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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의 글방

설산대형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1.12.22 06:11
최근연재일 :
2011.04.28 08:0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37,797
추천수 :
856
글자수 :
30,928

작성
11.04.25 08:02
조회
21,874
추천
85
글자
8쪽

설산대형 2 설산파 대사형3

DUMMY

범문이 냉소를 머금으며 말을 받았다.

“이제 보니 천리추영千里追影 막 형이었군. 내가 할 소리야. 한 때 한 지붕 아래 머물렀던 정을 생각해 뒤를 밟은 죄를 용서해 줄 테니 어서 졸개들을 데리고 떠나게.”

천리추영은 미미한 흔적만으로도 천리를 추격할 수 있다고 알려진 추종술의 대가로 대강남북을 떠도는 낭인이었다.

천리추영의 뒤편에 있던 자가 인상을 구기며 고함을 질러댔다.

“이놈, 철마. 터진 아가리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막 형은 길잡이를 맡았을 뿐이고 내가 바로 탈명삼괴奪命三魁의 맏이 곽부다.”

탈명삼괴라는 말이 떨어지자 범문은 움찔하며 물러서고 소군이 사시나무 떨듯 떨어댔다.

비가 콧방귀를 날리며 빈정거렸다.

“흥! 별호 한번 너저분하기도 하다.”

곽부가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내질렀다.

“저, 저런 찢어 죽일 놈. 길잡이 주제에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다니. 네 놈의 혀를 잘라 개먹이로 주지 못한다면 내가 성을 갈겠다.”

비가 조소를 머금으며 빈정거렸다.

“개먹이? 개먹이가 되고 싶어 지랄용천을 하는구나.”

“지, 지랄용천?”

곽부의 동공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정도로 돌출되더니 이내 독 오른 독사눈을 하며 몸을 날렸다.

그러자 나머지 세 사람도 동시에 몸을 날려 벼랑에서 내려 왔다.

제법 표홀하면서도 중심이 잘 잡힌 신법이다.


채앵!

범문이 발검과 동시에 뛰쳐나가며 다급히 소리쳤다.

“공자, 내가 막을 테니 아가씨를 모시고 달아나 주시오.”

비가 나직이 말했다.

“거산, 놈들의 더러운 모가지를 베라.”

“예, 대형.”

거산이 썰매에 숨겨 놓은 장검을 빼들고 달려 나갔다.

소군이 바짝 매달리며 속삭였다.

“오라버니, 넷의 합공을 당할 수 없으니 어서 도망쳐요.”

비는 콧방귀를 날리며 소군의 엉덩이를 때리고는 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달아나다니? 네 호위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넌 도망치겠다는 말이냐?”

소군이 파르르 몸을 떨며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자, 잘못 했어요. 저도 목숨을 걸고 싸울 게요.”

“됐다, 넌 방해만 되니 꼼짝 말고 내 뒤에 숨어 있어라.”

비는 그렇게 말하고는 정작 자신은 한가하게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다.


거산은 탈명삼괴의 맏이 곽부와 다른 하나를 상대했고 범문은 나머지 하나와 천리추영을 맞아 격전을 벌였다.

범문은 두 사람을 맞아 팽팽한 접전을 벌였지만 거산은 이리저리 휘둘리며 바람 앞에 놓인 등불과도 같이 위태로웠다. 곽부의 검식이 워낙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비가 혀를 차대며 구시렁댔다.

“인간아, 덩치가 아깝다. 빤한 꼼수에 현혹당해 쩔쩔매는 꼴이라니.”

소군이 울먹이며 말했다.

“저러다 임 아저씨 죽겠어요.”

비가 소군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럼 조금만 도와줄까?”

소군이 두 손을 모으며 애원했다.

“제발요, 천리추영은 삼숙과도 평수를 이루는 고수고, 탈명삼괴 또한 벽사방주가 봉공으로 초대할 정도로 악명이 자자한 살수들이에요.”

봉공이란 빈객 중에서도 가장 높이 받들어지는 낭인을 부르는 말이었지만, 비는 봉공이 무슨 자리인 줄도 몰랐고 벽사방이란 방파는 듣는 게 처음이었다.

비가 신형을 번뜩이며 손을 휘둘렀다.

소군이 보기에는 그저 허공에 대고 헛손질을 하는 것 같았고 뭘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따닥!

“아악!”

차돌이 깨지는 것 같은 청명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두 사람이 검을 떨어트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뭔가가 날아 와 그들의 검을 든 손목을 때린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산의 검신이 검을 잃은 살수의 목을 스쳐가고 범문의 검봉 또한 살수의 심장에 박혔다. 이제 남은 적은 곽부와 천리추영뿐이다.

“고맙습니다, 대형.”

그 와중에도 거산은 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각기 하나씩을 해치운 두 사람은 여유롭게 적을 몰아붙이기 시작했으니 소군의 안색이 환해졌다.

소군은 도대체 비가 뭘 던져 적을 상하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본 결과 달라진 풍물을 찾아냈다. 거산이 끌던 썰매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 두 개가 없어진 것이다.

소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오라버니, 고드름을 던지신 거예요?”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고 있던 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 눈썰미가 제법이구나.”

소군이 수줍은 미소를 머금으며 얼굴을 붉혔다.

“크억!”

그때 범문과 싸우던 천리추영이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몸을 눕혔다. 범문의 검이 그의 심장을 찌른 것이다.

그러자 거산과 격전을 벌이던 곽부가 몸을 빼 달아나기 시작했다.

거산이 추격하려 했지만 비가 소리쳤다.

“내 버려둬라.”

거산이 우뚝 멈춰 서자 범문이 기겁하며 그를 추격했다.

“아앗! 놈을 살려 보내면 또 추격대가 옵니다.”

비가 다시 외쳤다.

“내 버려두시오. 놈은 멀리 가지 못하오.”

“크아아악!”

비의 말이 끝나자마자 산모퉁이를 돌아가던 곽부의 애절한 비명이 들리더니 사위가 고요해졌다.

거산이 껄껄대며 말했다.

“백구白拘가 왔나보군요.”

백구라면 흰 개를 말한다.

비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범문은 믿을 수 없었다. 살수 행에 나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탈명삼괴의 맏이 곽부가 한낱 개에게 물려 죽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치달렸다.

모퉁이를 돌아가 보니 낭자한 선혈과 곽부의 장검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눈 위에 찍힌 선명한 발자국. 분명 보통의 것보다 두 배는 더 큰 호랑이의 발자국이었다.

범문은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호랑이의 종적을 찾지 못했다.

소군을 업은 비가 다가오자 범문은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호랑이가 곽부를 물어 갔습니다.”

비가 낭창하게 허리를 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호랑이가 아니라 개 발자국이요.”

범문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태연자약하게 웃고 있는 비에게 말해 본 들 소용없을 것 같아서다.

썰매를 끌고 뒤 늦게 나타난 거산이 말했다.

“백구가 다녀갔군요.”

비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범문은 씁쓸한 미소를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설산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흰 호랑이가 산신령의 변신이라 생각한다. 셀파족의 길잡이들이 도망친 것도 호랑이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이 사람들은 설산의 영물이라는 백호白虎를 백구라 부르고 있구나. 혹시 설 공자가 백호를 부리는 건 아닐까?’

소군도 고개를 내저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설산의 개 발자국은 호랑이 발자국과 흡사하네.”


@


거산은 세 사람의 시신을 벼랑 아래로 던져 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썰매를 끌었다.

비 또한 묵묵히 썰매를 지치며 나아갈 뿐이고 등에 업힌 소군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범문이 비에게 다가와 감사의 말을 했다.

“놈들은 본방과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벽사방의 주구들로 일류에 속하는 고수들입니다. 암기를 던져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낭패를 당했을 겁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가 냉랭한 어조로 대꾸했다.

“일류에 속하는 고수가 약초꾼이 던진 암기에 봉변을 당할 리가 있겠소? 살인이나 해대는 잡것들을 처치한 것뿐이니 쓸 데 없는 소리 말고 길이나 갑시다.”

비의 말대로 하자면 범문은 졸지에 잡배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하수가 되어 버렸으니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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