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대형 序
雪山大兄
序
만년설이 덮인 절봉이 끝없이 펼쳐진 설산.
너무 높고 험해 구름조차 오르기 힘겨운 산이다.
준령을 오르지 못한 구름들이 바다를 이루고 그 운해雲海를 뚫고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른다.
설산영봉.
구름바다가 머리를 조아리고 세찬 바람조차 힘겨운 비명을 토하는 이곳.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신령스러움을 간직한 곳이다.
설산의 칠십구 고봉 중에서도 가장 높다는 주목랑마珠穆朗瑪.
태고의 비경을 간직한 이곳에는 눈보라를 동반한 한풍이 몰아치고 인적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춥고 험하기로 말하자면 팔한지옥八寒地獄보다 더하고 높이가 무려 삼천 장에 이르는 이곳에 사람이 있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청량한 기합성과 함께 창공을 차고 날아 주목랑마의 정상에 우뚝 내려서는 소년이 있었다.
등에는 자줏빛 대바구니를 지고 발에는 대나무로 만든 설마雪馬(썰매)를 매달고 있는 소년.
깊고도 맑은 눈은 길게 찢어져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위엄이 있었으니 용정호목龍睛虎目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용의 눈동자와 호랑이의 눈매를 닮은 소년은 대바구니와 설마를 풀어 놓고 뾰족하게 솟은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지그시 눈을 감았다.
설산의 준령같이 우뚝 솟은 콧날과 한 일자로 굳게 다물어진 입술은 그의 강인한 성품을 말해 주는 듯했다.
한설이 몰아치고 칼바람이 불어 왔지만 소년의 몸은 조금도 미동하지 않은 채 석상처럼 굳어갔다.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