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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 스트리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2.05.13 07:09
최근연재일 :
2022.07.02 22:41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8,117
추천수 :
469
글자수 :
95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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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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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9쪽

창과 돌 II

DUMMY

이시하라 다케시는 푸른 줄무늬 양복을 입고 금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가슴을 훤히 드러내려고 단추를 아래까지 풀었다. 건장한 몸과 좋지 않은 인상이 딱 나쁜 놈이구나 싶어졌다.


-요코! 내가 왔다!


녀석은 입구에서 한참을 떠들다 마담이 나오자 껴안듯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녀석은 11시까지 마시다 밖으로 나섰다. 그때까지 난 네 잔을 마셨고, 계산을 급히 하고 놈을 쫓아 나섰다. 그때 조지형이 앞에 나타났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군.”

“안에서 아무 일도 없으니 된 거 아닙니까.”

“원한은 아니라고 보는데···.”

“관여하실 겁니까.”

“...저자는 나도 싫다. 하지만 손님이지. 적어도 내가 보는 장소에서는.”


난 이시하라가 택시를 잡아타는 것을 보고 마음이 다급해졌다.


“항구에 창고가 있다. 안 좋은 소문이 있다.”


그러며 슬쩍 옷을 들치는데, 품에 칼이 있었다.


“손님을 고를 수 없는 처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전 저 사람과 대화할 생각뿐입니다.”


의심하며 보다 조지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지.”


그러며 옆에 선 청년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곧 팬과 종이가 조지형에게 들렸다.


“말이 안 통하잖아.”


한자로 쓰인 것은 주소 같았다. 난 가볍게 인사하고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택시를 잡아타고 주소가 적힌 종이를 내밀자, 택시 기사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


룸미러로 본 택시 기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그곳에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바닷가 인근 창고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철망이 있는 문 앞에 세우고 택시 기사는 내 눈치를 보았다. 난 조용히 만 엔짜리 지폐를 내주었고, 거스름돈은 받지 않았다. 그러자 택시 기사가 따라내려 내 손에 잔돈을 쥐여준 뒤 떠났다.


“킁!”


희미한 냄새를 쫓아 철망 담장을 따라 걸었다. 그때, 도로를 따라 여러 대의 차가 나타났다. 창문을 열고 달린 덕분에 녀석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앞서가던 차들이 속도를 줄이고 창을 내리기에 비틀거리다 철망을 잡고 오줌싸는 시늉을 했다. 곧 차는 다시 움직였다. 그들은 멀지 않은 입구로 들어갔고, 곧 철문이 닫혔다.


입구에 사람을 배치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겨지는 곳이다. 인적없는 곳을 지키는 것이 더 수상할 테니까.


주변을 살피다 철망을 넘었다. 냄새를 따라가는 동안 여기저기서 다른 냄새가 풍겼다. 또 무리인가 싶지만, 그와 다른 느낌이었다. 난 뒤엉킨 냄새 속에서 녀석의 냄새를 쫓아 움직였다. 멀리서 희미한 말소리와 신음성이 들려왔다. 조금씩 심장이 크게 뛰었다. 창고 벽에 바짝 붙어 움직이다 창으로 안을 보았다. 드럼통에 불을 피우고, 천장에 조명이 몇 개 켜져 있었다. 환하지 않아도 내부의 광경은 잘 보였다. 창고 끝에 누군가 매달려 있었고, 나머지는 멀리 떨어져 서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창을 들고 나서자,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케시는 창을 던지며 놀고 있었다. 칼을 던지는 녀석도 있었고, 돌을 던지기도 했다. 녀석들의 놀잇감은 살아있는, 살아있던 사람이었다. 뚝뚝 떨어지는 피가 날 계속 자극하고 있었다.


-선배가 그자에게 걸려서 화류계로···.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묶여 있는 것은 여인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고, 긴 머리카락이 축 늘어져 있어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나이는 어리지 않을까 싶었다. 알몸으로 매달린 채 죽은 그 소녀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상상하며 난 주변에 가득한 조약돌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창고의 입구는 하나였다. 차도 들어갈 큰 문이 있었고, 그 옆에 사람이 다닐 작은 문이 있었다. 그 문 앞에는 건장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퍽!


머리가 터진 청년에게 다가가 옷을 살펴보았다. 덜덜 떨며 무언가 말하려는 녀석의 주머니에 액이 채워진 주사기가 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비지테언이었다. 난 녀석을 두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보이는 녀석의 뒤통수를 노리고 돌을 던졌다.


퍽!


풀썩 쓰러진 녀석을 다른 녀석들은 인식하지 못했다. 무언가에 취해 있는지 저들끼리 낄낄대느라 바빴다. 셋이 쓰러진 뒤에야 이상을 깨달은 녀석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다케시는 여전히 창을 던지며 술을 입안에 쏟아 넣고 있었다.


-크아!


눈빛이 변한 놈이 달려왔다. 순수한 좀비는 아니었다. 주사 자국이 팔에 가득한 것을 보니 중독자였다. 그 뒤를 제법 멀쩡한 몰골의 중년인이 따라 달려왔다. 빠른 그들의 걸음을 보니 이미 약에 취했다 싶었다. 그런데 제어는 되지 않는 듯했다.


퍼걱!


앞서 온 녀석이 문틀에 부딪혀 쓰러졌다. 뒤따라온 녀석이 펄쩍 뛰어 물러나더니 주변을 더듬어 각목을 들었다. 그리곤 웃었다.


“와인드업.”


퍽!


이마가 푹 들어간 녀석이 쓰러졌다. 그때였다.


쒝! 퍽!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간 것은 창이었다. 멀리 선 다케시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녀석은 창이 가득한 통에서 하나를 더 꺼내 쥐더니, 내게 손을 까딱거렸다. 난 던지는 자세를 잡았고, 녀석이 그 순간 팔을 뿌리듯 흔들었다.


쉐엑! 터걱!


창은 문틀에 꽂혀 밖으로 삐져나왔다. 끝이 뾰족해 맞으면 아프겠다 싶었다. 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가 창이 박히는 순간 돌을 던졌다. 녀석은 목을 젖히는 동작으로 돌을 피하려 했던 것 같다. 내 제구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모르던 탓에 녀석의 가슴이 푹 들어갔다. 쓰러진 녀석은 연신 기침하더니 포효했다.


-크아아아!


화가 단단히 난 녀석이 창을 한 움큼 쥐고 내게 달려오며 던졌다. 기세가 흉흉해 난 급히 창고를 따라 달렸다.


텅!


모퉁이에 꽂힌 창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난 의지할 곳 없는 곳을 질주해야 했다. 창고는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길게 건축되어 있다. 입구는 짧은 가로 쪽에 있었고. 모퉁이를 돈 순간부터 난 전력 질주해야 했다.


쉐엑!


그런 내 등을 향해 창이 날아왔다. 다급히 몸을 날려 굴렸다.


퍽!


창이 땅에 박히며 흙과 돌이 튀었다.


“퉤!”


하나가 바로 또 날아왔기에 난 쉼 없이 달려야 했다. 이번엔 가로라 제법 오래 안전했다. 다시 창고 입구로 달릴 때, 뒤에서 창이 날아왔다.


“큭!”


하나가 내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살을 관통해 지나간 덕에 팔이 금세 축축해졌다.


“이 새끼가.”


화가 나 돌아보았지만, 녀석이 창 던지는 시늉을 하기에 달렸다. 열린 창고 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칠 듯 뛰는 심장 소리를 억누르려 애쓰며 기다렸다.


저벅. 저벅.


바닥에 깔린 자갈 덕에 녀석의 발소리를 잘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가 뚝 사라졌다. 녀석이 눈치를 챈 것인지 문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난 초조하게 기다렸다. 녀석이 지나가면 뒤에서 달려들 생각이었다.


띡.


그 순간 뒤에서 난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빠르게 돌아봤을 때, 녀석이 보였다. 창을 반쯤 열고 날 향해 창을 던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 새끼가!”


몸을 날리며 돌을 던졌다.


팡!


창이 깨지고 녀석이 얼굴을 가린 채 내게 창을 던졌다. 창은 내 허벅지로 정확히 날아왔고, 곧 그 궤적을 지나는 정강이에 맞았다.


“큭!”


둔중한 느낌을 먼저 받았다. 뼈에 꽂혀 있던 창이 떨어질 때가 더 아팠다. 신음을 참으며 일어나 창으로 달려갔다.


파강!


창을 부수고 나가자 녀석이 보였다. 머리를 맞았는지 이마를 감싸고 도주하고 있었다. 손에는 창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난 달리려다 바닥에 떨어진 창을 밟고 쓰러졌다.


“젠장!”


급히 창을 하나 주워서 녀석의 뒤를 쫓았다. 녀석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해안으로 달렸다. 울퉁불퉁한 바위가 가득한 그곳으로 왜 가나 싶었는데, 내가 절룩거리며 점점 거리가 벌어지자 이해하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내 상태까지 파악한 대단한 녀석이었다. 단지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훕!”


창을 던져 보았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창은 녀석 앞에 떨어졌다. 놀란 녀석이 넘어지더니, 이내 날 보았다. 그리고 뒤로 물러났다가 달려오며 내게 창을 던졌다. 녀석의 창은 나와 달리 정확하게 날아왔다. 빤히 보이기에 피할 수 있었다. 난 다시 창을 잡았다. 녀석은 날 기다렸다.


‘놀고 싶구나?’


난 창을 높이 던졌다. 녀석이 위를 보며 피하려 할 때, 손에 쥔 돌을 강하게 힘주어 잡았다.


탁탁.


후웅!!


퍽!!


녀석이 쓰러졌다. 어깨를 잡고 일어나던 녀석이 뒤늦게 하늘을 보았다.


“멍청이.”


푹!


운이 좋았다. 녀석이 피하려고 돌아서지 않았다면, 머리가 아닌 다른 곳에 혹은 빗맞았을 것이다. 창은 녀석의 정수리를 관통해 목뒤로 빠져나와 있었다. 아직 죽지 않았을 녀석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창에 꽂힌 채 계속 기어서 움직였다. 난 녀석의 등을 밟고 멈춰 세운 뒤 창을 뒤로 당겨 뺐다. 몸을 뒤집자 눈을 뒤집은 채 경련하는 녀석이 보였다. 난 녀석이 완전히 죽기를 바랐다. 하지만 녀석은 곧 깨어났다.


푹!


눈을 찔렀다. 그 정도로는 죽지 않겠지 싶어 다시 뽑을 때, 녀석이 픽 쓰러졌다.


“...거기가 약점이었냐.”


녀석을 잡아끌고 창고로 돌아갔다. 죽은 녀석들을 한 번씩 확인한 뒤 걸려 있는 여성을 내려주었다.


“매번 이런 결말이야.”


그녀에게 녀석들의 옷을 덮어 주고, 녀석들의 핸드폰을 열었다. 그리고 급히 내 핸드폰을 켜서 일본의 경찰 전화번호를 알아봐야 했다.


“백십 번이군.”


110을 누르려던 내 뇌리에 택시 기사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이대로 둘 수도 없고.”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안일하게 행동했다. 난 조지는 물론 바의 여러 사람에게 노출되었다. 조지는 물론 택시 기사도 문제였다.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불을 지를까 하다, 그래선 여성의 시신까지 훼손되고 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막막함이 일어 주변을 돌아볼 때였다. 기시감이 들었다.


“하나. 둘. 셋···.”


입구에서 하나. 그다음에 셋을 쓰러트렸다. 다케시는 밖에서 잡았고, 남은 것은 둘이다. 하나는 각목을 들려다 머리가 터져 죽었고, 하나는···.


“하.”


입구로 달려오다 문틀에 스스로 박고 쓰러진 놈이 사라졌다. 주변에는 피 냄새가 가득했기에 녀석이 간 방향을 추정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철망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를 가져가지 못해서 그런가.”


달려가 보니 녀석이 문을 열지 않고 그 옆 철망을 넘으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난 바닥을 살펴 돌을 쥐고 천천히 다가갔다. 녀석이 날 보았는지 돌아섰다. 그리고 품에 있던 칼을 꺼내 쥐었다. 여인이 몸에는 유독 많은 자상이 남아 있었다. 얼굴에도. 그 범인이 이 녀석이구나 싶었다.


“넌 곱게 죽지···.”


녀석이 급히 돌아보았다. 불빛이 있었다. 차가 다가왔다. 녀석은 기뻐하며 소리쳤다. 곧 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라이트가 내 쪽으로 비추고 있어 난 그들을 볼 수 없었다.


-어서 신고해! 저기 살인마가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끝났나.’


난 다른 선택지를 떠올렸다. 수영에 자신 없지만, 좀비니까 죽지 않고 헤엄칠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뒤로 물러날 때, 문이 열렸다. 칼잡이가 문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냄새 없는 일반인을 죽일 수는 없기에 난 도망가기로 했다.


“컥, 크억!”


갑자기 신음이 들렸다. 밖으로 나간 칼잡이가 누군가에게 잡혀 다시 들어왔다. 조금씩 가까워진 상대를 보고 난 긴장을 풀지 못했다.


‘조지.’


“컥!”


조지는 손을 비틀었다. 그에게 안긴 녀석이 축 늘어졌다. 곧 뒤에 있던 건장한 청년들이 그걸 들고 움직였다.


“저쪽이다. 그렇지?”


조지가 내게 물었다. 난 그가 손짓한 창고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조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턱을 까딱였다. 앞서라는 뜻 같았다. 난 그를 보며 천천히 돌아섰다. 곧 조지가 손을 닦으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뭐였나.”

“말해도 몰라요.”

“그런가. 흡혈귀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

“흠. 비슷한가.”


현장을 보고 조지형은 분노했다.


“아는 사람입니까?”

“실종된 아이다.”


화류계로 빠진 그 아이돌은 아니었다. 이미 빠진 여인인데, 최근 갑자기 사라져 조지와 조직원들이 찾는 중이었다고 한다. 모인 이들 중에는 도시의 공무원도 있었다. 재벌도 있고, 조지의 상급자 격인 조직의 간부도 끼어 있었다. 마지막에 죽은 것이 그놈이었다.


“신고하려다가 나도 걸려들 것 같아서요.”

“혼자서... 한 건가.”


어깨를 으쓱거리자 조지는 몰골이 많이 상한 다케시를 보았다.


“그놈이 주도한 겁니다.”

“역시 그랬군. 최근 실종된 아이들이 더 있다.”

“아.”


난 오는 길에 맡았던 냄새를 떠올렸다. 조지를 데리고 냄새가 나는 창고로 향했다. 문을 뜯어내고 보니 안에 다섯 명의 여자가 갇혀 있었다.


“우리 선에서 끝낼 일이 아니군···. 넌 그만 빠져.”

“흠. 복잡해 보이는데.”

“...어쩔 수 없지.”

“...나 지금 취했어.”


바라보기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생각해보니 나 외국인이잖아. 택시를 탔는데 엉뚱한 곳에 내린 거야. 여기가 뭔가 싶어서 취기에 들어왔더니 안에서 신음이 들리네? 열어보니 이렇게 여자들이 알몸으로 묶여 있고. 여기까지만 아는 것이지. 겁이 나서 신고했고···. 술에 깨기 전이라 우선 112로 신고할게. 연결이 안 되는군. 그래서 검색해야겠지···. 응, 110번이군. 이제 가봐.”


“그런 말이 통할 것 같나?”


“아니면? 날 어쩌겠어? 그리고 나 스트리머야. 여기 녹화할 거야. 방송을 내보내야지. 백만 스트리머를 무시하지 말라고.”


“...알겠다. 내가 어떻게든 도움을 줄 테니까.”


“어서 가. 저러다 저 여자들 죽겠어.”


난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조지형 일당이 사라진 뒤 카메라를 켰다.


“갑자기 방송을 켰습니다. 여기 일본입니다. 한잔하고 누가 좋은 곳이 있다고 알려줘서 왔는데 창고입니다. 여기 어딘지 모르겠어요.”


실시간 방송을 예고 없이 시작했는데, 제법 많은 수가 들어왔다.


“하 젠장. GPS도 먹통이고. 술김에 여기 담을 넘어왔는데···. 도둑으로 몰리나요? 젠장! 어쩌지, 그런데 아까부터 여기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들어보세요···. 들려요? 안 들린다고요? 무슨 신음 같던데.”


난 귀를 대고 있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자 목소리에요. 허! 뭐죠 이게? 모르겠다.”


열지 말라고 난리였지만, 난 바닥에 핸드폰을 두고 창고 문을 돌로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열게요. 여러분, 제가 잘못되면 제발 신고해 주세요. 열···.”


잠시만 안을 보여주었다. 여인들이 알몸이었으니까. 난 급히 카메라를 돌렸다.


“제, 젠장! 보셨어요? 여자들이···. 나체로.”


보여달라고 난동을 부리는 미친놈도 있었다. 난 꾹 참고 상황을 전달했다. 그리고 곧 110번으로 연락하라는 채팅이 올라왔다.


“전화해야겠죠? 젠장, 나 못 돌아가는 거 아닙니까? 여러분 제발 대사관에 연락해주세요. 아무튼 전화합니다. 방송 잠깐 끌게요.”


방금 영상을 저장해 업로드하고 110번에 연락했다.


“조시! 조시! 여기 여자! 나 강코쿠! 창고! 주고는 몰라! 여기 바닷가!”


장난 전화라 여기고 끊으면 어쩌지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정상적인 경찰이 받았나 보다. 그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이를 연결해주었고, 난 상황을 전하며 백만 스트리머임을 강조했다. 또 현장 영상을 업로드했다는 것도 전했다.


-그건 내려주셔야 합니다.

“내가 어떻게 될지 알고요? 빨리 사람이나 보내세요. 여기 여자들 죽겠어요.”

-그들을 만지지 마십시오.

“추워서 죽으면 어쩌라고요? 몸도 안 좋은지 계속 끙끙거리는데.”

-곧 의료진이 도착할 것입니다. 혹시 주변에 다른 이들도 있습니까?

“모르겠어요. 아, 저쪽 창고에 차가 보이고, 불빛도 보여요. 아무튼 기다리는 동안 난 방송 계속할 겁니다.”


전화를 끊고 방송을 다시 켰다. 그리고 멀리 있는 창고를 비췄다.


“저기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납치범들일까. 후, 움직이지 말라고 했으니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경찰 소리 듣고 녀석들이 몰려오면 난 어쩌란 건지. 여러분 제 영상 백업 부탁합니다. 여기 경찰이 당장 지우라고 난리였습니다. 뭘 믿고 지우라고. 안 그래요? 젠장. 여긴 왜 이리 춥냐. 아, 저 여자들 뭐라도 덮어줘야 하는데, 그냥 두라네요. 증거물이 훼손된다고.”


멀리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허, 저 봐요. 사이렌 켜고 오네요. 한국 경찰이 더 뛰어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뚝 사라졌다. 곧 입구에 경찰들이 나타나 담을 넘는 미련한 짓을 했다.


“저게 뭐 하는 짓일까요? 문이 있는데? 열면 되는데?”


깨달았는지 문을 열고 차량이 쏟아졌다. 일부는 불 켜진 곳으로, 일부는 내 쪽으로 왔다. 아마 내가 들고 있는 핸드폰 불빛을 본 것 같았다.


“옵니다. 나 스트리머다! 나 스트리머야!”


경찰들이 날 덮쳤다. 쓰러져 난 카메라를 내 쪽으로 돌렸다. 경찰들이 날 강제로 묶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제법 보여주었다 싶을 때, 툭 방송을 끄고 핸드폰을 챙겼다.


*


방송 덕분에 하루가 지나지 않아 난 풀려났다. 일본에선 자국 경찰들의 민낯이 드러난 영상을 지워달라고 난리였지만, 난 그럴 이유가 없었다. 조회 수가 오백만이 넘었고, 이미 많은 곳으로 퍼져 밈으로까지 만들어진 영상이다. 대사관에서도 내게 지우라 마라 해서 화도 났다.


“내가 체포되는 거 못 봤어요?”

“그런 곳에 들어간 것이 잘못 아닙니까?”

“사람 앓는 소리 듣고 갔다니까요? 아니, 표창장을 줘야 할 마당에 체포하고, 24시간 감금하고, 대사관은 그걸 그냥 두고 보고? 이거 방송 감이군. 나가자마자 바로 이 건으로 폭로할 테니 각오하세요.”

“...겁이 없군.”


날 비웃는 그를 보며 비웃어 주었다.


“자국민의 이득을 위해 살아주세요. 네? 이건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겠군.”

“뭐?”


그가 달려들었다. 난 가볍게 피해주었다.


“어쭈, 폭력까지?”


카메라를 꺼냈다.


“이거 실시간 방송되고 있었습니다만. 참 대단한 분이시군요.”

“꺼!”

“싫어!”

“잡아! 뺏어!”


난 도망 다녔다. 때려눕힐 수 있지만 참았다. 곧 대사관 직원의 전화가 울리더니 녀석이 굳었다.


“왜요? 외교부에서 방송하는 걸 보고 있어요?”


면직되던 파직이 되든, 내 알 바 아니다.


대사관을 나오자 일본 경찰이 기다렸다. 날 추방하는 것이다. 난 그 모습도 방영해주었다. 일본의 민낯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일본인들도 부끄럽다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납치범들에게 다섯을 구한 날, 그들은 영웅이라고도 불렀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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