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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8,115
추천수 :
469
글자수 :
956,738

작성
22.05.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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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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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미국좀비 IV

DUMMY

선수들이 내게 달려오려 하기에 급히 던지는 자세를 취했다. 그들은 급히 물러났고, 그만 내게 달려왔다.


“괴, 굉장하잖아!”


난 그가 왜 놀라는지 의아해졌다.


“형도 던지잖아. 이 정도는.”

“뭐? 아닌데?”

“...아니라고?”


그 순간 힘없이 내게 당했던 조두영이 떠올랐다. 또 중국인 좀비들도. 대장 좀비도 그리 강하지 않았었다. 변신한 그놈, 강시라 불린 그놈이 나와 비슷한 정도인가 싶다.


‘하긴, 다른가.’


박진웅은 나처럼 냄새를 맡지 못한다. 촉각, 청각, 시각, 후각 모두 전보다 훨씬 발달했지만, 좀비 냄새를 구분하지 못했다. 돌아온 김재진과 이영선이 헬스장에 찾아왔었는데 알아보지 못했었다. 내가 만난 좀비 중 날 알아본 건 그녀가 유일하다. 텔레파시 같은 능력을 지닌···.


“계약하자.”

“허. 한계가 있다니까.”


해봐서 안다. 체계적으로 운동해온 이들을 난 따라잡지 못한다. 할 수 있다고 해도 눈에 띄어 실험대에 올라가기 싫기에 해선 안 된다.


“알면서 왜 그래?”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흠, 저 놈들 내가 약물 했는지 의심하는 눈빛인데.”


슬쩍 돌아보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하면 눈이 달라져. 눈이 붉어지기에 한 놈들은 선글라스 끼고 다니지.”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다.


“봤어?”

“발표 안 했지. 구단에 많았어. 특히 내가 있던 이군 쪽에서 많이 잘렸다.”

“그랬군. 음? 저 녀석 쳐보려나 본데?”


앞서 나선 타자가 다시 섰다. 그는 도발하듯 내게 손가락을 까닥거리기까지 했다.


“저놈 몸값 얼마야?”

“...불안하게 뭘 하려고?”

“저러다 몸에 맞으면 어쩌려고 저러지?”


그 말에 그가 웃으며 타자에게 뛰어갔다. 곧 둘이 뭐라고 크게 떠들더니 타자가 보호장비를 차고 나왔다.


“다쳐도 아무 말 안 하기로 약속받았다.”

“그걸로 돼?”

“...유지야, 녹화되었지?”

“네, 오빠.”


만족한 표정으로 그가 날 보았다.


“저놈 콧대만 꺾어줘.”

“흠, 보상은?”

“...형 취소해주지.”

“웬일로?”

“주민번호 봤어. 빠른이던데?”

“흐흐흐.”

“왜 말을 안했어?”

“입만 아프니까.”

“학교 같이 다닌 거잖아.”

“같은 학교 아니니까. 군에서도 그걸로 조금 귀찮았어.”

“...삼진까지 안 바란다. 세 번 던져서 저놈이 하나도 못 맞추면 우리가 이기는 거야.”

“얼마나 걸었기에.”

“크게 걸면 걸려. 오 달러씩이야. 기분이지.”

“후, 해볼게.”


그가 물러나고 난 다시 자세를 연습했다. 그때, 투수 중 한 명이 다가와 내게 자세를 보여주었다.


“허리를 쓰라는 건가?”


내 질문을 유지가 통역해 주었고, 더욱 자세한 강좌를 받을 수 있었다. 난 다시 타자를 잠시 물러나게 했다. 그는 내 자세가 바뀐다는 것을 알기에 투덜거리지 않고 물러나 기다려 주었다.


퍽!!

-웃! 쉣!!


오른쪽으로 많이 쏠려서 들어갔다. 타자가 있었다면 정강이가 부러졌을 것이다. 속도계를 보니 174였다. 난 단기 스승을 보았고, 스승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몸과 말로 설명해 주었다.


“발 디디는 것도 중요하군.”


다시 던졌다. 이번엔 왼쪽으로 치우쳤다. 그래도 스트라이크존으로는 들어갔다. 구속은 느려졌다. 난 더 빨리 던지는 방법을 물었고, 그는 적응되면 더 빨라질 것이라 말했다. 그의 말처럼 던질수록 빨라지는 것이 눈에 보이자 즐거워졌다.


“이거 재밌네.”


펑!!


미트에 닿는 소리에 짜릿함도 느껴졌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몰입해 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 주변은 싸늘해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191이 찍혀 있었다.


‘너무 나갔군.’


난 팔이 아프다는 듯 휘휘 돌렸다. 그리고 멍하니 선 타자에게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는 잠시 주저하다 이내 침을 탁 뱉고 자리로 들어와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포수가 쉬고 싶다며 교체를 원했기에 우린 잠시 서로를 보며 기다려야 했다.


-컴온!


나중에 그가 한 행동들이 투수를 도발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지만, 그런 것을 모르는 상태라 그의 태도에 화는 조금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다치지 않기를 기원했다.


펑!!


“와.”


그는 배트를 휘둘렀다. 조금 빨리 내 공이 미트에 닿았지만, 그의 반응 속도는 상당했다.


-예측한 거야! 자세를 보여줬잖아!


그가 소리쳤다.


“그런 것이었군.”


-없다고 생각하고 던져!


의식하지 말라는 말이 도움이 되었다. 그가 서자 미트가 보이지 않고, 스트라이크존도 좁게 느껴졌다. 난 그를 무시하고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취했다.


휙! 펑!!!


이번엔 더 큰 소리가 났다. 포수가 주저앉아서 손을 털 때 난 속도계를 보았다.


‘이백은 어려운 건가.’


타자는 손도 움직이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지만, 세 번 던져서 맞추는 것이 승패를 결정하니 내가 이긴 셈이다.


“라스트 원!”


크게 말하자 타자가 또 침을 뱉으며 자세를 취했다.


‘히드라냐.’


마지막이니 한계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몸에 힘을 주었다.


“멈춰요! 그러면 안된다고 말했어요.”


투수들의 지적을 유지가 통역해주었다.


“난 저들과 다른데.”

“그래요? 뭔지 몰라도 위험하다는데요?”

“...그런가. 전문가들 말이 맞겠지.”


펑!!


마지막에도 그는 배트에 맞추지 못했다. 휘두르긴 했지만 조금도 맞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 아래로 깔려 들어가는 공이라 포수도 잡지 못했다.


[159km/h]


‘힘을 줬더니.’


투수들의 말을 무시하고 약간 힘을 준 결과였다. 난 포수와 타자가 물러난 뒤 공 하나를 잡았다.


“더 할 거냐고 묻는데요?”

“아, 마지막으로 얼마나 나오나 보려고.”


포수가 다시 서려 했기에 손을 휘저었다. 그가 옆으로 물러나 서는 모습을 보고 난 평소 돌을 던질 때처럼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힘을 빡 주고 두 걸음을 총총 뛰어 공을 던졌다.


펑!!!


“어, 젠장.”


뒤에 둔 매트에 구멍이 나버렸다. 속도계를 보지 못하고 주변에 고개를 꾸벅거려 사과했다.


-왁!!!


또 함성이 터졌다. 속도계를 보니 211km라고 찍혀 있었다. 내가 두 걸음이나 앞으로 나가서 던진 것이라 정확한 수치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200을 넘었다는 것은 기뻤다.


*


나로 인해 분위기가 엉망이었기에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난 그와 유지와 함께 인근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다 먹었어?”

“다 먹었니?”


나와 그의 질문에 유지가 혀를 차며 일어났다. 우린 자리를 옮겨 2차로 국밥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마음껏 선지를 먹었다. 흥분을 가라앉히는데도 선지가 좋다.


“여기도 괜찮네?”

“안 와봤어?”

“자주 먹을 필요는 없으니까.”

“깍두기 맛있다.”


오물오물 깍두기를 먹는 유지를 흐뭇하게 보다, 나와 그는 새로운 국밥을 맞이했다.


*


자꾸 입단하라고 구단 관계자들이 떠들어서 난 팔에 깁스하고 다녔다. 그러자 언제 회복되는지, 언제 계약할 것인지 물으며 유지를 괴롭혔다. 차라리 약을 먹었다고 할까 싶을 정도로 그들은 집요했다. 결국 역할을 바꿔서 누나가 나 대신 투입되었다. 누나가 연습을 지켜보는 장면은 시나리오 마지막에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이미 열애설은 크게 나돌고 있었고, 누나는 그걸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지내는 중이다.


이미 박진웅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씻은 듯 사라진 상태다. 나에 대한 소문은 더 커졌는데, 박진웅의 학교 동기들이 나를 처음 본다는 이야기를 퍼트렸고, 얼마 뒤 내가 헬스장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것까지 알려졌다.


“이 댓글 아무리 봐도 양트 같은데?”

“오빠, 고소할까요?”

“...아냐. 됐어. 부러워서 이러는 것이겠지.”


[내가 아는 친구의 지인이 알려줬는데, 저 동생이라는 놈 별거 없습니다. 박선수에게 빌붙은 것도 같은 헬스장에서.... 저 녀석 헬스장 청소부입니다.]


“청소부는 아닌데.”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전화를 걸었다. 관장님이 받기에 양트를 바꿔 달라고 말하자, 쫓아냈다고 하셨다.


-회원하고 문제가 있더군. 규정 위반한 놈이 왜? 또 무슨 일 저질렀나?


난 사실대로 댓글에 대해 말했고, 관장님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뭘 어떻게 했는지 댓글은 사라졌고, 사과 댓글이 대신 올라왔다. 그리고 그날 양트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날 좀 살려줘.

“사과부터 하시죠?”

-미안해. 알잖아. 나 생각 없는 거.

“자각은 잘하신다니까... 청소부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래도 형이라고 부르며 지낸 게 몇 개월인데.”

-술 먹고 미쳤나 봐. 정말 미안해. 나 알잖아. 생각이 없지 나쁜 놈은 아니라는 걸.


그게 나쁜 거라고 난 말해주었다.


-나 일 못하면 큰일 나. 몇 달 후에 애가 태어난다잖아. 미치겠어. 관장님이 네가 괜찮다고 하지 않으면 내 소문 돌린다잖아. 나 이 업계에서 매장되면 기저귀는 누가 사냐고.


“허, 울어요?”


자신의 처지가 불쌍해서 우는 것 같았다. 생각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난 더 화내지 않고 용서해 주었다. 말은 함부로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없을 때 청소도 도와주고, 밥도 사준 사람이었으니까.


*


-원래 그런 거야. 소문이 사실이 되고. 드라마가 현실이 되는 법이지.


오기 전 누나가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주 만나서 그런지 두 사람의 관계가 무척이나 빠르게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난 동생이라고 단정 지어놓고, 박진웅은 다르게 보이는지 누나는 여자처럼 굴었다.


“사장님, 어쩌시려고 그래요?”


유지가 한마디 하자, 누나는 쓸쓸한 눈으로 먼 곳을 보았다.


“부모님이... 나 아니면 누가 두 분을 모실까 싶어서.”

“전 세계에 수억은 있어요.”

“유지 너... 아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누가 봐도 알겠던데요?”


따박따박 대드는 유지가 귀여워 흐뭇하게 보고 있자, 누나가 내게 눈짓했다. 난 유지를 위해 나가지 않고 버텼다.


“...그런데 이게 어디서 사장님에게?”

“언니라면서요? 카메라 켜요?”

“...너 많이 컸다?”

“사장님이 잘 키우셨죠. 그래서 어쩌시려고요? 선배들이 그만 시달리고 싶다고 어떻게든 해달라잖아요.”

“지들이 뭘 한다고. 칫. 오늘 생방하자.”


누나는 정면으로 부딪칠 것처럼 비장하게 말했지만, 방송에서는 웃으며 열애설에 대한 말들을 넘겼다. 그러다 채팅이 도배되자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다들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네요. 우리 회사의 신입이 마침 박진웅 선수와 친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 이곳에 오게 된 계기입니다. 저와 박진웅 선수는 그렇고 그런 관계가 아니었고요. 지금? 그건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해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그건 제 마음일 뿐이죠.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전 부모님이 없어요. 남동생이 군에서 의문사를 당한 뒤 어머니가 돌아가셨죠. 그 뒤 어떻게 커왔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시잖아요. 제가 연애할 시간도 없이 살았다는 것도... 맞아요. 마음은 가요. 멋있잖아요. 풋! 그쵸? 제가 누누이 말한 돈 많은 남자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박진웅 선수 생각보다 순수해요. 예의도 바르죠. 교장 선생님이 아버지인데 당연한 건가? 큭!


누나의 말 몇 마디에 채팅방의 흐름이 바뀌었다. 어서 잡아서 팔자를 펴라는 등의 응원 글이 쏟아졌다.


‘남자보다 여자 시청자가 많다더니...’


그런 흐름을 누나는 두고 보지 않았다.


“내 동생. 착하지 않아요? 박 선수 아버지 걱정에 바로 날아오고. 비행기표 끊어줘도 그게 쉬운가요? 자기 일도 그만두고 왔는데. 모르시죠? 동생도 돈 잘 벌어요.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오천인가? 놀랐죠? 저도 듣고 놀랐다니까요. 무슨 일? 뭐더라? 무슨 기술직 같았어요. 풋! 왜요? 잡아보려고요? 쯧쯧. 우리 막내도 노리는 사람입니다. 우리 막내 있는 집 딸이에요. 그런 애가 왜 절 따라다니냐고요? 제 팬이라며 찾아왔더라고요. 웃기죠? 하는 짓은 더 웃겨요. 얼마나 귀여운데요. 그 나이인데 당근을 못 먹어요. 아아, 우리 막내는 보호해야 하니 그만~. 밤이 늦었네요. 네? 아, 거긴 시간이 다르구나. 아차. 이렇게 시체가 나서 큰일이네요. 네?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


시차라는 말이 채팅창을 채웠다. 누나는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고, 훈훈한 분위기로 방송은 마무리되었다.


“안 자고 기다렸어?”

“존경스럽네요.”

“...중요한 것은 진심이야. 난 날 응원하는 이들, 찾아와준 이들을 사랑해. 그걸 알아주길 바라며 말하지. 진심은 통하더라고.”

“누나가 예뻐서 통하는 거예요.”

“풋! 물론, 미모도 한몫하고 있지.”


다음 날 정오 무렵, 우린 누나가 열애설을 인정했다는 뉴스들을 보았다.


“이것들이 더 무서운 놈들이야. 악플러는 장난스러울 정도지.”

“이게 듣기만 하던 기레기로군요.”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걸 여과해줄 곳이 없어.”

“대응 안 해요?”

“피부를 긁으면 때가 나오지만, 이런 것은 긁으면 안 좋아. 진실이 없으니 괜히 반박해봐야 나만 손해지. 우리 애들이 적절한 대응은 하는 중이야.”


여론전이라는 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날 볼 수 있었다.


“급하면 전문가들을 고용하기도 해.”

“허, 댓글부대.”

“조회수 올려주는 곳도 있어. 백만 만들어주고 빠지는 곳도 있고. 그래봐야 알맹이 드러나면 결국 떨어져 나가지. 넌 이런 나쁜 물 들지 마.”

“할 생각도 없어요. 이런 세상에는 발도 들이지 않을래요.”


이미 들였다며 누나는 웃었다. 그 말을 난 며칠 뒤 실감했다.


*


길을 걷다 시원한 게 마시고 싶어 들어간 곳은 세계 어디에나 있는 커피전문점이었다. 미국에 온 지 그래도 한 달은 지났다고, 난 버벅거리지 않고 커피를 주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커피를 받아서 나오려는데 누군가 날 잡았다. 이 무례한 여자는 뭔가 싶어 보자 그녀가 말했다.


“맞아?”


맞을래? 속으로 말하며 웃자 그녀가 되물었다.


“맞아? 진웅팍 프렌?”

“예...쓰?”

“오우!”


여자는 날 그리워했단다. 날 보기 위해 중부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고 한다. 그러며 연신 굿보이라 말했다. 난 흥분한 그녀를 달래 앉히고, 쇼핑을 즐기고 있던 유지에게 구원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 이분인가요?”

“뷰티플! 아이노우! 편집여자.”


유지를 보고 그녀는 또 반가워했다. 내 동영상에 유지가 몇 번 나와서 알아본 것 같다. 그녀는 내 31만 2천 번째 구독자였다. 오십만을 넘어선 지금, 난 유정 누나의 푸시와 박진웅 효과를 제대로 받았다는 말을 듣는 중이다. 그게 화가 나기도 해, 내 공던지기 동영상을 공개해 버릴까 하는 위험한 생각까지 했었다. 내세울 것이 그것밖에 없었다.


그녀는 날 비난하지 않는 순수한 구독자로, 영어로 된 자막을 꼼꼼하게 읽으며 나와 박진웅의 관계를 생각했고, 그에 감동하여 찾아온 것이다.


누나의 지시를 받았는지 유지는 벌써 핸드폰 카메라를 돌렸고, 빠르게 마이크를 꺼내 그녀와 내게 채웠다. 난 그녀가 날 굳이 찾아온 이유를 유지의 통역을 통해 들었다.


“...그러니까 입양한 아들과 내가 닮았다는 것이군요. 그 아들과 사이가 나빠져서 만나지 못한지, 오래되었고.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 아들과 가까이 지내는지 궁금했던 것이군요.”


난 세상을 얼마나 좁게 살았으면, 베트남 아들을 만나고 싶어 날 찾아왔나 싶어졌다.


‘세상에 아시아인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걸까?’


“중국인의 수를... 아니다. 순수한 분 같으니 통역하지 마. 미쉘, 그 아들이 미국에 있기는 한가요?”


“LA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어요.”


“이쪽에 베트남 거리도 있나?”


“오렌지카우티에 베트남타운이 있어요.”


싫은 예감이 들었다. 거기 가면 또 이상한 일을 겪을 것 같지만, 간절한 오십 대 여성의 얼굴을 보며 난 말했다.


“한번 찾아볼게요. 라고 말해줘.”

“어쩌려고요?”

“그냥 한번 다녀오지. 아, 사진이 있으면 달라고 할래? 나와 닮았다고 했지?”


사진을 본 유지는 웃음을 참느라 어깨를 들썩거렸다.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눈코입이 있다는 것만 닮아 보였다.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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