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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몬몬의 방

무능한 용사는 세상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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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몬몬
작품등록일 :
2021.05.15 14:21
최근연재일 :
2021.05.20 21:17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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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추천수 :
2
글자수 :
25,672

작성
21.05.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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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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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화

DUMMY

손님들은 웅성거렸지만 수혈네 가족은 침착했다. 수혈의 어머니가 물었다.


“왜 이렇게 사람을 잔뜩 끌고 왔어? 설마 겁먹었어?”

“너는 진짜 나이를 먹어도 변하질 않는구먼.”


외삼촌을 뒤통수를 벅벅 긁더니 말했다.


“친척의 정이란 게 있어.”

“있었구나.”

“그래 있지! 있으니까 지금까지 기다려준 거 아녀.”


외삼촌은 차용증서를 내밀었다.


“잘난 아들이 취직하면 갚겠다, 갚겠다 해서 미룬 게 도대체 몇 년이여? 그 와중에 아들이 뒤졌는데, 내가 더 기다려야 하냐? 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앞으로 나선 건 수연이었다. 수연이는 덩치 큰 외삼촌 앞에서도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못됐어요? 적어도 오빠 죽은 날에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아무리 가난하다지만 이렇게 어른에 대한 예의가 없어서야 쓰겠어?”


외삼촌이 수연이의 이마를 툭 쳤다. 그러나 수연이는 꿈쩍도 안 했다.


“우리가 오빠 죽었다고 빚 안 갚겠다고 말한 적 없잖아요.”

“그래 그런 말은 안 했는데, 세상에 상식이라는 게 있지? 그래서 빚 어떻게 갚을 건데!!”


갑자기 외삼촌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꼴에 장례식 치를 비용은 어디서 났어? 내가 수혈이면 빚 갚으라고 했지 장례식 치러달라고는 말 안 했겠다!”


뒤의 조폭들이 코러스로 “맞습니다, 형님!” 이라는 말을 외쳤다. 외삼촌은 더욱 기세등등해져서 말했다.


“너네는 도대체 우선순위를 모르냐? 나는 이렇~게 참고 기다려줬는데 너네는 지금 장례식을 치를 정신머리가 있느냐고.”

“...제일 싼 장례식이에요, 이러면 됐나요?”


수연이가 조금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외삼촌이 허허, 하고 웃었다.


“어휴 그래, 그러면 내가 장하다고 할 줄 알았냐? 그래서 어떻게 갚을 건지 당장 말하지 못해, 믿던 장남은 가버렸으니 그냥 집 빼던가!”

외삼촌의 목소리를 듣던 수혈의 어머니도 목소리를 높였다.

“오빠, 제발 예의 좀 차려! 부끄럽지도 않아?”

“뭐 인마? 거의 이자 없이 빌려준 돈을 아직도 못 갚는 니네는 안 부끄럽고!”


장례식장이 시끄러운 말싸움으로 가득 찼다. 손님들이 수군거리면서 음식도 남기고 나가버린다. 조폭들은 험악한 표정으로 수혈의 가족을 노려보고 있었다.


팟.


그리고, 갑자기 화면이 꺼졌다. 수혈은 멍하니 꺼진 화면을 보고 있었다. 노인이 얼른 화면을 툭툭 쳤으나 화면은 요지부동으로 새까만 색이었다. 노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요새 마력의 흐름이 안 좋은가, 이거 나오려면 시간 걸리겠군....”


정수혈의 손이 벌벌 떨렸다. 그걸 본 노인이 얼른 정수혈에게 다가왔다.


“괜찮나, 괜찮나 자네.”

“....”

“그... 생각보다 무서운 장면을 보긴 했지만, 괜찮아. 자네는 이제 저기 갈 일이 없고 이미 죽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정수혈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잠시 후 그가 조금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아, 진짜.... 진짜 어떻게 내가 죽어도 변한 게 없냐.”


그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힘없이 웃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험 들어놓을걸.”

“....”

“저는 지금 용사고 나발이고 미치겠네요. 용사 말고 부활하는 건 안 돼요?”

“될 리가 있나.”

“그게 안 되면, 용사고 나발이고가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 가족은 나 죽은 바람에 더 빚에 쫓기면서 괴롭게 살 텐데.”

“....”

“용사 못해요. 차라리 내 혼을 갈아다가 돈으로 바꿔서 우리 가족에게 주던가.”

“...그것도 안 되네.”

“그렇겠죠.”


수혈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역시 세상은 돈이고, 불행한 운명에서 태어난 사람은 끝까지 불행하다. 젠장. 이걸 죽어서까지 확인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노인이 수혈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혼을 돈으로 바꾸는 건 안 되어도, 자네가 얻은 이 ‘능력’들을 돈으로 바꾸는 건 가능하다네.”


수혈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놀란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능력이 남아도는 용사들이 가끔 한 거인데, 일단은 여기서 보석처럼 보이게 하긴 했지만, 지구에도 보석처럼 팔린단 말일세? 그래서 환전이 가능해.”

“뭐, 뭐라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구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싶어 하는 용사가 은근히 많아서 말일세.”

“어르신! 저도 그거 해주세요!”


정수혈이 노인의 옷깃을 붙잡고 매달렸다.


“용사든 천사든 다 할테니까, 제발!”

“그, 해줄 수는 있네만...! 이렇게 못생기고 작은 돌은 가격이 그렇게 세게 안 나가. 기껏해야....”


노인이 액수를 말했다. 정수혈은 놀랐다.


“이 정도고, 뭣보다 이 능력조차 없으면 자네는 진짜 지구인의 능력치 그대로 ‘두 번째 바람’에게 내려간단 말일세? 진짜로 그러다가 슬라임은커녕 함정에 걸려서 죽네.”

“상관없어요.”

“아니 우리는 세상을 구해달라고 보내는 건데 목숨 버릴 생각으로 용사 되는 건 내가 허락 못 해.”


노인은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세 개의 돌을 만지작거렸다.


“어쨌든 돈으로 바꿔줄 수는 있는데, 좀 생각해 보게.”

“바꿔주세요.”

노인이 한숨을 쉬었다.

“좀 망설이면 안 되나? 이 능력들이 감정이 안 되어도, 그래도 ‘두 번째 바람’의 능력인데. 자네는 무슨 재주로 ‘두 번째 바람’에서 용사 하려고?”

“그....”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두 번째 바람’ 사상 최초로 무능한 용사란 말일세. 뭐로 용사 할 건가?”


정수혈은 입이 바짝바짝 탔다. 이 노인은 왜 이럴 때 논리적인 척 하는 걸까. 정수혈은 면접스터디와 자기계발서를 있는 대로 떠올리면서 말했다.


“그, 그, 일단 싸우는 기술은 좀 배울, 거고요.”

“그리고?”

“할머니 짐이라도 들어드리고... 아! 그러고 보니 거기 판타지 세계면 전설의 무기 같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흠??”

“그런 강력한 전설의 무기가 있으면 어느 정도 능력치가 땜빵되지 않을까요.”

“예끼, 이런....”


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만족스러운 듯 산타클로스 수염을 쓰다듬었다.


“좋아, 뭣보다 자네의 의욕이 살아난 것 같아서 좋구먼. 좋아. 이 능력을 자네의 가족에게 전달할 돈으로 바꾸겠네! 잠시 기다리게.”


노인은 그 말을 마치고 홀연히 사라졌다. 정수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털썩 누웠다. 긴장이 풀리니 몸에서도 힘이 풀렸다.


“...뻥입니다.”


노인이 없는 걸 확인하고 정수혈은 중얼거렸다. 미쳤다고 아무 능력도 없는 용사인 내가 전설의 무기 같은 거 찾아서 힘든 모험을 하겠냐.


“호신 기술 정도는... 배워야 하겠지만....”


그는 너덜너덜한 자신의 팔을 보았다. 호신 기술 같은 거 배워도 박살 나지 않겠지? 두 번째 바람의 의료기술은 어느 수준일까?


“에휴.”


생각나는 게 모조리 걱정이었다. 정수혈은 푹신한 구름 같은 바닥에서 뒹굴었다.


“...그래도 할머니 짐 정도는 들어드리자.”


그는 그렇게 결심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가족들과 만났다. 꿈속에서 가족들이 자신을 향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옛 여자친구도 나와서 그를 위로했다. 이 꿈이 깨지 않기를 그는 간절히 빌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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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초가삼간을 태운 빈대 ~ +2 21.05.15 39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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