

왠지 그럼 그렇지, 라는 의미를 담은 표정으로 하신이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느낌이 좋지 않아.”

감이 좋은 편인 사현인지라 느낌이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 뭔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감으로 치부할 수 없는.

“쪽지가 있네요.”

왠일로 쪽지까지 남겼네, 하는 생각에 하신이 어이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사현에게 쪽지를 건넸다.

「저 잠깐 볼 일이 있어 나갔다 옵니다. 정 제가 걱정된다면, 아래에 적힌 주소로 오시면 돼요. 오면 제가 더 좋아할 지도? -시유」

꼭 이곳으로 오라는 것 같은 뉘앙스의 말에 사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서 이곳에 간 건지, 쪽지를 남긴 이유는 무엇인지. 단지 그가 걱정할까봐 남긴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가지.”

사현의 말에 하신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다시 집을 나갔다.

집에서 나오는 사현의 표정은 꼭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듯 불안함에 잔뜩 굳어져 있었다.


작가의말

 

 

뭐든 말을 잘 들어야 해요...

 

(학교는 축제라는데, 학교는 휑하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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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25화-그렇게 그들은. +6 14.10.02 1,077 6 10쪽
24 24화-그녀를 향한 진혼곡. +2 14.10.01 747 5 13쪽
23 23화-그녀의 마지막? +2 14.09.30 819 9 13쪽
» 22화-이곳으로 오시오. +4 14.09.29 1,329 4 13쪽
21 21화-그렇게 우리는. +2 14.09.27 947 8 13쪽
20 20화-드러나는 음모. +2 14.09.26 873 4 14쪽
19 19화-처음 해보는 것. +2 14.09.25 675 6 13쪽
18 18화-그녀의 분노 +2 14.09.24 806 4 13쪽
17 17화-아픔속 피어오르는 감정. +2 14.09.23 759 6 13쪽
16 16화-그의 경고 +2 14.09.22 755 6 13쪽
15 15화-그녀가 다치면 안되는 이유. +4 14.09.20 622 7 13쪽
14 14화-그의 은밀한 사정. +6 14.09.19 939 8 13쪽
13 13화-그대와 오붓한 데이트? +2 14.09.18 686 3 13쪽
12 12화-그가 혼자 노는 이유. +4 14.09.17 750 5 13쪽
11 11화-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2 14.09.16 768 6 13쪽
10 10화-도대체 너의 정체는 뭐지? 14.09.15 734 5 13쪽
9 9화-그와 그녀의 사정. 14.09.13 774 6 13쪽
8 8화-우와, 감사합니다! 14.09.12 862 5 13쪽
7 7화-자고 일어나니 그녀가 딱? +2 14.09.11 797 8 13쪽
6 6화-좋은 밤 보내겠습니다. 14.09.10 944 6 14쪽
5 5화-그녀는 강했다. +2 14.09.04 780 8 14쪽
4 4화-그럼 오늘부터 1일? 14.09.03 492 8 13쪽
3 3화-그녀의 정체는? 14.09.02 981 6 13쪽
2 2화-도둑에겐 봉으로 명치 찌르기. 14.09.01 909 10 13쪽
1 1화-반갑습니다. 죽어가는 중입니다. +6 14.08.29 1,560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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