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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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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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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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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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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8화

DUMMY

“화, 화로도 드리고 원하신다면 다른 것도 더 드리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그라고스는 마음 같아서는 무릎을 꿇고 정식으로 항복하고 싶다고 했지만 꿇을 무릎이 없는 관계로 항복은 누운 채로 진행됐다.


“어떻게 생각해?”

“굳이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괜히 나중에 헛짓거리할 기회 주는 거잖아?”

“역시 그렇겠지?”


나는 몸이 불타는 와중에 누나와 토의하며 신중히 고민하는 척했다.

사실 머릿속에는 제발 빨리 이 불을 끄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지만 유종의 미라는 게 있으니 나는 아쉬울 것 하나 없고 이 협상에서 우리가 완전한 우위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무, 무기⋯! 무기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제 메이스의 소유권을 넘겨드리겠습니다⋯!”


회의적인 반응에 마음이 급해진 그라고스가 무기를 얹어주었다.


“저렇게 큰 메이스를 어떻게 쓰라고?”

“제 메이스는 사용자의 조건에 맞춰집니다!”


오, 그런 기능이 있단 말이지.


“누나 필요해?”

“아니, 난 내가 쓰는 게 있어서.”

“흠, 나도 딱히 쓸모없는데.”


그냥 준다니까 고려는 해보겠지만 문제는 우리 둘 다 메이스를 받아봤자 쓸데가 없다는 것이었다.


“요,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 몸을 지킬 호신 무기 하나쯤은 있으면 좋지 않으시겠습니까?!”

“너 같은 새끼들 패는 용도로?”

“마, 맞습니다. 성능은 제가 보장합니다!”


메이스의 무시무시한 위력은 나도 봐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뭐, 굳이 내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A급 던전의 보스에게서 얻은 아이템은 그냥 팔아도 값이 꽤 나갈 테니 일단 받아서 손해 볼 건 없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럼 우선 화로. 그것부터 내놔.”


와, 더는 못 버티겠다.

나는 이쯤에서 이 고통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협상을 체결했다.


“아, 알겠습니다. 대신 제 목숨은 분명히 살려주시는 겁니다?”

“이 새끼가 어디서 간을 봐, 빨리 안 내놔?!”


아프다고 개새끼야.


“여기 있습니다!”


그라고스는 자신의 몸에서 검은 마력을 스멀스멀 뽑아내더니 그것을 뭉쳐 제단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 구체로 만들었다.

뭔가 엄청 꺼림칙하게 생긴 구체였다.


“너 이거 다른 수작 부리는 거면 곱게 못 죽어?”


누나가 보기에도 구체의 인상이 영 더러웠는지 그라고스의 눈알에 검을 들이대며 협박했다.


“새, 생긴 게 좀 뭐해도 화로 맞습니다!”

“흐음⋯.”


화로가 맞다는 데 그냥 믿는 것 외엔 달리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나는 검은 구체에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 [그라고스의 화로] 를 흡수합니다! 』


그런 메시지와 함께 검은 구체가 몸속으로 쫙 빨려 들어왔다.

진짜 화로가 맞았나 보다.


- 치이이이익⋯.


그리고 그런 메시지와 함께 마침내 불꽃이 잦아들었다.

나를 불태우던 끔찍한 고통이 사라졌다.

나는 살아남았다.


“으아아아아아!!!”


한 번에 밀려오는 너무 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나는 나도 모르게 함성을 질렀다.

단전에서부터 진심으로 기쁨이 끓어올라 소리를 질러본 건 살면서 정말 처음인 것 같다.


『 히든 퀘스트 [화로 얻기]를 클리어하셨습니다! 』

히든 클리어 조건 : [그라고스의 화로] 를 양도 받으십시오! (성공)


히든 퀘스트에 히든 클리어 조건이라니 가지가지 하는구만.


『 [그라고스의 화로] 흡수 성공! 』

- 테르고스의 불씨가 안정됩니다.


『 [테르고스의 불씨] 흡수 성공! 』


[테르고스의 불씨]

[귀속 아이템]

- 체력 1200 증가

- 아이템 스킬 [점화] : 매초 최대 체력의 10%를 소모해 점화합니다. 화력은 소모한 체력에 비례합니다.


그 뒤로 와다다다 메시지가 연속해서 떠올랐다.

전과 달리 이번엔 모두 긍정적인 성공의 메시지들이었다.


“누나! 진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나는 활짝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누나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누나는 어째선지 나를 툭 밀어내며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응⋯ 잘 됐는데⋯ 좀⋯ 가리자.”

“? ⋯아.”


아래를 내려다본 나는 옷이 전부 불타는 바람에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




모든 일이 잘 풀렸으니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약속대로 그라고스를 죽이지 않고 그가 만들어준 출구를 통해 던전을 빠져나왔다.

마정석이나 몬스터 부산물 등 파밍을 하나도 못 한 건 좀 문제였지만 그냥 살아나온 것만 해도 감지덕지했다.

아, 그리고 사소한 문제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나는 여전히 거적때기 하나 걸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주변이 아무도 없는 첩첩산중이라 망정이지 진짜 골치 아파질 뻔했다.


“그럼 여기로 다녀와야겠다.”

“으응, 부탁해. 혹시 운전할 줄 알아?”

“아니, 모르는데?”


다행히 근처에 재래시장이 하나 있었다.

거기 가면 아무 티셔츠에 바지 정도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테니 다행이지만 문제는 근처라는 게 차를 타고 가야 근처라는 거지 시장까지의 거리는 여기서 직선거리로 약 10km 정도였다.

길을 따라가면 훨씬 더 멀어질 텐데.


“으음, 그럼 택시라도 불러야겠네, 근데 이런 데로 택시가 오긴 오나⋯?”

“아니야, 뛰어가면 돼! 다녀올게!”


- 타앗!


뛰어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하려던 찰나 누나는 거의 날다시피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산등성이를 넘어 사라졌다.

아, 뛰어간다는 말이 달린다는 게 아니라 그냥 산을 뛰어넘어간다는 소리였구나.

A급 헌터쯤 되면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그냥 뛰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흐음, 어디 보자.”


혼자 남은 동안 마땅히 할 것도 없는 나는 내가 얻게 된 두 가지 아이템을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테르고스의 불씨.


[테르고스의 불씨]

[귀속 아이템]

- 체력 1200 증가

- 아이템 스킬 [점화] : 매초 최대 체력의 10%를 소모해 점화합니다. 화력은 소모한 체력에 비례합니다.


우선 귀속 아이템.

이건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좋든 싫든 이제 영원히 나와 함께 해야 하는 아이템이라는 소리였다.



체력 : 1770 / 1770


갑자기 영원한 동반자가 생겨 좀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테르고스의 불씨 덕분에 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라고스가 말하기로 테르고스의 불씨는 흡수한 대상의 능력치에 따라 체력 상승량이 바뀐다는데 그 주인이 나라서 상승량이 고작 1200이지 만약 자신이 흡수했으면 몇십만은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대놓고 악담은 못 했지만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거겠지.


“후우⋯.”


마지막으로 제일 신경 쓰이는 아이템 스킬, 점화.

이것도 이름과 설명만 읽어봐도 대충 어떤 스킬인지 감은 왔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면 또 느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차피 옷도 안 입고 있겠다 지금 한 번 써보기로 했다.


『 아이템 스킬 [점화]를 발동합니다. 』


- 콰아아아아!


체력 : 1593 (-177) / 1770


“앗, 뜨거 씨바!”


점화를 발동시키자 역시 예상대로 내 몸에서 강렬한 불길이 치솟았다.

아니, 이런 걸 스킬로 줄 거면 통증이라도 좀 없애 주던가.

나는 기겁을 하며 스킬 발동을 중지했다.


“뭐 이딴 스킬이 다 있어?”


뜨거운 맛을 본 나는 반사적으로 투덜거렸지만 불을 끄고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을 줄만 알지 공격 능력은 전무한 내게 이빨과 발톱까진 아니더라도 가시 정도는 생긴 셈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매초 체력을 10%나 소모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결용 스킬이나 다름없겠지만 그건 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닌가? 이거 엄청 좋은 스킬인가?”


무엇보다 스킬의 설명대로 소모한 체력에 비례해 화력이 강해지는 식이라면, 그리고 아까 내 몸을 휘감은 불길이 이 점화 스킬이었다면 지금 나는 그라고스를 상대할 때보다 더 강한 화력을 뿜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F급 각성자인 내가 A급 보스에게도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스킬의 단점이 온몸이 불타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거라면⋯ 쉽지는 않지만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 정도 페널티도 없기를 바라는 게 도둑놈 심보인 거겠지.


“⋯이건 일단 봉인.”


좋은 스킬인 건 맞지만 고통이 너무 심했다.

이건 예전처럼 던전에 갇혀 집단린치를 당할 때나 쓰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나는 다음으로 무기를 살펴보았다.


[그라고스의 메이스]


- 공격력 + 250

- 사용자의 능력에 비례해 성능이 변화합니다.


메이스 쪽은 아주 심플했다.

딱히 설명을 읽어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하지만 나는 메이스를 직접 쓰기보다 그냥 팔아치워 돈이나 챙기려고 들고나온 건데 생각해보니 이거 아주 애물단지였다.

아이템은 총기처럼 헌터관리국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었고 던전에서 습득한 아이템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헌터관리국에 습득 출처를 신고해야 했다.


하지만 각성등급 F급에 현직 헌터도 아닌 내가 비밀던전에 혼자 쳐들어가 몬스터고 보스고 다 박살 내고 아이템까지 가져왔습니다~ 라고 하면⋯ 그건 우리 엄마도 안 믿겠지.


그럼 분명 추가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텐데 거기서 내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나는 아이템 밀수밀매와 엮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제대로 대답하면 여명길드와 엮이게 되니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물론 정식적인 루트가 아니라 블랙마켓 같은 곳에 진짜로 밀매를 시도하는 수도 있긴 하지만 아이템 밀매와 블랙마켓, 둘 중 하나만 잘못 엮여도 인생 끝인데 그 두 개를 동시에 시도한다?

보더콜리 정도의 지능만 있어도 그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냥 관상용으로 가지고 있어야겠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자니 A급 보스의 아이템이 푼돈일 리 없어 아까웠다.

무허가 아이템 소지도 불법이긴 하지만 다른 세 선택지에 비해 처벌도 덜하고 애초에 난데없이 요원들이 우리 집에 들이닥쳐 수색하지 않는 이상 걸릴 가능성도 사실상 없으니 이게 제일 현명한 방법 같았다.

결심을 마친 나는 혹시라도 누가 볼까, 메이스를 얼른 트렁크에 집어넣었다.




***




모든 일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꽉 막힌 가슴이 뻥 뚫렸고 잿빛이던 세상에 색깔이 돌아왔다.


‘이제부터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죽다 살아나니⋯ 아니, 불지옥 얼리 엑세스를 체험했으니 죽었다 살아났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삶에 대한 의지와 감사한 마음이 막 솟아올랐다.


“드르렁⋯ 커어⋯.”


한편 누나는 휴게소에서 산 핫도그를 먹다 말고 손에 꼭 쥔 채 그대로 잠들었다.

따지고 보면 고생은 누나가 더 많이 했으니 기절할 만⋯.


“커어어억! 냠냠냠⋯ 커어어⋯.”

“깜짝이야!”


누나는 자다 말고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번쩍 일어나더니 핫도그를 몇 입 먹고 다시 잠들었다.

사람이 피로와 허기가 동시에 극에 달하면 저럴 수도 있구나⋯.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누나의 집에 도착해선 조촐한 뒤풀이를 열었다.

메뉴는 당연히 배달 음식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어디 좋은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대접하고 싶었지만 나나 누나나 이미 방전 상태였다.

그저 주린 배를 가득 채우고 몰려오는 졸음을 빨리 해결할 수만 있으면 뭐든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난 가볼게.”


대화를 나누거나 할 시간도 없었다.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 졸음이 쏟아졌다.

나는 졸음이 더 몰려와 뻗어버리기 전에 얼른 돌아갈 채비를 했다.


“응? 가려고? 피곤할 텐데 자고 가지?”

“요즘 집을 너무 오래 비워서 가보려고. 볼 일도 좀 있고.”

“그렇구나⋯.”


볼 일이라고 해봤자 베개 밑에 숨겨둔 유서를 빨리 처분하는 일이었다.

다 잘 풀렸는데 이제 와서 그런 걸 들켰다간 일이 엄청나게 귀찮아질 테니 웬만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슬쩍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 그리고 이거.”

“이게 뭐야?”


집으로 돌아가기 전, 나는 김지호 부장에게 받은 돈 봉투를 누나에게 건넸다.


“얼마⋯ 안 되는데 최소한의 보답이야.”


A급 헌터를 24시간 넘게 던전에서 굴려 먹고 고작 천만 원이라니, 도발하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안 주느니만 못할 수도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볼일 끝났으니 갑니다~ 하는 게 더 아닌 것 같았다.


“안 줘도 돼. 이런 걸 바라고 도와준 게 아니니까.”


하지만 누나는 쿨하게 거절했다.


“그래도⋯.”

“덕분에 나도 재밌었는걸.”

“재, 재밌었다고⋯?”

“응! 실제 몬스터를 상대로 그렇게 오랫동안 이것저것 해본 건 처음이야! 실전에선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니까 항상 최대한 빨리 몬스터를 죽여야 했거든!”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설마 누나는 내가 데미지를 넣을 때까지 적당히 시간을 때웠을 뿐 처음부터 위기감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는 건가?

아, 하긴⋯ 생각해보면 누나가 검기를 발하고 진심으로 공격하는 순간 그라고스는 잡몹처럼 토막토막 났다.

누나와 그라고스는 처음부터 그 정도의 격차가 있던 것이다.


“허허⋯.”


나도 모르게 실소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같은 사람인데 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건지.


“도와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나는 봉투를 집어넣고 대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선의에 의한 도움만 받았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도움받아본 적은 없었기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저, 저기⋯ 우리 이제 안 보는 거 아니지?”

“응?”

“뭔가 느낌이 다시는 안 볼 사람한테 인사하는 것 같아서.”


딱히 그런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누나를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을 가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용건 없으니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뭐 이런 건 아니지만⋯ 그저 A급 헌터가 지인으로 내 일상에 섞여 있는 상황이 상상도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린 서로가 사는 세상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 딱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확실하게 인사해두고 싶어서.”

“그, 그런 거구나⋯.”


누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기⋯ 그럼⋯ 앞으로도 연락해도 돼?”

“응? 당연하지. 내가 필요할⋯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24시간 대기하고 있을게.”

“알았어, 피곤할 텐데 조심해서 들어가. 고생했어.”


누나는 미소 지으며 나를 마중해주었고 그렇게 나는 간만에 몸뚱이뿐 아니라 영혼까지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




다행히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긴, 내겐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지만 내가 집을 비운 시간은 겨우 하루가 조금 넘은 정도니 또 어디 친구 집 가서 놀고 있겠지, 라고 생각할만한 시간이었다.

집도 가족도, 모든 게 그대로였다.


“2주⋯ 정도인가.”


침대에 대자로 뻗은 나는 지난 2주를 돌이켜봤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 이야기가 뒤죽박죽 얽히고설켰다.


“진짜 길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 인생에 제일 길고 다이나믹한 2주였다는 것이었다.

조용한 방 안의 침대에서 눈을 감았다.

평온하고 아무 문제도, 걱정도 없었다.

만약 지금 내 모습이 영화나 만화의 한 장면이라면 밑에는 End나 完 같은 글자가 떠 있겠지.

그야말로 험난했던 모든 고난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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