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초가삼간을 태운 빈대 ~
온 세상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모든 생물이 침묵한 가운데 들리는 것은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뿐. 하지만 그 불꽃은, 분명히 밀리고 있었다.
이 거대한 불꽃을 피운, 불꽃 날개를 지닌 자가 울부짖었다.
“...있을 수 없어!”
불꽃 날개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그 애처로운 목소리는 눈앞의 허름한 차림의 남자를 향했다. 그 남자는 숨을 몰아쉬면서 대검을 들고 있었다. 차림새는 허름할지언정 그는 이 불바다에서도 침착했다. 불꽃 날개는 화가 나서 외쳤다.
“도대체 어떻게 네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야, 너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녀석들이 300명 가까이 죽었는데!”
“알아.”
“1700년 동안 너만큼 약한 용사가 없었는데!”
“안다고.”
그 남자의 의연한 태도에 짜증 난 불꽃 날개가 외쳤다.
“너는 용사라고 불리기도 아까운 용사인데, 어떻게 너 같은 게 여기까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 남자, 용사라고 불린 남자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누가 나한테 신경 끄래?”
“너 같은 무능력자에게 신경 쓰는 바보가 세상에 어딨어!”
불꽃 날개가 억울한 듯 울었다. 용사는 거대한 마검을 들어 올렸다. 용사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잘은 모르지만, 최대한 빨리 끝내고 쉬러 갈 거야. 오늘은 애들이랑 같이 피크닉 가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내가 모처럼 샌드위치 레시피를 새로 만들었는데.”
불꽃 날개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어렸다.
“...야, 너는 이게 장난같이 보여?”
“너는 내가 장난치는 거 같냐?”
불꽃 날개를 지닌 그 녀석이 용사에게 달려들었다. 용사도 검을 들고 눈부신 불꽃을 향해 똑바로 섰다.
검과 불꽃이, 서로 마주쳤다.
세상에서 가장 약했지만, 세상의 끝까지 용사로 있었던 그에게.
- 작가의말
시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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