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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의 범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0.11.22 23:28
최근연재일 :
2020.12.0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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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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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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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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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87

작성
20.11.3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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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구룡사의 혈투

DUMMY

그는 깜깜한 방에서 자신의 기척을 숨기고 방안에 둔 옷과 병장기를 찾아 쥐었다. 염불과 목탁 소리가 산사를 메우고 있어 도적들은 수종의 움직임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불청객들 또한 그것을 노린 것인지도 몰랐다. 승려들이 불공이 정신이 팔린 상황을 노리고 절간에 잠입한 것이다.


수종이 있는 방은 삼면에 문과 창문이 있었기에 그는 그림자와 발소리로 밤손님의 거동을 살필 수 있었고 그들이  위치한 방향을 짐작 할 수 있었는데 수종이 있는 전각과 담장 사이에 셋이 움크린채 숨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숨을 죽이고 일어날 것이 분명한 악재에 대비했다.


'설마 세 놈이 다는 아닐 것이다. 절간에 들어온지 한 참이 되었는데 조용한 것을 보면 꿍꿍이가 있는 것인데.'


그때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승려 한 명의 고함이 구룡산 전체를 울리 듯 터져나왔다. 


"불이다. 불이다."


"물을 가져와라. 약사암이다."


불청객들이 약사암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이 분명했다.


놀란 승려들이 신도 신지 않고 맨발로 뛰쳐나왔고 일부는 물을 찾아 움직였고 일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약사암이 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와 함께 절간에 숨어든 도적들이 동시에 곳곳에서 뛰쳐 나오며 괴성을 질러댔다. 온갖 병장기를 휘두르며 절간을 부수고 놀란 승려들을 제압하기 시작했고 승려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매타작을 당하거나 이리저리 도망을 다녔다. 승려들의 비명과 도적들의 괴성이 밤 깊은 산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수종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고리대로 백성을 수탈하는 승려들이 밉다 한들 눈 앞에서 도적들에게 두들겨 맞아 죽는 것을 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는 조용히 뒤로 나와 상황을 지켜보니 도적들은 스물에 가까웠고 승려들도 수가 비슷 했다. 하지만 도적들의 일부는 장생고, 다른 일부는 대웅보전으로 들어가 값 나가는 것들을 챙기고 있었기에 오직 절반만 승려들을 쫓고 있었다. 싸움에 휘말린 승려들은 도적보다 오히려 수가 훨씬 많았지만 무기가 없었고 약사암에 불이 난 것에 놀라 경황 없이 나왔기에 수가 적지만 준비하고 있던 도적들에게 일방적으로 쫓기고 당하고 있었다. 


수종은 혼자 동떨어진 도적놈 부터 한  놈씩 베어나갔다. 도적 무리에게 걸리기 전에 많은 수를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승려와 도적들의 비명과 괴성에 묻혀 그가 여섯을 도륙 할 때까지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도적들은 승려를 쫓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뒤에서 수종이 접근 하는 것을 미처 알지도 못한 채 칼을 받고 쓰러진 것이다. 수종이 일곱번째 놈을 베려 할 때였다.


"낮에 본 그놈이다. 쥐새끼처럼 숨어 뒤에서 칼로 찌르니 저놈부터 족쳐라."


낮에 화왕산 정상에서 만난 도적인듯 수종을 손가락질 하며 다급히 외치는 동안 수종은 한 놈을 더 베어 쓰러뜨리고 있었다. 


"후우. 여기까진가."


그는 큰 숨을 몰아쉬는 것으로 걸린 것을 자축했고 승려들은 놀라움과 기쁨의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하지만 도적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더니 다섯 정도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서서히 수종에게 몰려들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대웅보전과 장생고를 약탈하던 무리도 결국 가세하여 십수명이 수종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제아무리 고수고 날고 기는 장수라 할지라도 십수명이나 되는 적의 무리에 둘러싸여 협공을 받는 다면 목숨을 건지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이도 수종은 외곽에 혼자 떨어진 도적들부터 베어나갔기에 뒤에 적을 두진 않았다. 다만 도적무리들이 서서히 다가오며 그를 둘러싼다면 그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였다. 그의 왼쪽 가까이에 몽둥이를 든 도적이 있었고 수종은 그가 도적을 제압한던 중 가장 잔혹한 칼 부림이었고 잔혹한 상처와 처절한 비명을 남겼다. 주로 허벅지를 찔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썼지만 이번에는 마음먹고 깊게 베어 튀는 피가 수종의 얼굴과 옷을 붉게 적셨다. 달빛 아래 피로 물들어 지옥의 악귀 같은 그의 얼굴은 지켜보는 도적들이 오줌지리기에 충분했고 크게 동요하는 듯 다가오는 속도가 매우 느려졌고 수종은 그것을 노리고 연출한 것이었다.


"오늘 낮에 봤던 놈들이구나. 그 미친 이리새끼는 보이지 않으니 겁을 먹고 도망이라도 갔나?"


피를 뒤집어 쓴 수종의 얼굴이 약사암을 태우는 큰 불과 석등 불빛, 달빛 아래 드러나자 그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의 야차라 석등에 새겨진 사천왕상 보다도 더욱 사납고 무서운 모습이었다. 


도적들은 자신만만하게 도발하는 수종을 보면서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그것은 수종이 노린 그대로였다. 


"저, 저놈은 혼자다. 우리가 합심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누군가 힘든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지만 그것은 그의 유언이 되었다. 수종이 칼을 바닥에 꽂아 놓고 활을 쏘았기 때문이다. 화살은 그대로 가슴에 박혔고 그 장면을 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도 달려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침묵속의 대치상황을 끝낸 것은 뜻 밖의 목탁소리였다. 


"부처님은 자비롭습니다. 모두 살생을 멈추시고 불법에 귀의하면 극락정토가 여기인 것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제 내가 목탁을 세번 칠 터이니 모든 시주들 께서는 손안의 병장기를 내려놓으시면 참회하고 불법에 귀의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혜문의 생뚱맞은 중재에 수종은 크게 화가 치밀었고 그것은 절대로 따를 수 없는 것이었다. 도적이 덮쳤을 때 가장 먼저 도망친 것이 혜문이었고 다시 뒷구멍으로 돌아와 주지의 역할을 하려하니 더욱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수종이 그의 중재를 따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동시에 무기를 버린다면 도적들이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칼과 활은 단번에 목숨을 뺏을 수 있으니 도적들이 겁을 내지만 칼과 활을 버리면 도적들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도적떼가 겁을 내는 것은 오직 칼과 활을 든 수종이지 맨손의 수종이 아닌 까닭이었다. 


"극락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여긴 지옥이야, 이 욕심 가득한 땡추야. 이곳은 지옥이다. 네가 장생고로 고을 백성의 고혈을 짜냈으니 저 도적떼들과 무엇이 다른가? 내게 남은 이 하나의 화살은 너를 위한 것임을 모르는가?"


수종이 마지막 화살을 왼손에 쥐고 흔들자 혜문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다 땅에 주저 앉았다. 이번에는 그 모습을 본 도적들이 웃으며 말을 열었다. 


"선생의 말대로 저 중들과 우리는 다를 바 없고 머리 깎은 도적이 가진 것을 우리가 가지겠다는 것이니 선생께서는 못 본척 지나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적들이 갑자기 수종을 선생으로 칭하자 그는 이것이 비꼬는 것인지 달래는 것인지 알쏭달쏭했으나 그것과 관계없이  괴변에 넘어가줄 생각은 없었다. 


"도적놈들아. 이 절간의 물건은 모두 이 고을 백성들에게서 뜯어낸 것이니 너희가 탐할 것이 아니다. 비록 절간에 도둑들이 가득하나 사람 목숨 뺏기를 밥먹듯 하는 너희와 비할바냐. 오늘 낮에 네놈들의 두령 속리산 미친 이리를 만났으나 불쌍히 여겨 살려둔 것이 내 한이니 이 밤엔 한을 남기지 않겠노라."


수종의 호언장담에 갑자기 도적 몇몇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이. 돌삼이. 두령이 배탈 난 것이 아니었어?"


"난 돌부리에 너머져 뒤통수가 깨졌다고 들었는데."


"아, 이 사람아. 돌부리에 걸리면 코가 깨지지 어찌 뒤통수가 깨지는가."


"나는 그저 들은 이야기인데 어찌 아는가? 두령이 재수가 더럽게 없었는줄 알았지."


도적들의 이야기를 듣던 수종은 웃음이 났으나 내색치 않고 이번에는 승려를 찾았다.


"구룡사에서 저 땡중 혜문 다음 가는 중은 나오시오."


"빈승 성신이오."


수종이 목소리를 들어보니 조금 전 혜문과 장생고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내 오늘 저 도적들이 구룡사의 중을 다 죽이고 절에 큰 불이 난다해도 상관 않겠으나 장생고로 거둬들인 것을 다시 백성들에게 돌려준다면 오늘 너희를 도와 저 도적의 무리를 처단하겠다."


"시주. 방금 저 도적들을 모두 죽여 한을 남기지 않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소?"


"닥쳐라. 땡추야. 너는 불자로서 어찌 나를 움직여 살생을 일삼으려는가? 내가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야 말로 부처의 자비를 너희에게 알려주려 함이다."


수종이 중들을 훈계할 때 한 도적이 끼어들었다. 


"흐흐흐. 가소롭구나. 우리가 오냐오냐 해주니 정말로 너 하나가 무서워 이러는 줄 아느냐?"


"도적은 뒤에서 큰 소리 치지말고 앞으로 나서라."


그가 당당하게 외치자 한 도적이 그의 앞으로 나섰다. 아주 큰 덩치에 대머리 였고 살이 찐 것이 주지 혜문과 비슷했다. 다른 도적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수종은 그것을 보고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감을 알수 있었다.


"미친 이리의 똘마니라면 돌은 오소리 쯤 되는가? 보아하니 겁을 모르거나 제법 재주가 있는 모양인데.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것이 네 두령과 다를 바 없구나.


다행이도 수종의 격장법이 통한 덕인지 도적이 손안의 검을 내던지며 수종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던지다니. 이 멍청한... 두 수안에 헤치운다. 그래야만 다른 놈들이 들러 붙기 전에 기세로 제압 할 수 있다.'


다른 놈들이 두려움을 이기고 동시에 달려 들기 시작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이 뻔했기에 그는 속전속결을 노렸다.  먼저 칼을 휘둘러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 검을 쳐냈다. 이제 적수 공권의 적을 손 쉽게 칼로 벨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상대가 던진 검은 사슬에 묶여 있었고 쳐낸 검은 방향을 틀더니  다시 그의 오른쪽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쳇, 잔재주라니.'


그는 간신히 피하고 숨을 고르며 상대를 살폈다. 놈은 사슬을 크게 회전 시키며 사슬을 쥔 손을 당겼다 풀었다를 반복 하며 사슬의 길이와 끝에 달린 검을 조종하고 있었다. 


지금 적과의 거리 열 걸음은 완벽하게 비대칭적인 거리였다. 상대의 검은 언제든지 수종의 가슴에 박힐 수 있었고 수종의 칼은 상대의 옷자락에도 미칠 수 없었다. 화살 하나가 남아 있었으나 그것을 쓴다면 더이상 도적들이 화살을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기에 쉽게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인것은 다른 도적들도 덩치의 사슬검에 맞을까 두려워 접근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도적들이 오히려 처음보다 더욱 멀찌감치 떨어져 싸움구경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군. 누구도 저 사슬검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저 놈도 마찬가지 일터. 내가 아닌 무언가가 저 범위 들어간다면 사슬검은 그 교묘함과 힘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워 질터.'


수종은 계속해서 날아오는 사슬검을 간발의 차로 계속해서 피하며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검으로 쳐낼까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막다가는 상대의 사슬에 칼이 묶여 빼앗기거나 부러질 것 같아서였다. 또한 상대가 사슬검을 돌리는 동안 앞으로 달려들어 근접전을 펼치기도 애매했다. 상대는 계속해서 사슬의 길이를 조정하고 사슬을 회전시키는 속도 또한 변화무쌍하게 바꿔갔고 완전히 붙기 전에 사슬의 범위에 휘말린다면 몸이 사슬에 묶여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래. 저 석탑이다. 나와 저 놈 사이에 저 석탑이 들어가면 더 이상 사슬을 돌리며 공격하기 어려워 진다. 하지만 그 전에 장난 좀 쳐볼까?'


수종은 조금씩 사슬검의 위력에 힘겨워 하며 물러서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꼴을 보아하니 도망다니는 것도 끝이구나."


수종은 도적의 조롱에 겁에 질린 표정으로 갑자기 크게 몸을 날렸다. 수종을 끈질기게 쫓아 다니던 사슬검은 이번에도 역시 그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수종이 피하자 구경하던 도적 셋이 사슬검에 휘말려 비명을 지렀다. 미처 피하지 못한 두 명이 각각 사슬과 검에 몸을 맞고 쓰러졌다. 그것을 본 수종은 싱긋 웃으며 놀렸다.


"어이구야. 눈에 뵈는 것도 없는 모양이구나. 자기편을 헤치우다니."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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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기 20.12.05 18 0 11쪽
» 구룡사의 혈투 20.11.30 29 1 13쪽
8 장생고와 산사의 도적들 20.11.29 26 1 12쪽
7 속리산 미친 이리 20.11.29 30 2 11쪽
6 흉몽 20.11.28 36 2 15쪽
5 화적놀이 20.11.26 46 2 14쪽
4 유기 20.11.25 50 2 12쪽
3 정심(淨心) 20.11.24 69 3 13쪽
2 호식이 20.11.23 87 3 13쪽
1 도굴 20.11.23 1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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