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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최근연재일 :
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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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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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회

DUMMY

일행의 리더로 보이는 듯한 사내는 자신의 동료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그들의 직업은 오른쪽에서부터 차례대로 전사, 전사, 전사, 전사, 그리고 전사였다. 순서가 바뀌어도 소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무척 암담하다. 결코 밸런스가 좋다고 볼 수 없는 조합이다.


'어디 전쟁나가는건가...'


그러나 내 예상은 아주 멋지게 빗나가버렸다. 그들이 받은 의뢰란 다름이 아니라 던전 탐사란다. 아슬론은 그 말에 얼굴을 묘하게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던전이면 안쪽에 함정 같은 것도 있는거 아닙니까?"


바깥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그였지만 던전에 대한 것 정도는 옛 시대의 영웅담을 통해서 들어본 모양이다. 팀의 리더를 맡고있는 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지간한 함정은 저 친구가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가 조금 작은 체구의 전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섯 명 중에서 그나마 손재주가 있어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전문적인 도둑에 비할 바는 아니겠고, 기껏해야 어깨너머로 배운 정도겠지. 정작 본인도 자신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걸 보니까 확실하다.


그래도 대놓고 면박을 주는 것은 못할 짓이다. 나는 함정에 대해서는 잊기로 결심하곤 아슬론에게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만약 유령 같은 놈이 나오면 어떻게해?"


온라인 게임의 지식이긴 하지만, 물리 공격을 무효화하는 괴물 같은게 있으면 이 파티로서는 답이 없다. 그러나 아슬론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곧바로 대답했다.


"그 점은 문제될게 없습니다. 제 참룡검은 그런 놈들에게도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으니까요. 이게 보기보다 명품입니다."


"참룡검? 아..."


그의 등에 메여있는 대검의 이름이 참룡검인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용들의 자존심이 두려워서 감히 쓰지 못할 이름이지만, 용인들은 어차피 걸리면 바로 죽는지라 마음 편하게 쓴다. 나는 그의 입을 빌려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캐물었다.


"어떤 던전을, 무슨 이유로 탐사하는겁니까?"


다행히 그들은 의뢰의 내용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입이 가볍게 열린 것을 보고 안심했다. 이토록 쉽게 말하는 것을 보니 불법적인 일은 아닌 모양이다. 용병이라는게 정규군이 아니다보니 음습한 일을 맡아서 토사구팽 당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들었다. 팀의 리더는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브리핑하듯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번 의뢰의 의뢰주는 블러우드 데 아스파거. 성왕국의 3성 귀족입니다."


3성 귀족... 의뢰주가 생각 외로 거물이었다. 보통은 작위가 높다고 반드시 강력한 귀족인 것은 아니지만, 이곳 성왕국에서는 그러한 공식이 통한다.


성왕국의 신분제는 7성까지 있다. 그런데 6성은 왕족, 7성은 왕인지라 실질적으로는 5성이 끝이다. 그 중에서도 3성이면 다른 왕국의 중견 귀족 정도.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쉽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팀의 리더가 아슬론의 표정을 살피며 이야기를 이었다.


"의뢰의 내용은 던전의 안쪽에 잠들어있는 유물의 발굴. 상당히 강력한 마법도구라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모릅니다. 이 던전 자체가 발견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잠깐. 던전이 어떻게 발견된건데요? 저희가 들어가서 공략해도 괜찮은겁니까?"


팀의 리더는 아슬론의 입을 빌린 내 질문에 걱정 말라는 듯 답했다.


"이 던전은 의뢰주의 후원을 받는 모험가가 발견한겁니다. 그러니 던전의 공략 권한은 의뢰주에게 있지요. 그분의 의뢰를 받은 저희가 탐사해도 문제될건 없습니다."


"아하."


이쪽 방면은 보기보다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이번에는 아슬론이 내 허락을 받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본인이 직접 공략하지 않는거지요? 3성 귀족 정도 되면 밑에 부하들도 많을텐데..."


성왕국의 귀족들은 말 한 마디로 아랫사람들을 부릴 수 있다. 그런데 귀족들이 자신의 사욕을 위해서 국민들을 마구 부려대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팀의 리더가 고개를 저으며 내 추측을 증명해줬다.


"아무리 3성 귀족이라고 해도 이런 일에 쓸 수 있는건 본인의 사병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전력을 아끼기 위해서 저희들을 고용한거죠."


이 자리의 모두는 시민권을 가지지 않은 여행자 내지는 모험가다. 그러니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지로 밀어넣을 수 있다. 물론 충분한 돈을 지불한다는 전제하에.


의뢰의 내용을 확인한 나는 금액의 확인에 들어갔다. 팀의 리더는 아슬론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직접 의뢰서를 보여줬다. 그곳에는 상상 이상의 금액이 적혀있었다. 보수를 6명이서 나눈다고 쳐도 당분간 돈 걱정은 없어지겠다.


처음에는 내가 이곳 물가에 익숙치 않아서 착각한 것인가 싶었으나, 리더의 반응을 보니 그것도 아니다.


"액수가 좀 많죠. 대신 그만큼 위험할겁니다. 던전을 발견한 모험가도 초입 정도만 살펴봐서 별다른 정보도 없고..."


전사 6명의 파티로 뚫어내기엔 조금 힘들 것 같다. 그러나 아슬론은 자신감과 흥분으로 몸을 들썩이는 중이었다. 리더는 그런 그의 모습에 안도감을 보이며 자세한 조건을 제시했다.


"원래는 6인분으로 나눠야하지만... 만약 의뢰에 성공하게 되면 보수의 4분의 1을 드리겠습니다. 대신 팀의 선두에서 공략해주세요."


리더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찝찝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방금 전만 해도 생판 남이었던 사람들에게 등을 맡기라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아슬론은 이 조건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한 말투로 내게 허락을 구했다. 나는 그에게 제동을 걸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이 사람들이 너를 배신할지도 모르잖아."


"상관없습니다. 뭣하면 이곳의 다섯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괜찮아요."


"..."


본인이 이토록 의욕을 보이니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스타팅 캐릭터 선택창에서 봤던 초월적인 능력치를 감안하면 아주 근거없는 자신감도 아니다.


그대로 손을 잡게된 아슬론과 전사들은 하루동안 정비를 마친 뒤에 던전을 공략하기로 했다. 아슬론이 그들의 돈으로 술과 음식을 해치우는 동안, 나는 스마트폰으로 그를 모니터링하며 가디언 소울 게시판을 뒤졌다. 아직까지는 모르는게 너무 많은지라 쉴 틈이 없다.


게시판의 사람들은 서로를 정답게 욕하고있었다. 역시 플레이어들끼리도 그리 화목하게 지내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나야 지금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최악의 조건을 가진 성왕국에 있으니 별 상관이 없지만, 나중에는 그들과 맞붙을 때가 올지도 모른다.


나는 그대로 밤새도록 정보를 끌어모았다. 가디언 소울을 플레이 할 때에는 피로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휴식을 취할 필요가 없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직장인 등을 위한 배려이리라.


다음날 아침, 침대에 눕지 않고 기대서 자던 아슬론은 일행들 중 누구보다도 먼저 눈을 떴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일행은 곧장 도시를 나서서 예의 던전으로 향한다. 일행의 리더에게는 임시 통행증이 있어서 도시를 드나드는 것이 편했다. 저건 모험가이면서도 제법 신뢰를 쌓았다는 증거이리라.


우리가 공략하게 된 던전은 으슥한 야산의 토굴이었다. 흙더미와 풀로 교묘하게 감춰져있던 입구는 땅 속의 깊은 곳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 하다. 아슬론은 그 입구를 훑으며 리더에게 조용히 물었다.


"던전에 선객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하죠?"


"... 선객이요?"


"여기에 흔적이 있지 않습니까. 생긴지 얼마 안 됐네요. 나름대로 지우려고 애쓰긴 했는데 실력이 부족했어."


아슬론이 흙더미 속에 남아있던 희미한 자국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엔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가 직접 가리켜주니까 확실히 보인다. 그러자 일행의 도둑 역할을 맡고있던 전사의 표정이 머쓱해졌다. 물론 그를 탓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아슬론은 그리 길지 않았다곤 해도 한평생을 숲 속에서 보내지 않았던가.


직접 흔적을 확인한 리더는 도적 역할의 사내를 나무랄 정신조차 없었다. 그의 표정이 어둡다 못해서 썩어들어간다.


"가끔 이런 놈들이 있죠. 아마 다른 사람의 던전을 가로채려는 놈들일겁니다."


우리의 의뢰주, 블러우드는 자신의 사병을 아끼기 위하여 의뢰를 넣었다. 그러니 자신의 병사를 움직였을리가 없다. 팀원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의견을 나눴다.


"여기 벌써 털린거 아냐?"


"아뇨. 흔적이 얼마 안 됐어요. 길어봤자 저희보다 2시간 정도 앞서있겠네요."


"해 뜨기도 전에 도시를 나섰나... 그냥 나오는걸 기다렸다가 덮칠까요?"


"이 던전의 입구랑 출구가 같다는 보장이 없어. 여기서 가만히 있다가는 놓칠지도 모른다. 일단 조용히 쫓아가보자."


선객은 던전 속의 괴물과 함정들을 뚫어내느라 상당한 전력을 소모했을 것이다. 여차하면 우리가 기습할 수도 있으니 재빨리 쫓아가는 것이 좋으리라.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을 이끌어낸 리더는 그대로 입구에 들어섰다. 아슬론은 그런 그를 제치며 선두에 섰다.


"제가 앞장서기로 했죠."


"아... 고맙습니다."


6인의 전사들은 좁고 어두운 토굴을 일렬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일행의 허리춤에 매달린 등불이 불안하게 일렁이며 앞길을 비췄다.


작가의말

볼게 없다고 하셔서 한 편 더 투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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