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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8,121
추천수 :
469
글자수 :
95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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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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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미국좀비 III

DUMMY

홈경기가 열리는 동안 난 LA에 머물며, 종종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남자의 재산을 처분한 뒤 차이나타운을 나와 호텔에 머무는 중이다. 그 창고에서 생존한 이가 없는지, 모두 잡혀갔는지 남자나 그 패거리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 패거리의 가족들이 찾아올까 봐 차이나타운을 벗어난 것이고.


도움을 주려 했지만, 시민권자인 그녀의 신분이 여행자인 나보다 더 위력이 있었다. 난 그녀의 신변을 위협하는 사람이 없나 주변을 살피는 정도의 도움만 주었다. 그리고 홈경기가 끝나 다시 원정경기를 가기 전날, 그녀는 라오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라오스라.”


낯선 나라의 이름이 다르게 느껴지게 된 순간이다.


*


난 박진웅이 왜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하는지, 그분들을 만난 첫날 알게 되었다.


“내가 저놈 애비네.”


고령이셨다. 칠십은 넘어 보였다. 27세인 박진웅의 나이를 고려하면 엄청난 늦둥이가 아닐 수 없다. 박진웅처럼 키가 컸지만 마른 체격이었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온통 흰색이었다. 안경을 벗으면 사나워 보이는 인상일 것 같았다.


“그래, 부모님은?”


기본적인 호구조사가 끝난 뒤 두 분은 날 탐색했다. 내가 돈 많고, 알고 보면 순박한 박진웅의 등을 처먹는 놈이 아닌지 의심하시는 분위기였다. 난 거짓 없이 하는 일을 말했고, 수익에 대해서는 조금 강조했다.


“내가 그런 일에 대해 모를 것 같나? 학창 시절에 나도 지게를 지고 다녔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당시 받은 급여에 대해서도 잘 기억하고 계셨다.


“요즘은 평균 이십만 원 정도를 줘요. 하루 일당이죠. 그런데 그게 야리끼리.”

“허험!”

“...정해진 일을 끝내면 퇴근하는 그런 유형의 일이라서요. 바쁘게 움직이면 하루에 열 건도 할 수 있어요.”

“흐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하루에···.”


난 핸드폰을 꺼내 보여드렸다. 거기에는 내게 온 의뢰가 가득했다. 입금 명세도 있었기에 못 믿던 아버지는 이내 인정하셨다.


“그렇군. 그럼 그쪽 처자들은.”


누나에게로 관심이 돌아갔다. 누나는 정숙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숨길 생각이 없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그대로 말했다. 그리곤 여기에 온 목적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이미 부모님도 아는 내용이었지만, 망설인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를 강조했다.


‘넘어갔군.’


두 분은 말 잘하는 누나에게 홀랑 넘어가 버렸다. 곧이어 반격이 시작되었다.


“결혼은 아직 안 했나?”


조용히, 다소곳이 있는 유지에게 왜 관심을 안 주는지 난 알 수 없었다. 어른들이 보기에 유지가 며느릿감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지 않는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유정 누나가 31살이라는 말에 잠시 유지에게 시선이 돌아갔지만, 두 분은 곧 누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가슴이지. 가슴과 엉덩이.”


하도 궁금해 누나에게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


“수술했잖아요.”

“그걸 밝힐 이유는 없어. 그리고, 내 원래 골반도 컸어.”

“페미니스트들이 들으면 화낼 말 같네요.”

“흥! 덤벼보라지. 가진 것을 사용하는 게 미덕이야. 난 내 몸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이야. 당연히 자기관리를 하고, 남들 시선도 의식하며 살지. 걔들이 지적질 하려면 쇼비즈니스 산업부터 무너트려야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헬스장에 잘 나오지 않지만, 달리기는 꾸준히 한다. 먹는 영양제와 바르는 화장품의 종류도 수십 가지다. 캐리어 하나가 온통 그런 미용을 위한 물품으로 채워져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가져올 수 없는 것이 많아 도착한 첫날부터 쇼핑한 이유였다.


“나이가 많은 두 분이라 빨리 애 낳기를 바라실 거야. 유지는 귀엽고 예쁘지만, 애 같잖아?”

“그건 그래요.”


탁!


유지가 내 어깨를 때렸다. 웃으며 돌아본 난 구석에 멍하니 앉아 있던 그를 불렀다.


“형, 왜? 쫄았어?”

“난 이런 대화를···.”

“시청자 모드야?”


누나가 다가가자 그는 허리를 펴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순진해서. 난 숨겨둔 애인처럼 굴 건데, 계속 그럴 거야?”

“아직 그걸... 결정을.”

“대응하지 않으면 겁먹은 줄 아는 것이 악플러들이야. 가만히 있다가 부모님 욕까지 나와야 그런 말 안 하지.”


순간 그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그래야지. 좋은 표정이야.”

“형, 잠깐 나가자.”


불쌍해서 구해줬다.


“할 말이 있어? 뭐, 불편해? 불편하겠지. 내 집에서 지내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절대 안 된다고 하셔서.”

“으음, 그건 아니고.”


난 그녀에 대해 말할까 하다가 생각할 게 많은 사람이라 하지 않기로 했다.


“분위기는 어때?”

“...내가 아무리 잘해도 팀 경기잖아. 전보다 경계하는 녀석들도 많아졌고. 이번 시즌 끝나면 다른 곳으로 갈까 생각 중이야.”

“그렇군. 난 이제부터 뭘 하면 돼?”

“면허는 있지?”

“있지만. 난 운전하기 그런데. 그래서 누나가 해주기로 했어. 같이 다녀야 하니까.”

“왜?”


난 말하지 않았던 부모님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날 이후 운전을 못 하겠더라고. 나 혼자 타는 것은 괜찮은데, 누굴 태우는 것은 꺼려지고.”

“...나 태우고 다녔잖아?”

“좀비니까.”

“뭐?”

“안 죽을 테니까.”

“허. 그런 거였어?”

“응.”

“...안 죽나?”


잠시 생각하다 난 물었다.


“진실을 알고 싶어?”

“....안 들을래.”

“그게 좋아. 음, 한가지는 알려줄게. 생각보다 많아. 우리 같은 사람.”

“이거 혹시···. 그 약물과 관련된 것 같지 않아?”

“나도 그런 의심은 했어.”


약을 먹고 주사한 중국인들에게서 옅은 좀비 냄새가 났었다.


“거대한 제약회사가 뭔가 연관이 있다는 말도 들었어.”

“누구한테?”

“초능력자. 아, 이건 말해줘야겠다.”


난 우리 같은 부류 중에 특이한 능력 가진 이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주변을 잘 봐야 해. 우리 말 멀리서 엿듣는 능력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나도 귀는 좋은데···.”

“내일은 어디로 가?”

“동부. 비행기는 예약해놨지?”

“...아니.”


다행스럽게도 누나가 다 처리해 두었다. 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두 사람은 이미 시나리오를 완성해 두었다. 경기 일정에 맞춰 동선도 짜 두었는데, 거기에는 병원에 가야 하는 아버지의 일정도 포함되어 있다. 누나는 내가 그를 대신해 병원에 모시고 갔을 때, 슬쩍 처음 등장할 예정이었다.


“네 계정은 당분간 우리가 관리할게. 첫 영상은 지웠어.”


다섯이 들어왔던 짧은 영상이 저장된 줄도 몰랐다. 내 계정으로 올라간 첫 영상은 이미 십오만의 조회 수를 넘어서 있었고 빠르게 상승 중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우릴 마중 나온 그를 만나는 장면이었다.


‘제목이···.’


내 칭구는 메이저리거! 라는 제목으로 올라간 영상을 난 거듭 보았다. 내 옆에는 유지가 서 있었기에 숨겨둔 애인을 만나는 것이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유지의 뒤태를 본 남성들이 누구냐는 의문이 폭증했다. 그러다 누군가 누나와 유지가 해변에서 놀던 모습에 대해 말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걸 연결하네?”

“내 영상에 네 목소리와 뒷모습이 잠깐씩 나왔으니까.”

“의도한 거지?”

“물론, 우리 편집자들 실력이지.”


누나는 전문가 모드가 되어 내일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들어보니 잠깐 만날 수 있다고 하더라. 숙소는 가족 이외에는 접근 금지라니까, 버스에서 내린 뒤에 잠깐 만나게 될 거야. 거기서 박 선수는 부모님 부탁한다고 말하고, 동생은 알았다며 웃으며 손을 잡아. 친한 사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야.”


난 그를 잠시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두 분이 잠시 출연하셔야 해요.”

“꼭 나서야 하는 건가.”


아버지가 회의적인 투로 말하자 누나가 말했다.


“아빠, 내 말에 따라주기로 했잖아요.”

“허허! 그, 그게 좋은 일이라니... 험!”

“나는 빼주면 안 되겠니, 아가? 진웅이가 망측한 말이 도는 게 우리 탓 같아서 허락은 했지만,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


‘아빠. 아가?’


“어머님. 저랑 유지가 예쁘게 꾸며드릴게요. 어머님은 바탕이 고와서 조금만 손대면 확 산다니까요?”

“내가 피부는 좋은 편이긴 해도.”


‘언제 저렇게···.’


그를 보니 나만큼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누나와 유지는 어머니에게 달라붙어 아양을 부리고, 그게 싫지 않으신지 어머니의 표정은 밝았다.


“밥 먹자.”


식사는 고요하게 진행되었다. 늘 이런 분위기였구나 싶어 난 그를 보았다. 앉은 자세, 수저를 놀리는 몸동작 등 많은 것에서 살아온 방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그래도 꽤 오래 참았던 누나가 입을 열며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아빠, 이거 맛있네. 이거 먹어봐요.”

“힘! 매번 먹는 것인데.”


그러며 기쁜 듯 웃으셨다. 누나의 애교가 싫지 않은지 두 분은 연신 흐뭇한 미소로 누나를 보았고, 곧 그를 보곤 했다. 장하다 내 새끼 같은 표정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계시니까. 다만 눈으로 레이저를 쏘고 계셨다.


“이거 오빠 먹어요.”


난 얘가 왜 이러나 싶어 유지를 보았다. 내 밥그릇에 올라온 것은 당근이었다.


“...왜 당근이야?”

“풋!”


그가 웃었다. 그의 부모님도 웃음을 참기 힘든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시다 물을 마신다며 일어났다.


“유지 너. 당근 거부할래? 그거 먹어야 가슴 커진다니까?”

“언니. 저 다 컸어요. 이젠 소용없어요. 그리고 언니는 수.”

“수 뭐?”


누나의 눈빛에 유지는 슬쩍 날 쳤다. 난 말없이 유지가 준 당근을 씹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미국 동부의 분위기는 뭐랄까, 공기부터 달랐다. LA에서 들뜬 기분이 착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예정대로 난 구장으로 들어가기 전 그를 만났다.


“진짜로 잘 부탁한다.”

“내가 뭘 하는 것도 아닌데, 따라다니는 거잖아.”

“검사 잘 받게 지켜봐. 아버지가 고집이 있어서.”

“알았으니 그만 들어가.”

“...시나리오대로 해야지?”

“아차.”


난 손을 잡고 기다렸고, 곧 부모님이 다가오셨다. 멀리 선 유지가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을 힐끔 보다 누나에게 눈총을 받았다. 부모님도 경직된 태도로 다가와 어색한 말씀하시곤 돌아섰다. 그리고 누나가 또각또각 다가왔다. 그리곤 그와 가볍게 포옹했다.


안으로 들어가던 선수들이 그를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살벌한 인상과 덩치를 가진 가드들도 거기에 동참했다. 누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며 여유를 부렸다.


“가자.”

“...진짜 대단하다.”

“난 프로야.”


내 두 번째 영상은 업로드한 지 10분이 지나지 않아 인기 동영상으로 선정되었고, 조회수는 백만을 넘었다. 누나에게는 전화가 쏟아졌고, 벌써 열애설이 돈다는 말을 유지가 해주었다. 병원을 찾아가 대기하는 동안 난 내 영상 아래에 달린 댓글을 보았다. 누나가 분명하다는 댓글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나에 대한 것이었다.


“화 나?”

“그냥, 신기해.”


날 모르는 사람들이 날 비난하고 있었다. 내가 박진웅의 등골을 뽑아먹는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보였다.


[형의 아버지가 아프다. 걱정되어 시합에 집중할 수 없는 것 같다. 잠시만 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게 내가 낯선 이 땅에 온 이유다.]


진실과 조금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내막이 자막으로 삽입되었는데도 내가 빌붙는 놈이라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저런 친구를 둬서 부럽다는 댓글도 있었지만, 좋은 투는 아니었다.


“이쪽이 그래. 저런 말들은 그냥 무시해. 심하다 싶으면 대응하고. 네가 선을 정하는 게 좋아. 신경 쓰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니까. 비난하지 않는 사람들도 믿지 마. 그들은 네 편이 아니야.”


“구독자는 늘지 않네.”


“널 알리는 동영상이 아니니까. 계속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아무런 이야기도 없고. 본격적으로 해볼래?”


난 고개를 저었다.


“이건... 이대로가 좋을 것 같아.”


알리고 싶은 이야기들은 충분히 알려지는 중이다. 내 좀비 친구를 위해서 비난은 감수할 수 있다.


*


경기가 없는 날에는 부모님 집에서 쉬거나, 해변을 가거나, 혹은 그를 따라가 연습을 구경했다. 전에는 연습 날도 매일 찾아와 앉아계신다던 부모님은 내가 따라다녀서 그런지, 유정 누나와 지내는 게 좋아 그런지 따라다니지 않으셨다. 그래서 난 유지를 데리고 구장이나 연습장 벤치에 앉아 하품하며 지낸다.


내 모습에 익숙해져 인사하는 선수도 둘 정도는 생겼다. 대부분은 누가 오든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연습장을 찾는 선수의 가족은 많은 편이다. 누군가 자기 아들을 불러내려 공을 던지게 했다. 그를 보고 무슨 내기가 벌어졌다고 그가 말했다.


“...그래서?”

“내 가족은 너뿐이니까.”

“성이 다른데?”

“성은 같잖아. 남자, 너도 남자.”

“...야구선수가 멍청하다고 누가 그래?”

“큭! 그래서 할래?”

“흠, 난리 날 텐데.”

“어쭈? 자신 있다는 거야? 그럼 너에게 크게 걸어도 되지?”


난 가만히 바라보았고, 그가 이마를 긁적이며 말했다.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어. 네가 마른 편이라 몇 놈이 친구는 밥도 안 사주냐고 했고.”


말다툼을 심하게 했을 것 같다.


“던지면 돼?”

“자신 있는 쪽으로. 칠래?”

“흐흐. 던질게.”


타석에 서는 가족도 있었다. 잘 못 던져도, 잘 못 맞춰도 웃는 분위기였는데 내가 내려가자 냉소적인 반응이 일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것을 느끼며 난 처음으로 마운드에 섰다.


‘생각보다 높구나.’


유지가 따라와 내게 카메라를 비추자, 여기저기서 안 좋은 소리가 나왔다.


“퍽오프!”


유지는 지지 않고 욕설을 해줬고, 그러자 오히려 분위기가 좋아졌다.


“오빠, 눌러버려요.”

“나 평범한 사람이야.”


조금 떨어져 서 있던 투수가 내게 손짓했다.


“더 앞으로 가서 던져도 된다는데요?”

“음.”


난 그 말에 따랐고, 소 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퍽!


그 소리는 내가 던진 공이 그물에 닿았을 때 사라졌다. 곧 포수가 급히 안면 가리개를 쓰고 앉았다. 나도 다시 마운드로 올라가 섰다.


“돌이 좋은데.”


손에 익지 않은 공이라 여러 번 가볍게 던졌다. 비난은 다시 일지 않았다. 18.44m의 거리는 가깝지 않다. 가볍게 어깨를 풀고 자세를 취했다. 돌을 던질 때 난 한 손을 앞으로 내밀어 조준점으로 삼는다. 그 자세로 던지기에 공이 너무 무겁다. 손을 내리고 가볍게 발을 들었다 내리며 팔을 돌렸다.


펑!!


포수의 눈썰미가 대단했다. 위로 뜬 공을 가볍게 잡아냈다.


-왓! 퍽!


손이 아프다고 금세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그러더니 포수가 바뀌었다. 그리고 타자까지 나타났다. 박진웅이 급히 뛰어와 내게 말했다.


“야구 했었어?”

“돌은 던졌지.”

“구속 봤어?”

“조절 중이야. 너무 세게 던졌지?”

“최대가 아니었어? 지금 백...”


165km가 나왔다. 놀랄 일인가 싶었다.


“백칠십 던지는 놈도 있었잖아.”

“최대 얼마까지 나오는데?”

“안 해봐서 몰라···. 해볼까?”

“...제구만 되면 당장 널 스카웃할 거야.”

“큭! 난 선수가 아니야. 오래 던지는 법도 모르고. 이렇게 던지는 것도 열 번이 한계야.”

“구원투수라는 말 알아?”

“...그렇게도 쓰긴 하겠네. 난 눈에 띄기 싫어.”


이미 다 띄었다고 유지가 종알거렸다.


“형을 위해서 오늘만 던질게.”

“...그럼 최대한 던져줘. 저놈이야. 네게 밥 사주라던 놈.”


타자가 마침 그놈이었다. 그것도 3번 타자였다.


‘흑인이 동양인을 무시한다 이거지.’


난 그에게 손짓해 타석에서 물러나게 했다. 연습구를 더 던지겠다고 유지가 통역해주자 녀석이 침을 탁 뱉으며 물러났다.


“음, 해볼까.”


나도 구속이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했기에, 어디서 본 투수의 자세를 떠올리며 던지는 연습을 몇 번 했다. 그리고 포수에게 던진다는 사인을 보냈다. 포수가 미트를 팡팡 치며 내밀었다.


“후우... 훕!”


귓가를 스치는 팔에서 나는 소리가 사라진 뒤 포수가 보였다. 난 쓰러진 그를 보다 고개를 들어 속도계를 보았다.


‘183. 그놈보다는 못하군.’


-왁!!!


갑자기 함성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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