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8,120
추천수 :
469
글자수 :
956,738

작성
22.05.19 09:19
조회
89
추천
5
글자
16쪽

추적자 I

DUMMY

사이토의 눈은 푸르다. 그가 알지 못하는 먼 조상 중 누군가 외국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흘러들어온 것일까. 어린 시절에는 짙은 갈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는데, 스무 살이 넘으며 갑자기 눈 색이 변했다. 병이 아닐까 싶어 병원도 자주 찾았지만, 결국 알아낸 것은 시력이 조금 나빠졌다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나이가 들어 눈 색이 변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놀림을 받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내세울 점도 아니었기에, 그는 경찰직에 지원하며 눈 색을 속이기 위해 렌즈까지 꼈었다. 논캐리어 출신으로 진급의 한계를 느낀 지금은 렌즈를 빼고 살고 있다.


그는 바다를 보았다. 눈 색과 비슷한 데 보다 짙어 질투심을 느끼는 바다를.


“경부.”


다가온 부하의 부름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빛이 반사되어 더 연해진 눈 색 때문에 이시토는 창백한 시체를 떠올렸다.


“현장 정리되었습니다. 가보시겠습니까.”

“...이시토.”

“예.”

“냄새가 난다.”


이시토는 캐리어 출신으로 앞으로 두 달 뒤면 사이토와 같은 경부가 된다. 그러나 그때가 되어도 사이토를 존경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탁월한 감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사이토는 이시토의 닮고 싶은 사람이며 스승이었다.


“어떤 냄새입니까.”

“이 부근에서 싸운 흔적이 있을 것이다···. 찾아라.”

“하잇!”


찾으라면 찾으면 된다. 이시토는 우람한 근육을 흔들며 뛰어가 순사들을 불러왔다. 곧 사이토가 선 장소의 정밀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핏방울이 발견되었다. 그 아래 흙은 축축이 젖은 다량의 출혈 흔적도 있었다.


“경부, 역시 이시하라는 옮겨진 것입니까.”

“그럴 것이다. 시신 인근에 흘린 피가 없었지.”


가볍게 훑어보고 바로 파악한 것에 이시토는 다시금 존경심이 커졌다.


“역시 조직 간의 항쟁이었을까요.”

“이시토.”


지그시 보자 이시토가 긴장해 차렷 자세를 취했다.


“단정 지으면 안 된다. 머리를 식히고 주변을 보아라.”

“하잇!”

“...멋진 곳이다.”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지닌 곳을 이시토는 공감하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이 창고들은 과거 후쿠오카 항의 중요 시설이었다. 많은 물류가 이곳에 모였다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과거의 영화가 사라져, 접안 시설까지 파도에 휩쓸려갔지···. 그러나 자연은 이곳을 다시 정복해냈다. 바다는 너희가 올 곳이 아니라는 듯, 거칠게 알려주고 있다.”


멍하니 그의 말을 곱씹을 때, 사이토가 말했다.


“바닥에 가득한 조약돌로 사람을 죽이려면 어떻게 할까.”

“예? 아직 흉기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돌이다. 상처의 크기를 보면 분명해. 다만 그 방법을 이해할 수 없다. 가능한 방법은···. 조약돌을 놓고 망치로 내리친다면? 그게 제일 가능성이 크다. 그게 아니라면···.”


갑자기 사이토가 웃었다. 그 순간 이시토의 표정이 굳었다. 사이토가 웃을 때마다 그는 심장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으니까. 이번에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바다를 뒤져봐야겠군.”


이시토는 넓은 바다를 보았다. 파도는 거칠고, 커다란 돌이 뒤엉킨 해변이었다. 어떻게 저곳을 수색할까 생각할 때, 사이토가 바닥의 돌을 주웠다. 그리고 갑자기 멀리 던졌다.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까.”


수사본부로 돌아온 사이토는 현장 사진을 다시 훑어보았다.


“악인은 이 여섯이 분명한데···.”


감금된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유력인사 여섯과 그 외 조직원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후쿠오카 최대조직인 난세파의 형제조직의 간부도 현장에 죽어 있던 사람 중 하나였다. 조직원 한 명을 포함한 다섯이 비슷한 흉기에 의해 머리뼈가 깨지며 사망했다. 한 명은 단검에 의해 사망했다. 이를 보고 조직간 항쟁이라는 최초 보고서가 올라갔었다. 그렇게 사건이 묻히려 했지만, 세상에 퍼진 동영상이 문제였다.


인질들의 최초 발견자인 한국인 스트리머가 퍼트린 동영상을 본 유가족과 피해자의 가족, 그 외 여러 단체에서 제대로 수사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거기엔 납치된 이들을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스트리머를 일본 정부가 강제 추방한 것에 대한 분노도 섞여 있었다. 신고자를 거칠게 제압해 감금 심문한 일도 널리 퍼져, 일본 경시청은 세계적인 비웃음과 비난을 받는 중이다.


그에 경시청은 최고의 수사요원으로 인정받으나 진급은 시켜주지 않는 사이토를 주축으로 한 수사팀을 편성해 후쿠오카에 보낸 상태다. 사이토는 이번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면 진급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기에, 이전보다 더 열성적으로 파고드는 중이다. 순사 출신으로 경부까지 올랐지만, 그것이 한계였기에 그는 경찰조직에 회의를 느끼던 중이었다. 이번 약속도 흐지부지 넘어갈 것을 알지만, 그는 사건 자체에 흥미를 느껴 맡았다.


“이시토.”

“하잇.”

“이영곤의 심문 기록은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것이지? 가서 알아봐.”

“하잇!”


이시토를 내보내고 사이토는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영곤의 사진을 보았다.


“혼자서... 가능한 일일까.”


그는 눈을 감고 칼과 창까지 든 이들과 이영곤이 싸우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큭.”


그리고 웃었다. 돌을 던져 사람을 쓰러트리는 장면을 상상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조소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는 그 외엔 다른 흔적은 없었다. 사이토는 이미 시신들이 있던 창고에서 이영곤의 것이 아닌가 싶은 혈액도 발견했다. 피해자나 납치범들의 것이 아니었기에, 유기된 피해자가 아니라면 이영곤의 것이다. 그런데 후쿠오카 본부에서는 이영곤을 빨리 내보내려고 기본적인 혈액 표본조차 구해두지 않았다. 여행 중인 외국인이라 어려운 일이긴 했으나, 몰래 추진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경부!”


이시토가 돌아왔다. 생각을 정리한 사이토가 보자 이시토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지웠습니다.”


사이토가 천천히 일어나자, 함께 온 경찰들이 모두 일어났다.


“누가. 누가!!”

“본부장 지시였답니다.”

“빠가야로!”


사이토가 책상을 걷어차고 씩씩거리며 걸어가자, 서른 명의 수사요원들이 그 뒤를 쫓아갔다. 사이토는 후쿠오카 본부장의 직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꽝!


강하게 문을 닫자, 앉아 있던 본부장이 화난 표정으로 일어났다.


“...예의를 지켜라. 경부.”

“왜 그런 지시를 한 것인지 말씀하십시오.”

“심문 중···.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누군가 이영곤의 머리를 때렸다. 그 말을 듣고 사이토는 기막혀 웃었다.


“최초 신고자를 범인으로 오인해 압송해온 것도 모자라서, 폭력을 쓰며 심문했다는 겁니까?”

“혼선이 있었다. 그는 일본어를 하지 못했다.”

“외국인이라는 보고도 안 들어간 겁니까?”

“...그곳에 대한 제보가 전부터 있었다.”


사이토는 혀를 차며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본부장이 그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거기서 죽은 시의원이 소유한 곳이라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걸 숨기려고... 중요한 참고인의 자료까지 삭제했다는 겁니까.”

“어쩔 수 없었다. 한국을 무시하기엔 사안이 컸다. 전방위로 압박이 들어오는 중이라는 것을 자네도 알 텐데?”


‘닥쳐, 그 더러운 입을 그만 닥쳐.’


과거의 사이토였다면 욕을 퍼부어줬을 것이다.


“심문 담당관들을 제게 보내주십시오.”

“알겠네.”


나가려다 사이토가 돌아서서 물었다.


“누가 추방을 지시한 겁니까? 제가 알기로 외교부는 아니었습니다.”

“그걸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지... 분명 연락이 왔었고, 그래서 추방 조치한 것인데.”


‘여기저기 꼬였군.’


사이토는 복잡할수록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꼬여도 너무 꼬였다고 생각했다.


*


심문을 담당한 두 사람은 사이토의 눈빛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조서를 썼을 텐데. 가져왔나.”

“예, 경부.”


조서를 읽고 사이토가 그들을 다시 보았다.


“왜 폭력을 쓴 것이지?”

“그, 그자의 태도가 화를 부추겼습니다.”

“흐음, 어떻게 했기에?”


목소리가 부드러워지자 두 사람이 고개를 슬쩍 들곤 말했다.


“이름을 물었더니 계속 알 수 없는.”


퍽! 퍽!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은 멍하니 있다가 사이토가 책상을 뛰어넘어 발을 내밀자 다급히 굴러 피했다.


-잡아!

-경부! 진정하십시오!


사이토는 다섯이 달려들어서야 겨우 진정했다. 그러나 그가 멈춘 것은 이시토가 은근슬쩍 두 심문자를 감싸는 척하며 때리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왜 옆구리가 아프지?

-난 허벅지가...


두 사람이 다시 자리에 앉자, 사이토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말했다.


“아유 크레이지?”

“예?”

“무슨 말씀이신지.”

“...영어 한마디도 못 하는 너희가 한국인에게 일본어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못 한다고 머리를 내리쳤다. 너희 머리는 장식이냐? 이 표현은 한국인이 즐겨 쓰는 것이다.”


두 사람도 억울했다. 통역이 없는데 어떻게 심문하냐고 상관에게 물었지만, 대충 조사하고 보내라는 말만 들었다.


“저희는 지시받고 심문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조서는 어떻게 쓴 것이지? 통역도 없다. 한국어도 모른다. 그런데 조서는 빼곡히 채워져 있군. 심지어 다섯 번이나 그의 이름을 틀려 썼고. 이건 자네들이 상상으로 만든 조서겠군... 빠가야로!”


책상을 걷어차자 두 사람이 다시 쓰러졌다. 사이토는 이번에는 뛰어넘어가 날뛰지 않았다.


“너희 같은 놈들 때문에 우리까지 욕을 먹는 것이다. 멍청한 놈들. 돌아가.”


억울함이 많이 남았는지 둘은 나가며 투덜거렸다.


-맞은 것은 우리 쪽인데.


“이시토!”

“하잇!”


이시토는 이미 달려가 문을 나가려던 두 사람을 번쩍 들고 와 사이토 앞에 내려놓았다. 거구라는 것은 알았지만, 두 사람을 들고 움직일 정도로 힘도 좋은 줄은 몰랐던 많은 이들이 놀랐다.


“방금 한 말. 다시 해.”

“무슨 말씀이신지.”

“맞았다. 그렇게 말했다.”

“....”

“부끄러운가. 더 부끄럽게 해줄까. 한적한 시골 마을로 좌천되고 싶은 것인가.”

“...맞았습니다. 머리를 내리치자 갑자기 날뛰어서... 힘이 굉장했습니다.”


순간 사이토의 눈이 빛났다.


“얼마나?”

“예?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절 던진 것은 기억납니다.”

“저도 던져졌습니다. 그런데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잡고 가볍게 내려줬기에.”

“이시토.”

“하잇!”

“던져봐.”


이시토는 사이토가 뭘 바라는지 정확히 안다. 그는 두 사람에게 어떤 동작으로 날아갔는지 등을 묻고 그대로 해보았다. 던지는 것은 가능했지만, 가볍게 내려주는 것은 실패했다.


“크어억!”


덕분에 두 사람은 바닥을 구르며 아픔을 달래야 했다.


“저 둘의 무게는.”

“순사장은 팔십이, 순사부장은 구십오입니다.”


일어난 두 사람에게 사이토는 눈으로 물었다.


“비슷합니다. 팔십오입니다.”

“저는 구십칠입니다.”

“...이영곤의 키는 얼마나 되었나.”


순자장이 순사부장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이마를 올려다보았다.


“저희보다 컸습니다.”

“여기 비슷한 체형이 있는지 골라보게.”


두 사람은 곧 경시청 소속 요원들을 살피곤 한 사람을 지목했다.


“나오게.”

“하잇!”


나온 이도 사이토가 뭘 바라는지 알기에 바로 움직였다. 갑자기 달려들어 자신을 던지려 하자, 순사부장이 기막혀하며 그의 허벅지를 쥐었다. 두 사람 다 유도경력이 상당해, 한동안 그런 잡기 싸움을 벌였다.


“그만.”


씩씩거리며 물러나 두 사람을 보며 사이토가 웃었다.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이시토는 침을 삼켰다.


“이시토.”

“하잇.”

“비행기표를 구해라.”

“...하잇!”


*

*

*


정신이 없는 와중에 사용한 조약돌을 바다에 던질 정신은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어설픈 뒤처리로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내 존재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백리형님.”

“왜.”

“어디 숨어 살 곳 없나요.”


리안 백. 동네 미친 아저씨가 아닌, 특수부대 출신 참전용사에다, 미국 갱스터이며, 살인술의 마스터는 아는 것이 많았다. 특히 음지의 일들에 대해선 빠삭하다.


“러시아로 갈래?”

“배 타고요?”

“그래, 배는 마련해주지.”

“멀미 심한 걸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강제 출국당해 서울로 돌아온 뒤, 난 갈 곳이 없어 백리형네 집에 머무르는 중이다. 관장님을 찾아갔더니 제법 트레이너 폼이 나는 형이 혼자 사니 들어오라고 해주셨다. 대신 집안에 쌓인 각종 쓰레기를 버리고, 청소하고,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었다.


“동남아 여행은?”

“더워서 가기 싫어요.”


여름이니까.


“그러니 러시아로 가.”

“말을 모르니까...”

“이것저것 따지면 갈 곳은 없다. 말하는 걸 보니 급하지도 않은 것 같군.”


웃으며 형이 칼을 꺼내 휘둘렀다. 사과도 그냥 안 먹고 꼭 잭나이프를 꺼내 조금씩 깎아 먹는다.


“형하고 백패킹 다니는 게 재밌어서요.”


형은 서바이벌 전문가다. 뭐가 부족하면 뚝딱 만들어 해결해낸다. 쉬는 날, 혹은 일이 빨리 끝나는 날에도 가까운 산이나 캠핑 장을 가는 형을 따라다니고 있다. 나중에 써먹으려고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돈 모으면 캠핑카 살 거다. 이 지겨운 임대아파트를 떠나서.”

“그것도 괜찮네요.”

“차를 구하면 러시아로 들어가서 유럽까지 달려갈 수 있다. 지금 국경 상태가... 그렇군. 동남아시아도 충분히 갈 수 있다. 중국을 거쳐야 하지만.”


중국 좀비들을 떠올리자 매력적인 여행길이 험로처럼 느껴졌다.


“저도 형처럼 여러 언어를 잘하면 좋겠어요. 그럼 아무 곳에나 갈 텐데.”

“여자를 사귀면 된다.”

“...그건 형이니까 가능하죠.”

“너도 충분히 먹히는... 몸이다.”


아마 얼굴은 아니라 여긴 것 같다. 사과를 다 먹은 형은 바로 벤치프레스 위에 올라갔다. 평소에도 꾸준히 단련했지만 먹는 것이 부실해 운동량을 줄였단다. 그래서 지금은 엄청나게 먹고, 엄청나게 운동한다. 거의 자는 시간을 빼면 먹고 운동하며 몸을 불리고 있다.


“왜 그렇게 몸을 만들어요?”

“무게가 적으면 쉽게 밀려난다. 몸싸움에서 지면 죽는 것이지.”


보통 사람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싸움에 대비하며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형이 그런 사람이다. 갱단과 어울렸다고 들었기에 그쪽과의 원한이 있나 싶지만 다른 것도 있다.


“...전에 말한 좀비 이야기죠?”


내가 형 곁에 있는 이유는 그 좀비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이기도 한다. 아직 듣지 못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너도 너무 가벼워.”

“소화력이 좋아서 안 쪄요.”

“그럼 더 먹으면 된다.”


백리형은 이렇게, 현명한 것인지 아닌지 종종 헷갈리게 한다.


“오늘 오리나 삶아 먹을까요?”

“...아홉 시에 돌아온다.”

“오케이. 맞춰서 준비하죠.”

“...배로 갚을게.”

“알아요.”


시장으로 가는 길에 한 여자를 보았다. 순간 유지인가 싶어 나도 모르게 숨으려 했다.


‘아니겠지.’


유지가 그 방송을 봤다면,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든 반응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유정 누나에게 무슨 말이라도 남겼을 테지만,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는다. 날 완전히 잊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리를 사고, 부추도 두 단 샀다.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라 나도 형도 좋아한다. 약재를 넣기 위해 자리를 옮길 때였다. 멀리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복장으로 다가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한 명은 레슬러처럼 큰 몸을 지녔고, 한 명은 인상이 날카로웠다. 특이하게 눈동자만 푸른 빛이었다.


‘정부로군.’


난 급하지 않게 몸을 숙이며 움직였다. 천천히 시장의 뒷골목으로 나가 주택가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 숨어 시장 안을 살폈다. 두 사람은 내가 섰던 곳에 멈춰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확실하군.’


도망가야 할 이유가 더해졌다. 문제는 정상적인 경로로 나갈 수 있는지였다.


‘아, 백리형. 아무래도 캠핑카 사야겠어요.’


배 타기 싫지만, 조용히 밀항하려면 그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나가보고. 안되면 밀항해야겠군.’


그게 안 되면... 난 멀리 북쪽을 바라보았다.


‘에이, 그건 아니지.’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 스트리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추적자 I 22.05.19 90 5 16쪽
15 창과 돌 II 22.05.18 97 6 19쪽
14 창과 돌 I +1 22.05.18 98 6 16쪽
13 나락 22.05.17 104 7 17쪽
12 백만 스트리머 +1 22.05.17 118 6 19쪽
11 미국좀비 V 22.05.16 117 7 20쪽
10 미국좀비 IV 22.05.16 124 6 16쪽
9 미국좀비 III +1 22.05.15 148 7 16쪽
8 미국좀비 II +1 22.05.15 153 7 15쪽
7 미국좀비 I +2 22.05.14 181 9 18쪽
6 좀비친구 22.05.14 206 11 20쪽
5 식인종 +1 22.05.13 219 11 17쪽
4 우리는 좀비다 II +3 22.05.13 263 17 17쪽
3 우리는 좀비다 I 22.05.13 297 17 16쪽
2 변화 +1 22.05.13 449 27 19쪽
1 목격자 +2 22.05.13 843 36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