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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몬몬의 방

무능한 용사는 세상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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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몬몬
작품등록일 :
2021.05.15 14:21
최근연재일 :
2021.05.20 21:17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81
추천수 :
2
글자수 :
25,672

작성
21.05.15 18:27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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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1화

DUMMY

“저는.... 비록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귀사에 신입으로 지원하고자 하지만, 열정은 신입 못지 않으며....”


사람이 드물어지기 시작한 시간의 서울, XX천 근처. 흐르는 물소리를 벗 삼아서, 낡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메일로 보낼 자기소개서를 더듬더듬 체크하고 있었다.


"...여기 자기소개서를 보내오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정수혈 드림."

정수혈은 메일을 보내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구직사이트를 켰다. 그는 임시 저장된 자기소개서를 꺼내서 고쳐썼다.


“과거 사고로 인해... 사회생활의 시작이 늦어졌지만 그를 만회하고도 남을만한 열정을 가지고 있기에.... 아니, 열정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쓰나? 아니, 여기서는 안 썼던가?"


그는 짜증을 내며 방금 핸드폰에 쓴 말을 전부 지웠다. 그리고 고친 자기소개서로 어느 회사에 지원하려는 순간, ‘오늘의 구직횟수를 초과하였습니다’ 라는 말이 떴다. 정수혈은 한숨을 쉬었다.


”세자릿 수가 넘어가게 구직을 했는데 이렇게나 취업이 안될 줄이야.“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갑작스러운 어둠에 놀란 정수혈이 고개를 들었다.


“뭐야? 날씨 흐려진다는 말 없었는데.”


그리고 놀랍게도, 어른의 주먹만한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어? 뭐야 뭐!! 아니, 이게 뭐야? 저거 맞으면 죽는 거 아니야?”


그는 서둘러 일어나서 우박을 피할만한 곳을 찾았다. 그가 관리실을 발견하고 달려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직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였다.


“으아앙-! 엄마-!”

아이가 있는 곳은 쉽게 찾았다. 아이는 귀여운 용 모양 놀이기구 위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울고 있었다. 당연히, 그 놀이기구에는 우박을 막아줄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이런...!”

정수혈은 가방을 머리에 대고 얼른 아이에게 달려갔다. 그는 아이를 안고서 열심히 달렸다. 아이가 엉엉 울었다. 수혈은 가방을 아이의 머리 위로 가려주며 말했다.


“괜찮아, 금방, 저기로 갈 테니까 참으렴!”


그리고 그 말을 한 순간, 정수혈의 머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충격이 왔다. 적어도 농구공만 한 우박이,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붉은 피가 왈칵 쏟아지는 게 보였다.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그대로, 정수혈의 지구에서의 삶이 끝났다.


***


정수혈은 얼얼한 머리를 만지면서 간신히 눈을 떴다. 몸의 느낌이 이상해서 아래를 보니, 정수혈은 어느새 온통 분홍색과 하얀색의 구름으로 인테리어 된, 푹신신한 방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천사 날개를 파닥거리며 그리스 신화에 나올 듯 한 복장을 한 통통한 대머리 노인이 있었다. 노인의 인상은 푸근하니 좋아보였고, 산타클로스같은 하얀 수염이 보였다.


“일어났는가, 우박 맞고 죽은 용사여!”


정수혈은 머리를 감쌌다.


“그렇구나. 이거 악몽이구나.”

“예끼! 어른이 말하는데. 현실을 꿈 취급하다니.”

“아니 어른이 말하고 자시고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제가 진짜... 죽은 건, 그렇다고 쳐요.”


정수혈은 뒤통수에 맞은 그 엄청난 충격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뒤통수가 아픈 것과 눈앞에 통통한 어르신 천사가 있는 건 별개의 이야기였다.


“어르신이 혹시 천사는 아니겠죠?"

"천사인데?"


노인이 보라는 듯 날개를 파닥거렸다. 정수혈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르신이 천사면, 전 설마 천국에 온 거예요? 그야 제가 좀 힘들게 살긴 했는데, 천국에 올 정도로 엄청난 선행을 한 기억도 없어요."

“후후후"

노인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자네는 이 ‘두 번째 바람’의 용사가 되어주어야겠네.”

“예?”


정수혈은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었다.

"...? 꿈이 아니네?"

"아니, 꿈이 아니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나."


노인이 옆에 있는 허브차를 예쁜 잔에 담아 정수혈에게 건넸다.


“일단 여기는 ‘두 번째 바람’이라는 세계의 천국일세.”

“예?”

“그리고 자네에 대해서라면 잘 알지!”


노인이 히죽거렸다. 그는 정수혈을 향해 천천히 다가와서 말했다.


"자네, 제법 불행한 인생을 살지 않았나."

"...!"


정수혈은 인상을 찌푸렸다. 힘든 인생이었지만 대놓고 다른 사람이 불행한 인생이라고 비꼬는 것이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노인이 손을 저었다.


"뭐, 자네의 불행을 비웃으려는 게 아니네. 일단 자네가 찢어지게 가난한 집 출신이며 부잣집 여자친구와 진심으로 사랑해서 오래 사귀었지만 그 집에서 주는 돈을 받고 헤어졌고, 군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30중 교통사고에 휘말려서 3년간 의식불명이었던 정도만 알지."


정수혈의 눈이 커졌다.


"그건 자기소개서에도 쓴 적 없는데 어르신이 어떻게 알아요?"

"아는 방법이 있지!"


노인은 껄껄 웃었다.


"자네가 빚에 쫓겨서 멀쩡하지 않은 몸이지만 취업을 서두르는 것도 알고 있네."

"제 스토커라도 되시나요?"

"예끼. 천사란 말일세, 천사. 아무리 차원이 달라도 천사는 천사인 법이지."


노인이 손을 저었다.


"어쨌든 그 불행한 자네의 인생을 단번에 회복시켜줄 수 있는 끝내주게 좋은 기회가 있지. 바로, 용사가 되는 걸세.”

“도대체 무슨 헛소리예요.”

“자네, 용사가 마왕과 싸우는 직업인 건 알지?”

“그런데요?”

“그런데 지금 그 상태로 용사가 되면 마왕과 싸울 수 있을 것 같나?”

“예? 그야 당연히 아니죠....”


정수혈은 아직도 수술자국이 남아있는 팔을 걷어 올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고 후유증이 남아서, 전투 같은 건 못할걸요. 앉아서 서류 처리하는 게 고작인데.”

몸이 멀쩡했으면 지원할 수 있는 회사도 늘어났을 거라고, 정수혈은 언제나 한탄하곤 했다. 노인이 산타클로스같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우리도 그걸 알고 있네. 지구인들은 마법도 못 쓰잖아. 그래서 우리는 놀라운 제안을 하는 걸세.”

“놀라운 제안?”


노인은 자랑스럽게 두 손을 쫙 뻗었다.


“자네가 지금까지 인생에서 겪은 ‘불행’, ‘불운’, ‘보답 받지 못한 노력’! 그런 것들을 모조리 ‘두 번째 바람’에서 유용한 능력으로 바꿔주겠네.”

“!”

“물론 그 능력의 가치를 쉽게 알아보기는 어려울 테니.”


노인이 손을 움직이자, 노인의 위에 화려하고 커다란 보석이 가득 담긴 접시가 반투명하게 나타났다.


“용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혼에 한해서, 자신의 능력을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으로 보이게 해 놓았네.”

“오....”

“강력하고 센 능력일수록 크고 예쁜 보석으로 나타나지. 보통 용사들은 이런 능력을 수십 개는 가지고 가지. 불마법, 물마법, 강력한 괴력 등등!”

“....”

“지구에서는 별 볼 일 없던 자네가 이런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이세계에서 활약하는 걸세. 어때, 끝내주지 않나?”


끝내주나? 그야 마법을 난사하는 건 기분이 좋을 것 같지만.... 노인이 정수혈의 망설임을 알았는지, 얼른 말했다.


“게다가 자네가 용사로서 ‘두 번째 바람’에 내려가면 사방에서 대접해 줄 걸세! 국가의 귀빈으로서 말일세. 어때, 좋지 않나? 용사 될 거지?”


내가... 귀빈?

태어나서 별다른 대접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정수혈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노인이 보여준 아름답고 커다란 보석들도 정수혈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동안의 불행과 불운이 저런 아름다운 보석이 된다니. 그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노인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어디 자네의 불행이 어떤 대단한 능력으로 바뀌었을지 보도록 하세! 3,2,1....”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정수혈의 앞에 접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접시에는 방금 노인이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공깃돌만하게 오그라든 검은 돌 세 개가 놓여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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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21.05.15 43 0 8쪽
1 프롤로그 ~ 초가삼간을 태운 빈대 ~ +2 21.05.15 40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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