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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몬몬의 방

무능한 용사는 세상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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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몬몬
작품등록일 :
2021.05.15 14:21
최근연재일 :
2021.05.20 21:17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82
추천수 :
2
글자수 :
25,672

작성
21.05.15 19:27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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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2화

DUMMY

일그러진 돌 세 개를 본 정수혈은 할 말을 잃었다. 노인도 당황해서 이마를 짚었다.


“이, 이이이 이럴 리가?”


노인의 대머리에 식은땀이 흘렀다. 정수혈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이거 악몽이죠?”

“아아아니!”

“내 인생의 불행을 바꿔서 고작 요런 찌그러진 돌?”


정수혈은 돌을 집어 들었다. 오드라든 벌레 시체 같은 것이 징그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손에 힘을 주면 부서질 잿더미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수혈은 그 돌을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노인이 얼른 받았다.


“그, 그래도 감정해봄세.”


노인은 그 돌 세 개를 붙잡고 눈을 감았다. 노인의 손에 은은한 빛이 어렸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노인은 한숨을 푹 쉬었다.


“모르겠어! 이게 대체 무슨 능력이지? 이런 적은 처음이야!”


아주 약간 걸었던 기대마저 박살나자, 정수혈은 기가 막혀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저, 이제 가도 되죠? 여기는 두 번째 바람인지 뭐시긴지의 천국이라니 지구의 저승에 돌려놔요.”

“이이이 이보게.”


사색이 된 노인이 정수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런 거 안되네!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자네를 지구에서 데려왔는지 아나?”

“제가 알 바 아니죠?”

그러나 노인은 정수혈의 어깨를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이미 자네는 용사가 되기로 했어, 무르기 없네!”

정수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럼 이렇게 연약한 채로 내려가란 말이에요? 검도 마법도 쓸 줄 모르고 오래 뛰지도 못하는 나는 슬라임의 공격에 하루 만에 죽을 거 같은데?”

“무, 무슨 그런 말을 하나. 일단 내려가는 데는 인간의 종교인 성왕교의 신전이고, 거기서는 자네를 환영하는 퍼레이드를 할 거고....”

“아니아니 진짜. 이런 무능한 용사가 가서 뭘 한단 말이예요. 어르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요. 마왕을 물리치러 내려온 용사가 마법 하나 못쓰면 사람들이 기뻐할까요?”

“그, 그건....”


식은땀을 흘리던 노인이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그리고 화면을 향해 손을 휙휙 저었다.


“뭐하세요?”

“자, 자네에게 자네가 죽은 뒤 광경을 보여줌세.”

“뭐라고요?”


정수혈은 짜증나는 목소리로 되물었지만, 솔직히 조금 궁금했다. 생전에는 비록 만년 취준생이라고 사방에서 눈치 받는 인생이었지만, 어쩌면 죽은 뒤에는 모두가 슬퍼할 수도 있을 테니까.


“죽은 뒤의 광경을 보고 마음을 다잡는걸세. 자네는 소중한 존재이고 삶을 그렇게 쉽게 포기해서는 안 돼.”

“이미 죽은 사람에게 무슨 헛소리를....”


정수혈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설령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해도,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었다는 증거를 본다면 조금 마음 편히 성불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노인이 손을 휘두르자, 커다랗고 빛나는 보석이 가득 담겨있던 접시가 있던 화면에서 순식간에 한국의 장례식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엄청나게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정수혈은 자신도 모르게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


“어머니, 아버지, 수연아....”


오늘도 도시락을 챙겨드린 부모님과, 15살 때부터 거의 부모처럼 길러낸 여동생이 상복을 입고 슬퍼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수혈도 눈물이 왈칵났다.


“무슨 돈이 있다고.... 뭐가 잘났다고 저 같은 거 장례식을 치러주는 거예요....”


그럴 돈이 있으면 수연이 핸드폰이나 바꿔주지. 정수혈은 화면에 달라붙다시피 했다. 노인이 옆에서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건 전혀 닿지 않으네. 볼 수만 있어.”

“...알아요.”


정수혈은 거칠게 말하고 화면에 달라붙었다. 어머니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길래 왜 가뜩이나 취업 못 해서 힘든 애한테 맨날 욕이나 해댄 거야. 애를 얼마나 못살게 굴었으면 강에 있다가 변을 당해?”

“욕을 나만 했어?”


아버지가 말했다. 수연이가 얼른 둘의 싸움을 말렸다.


“제발요. 가뜩이나 이렇게 어이없이 갔는데.... 죽은 오빠가 두 분이 싸우는 것까지 보면 뭐라고 하겠어요.”

“분해서 그래, 분해서!”


어머니가 외쳤다.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도대체 뭐 큰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가야 하느냐고.”

“...애 구하려다가 죽었다잖아.”

“그 애는 뭐 감사인사를 왔어, 뭘 왔어? 못난 자식, 우박 같은 게 떨어지면 혼자 숨어야지 뭘 잘났다고 그 누더기 같은 몸으로 누굴 도우려고 나선 거야.”

“그만해 좀...!”


수연이가 어머니의 손을 꾹 잡았다. 그때 손님이 들어왔다. 같이 면접스터디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낸 부조금 봉투가 팔랑거렸다. 당연했다. 그들도 취준생인데 뭐 돈이 있겠는가. 면접 스터디 회장이 부모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우리가 보기엔 취업이 목전이었던 좋은 사람이었는데...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고마워요.”


장례식장에는 그래도 그럭저럭 사람이 모였다. 다들 수혈을 안타까워했다. 부모님의 친구들도 왔다.


“수혈이 말고도 우박 때문에 사상자가 꽤 있나 봐요.”

“요새 날씨 무슨 일이야. 그건 보험처리가 안 된대요?”

“수혈이네가 보험 같은 거 들 돈이 어디 있어....”


그들의 한탄과 안타까움이 수혈에게는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마음이 무거운 건 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죽음이 와닿는 걸 느꼈다.


그때 장례식장에 또 누군가가 들어왔다. 정수혈은 눈을 크게 떴다.


“왜 저 사람이...?”

“음? 왜 그러나?”

정수혈이 당황한 목소리로 노인에게 물었다.

“이거 뭐, 어르신이 누구 일부러 부르고 그런 거 없죠!?”

“아니 그야 당연하지, 도대체 왜 그러나?”


정수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외삼촌이요....”

“외삼촌? 그야 친척이니 오는 게 당연하지 않나?”


노인은 의아한 듯 물었으나 정수혈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집에 대부분의 돈을 빌려준 게 우리 외삼촌이에요. 그리고....”


정수혈의 말을 보조하듯이, 갑자기 화면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험상궂은 표정을 한 사내들이 외삼촌을 따라서 우르르 들어왔다. 놀란 노인이 입을 떡 벌렸다.


“이이이 이게 뭔가?”

“우리 외삼촌.... 조폭이에요.”

“뭐?”

“아까 자랑스럽게 말한 제 불행한 인생 말인데, 거기 사실은 하나 빠졌어요.”

“뭣....”


노인의 동공이 흔들렸다. 정수혈이 힘없는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 외갓댁은 조폭이고, 친가쪽은 사기꾼 집안이랍니다.”

“뭐?”

“거기서 우리 집만 유일하게 전과자가 없는 가족이죠.”

“허....”

“그리고 우리 집이 유일하게 가난하고요.”


노인은 입을 뻐끔거리며 화면과 정수혈을 번갈아 보았다. 화면 안에서는 마치 조폭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복을 입은 가족과 조폭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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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초가삼간을 태운 빈대 ~ +2 21.05.15 40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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