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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8,116
추천수 :
469
글자수 :
95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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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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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나락

DUMMY

한순간에 훅 내려앉는 것을 업계에서는 나락 간다고 말한다. 잘나가던 크리에이터가 종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흔한 곳이 이쪽 업계다. 지지기반이 탄탄한 사람은 그럴 걱정이 없겠지만, 난 아니다.


백만이 되자 유지 혼자서는 채널을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왜 누나가 회사를 꾸렸는지 알만한 일이었다. 발 빠른 유지는 바로 법인을 설립하고 편집자를 모집했다. 그러며 자신의 채널도 만들었다. 유지의 채널은 유정 누나의 시청자를 엄청난 속도로 흡수했다. 유지는 유정 누나의 방식 그대로 채널을 유지하고 방송했다.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몰려와 채널의 단단한 지지기반이 되었다. 유지가 유정 누나의 당당한 점 등이 닮아서 그런 것 같다.


난 실시간 소통방송을 하지 않는다. 요청하는 이도 많지 않았고. 내 채널에서도 유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다. 아마 헬스 보이와 애견인을 제외한 나머지 구독자 전부가 유지를 보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변화를 난 아무 생각 없이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 일상에서 추가된 것은 캠핑 정도다. 난 마당에서 캠핑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며 자연스럽게 캠핑하며 사는 크리에이터의 동영상을 찾아보았고, 그러다 최근에는 서바이벌 기술을 알려주며 직접 고립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에 푹 빠져 있었다. 그걸 어설프게 따라 하자 좋아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오늘은 뒷산에서 주운 나무로 텐트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 나무를···.”


뚝!


“...썩었네요. 두 개로 어떻게든.”


뚝!


“...짧아졌네요. 그래도 이걸로 어떻게든 만들어 자보겠습니다.”


다음날 감기에 걸려 난 병원에 다녀와야 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열이 많은 내가 감기라니. 혹시 평범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닌가 싶지만, 절대 그건 아니었다. 좀비도 감기에 걸린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


유지의 채널은 나날이 성장하고, 내 채널은 정체되었지만, 꾸준한 조회 수는 나왔다. 쉽게 변심하지 않는 동물 콘텐츠의 대리만족 시청자가 그를 유지해 주었다. 짱구와 낑낑이는 내 파트너지만, 텐트에서 자려 하면 도망간다. 10시가 되면 둘은 안으로 들어가 유지 곁에 머문다. 시청자들은 그걸 보며 재미있어했다. 가끔 유지가 방송 중 문자로 그만 들어와. 라고 보내는 것도 재미있어했다. 나도 그게 재미있는 일이라 여겼다.


*


1월 공사가 적은 기간이라 일을 나가는 빈도가 줄었다. 큰 집은 유지비가 제법 나간다. 그걸 걱정할 정도로 못 버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의식이 있었다. 유지 때문이다. 전에는 내가 버는 것이 더 많았지만, 유지의 구독자가 200만을 넘어버리자 비교할 수 없게 되었다. 난 찾아오지 않는 구독자가 더 많지만, 유지는 신규의 유입도 많은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치장도 잦아졌고, 그러다 쇼핑몰을 누나에게 인수하자 더 바빠졌다. 집으로 찾아오는 낯선 이들도 늘어갔다. 유지는 외출도 잦아졌고, 출장도 자주 다녔다. 그런 날도 짱구와 낑낑이는 내 곁에서 자지 않고 유지의 방으로 들어가 잔다.


2월이었다. 일거리는 나오지 않았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며 무언가를 만들고, 고치고, 캠핑용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이 일과가 된 내게 어이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새끼, 지 애인이 바람 피는 것도 모르네?]


악플러의 쓸데없는 소리인가 치부하려 했는데, 그 아래 댓글들을 보니 뭔가 있구나 싶어졌다. 찾아보니 유지가 모델처럼 잘생긴 남자를 만나는 사진들이 악플러와 기레기를 합해 놓은 듯한 전문지에 실려 있었다.


남자는 제법 유명한 모델이자 배우라고 한다. 방송에도 출연 중인 유지가 그때 인연을 맺은 것이라고 댓글로 설명들이 줄을 이었다.


“그게 어쨌다고.”


유지가 누굴 만나는지 난 관여하지 않는다. 엄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유지는 나보다 더 보수적인 편이다. 또 질투도 심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라오스로 간 그녀, 초능력 그녀가 내게 메시지를 보낸 걸 보고 광분할 정도다. 쥐어뜯기며 미국에서 잠시 만난 사람이라고 말해줘야 했다. 탈북민이고 고민이 많아 라오스로 갈 때 따라다녔다는 것도 털어놓았다.


-아무에게나 오빠 소리 들어?


나이가 나보다 어리니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성적인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며칠 후 풀기는 했지만, 그날 이후 유지는 내 메시지를 수시로 검사한다. 자신은 절대 쿨한 여자가 아니라며.


난 유지를 믿는다. 아니,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우린 예정된 이별을 알고 있다. 그걸 꺼내 말하지 않고 살 뿐이다. 유지가 날 버리고 떠나도 난 감당할 준비를 해둔 상태다.


“다녀왔어. 어유, 힘들다.”


총총 걸어 소파에 앉은 내게 안긴 채 유지는 십분 간 가만히 있었다.


“...들었어?”

“응.”

“아무 사이도 아니야. 일로 만났는데, 차 한잔하자고 말하기에 거절하지 못한 거야.”

“알아.”

“...뭘 아는데?”


고개를 든 유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왜 안 잡아?”

“...떠날 거야?”

“그런 태도가 날 힘들게 해. 알아?”

“잡으면, 잡혀 있을래?”


말없이 보다 유지는 한숨을 쉬며 내 품을 떠났다. 그 뒤로 평범한, 내가 보기에는 전과 다름없는 일상이 이어졌다. 유지와 그 남자가 다시 만났다는 소식을 댓글로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만날 이유가 있어?”

“관심 없다며?”


유지는 날 보지 않고 말했다.


“...알았어.”


돌아 나오는데 유지가 뭘 던졌다. 본능적으로 돌아서 잡은 그것은 선물 포장이 되어 있었다.


“생일 선물이야.”

“...고마워.”

“그거 사려고 만난 거야!”

“흠, 왜 그 사람인데? 주변에 남자가 없어?”

“체형이 비슷했어.”

“유지야. 흔들리고 있으면 말해줘.”

“그럼 어쩔 건데!”


유지가 달려와 가슴을 때렸다. 그리고 이어진 공격에 난 어느새 누워서 팔에 힘을 주고 있었다. 유지는 주짓수를 배웠다.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처음 알게 된 순간이다. 몸을 툭툭 치고는 다리로 팔을 죄었는데, 난 누웠고 팔은 유지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움직이지 않았다. 힘주어 들 수 있지만, 굳이 이기고 싶지 않았다.


“왜 투정이야.”

“날 어떻게 해달라고!”

“후우.”


팔을 당겨 유지를 안아 들었다. 팔에 대롱대롱 매달린 유지의 놀라운 힘보다 눈물이 날 아프게 했다.


“멀리 가서 살까?”

“...어디?”

“음, 라오스나.”


떠오른 곳이 그곳뿐이었다. 필리핀은 너무 더웠다. 가본 곳은 그곳뿐이다. 미국은 싫다. 친구와 누나가 살지만, 복잡하고 정신없고, 무엇보다 좀비가 많다. 비슷하겠지만, 가끔 보내주는 그녀의 사진 속 풍경이 날 매료시켰다. 해맑은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날 유혹했다. 난 그 풍경과 사람들에 반한 것이지, 절대 초능력 그녀가 그립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벌어진 유지는 날 오해했고, 그날 난 정말 아프게 주짓수의 실체를 체험했다.


“진짜 아프다고!”

“그 여자에게 가! 가버려!”

“놓아야 가지!”

“안 놓을 거야! 오빠는 내 거라고!”


외동딸의 투정이다. 유지는 날 소유물로 여기는가 싶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첫사랑인 유지는 모든 것이 서툴다. 나도 진짜 사랑은 유지가 처음이라 다 서툴렀다. 그렇게 우리의 사이는 금이 갔다. 우린 너무 달랐다. 그동안 참았던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찌질해! 오빠는 찌질하다고!”

“넌 과소비녀야! 헤프게 쓴다고!”


맞춰온 것들까지, 험담의 소재가 되었다. 한번 터진 봇물은 누구도 막지 않았기에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우린 서로를 보지 않았다. 약해질까 봐. 지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


*


나와 유지는 한 집에 살지만, 철저히 자신들만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나와 그녀의 관계가 변했음을 시청자들은 금세 알아차렸다. 유지를 꼬셔보려 댓글을 쓰고, 소셜미디어로 연락하는 놈들이 늘어난 것도 그때부터다. 그놈들 중 일부는 내 채널로 넘어와 험담을 늘어놓았다. 유지가 법인 대표였기에 난 그들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나락은 남들처럼 금세도 오지만 천천히 오기도 한다. 유지에게 편집을 부탁할 수 없었고, 다른 편집자들도 유지를 통해 내 영상을 받았었다. 그래서 난 그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내 채널에서도 유지의 지분이 상당하기에 나만의 채널이라고도 할 수 없다. 난 영상을 만들어 편집해서 올렸지만, 불만은 계속 늘어났다. 내 골수팬들조차 더는 못 보겠다는 글을 남기곤 했다.


난 영상을 올리는 것을 중단하고, 일에 전념했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잠은 마당에 마련한 내 아지트에서 잤다. 집에선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으며, 유지와 마주칠까 봐 외박하는 날도 많아졌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을 때 유지가 말했다.


“내가 나갈게.”

“아니. 내가 갈게. 집은 너 가져.”

“내가 거지야! 나 오빠랑 달리 돈 많아!”


유지의 말에 내게 상처를 주었다. 유지도 금세 미안한 표정이 되었지만, 사과하지는 않았다.


“알았다. 갈라서자.”

“좋아. 개들도 내가 데리고 갈 거야. 오빠가 마련한 살림은 다 가져. 둘만 데리고 갈 거야.”


두 녀석 모두 나보다 유지를 더 따른다. 내가 식사를 많이 챙겨줬는데도 그렇다.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준비한 통장을 내밀었다.


“삼억이야. 현재 시세에 맞춰서 반으로 나눈 금액이야.”

“...준비 다 했구나?”


그게 아니다. 더 좋은 집으로, 더 넓은 곳으로 가려고 모았던 돈이다. 이렇게 쓰게 될 줄 나도 몰랐다. 그런 변명도 하지 못하는 미련한 상태가 되었기에 난 차갑게 고개를 돌렸다. 그날 유지는 간단히 짐을 싸서 나갔다. 나머지는 버리라고 했지만, 난 그녀의 사무실로 남은 짐을 꾸려 보내주었다. 그리고 집을 내놓았다.


“조금 더 기다리면 확 오르는데 왜 팔게요?”

“이사를 가야 해서요.”

“원하는 사람이 많은 동네라 금방 팔릴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봐요.”


내놓은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계약자가 나타났다. 다른 사람이 사갈까 봐 그 사람은 웃돈까지 준다고 제안했다. 듣기로는 인근에 큰 쇼핑몰과 물류센터가 생겨서 땅값이 오를 전망이라던데, 그런 것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가구 나눔합니다. 시청자에게만 나누어 드립니다. 배송은 어려우니 직접 오셔야 하고요.”


우리가 만든 가구도 모두 내보냈다. 텅 빈 집을 보고 난 마당을 보았다. 그곳에는 내가 만든 잡스러운 것들이 가득했다. 저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쓸만한 것은 중고 마당에 내놓았다. 그렇게 정리를 하나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난 채널에 관한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참을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나와 유지에 대한 추측성 댓글들이 날 더 힘들게 했다.


-머리라도 식혀라. 넘어와. 표 보내줄게.


“싫다. 혼자 있고 싶다.”


-궁상은. 어디 갈 곳은 있고?


그 순간 라오스가 떠올랐다. 하지만 난 그곳으로 가지 않으려고 다른 곳을 떠올렸다.


“동남아 여행이나 다녀볼까 해.”

-그래, 젊을 때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 생존 신고는 자주 해라.

“어디 가서 죽겠어?”

-그렇긴 하지. 그리고···. 괜히 그런 것들과 어울리지 말고.

“큭! 이적한다며?”

-응, 질렸어. 몸값 오를 때 얼른 움직여야지.


박진웅과의 통화를 끝내고 난 관장님을 찾아갔다.


“여행 가려고요.”

“어디로?”

“동남아를 가려고 했는데···. 뭔가 가봐야 할 곳이 있네요.”


일본의 창던지기 선수. 난 그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좀비인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게 내 의무도 아닌데, 자꾸 그렇게 된다. 어쩌면 텅 빈 마음을 채워줄 누군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일본 창던지기 선수는 아니겠지만.


“후쿠오카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발이 세계로 뻗어 계시는군요.”

“그런 편이지. 너 그런데 리안 백이라고 알고 있어?”


그런 생소한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을까 싶으며 보자 관장님이 고개를 저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녀석인데, 중동에도 갔다 온 군인이었지. 군에 있는 친구가 알려주더군. 이 동네에 살고 있다고. 미국에서 추방당했다고, 보면 잘해주라더군. 주소가 네가 전에 살던 곳이던데.”


“...설마 그 아저씨인가?”


“알아?”


난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아저씨에 대해 말했다.


“맞는 것 같군. 외국어 능통자라고 했으니.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러시아? 그리고 불어도 한다던가. 운동도 제법 했다고 하고. 보면 나 찾아오라고 전해줘.”

“어쩌시려고요?”

“트레이너로 고용하려고. 친구 부탁이라서 거절하기 그래.”

“그 아저씨 위험해 보이던데.”

“마약을 했었다는데···. 그게 전쟁 후유증 때문이라더군. 그것 때문에 추방당했고. 한국에 온 것도 마약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던가? 내 친구도 중동에 있었어. 그때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든 돕고 싶다고.”

“왜 직접 안 돕고요?”

“성장기에 갱단에도 들어갔고···. 그렇게 안 좋은 게 많이 뒤에 걸려 있어서 그래. 친구는 지금 별 달기 직전이라서 몸 사려야 하거든.”

“아직 시간은 있으니, 한번 찾아볼게요.”


아저씨를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보트를 찾는 것보다 쉬웠다. 언제나처럼 흡연 장소 인근을 배회하고 있었다.


“아저씨.”

“...날 알아?”


날 못 알아보기에 웃었다. 한참 뒤에야 담배를 준 청년이라고 작게 말했다.


“또 담배 주려고?”

“일자리요.”

“무슨 일?”

“헬스 트레이너.”

“...너 누구야.”


눈빛이 살벌해졌다. 하지만 살인마들을 대면해본 난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물러나긴 했지만.


“...제법이군. 보통 녀석은 아니라 여겼지.”

“경계하지 마세요. 아저씨 아는 군인 아저씨가 제가 아는 관장님하고 친구라던데요. 중동인가 거기서 도움을 받았다고.”

“...최 대령님 부탁이었나?”

“아시는구나. 가요.”


손을 내밀었다. 아저씨의 팔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곤 독특한 자세를 취했는데, 단검을 쥐면 딱 어울릴 그런 동작이었다.


“놀라게 하는군. 운동했나?”

“아저씨도 한 것 같군요.”

“...옷이라도 갈아입어야지.”

“아, 그건 그렇군요.”

“...옷 있으면 빌려줘. 난 이게 전부야.”

“아깝네. 최근에 거의 다 버리고, 팔고 그랬는데. 여행 준비 중이거든요.”


아저씨가 자세를 풀며 목을 까딱거렸다.


“후우. 여행이 아니라 도망가는 것 같군. 보통은 남기고 떠나는데.”

“...흐. 아저씨 저 작년에 미국 갔다 왔어요.”

“어디?”

“여기저기. 친구가 야구선수라서 쫓아다녔어요.”

“가만···. 너 그 박진웅 선수 친구?”

“오호, 보셨구나?”


핸드폰도 없는데 어떻게 봤을까 싶었다.


“어디서 봤다고 했지. 아무튼 기다려. 집에서 씻기라도 해야 하니.”


더위도 못 느끼는지 두꺼운 코트를 여름에도 입고 다니던 아저씨는 머리를 깔끔하게 밀고,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팔과 다리, 목에도 문신이 있었다.


“많이 새겼네요?”

“사연이 많지. 어때? 이 정도면 되겠어?”

“음. 머리 혼자 깎으셨죠? 가요. 머리부터 정리해요.”


이발소로 데려갔다. 이발비를 냈는데 아저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올 때 아저씨가 말했다.


“나중에 배로 갚는다.”

“알아요. 그런데 운동은 계속 하셨나 봐요? 근육이 장난이 아니네요.”

“가만히 있으면 미칠 것 같아서. 쫓기는 상상이 들고···. 좀비들에게.”


뒤이은 말 때문에 내 걸음이 멈춰버렸다. 아저씨는 날 돌아보았고, 비릿하게 웃었다.


“담배 사줘.”

“그건 안 돼요. 앞으로 끊어야죠.”

“긴장되어서 그래. 그런데 페이는 어때?”

“잘 모르지만, 수당도 있으니 제법 되지 않을까요?”

“흠. 혹시 나이프파이팅 전수해주는 학원 같은 곳도 있나?”

“그런 살인 기술은···. 아, 특공무술? 그런 곳에서 하지 않을까요? 왜요?”

“같이 하면 더 벌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길을 가며 난 나도 모르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아저씨는 가만히 듣더니 서바이벌 상식을 가볍게 알려주었다. 그건 소위 전문가들이라고 내 채널에 와서 떠들던 이들과 다른, 살아있는 정보였다.


“라이터는 꼭 챙겨야겠네요.”

“가스라이터는 통과 못할 수 있어. 주로 동남아로 다닌다고 했지?”


아저씨는 갑자기 총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반군이니, 무슨 갱단이니, 그런 이름들을 들으며 난 아저씨가 생각보다 더 험난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저씨. 아까 말한 좀비는 뭔가요.”


아저씨가 뚝 멈추더니 급히 주변을 보았다. 그리고 내게 속삭였다.


“그것에게 얽히지 마. 진짜 지옥을 보게 된다.”


이미 전 그런 것인데요. 라고 속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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