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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의 글방

설산대형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1.12.22 06:11
최근연재일 :
2011.04.28 08:0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37,809
추천수 :
856
글자수 :
30,928

작성
11.04.24 08:01
조회
21,370
추천
76
글자
7쪽

설산대형 2 설산파 대사형2

DUMMY

여명이 밝아 올 무렵, 커다란 썰매에 짐을 한 가득 싣고 관제묘에 들어 선 두 사람. 비와 거산이었다.

삼숙이 이채를 띠고 물었다.

“짐이 이렇게 많습니까?”

비가 담담히 대답했다.

“동상이 걸리지 않으려면 속옷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오. 또 천막과 이부자리, 풍로, 탕약기, 약초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많소.”

“아, 그렇습니까?”

삼숙은 험한 산에 오르며 풍로와 숯까지 가져가는 게 이상했지만 묻지도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소녀가 밝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 소개도 못 드렸네요. 소녀는 냉소군이라 하고 이분은 아버님의 의형제세요.”

삼숙이 성명을 밝혔다.

“범문이라 합니다. 의형제라는 말씀은 감당할 수 없고 그저 아가씨의 호위를 맡고 있지요.”

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는 설운비고 저 덩치는 임거산입니다.”

“설운비, 임거산, 정말 호걸다운 이름이네요.”

냉소군이 미소를 머금으며 화답했지만 비는 대꾸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자, 그럼 슬슬 올라가 볼까?”

비는 산보를 하듯 한가하게 걸어가고 거산은 짐이 가득 실린 썰매를 끌며 뒤를 따랐다.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만년설로 덮여있는 장엄한 설산이 앞을 막았다.

비는 대나무로 만든 작은 썰매를 꺼내 발에 묶었다.

소군과 범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산할 때라면 몰라도 산을 오르면서 썰매를 탄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비는 팔짱을 끼고 휘파람을 불어대며 유유히 미끄러져 가파른 산을 올랐다.

한식경 정도 올랐을 뿐이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데다가 눈보라가 몰아치고 점점 공기까지 희박해져서 비를 제외한 세 사람은 연신 가쁜 숨을 토해냈다.

소군이 앞 서 가는 비를 불렀다.

“설 오라버니,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돼요?”

비가 뒤 돌아보며 무심히 말을 받았다.

“먼저 갈 테니 정 힘들면 쉬었다 와.”

“끄응!”

소군이 신음을 토하며 다시 움직였다.

그런데 비가 썰매를 지치며 다가왔다.

“꼬맹아, 그렇게 힘들면 업혀.”

소군은 눈이 반짝이며 화색이 돌았지만 표정이 돌변하며 난처한 기색으로 범문을 바라봤다.

범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군은 그제야 미소를 머금으며 비의 등에 뛰어올랐다.


다시 한식경을 더 가자 엄청난 눈보라가 회오리치며 몰아쳐왔다.

범문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데다 뼈까지 한기가 스며들어 바람에 휩쓸리며 몇 번이나 기우뚱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범문은 대막에 불어오는 돌개바람, 용권풍龍卷風이 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바람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설산의 세찬 돌개바람에 비하면 용권풍은 젖은 땀을 말려주는 산들바람에 불과했다.

범문이 소리쳤다.

“설 공자, 길을 찾을 수 있겠소?”

비는 들은 척도 않고 나아가고 거산이 대신 대답했다.

“대형은 눈을 감고도 갈 수 있으니 우린 그저 썰매 자국을 따라 가면 됩니다.”

범문은 눈을 뜨면 눈알이 찢어질 것 같이 아파 썰매 자국조차도 볼 수 없어 염치불구하고 거산이 끄는 썰매에 의지해 뒤를 따랐다.


고개 하나를 넘자 눈보라는 잦아들었다.

그런데 천길 벼랑에서 비가 우뚝 멈춰 섰다.

범문이 바짝 다가가 물었다.

“길을 잃었습니까?”

비가 무심한 눈빛으로 고개를 내젓더니 나직이 말했다.

“눈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소.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한꺼번에 무너뜨려야겠소.”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으니 미리 눈사태를 일으키겠다는 말이었다.

“잠시 기다리시오.”

비는 소군을 내려놓고 벼랑을 향해 웅후한 사자후를 내질렀다.

“무-너-져-라.”

꽈르르릉.

그러자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울려 퍼지며 산꼭대기에서부터 눈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눈사태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소군과 범문은 이렇게 엄청난 눈사태는 본 적이 없어 어안이 벙벙했지만 비와 거산은 태연하기만 했다.

거산이 물었다.

“대형, 이제 끝난 건가요?”

비가 눈을 지그시 감고 귀를 쫑긋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굵은 동아줄을 내밀었다.

“많은 눈이 덮여 발을 잘못 내딛으면 천길 벼랑으로 떨어진다. 줄로 묶고 내 뒤를 따라라.”

소군은 비의 등에 뛰어 올라 납작 엎드리고 거산과 범문은 묶은 줄을 꼭 잡고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며 벼랑을 벗어났다.


사지를 벗어난 지 일각도 되지 않아 또 다른 벼랑이 보이자 비가 다시 멈춰 섰다.

범문이 물었다.

“또 눈사태가 일어납니까?”

비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니라 누군가가 벼랑 위에 몸을 숨기고 우리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소. 혹 원수를 달고 온 게요?”

범문이 흠칫하며 위를 올려다보더니 도리질했다.

“원수는 아니지만 추격자가 있었습니다. 완전히 따돌렸다 생각했는데 매복을 하고 기다릴 줄은 몰랐습니다.”

비는 매의 눈과 같이 서늘한 안광을 내보이며 사방을 둘러보더니 싱긋 웃었다.

“설산의 고산족 중 셀파족이라고 있다오. 오래 전 몽골에서 들어 온 유민이지요. 일단 길잡이를 하고 있는 그들을 먼저 쫓아야겠소.”

비는 웃음을 거두고 바로 포효를 내질렀다.

“크엉-!”

커다란 호랑이의 울부짖음이 산중을 울렸다.

두 번을 내지르자 반응이 왔다.

벼랑 위에서 기겁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급하게 달려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연이어 들려오는 몇 사람의 고함소리.

“이, 이놈들아, 게 서지 못해?”

“안서면 쏜다.”

쇄액 쇄액.

바람을 가르는 파공성이 들리더니 두 사람의 비명이 들렸다.

매복자들이 도망치는 셀파족 출신의 길잡이들에게 화살을 쏜 게 분명하리라.

범문이 벼랑 위를 바라보며 호통을 내질렀다.

“비겁하게 숨어 있지 말고 썩 나서라.”

잠시 뜸을 들이더니 네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늘한 한기를 뿜어내며 어깨에 장검을 비껴 찬 네 명의 무사.

한 눈에 보기에도 제법 그럴 듯한 무공을 익힌 고수로 보인다.

그 중 하나가 호탕하게 웃어젖히며 소리쳐 왔다.

“철마鐵馬, 옛 정을 생각해서 그 애와 장보도만 내 주면 보내 주겠네. 설마 자네 혼자서 우리 넷을 상대할 생각은 아니겠지?”

범문의 별호가 철마인 듯하고 그들이 노리는 것은 소군과 장보도였다.

소군은 범문의 눈치를 살피며 비의 등에 납작 엎드렸다.


작가의말

휴일 잘 보내시고 월요일 아침, 찾아 뵙겠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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