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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8,119
추천수 :
469
글자수 :
956,738

작성
22.05.14 06:24
조회
180
추천
9
글자
18쪽

미국좀비 I

DUMMY

-뭐하냐?


갑자기 온 전화에 난 누군가 한참 생각해야 했다.


“응? 누구···?”

-형이다. 진웅이 형.

“큭! 무슨 일이야? 나 일하는 중이야.”

-아, 거긴 낮이구나. 많이 바쁜가?

“쉴 수 있어. 뭔데? 선짓국이 땡겨?”

-그건 한인타운에서 신선한 걸로 공수하는 중이다.

“오, 미국도 괜찮네. 있을 건 다 있고.”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아 합판 위에 앉았다. 장갑을 벗는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흐흐.

“그래서 무슨 일인데?”

-그냥, 생각나서.

“친구가 없다더니. 쯧쯧.”

-그런 넌 있고?

“난 원래 고독을 즐겨.”

-언제 쉬냐?

“난 프리랜서야. 내 마음이지.”

-...돈은 돼?

“무시하는 거야?”


선입견이 없기에 날 걱정해 묻는 것을 안다.


-그건 아니고. 막일해봐야 얼마 못 번다고 들어서.

“나 하루에 백이십 정도 찍는데.”

-뭐?! 백이십 불 받고 어떻게 살아?


오해를 거듭했음을 깨달았다.


“불이 아니고 원이고. 그 정도 받으며 사는 사람 많아.”

-됐고, 너 지금 짐 싸.

“왜?”

-비행기표 보내줄게.

“그러니까 왜?”

-내가 두 달 정도 로드매니저가 필요해. 네가 와 있으면 된다.

“그냥 보고 싶다고 하지. 야구선수가 무슨 로드매니저야.”

-흐흐흐.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는데?”

-향수병 도진다고 말하니 당장 부르라고 하셨지.

“눈치 보일 것 같은데.”

-형 집 있다. 그리고 진짜 매니저 필요해. 내가 아닌 부모님 모시고 다니는 매니저지만.


지방을 전전해 다니는 아들을 따라다니는 부모님을 보필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 몸이 좋지 않은 아버지가 고집스럽게 쫓아다니시고, 그런 상황에서 직접 운전까지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효자였군.”

-나와. 밖은 넓어. 형이 네가 버는 만큼 챙겨줄게.

“진짜? 나 비싼데?”

-형이 메이저리거야. 얼만데?

“음, 이번 달은···. 오천칠백이네.”

-후, 후! 잘 안 들렸다. 뭐라고?

“하루 평균 백이십은 찍어. 이번 달에 조금 많이 움직였더니 오천이 넘었네?”

-너. 너 뭐 하는데?

“곰방이라고, 짐 날라주는 일.”

-그게... 그게 그렇게 돈이 되는 일이냐?

“응, 힘 좀 썼지.”

-...일 년에 사억이 넘네?

“어, 괜찮지. 할래?”

-내 연봉 알고 말해.


분명 몇십억 단위였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 백이십 챙겨준다고?”

-그건···.


그는 부모님에게 통장을 맡긴 상태다. 이전 대화를 통해 알고 있기에 난 웃었다.


“갈게.”

-정말?

“응, 세상 한번 보고 오지 뭐. 다른 이유도 있고.”

-그래, 내가 그것 때문에 부르는 거야.

“웃겨. 큭!”


그에게 내 불안감에 대해 털어놓았다. 정부가 날 감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잠도 하루에 다섯 시간밖에 못 잔다. 의외로 무딘 성격이라는 것을 새삼 자각하는 요즘이다. 그래도 밖에 나오면 여전히 불안하다.


“두 달이면... 여권부터 만들어야겠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내가 비행기표까지 보내줄게.

“그럴 필요 없지만, 그게 더 빠르겠지?”

-오는 거다? 그럼 네 집 주소랑 주민번호 같은 거 문자로 보내줘.

“큭! 내 이름은 알고?”

-이십육 세 이영곤입니다. 네가 한 말이잖아.

“기억력 좋네. 역시 메이저리거.”


*


“영곤이 많이 변했네?”


어제도 본 사람이 왜 이럴까 싶어 볼 때, 유정 누나 뒤로 유지가 나타났다.


“오랜만이네요.”

“아... 오랜만입니다.”


그게 소개팅인가 싶었다. 연락처를 받았지만 비싼 외제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연락할 생각도 못 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여겼고, 그보단 내 상태에 대한 의문이 더 컸었다. 바쁘기도 했고.


“밥 먹자고 부른 거 아니었어?”

“왜, 유지가 싫어? 가라고 할까?”


유지가 처연한 표정을 짓기에 어이없어 웃었다. 그러자 둘 다 환하게 웃는다. 누나가 만나자고 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 간다면서.”

“...누가? 아, 양트가 말했어?”


입이 싼 트레이너가 떠벌린 것이 분명했다. 누나는 바로 인정했다.


“서운해. 내겐 말도 안 하고.”

“그저께 말했어.”

“...서운해. 내겐 말도 안 하고.”


자신이 흘려듣고 남 탓을 한다. 장난이라는 것을 알기에 난 웃어주었다.


“비웃는 거야?”

“응.”

“큭!”


유지가 웃었다. 다른 세상에서 온 것처럼 뽀얀 유지를 난 오래 보지 못했다. 손만 하얀 팔이 유독 부끄럽게 느껴져 슬쩍 테이블 아래로 내렸다.


“그래서 왜?”

“박진웅하고 친하다며.”

“...하, 이 양트를 정말.”

“장비 있지? 그걸로 방송해.”

“사생활을 노출하라고? 그리고 난 편집도 못 해.”

“붙여줄게. 여기.”


유지가 벌떡 일어나 내 옆에 앉아 다소곳이 인사했다.


“...누나.”

“하자. 박진웅 선수 이미지 개선에도 좋을 것 같지 않아?”

“그런 사이 아니야. 사적인 관계야.”

“게이라는 소문이 있어.”


멍해졌다.


“아니야.”

“사진 도는 거 본 적 없어?”


난 왜 그런 소문이 돌게 되었는지 누나가 보여준 사진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건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을 때의 사진들이었다. 싸우던 그가 멍하니 상대 선수를 보는 모습이 여러 차례 찍혀 있었다.


‘피 때문인데.’


“나중엔 보호하려고 몸으로 막아줬다던데?”

“...이거 많이 퍼졌어?”

“모르는 사람은 너 정도?”

“...기다려봐.”


시간을 보니 일어나 있을 시간이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정신 차리고 말하는 거야?”

-물 먹고···. 됐다. 왜? 갑자기 마음 바뀐 건 아니지?

“방금 알게 되었는데, 안 좋은 소문 있다면서?”

-아, 그거. 흔한 일이야. 부모님이 쫓아다녀서 연애를 못 하는 건데, 그걸 오해해서.

“사진 돌아다니던데.”


그건 몰랐는지 급히 찾아본다더니 이내 한숨이 터졌다.


-그거네.

“응. 그래서 말인데, 내가 아는 기획사에서···.”


난 누나의 제안을 전달했고, 그는 조금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여러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는 있지 않나 싶어서.”

-벌써 매니저 일을 하는 거야?

“어라? 그렇게 되나? 나 재능 있나 봐.”

-흠, 부모님하고 상의해볼게.

“응, 난 형이 막 노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러면서 부모님과 어른들에게 깍듯한 모습도 보여주고···. 의도하지 않고 그렇게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어.”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과 달리 순박한 사람이다. 야구를 잘할 뿐,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 친구도 없는 난, 그를 좀비지만 친구로 여기고 있다. 그런 친구가 비난받는 것을 참을 수 없다.


“혹시 숨겨둔 애인 있으면 이참에 공개하고.”

-숨겨둔 애인은 없는데···.

“연애 안 했어?”

-학생 때는 했지. 결혼했고. 그 후로는···. 아, 내가 실연당해서 여기로 온 것이었다.

“풋! 정말?”

-웃는 거야? 그런 넌 얼마나 많이 해봤는데?

“장난해? 나 선수야. 꿈에서···.”

-흐흐흐흐. 모솔이냐.

“어휴. 인정.”

-와라. 형이랑 연애하자.


순간 멍해졌다. 혹시···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거 위험한 발언이야. 자각은 하지?”

-응, 형이랑 같이 다니면서 여자랑 연애하자. 됐지?“응, 다행이다. 순간 여권 찢으려고 했다.”

-흐흐흐. 언제였지?

“삼일 뒤.”

-준비는 다 했고?

“여행사에서 다 알아서 해줘서. 그런데 거기 하와이안셔츠 사서 입고 가야 하는 거 맞아?”

-이 촌놈 봐라? 그거 유행 지났어. 요즘은 양복 입고 와야 해.

“덥다던데?”

-그래도 한 벌은 있어야지. 매니저잖아. 여기 오면 너도 취재진이 관심 가지게 된다.

“...그런 말은 없었잖아.”

-왜 쫄려? 쫄리면···.


웃을 일이 아니었다. 그를 자각했는지 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아니다. 와라. 부탁한다.

“어쩌지? 가면이라도 쓰면···? 이상하게 보겠군.”

-응, 숨겨둔 애인이라고 하겠지.

“생각해보니까 가면 더 이상할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그런가.


그때 누나가 끼어들었다.


“나도 같이 갈게. 날 숨겨둔 애인 정도로 여기게 하면 되잖아.”


목소리가 컸기에 그도 들었다.


-누구야?

“어, 기획사 사장님. 비제이 유정이라고 아나 모르겠네.”

-...나 팬인데?

“정말? 잘 되었네.”


그가 타국에서 외로움이 사무칠 때 찾아본 것이 유정 누나의 영상이라고 한다. 그가 헬스장에 온 것도 부모님과 관장님의 관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랬군요. 난 몰랐네. 정말 그 유교 보이가 박 선수?”


‘유교 보이. 어울리는군.’


둘은 아는 사이였다. BJ와 시청자의 입장으로 대화도 했었단다. 채팅에서 성적인 농담을 하거나 난동을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훈계해주는 사람이 그라고 누나가 말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괜히 설렌다.”

“정말 가려고?”

“기회잖아. 그리고... 유교 보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 나 사실 팬이거든.”


김재진의 팬이라고 한 것이 겨우 몇 달 전이었던 것을 난 기억한다.


“미국 가봤어?”


내 말에 유지도 웃었다. 나처럼 비행기도 안 타본 사람이 적은 세상인가 싶다.


*


돈을 벌었지만 어떻게 쓰는 줄 몰랐기에 난 유정 누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과하게 쓰는 사람이 아니라 꼼꼼하게 적당한 가격으로 옷을 골라주었다.


“추운 곳도 있어. 미국은 좁지 않아.”


누나의 조언에 따라 적당히 겹쳐 입을 옷도 챙겼고, 양복도 네 벌 구매 했다. 장례식 이후 입어본 적 없던 것이라 어색했는데, 따라나선 유지도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며 유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누나의 팬이 되어 쫓아다니고 싶어 편집자가 된 사람이었다. 유지도 미국에서 누나의 영상을 통해 많은 위로받았다고 한다. 나도 느끼지만, 누나는 사람을 포용할 줄 안다.


좌석에 여유가 있었기에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탔지만, 두 사람은 나와 다른 곳에 앉았다. 난 처음 타보는 비즈니스석이 부담스러워 두 사람과 바꾸자고 했지만, 둘이 거부했다. 둘 다 퍼스트클래스도 탈 재력을 가졌지만, 그래선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그걸 시청자도 원하지 않아.”


비행기에 타서도 방송할 생각이던 누나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


단어 선택이 저렴하고 가끔 오류가 나지만 누나는 결코 머리가 나쁘지 않다. 나빴다면 회사를 운영하는 등의 일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가만히 보면 일부러 허당처럼 보이려고 틀린 단어를 꺼내 말하나 싶어진다. 영어를 잘하는 두 사람의 도움을 난 많이 받았다. 그런데 입국심사에서 문제가 생겼다. 난 여행이 목적이라 말하지 않고, 박진웅 선수를 돕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엘에이 다저스. 진웅 박. 아임 헬퍼. 매니저.”


난 그런 비자를 받은 것이 아니다.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하면 그만이었을 것을 괜히 일하러 왔다는 오해를 샀다. 결국 그에게 연락했고, 구단의 변호사까지 등장한 뒤에야 난 풀려날 수 있었다.


“상심하지 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야.”


-제 일행이 지금 입국심사에 걸렸는데요.


난 누나가 방송하는 것을 들었다. 날 똥멍청이로 세상에 알린 것을 똑똑히 들었다. 하와이안셔츠를 양복 안에 입은 것도 놀림거리였다.


-푸하하하! 너 때문에 웃는다.

“언제 오는데?”

-삼일 뒤. 부모님 집에 가 있으라니까.

“첫 만남인데.”

-선보냐?

“...그 부모님도 거기 있다면서.”

-그건 그렇군.


엘에이에서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난 세상 구경했다. 불과 1년 전에도 이곳에 있었다던 유지는 10년 만에 찾아온 고향 보듯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여기저기 날 끌고 다녔고, 누나는 아시아 여자가 길을 걸으면 캣콜을 얼마나 받는지 같은 콘텐츠로 영상을 찍기 바빴다.


“반응이 시들하다. 가자, 해변으로!”

“오예!”


유지도 신이 나서 옷을 벗어 던졌다. 둘 다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어때?”

“어때요?”


난 눈 둘 곳을 찾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두 사람의 말에 슬쩍 봐주었다.


“뭐···. 괜찮네.”

“그게 아니야. 제대로 리액션 해줘야 분량이 나오지.”

“누나, 나 출연할 생각 없다니까.”

“그래도 가끔 나와야 해. 안 그러면 오해해. 너도 중요 요소야. 박진웅에게 이런 친구도 있다. 친구가 보고 싶어서 비즈니스클래스로 비행기표까지 보내는 사이다. 그런데 그런 박진웅에게는 미모의 여성이 곁에 있었으니···. 유지야, 나는 슬쩍 나오게 편집해야 한다.”

“네, 사장님.”

“직원들한테도 전해. 이번에 대박 터트리면 보너스가 기다린다고.”

“네! 사장님! 충성!”


난 따라갈 수 없는 텐션을 지닌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보디가드 노릇은 해주었다. 해변으로 가니 캣콜이 쏟아졌다. 무시하는 그들에게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고 노려봐주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는 하지만, 살에 난 잔상처가 깔끔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출국 전날까지 일했더니 긁힌 상처가 몸에 여기저기 나 있다. 적당히 붙은 근육에 그런 상처들이 가득하니 제법 위압감을 주는가 싶다. 덕분에 큰 사고 없이 무사히 해변에서 물놀이를 빙자한 방송을 할 수 있었다.


“이제 놀자.”


그 뒤에는 여유를 부리며 즐겼다.


“오빠, 오일 발라줄게요.”

“태울 생각 없는데?”

“넌 태워야 해. 안쪽 살이 너무 하얗잖아.”


난 진하게 남은 손의 경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손과 목 아래, 다리까지 태우기 위해 난 그녀들의 구령에 맞춰 몸을 뒤집곤 했다.


-중국인 튀김.


그때 영어로 누군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던 난 분노한 두 여인의 표정을 보고 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말을 한 것은 옆자리에 있던 남미의 혈통을 받은 듯한 사람들이었다. 남자 둘 여자 하나가 있었는데, 그들 셋 모두 우릴 보며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욕한 거죠?”

“중국인 튀김이라는데?”

“중국인도 아니고, 이럴 때는 구이라고 해야지.”


유지의 말에 누나와 난 웃었다.


“혼내줄까요?”

“어쩌려고?”

“흠. 지켜보세요.”


일어나 다가가며 모래를 쥐었다. 그러자 남자 둘이 일어나 건들거리며 뭔가 말했다. 난 그들에게 주먹을 내밀었고, 둘 중 하나가 내 손을 쳤다. 내 손이 꼼짝도 하지 않자 다른 녀석이 잡으며 비틀려 했다. 난 하품을 하며 둘을 보았다.


“다 한 거야?”


둘이 슬쩍 물러나기에 손을 펴주었다. 툭 떨어진 모래였던 덩어리를 녀석들이 멍하니 보았다.


“죽는다?”


비릿하게 웃어주었다. 돌아서는데 뒤에서 호들갑 떠는소리가 들렸다.


“도망가는데?”

“오빠, 멋져!”


유지가 안기려 해 슬쩍 피했다. 그런 날 유지가 가만히 보다 팔을 벌렸다.


“어머, 얘 봐, 적극적이네?”

“미국이니까요.”

“너 원래 그런 사람이야?”

“미국이니까.”


유지의 볼이 점점 붉어지기에 슬쩍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됐지?”

“네.”


잠시 흥분했던 것 같다. 이성을 찾은 유지는 다시 얌전해졌다.


*


위험한 동네에 가지 않았어도 인종차별을 거듭 겪었다. 한번은 엘리베이터에서 눈이 마주친 백인 여성이 갑자기 자기 핸드폰이 없어졌다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핸드폰은 그녀의 숙소에 있었다.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사과 없이 그녀는 왜 동양인이 자신과 같은 층에 머무는지 물었다.


“돈이 있으니 머물지. 멍청한 년.”


누나는 그걸 그대로 방송했고, 큰 이슈가 되어 즐거워했다. 삼백만 스트리머의 힘을 난 그날 알게 되었다. 여성이 그날 저녁 바로 사과하러 와서 영상에서 자신을 지워달라고 부탁했다. 안 해주면 고소한다는 말까지 했다. 사과하러 온 것인지 의문이 드는 태도였고, 누나는 그걸 또 방송에 내보냈다.


“밥이라도 사줘야겠어. 거듭 고마운 일만 벌여주다니.”

“괜찮아요? 미국 소송 많이 한다던데.”

“오빠, 해봐야 그쪽만 손해에요. 사회적으로 매장될 일을 벌였으니까. 판사들도 편들어주지 않아요.”

“그렇군···.”


의외의 장소에서도 우린 인종차별을 겪었다. 한인타운이었고, 그 안에 있는 한식당이었다. 치즈 냄새에 물렸던 날 위해 누나가 데려가 준 식당이었다. 주인도 종업원도 모두 한인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의 뭘 보고 오해했는지, 일본인이라던가, 중국인이라며 속닥거렸다. 한마디 하려 할 때, 누나와 유지가 날 말렸다. 방송 소재로 삼겠다는 뜻이었다. 난 조용히 있었다.


“쓰미마셍!”


누나가 큰 소리로 손을 들며 말했다. 종업원이 오자 이번엔 유지가 어설픈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주문했다.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을 보며 난 기막혀 웃었다.


만약 김치찌개가 맛있지 않았다면 그 역할극은 끝까지 유지되었을 것이다.


“이거 맛있네.”


나도 모르게 내뱉은 그 말을 종업원들과 주인 내외가 들었다.


“들켰다.”

“해제, 해제. 아줌마! 여기 김치 더 가져다줘요.”


우리가 나갈 때까지 그들은 우리의 눈치를 보았다.


“한국인이십니까?”


계산할 때 주인아저씨가 물었다. 나도 의문이 들어 그에게 물었다.


“왜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도 시끄럽고, 카메라도 들고 다니고.”

“아, 그런가요. 스트리머예요. 삼백만.”


난 자랑스럽게 말해주었다. 뿌듯했는지 누나가 내 엉덩이를 툭 치는 것이 느껴졌다.


“안 좋게 보이더라고요. 외국인이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안 겪어보셨죠?”


주인아저씨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겪어보면 이해할 겁니다.”

“저 입국한 지 삼 일째인데, 인종차별 스무 번 이상은 겪었어요.”

“그게···.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인들 왔다 가면 수저는 물론이고, 그릇까지 없어지는 것은 기본입니다. 한식당에 와서 중국 음식 찾는 것은 예삿일이고. 일본인은 또 어떻고요. 앞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뒤에서 얼마나 욕을 해대는지. 타국 음식인데 어떻게 자신들 입맛에 맞추라는 것인지.”


고충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단정 짓고 바라보는 건 아니라 생각되었다. 장사하다 보니 진이 배겨서 그렇게 변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때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백인 남성과 동양인 여성이었다. 동양인 여성이 지나가며 날 힐끔 보았다.


“킁.”


진한 냄새가 풍겼다.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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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1 다위
    작성일
    22.05.21 14:03
    No. 1

    주인공성격이 오락가락하는거같고
    저 여캐는 되게 맥락없이 등장해서 계속 방송방송거리는 방송무새고.... 초반에 재밌던점이 점점 사그라드네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돌법사
    작성일
    23.05.06 20:01
    No. 2

    꿈에섴ㅋㅋㅋㅋㅋㅋㅋ 아앀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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