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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28 07:20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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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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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5
글자수 :
1,086,548

작성
24.02.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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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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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2쪽

91화

DUMMY

- 쿠웅!


“꺄아악!”

“몸 웅크리지 말고 적이 뭐 하는지 끝까지 봐! 그게 더 안전해!”


하은의 마력 폭발에 끄떡도 하지 않는 거대 리빙 아머가 공격을 개시했다.

덩치가 덩치인 만큼 행동이 그렇게 잽싸지는 않았지만 건물만 한 전투망치를 붕붕 휘둘러대니 그 거대함에서 나오는 단순무식한 질량과 공격범위가 굉장한 위협이 됐다.

100번 잘 피해도 까딱해서 101번째 공격을 맞으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불합리한 싸움이었다.


“보스야?! 보스지 이거?! 이제 어, 어떡해?!”

“보스였으면 우리 진작에 다 죽었지, 이 사람아! 보스 아니니까 진정해!”

“보스도 아닌데 이 정도라고? 진짜 어떡해?!”


자신의 마법이 씨알도 안 먹히자 하은은 곧장 패닉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가 공격을 피할만한 거 보면 절대 이 던전의 보스는 아니고 뭐 중간보스나 엘리트 몬스터, 딱 그 정도 느낌인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걸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데 이걸 진짜 어떻게 하지?


“하은아! 너 정도 실력이면 이 정도 공격은 여유롭게 피할 수 있으니까 좀 진정하고 내 말 들어! 일단⋯!”


- 콰아앙!


“꺄아악! 아저씨!!!”

“왜!”

“뭐야, 이번에도 안 죽었어?!”


하은에게 말을 거느라 조금 정신이 팔린 탓에 리빙 아머의 전투망치에 치인 나는 나 멀리 날아가 벽에 꼬라 박혔다.


체력 : 7757 (-3743) / 11500


그 모습에 하은은 비명을 질렀지만 만년빙의 방패와 갑옷, 거기다 하은이 걸어준 방어력 증가 버프 덕에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물론 빗맞은 데미지가 이 정도니 제대로 직격당했을 땐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번에도 안 죽었냐니, 너 가만 보면 꼭 나 죽기만 바라는 거 같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아, 아무튼 왜 불렀어?!”

“별 건 아니고 일단 뭉치자고! 우리 지금 계속 아무것도 못 하고 따로따로 도망만 다니고 있잖아!”

“아, 으응!”


하은은 내가 뭔가 지시를 내려주자 그것을 곧잘 이행했다.

역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뿐 이 상황 자체가 버겁진 않아 보였다.


“자, 이제 한 번 더 공격해 보자, 아까 다른 몬스터한테 했듯이 갑옷 틈새 사이로 마력 집어넣어서 터트리는 거 어때?”

“그, 그게! 저 몬스터한테는 그게 잘 안돼! 갑옷 사이에 유격이 거의 없는 데다 몬스터의 마력이 내 마력을 강하게 밀어내서 집어넣을 수가 없어⋯!”


확실히 하은의 말대로 거대 리빙 아머는 지금까지 만난 리빙 아머와는 격이 다른 마력이 느껴지긴 했다.

뭐, 애초에 오토바이와 비행기 수준으로 체급부터가 다르니까.


“그럼 그냥 정공법으로 상대해야겠네?”

“무, 물론 그렇게 하면 언젠가 뚫을 수 있긴 하겠지만⋯!”


하은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삼켰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대충 예상이 갔다.

그렇게 무식하게 갑옷을 뚫기엔 마력을 너무 많이 써야 해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이런 거겠지.

그녀는 목숨이 달린 전투 중에 그런 계산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다물었지만 나는 하은의 마음을 이해했다.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하은에게만 손해를 강요하는 것도 불공평한 일이긴 하다.

지금까지 몬스터는 전부 하은이가 해치우기도 했고 어디 이제 나도 일 좀 해볼까.


“하은아,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네 마력 폭발 말이야, 그거 폭발 방향도 설정할 수 있어?”

“방향?”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내 바로 앞에서 폭발을 일으킨다고 했을 때 내 쪽으론 최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반대쪽으로만 폭발을 집중시키는 식으로 할 수 있냐는 거지.”

“피해가 전혀 안 가게는 못 해도 최소화할 수는 있지!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지금부터 한 번 해보려고.”

“뭐?!”


하은은 내가 뭘 하려는 생각인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한테 어떤 스킬이 있는지 모르니 당연한 일이었다.


[축적 데미지 115000 / 115000]


나는 데미지 뱅크의 충전 상태를 확인했다.

데미지 뱅크는 이미 완충 상태였다.


“야⋯ 진짜 이거 맞냐? 나 이러고 있는 거 엄마한테 들키면 싸대기 맞아.”

“괜찮아. 더 쏴줘.”

“맞으면서 좋아하는 변태랑 이상한 플레이 하는 것 기분 더럽네.”


- 피융! 파악!


“윽!”


어젯밤, 나는 형에게 부탁해 활을 맞고 재생하기를 반복해 데미지 뱅크를 미리 충전해 뒀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를 잘했지 덕분에 굳이 위험하게 거대 리빙 아머의 공격에 일부러 맞으며 스킬을 충전할 필요 없이 풀차지 상태의 데미지 뱅크를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내 주먹만 한 크기로 최대한 마력을 응축하면 위력이 얼마나 돼?”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강력하게 응축할 수 있지만⋯ 응축하면 할수록 내가 조종하기가 어려워져서⋯!”

“괜찮아, 운반은 내가 할 거야. 넌 폭발만 시켜.”

“뭐, 뭐? 아니, 하지만 그래도 저 갑옷을 한 번에 뚫지는⋯.”

“그것도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넌 폭발만 시켜. 대신 마력을 응축시킬 때 내 쪽으로는 최대한 폭발이 덜 일어나게 만들어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위험해! 분명 휘말릴⋯!”


- 쿠구구구구!


아잇, 이거 참.

한참 작전을 짜고 있는데 리빙 아머가 망치로 바닥을 쓸었다.

우리가 먼저 변신하는데 때렸으니 작전타임에 공격당하는 것도 업보인가.


“난 살아남을 자신 있으니까 괜찮아! 한번 해보자고! 내가 주의를 끌 테니까 준비되면 말해!”


나는 좀처럼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하은을 대신해 결정을 내렸다.

내가 막무가내로 리빙 아머를 향해 돌진해 작전대로 주의를 끌기 시작하자 하은은 결국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 아이템 스킬 [혹한의 냉기]를 발동합니다. 』


리빙 아머에게 들러붙은 나는 갑옷의 관절부를 얼려 최대한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이 두껍고 거대한 철 덩어리를 점화로 지져봤자 계란 프라이를 해먹을 만큼 달구는 것도 힘들 것 같았고 메이스로 쳐봤자 노크 수준도 안 될 테니 이게 최선의 공격법이라고 생각했다.


- 철컥! 콰아아아아!


갑자기 떠오른 게 이 육중한 덩치를 가진 리빙 아머한테 딱 달라붙어 공격하면 어떻게 대응할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역시 다 방법이 있었다.

리빙 아머는 내가 달라붙은 갑옷 파츠를 분리해 몸에서 떼어내더니 공중에서 붕붕붕붕 휘둘렀다.


“우왁, 미친!”


나는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가속도와 원심력을 느꼈다.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갑옷의 틈새를 붙잡고 버텼지만⋯.


- 우득.


결국 손가락뼈가 부러져 날아가 버렸다.


- 콰앙!


“욱!”


빠르게 회전하다 날아간 나는 바닥에 내리꽂혔고 온몸의 뼈와 근육이 아작났다.

물론 안 죽었으니 재생이야 금방 됐지만⋯.


“우아악!”


내가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재생되는 그 1초 남짓한 시간은 리빙 아머가 나를 향해 망치를 내려찍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내 시야는 망치로 가득 찼다.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만년빙을 생성해도 저 거대한 망치를 막아낼 만큼 두꺼운 얼음을 생성할 수 없다.

순간 이렇게 어이없게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콰아아아앙!


“뭐야, 살아남을 자신 있다면서?! 하여튼 남자들 허풍은!”


하지만 그 순간, 내 몸이 빠르게 튕겨 나가 망치의 범위 밖으로 벗어나졌다.

하은이 마법으로 날 날려 보낸 것이다.


“와~ 슈퍼 세이브! 오늘 저녁에 너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라, 진짜!”

“목숨 살려준 걸 겨우 밥 한 끼로 퉁 치려고?!”

“그나저나 마력은 다 모았어?”

“지금 막 준비됐어! 가져가!”


하은은 내친김에 마법으로 나를 끌어당겨 자신의 앞으로 끌고 왔다.


“이거 어떻게, 그냥 손으로 들면 돼?”

“응, 마력을 응축한 거라 질량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힘으로 들기는 편할 거야.”


마력이 응축된 구체를 건네받자 하은의 말대로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그냥 딱 이만한 쇠구슬이 있으면 이 정도 무게일 것 같았다.


“아저씨가 이걸 들고 있는 동안에는 난 아저씨를 도와줄 수 없어. 응축한 마력 중심으로 강한 중력 같은 게 발생해서 내가 마법을 써도 마력이 그냥 빨려 들어가 버려서 작동하지 않거든.”

“괜찮아, 이번엔 진짜 알아서 살아봐야지. 그럼 갔다 올게.”

“너, 너무 위험한 것 같으면 하지 마.”

“나 같은 F급은 필생즉사야, 걍 뒤질 각오로 싸워야 겨우 이기지 어설프게 살 생각하면 골로 가더라.”


심호흡을 마친 나는 도움닫기를 해 속도를 붙이고 하은이 던져 날려주는 식으로 단숨에 리빙 아머의 가슴팍으로 도약했다.

역시 아무리 마법사라도 등급이 등급인 만큼 완력이 나보다 좋았다.


- 부우우웅!


내가 날아들자 리빙 아머가 망치를 휘둘러 격추하려 했지만 나는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고 망치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망치를 한 번 밟아 다시 가속했다.


- 툭.


그렇게 나는 리빙 아머의 가슴팍에 주먹을 대는 데 성공했다.


『 스킬 [데미지 뱅크]를 발동합니다. 』


그리고 그 즉시 나는 망설임 없이 데미지 뱅크를 사용했다.


- 쩌어어어어엉!


내 주먹을 통해 충전된 충격파가 단숨에 터져 나왔다.

거대하긴 해도 기본적으로 속이 텅 빈 금속을 때리자 종을 치듯 쩌렁쩌렁한 금속음이 던전을 가득 울렸다.


‘⋯이 정도면⋯ 되겠지? 아니, 돼야 해.’


나는 눈의 실핏줄이 터지도록 데미지 뱅크를 적중시킨 부위를 집중해 노려봤다.

리빙 아머의 갑옷이 워낙 두꺼운 탓에 역시 한 번에 갑옷을 뚫고 핵을 부술 만큼의 위력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S급 던전의 아이스 골렘한테도 유효한 스킬이었던 만큼 리빙 아머의 갑옷이 내 주먹모양을 중심으로 크게 우그러지며 구멍이 뚫렸고.


“지금이야, 터트려!!!”


그 구멍 안쪽을 향해 응축시킨 마력을 욱여넣은 나는 하은에게 신호했다.


- ~~~~~~~~~~~.


그 후엔 시야가 하얗게 질리며 아무 소리도,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감각은 짭짤비릿한 피 맛이었다.


“⋯씨! 아저씨! 세상에⋯ 이, 이게 살아있는 게 맞아? 이 정도면 인체 신비전에 기부해도 될 정도⋯ 어? 진짜 멀쩡해진다.”


제일 먼저 청각이 돌아오고 천천히 시각도 회복됐다.

그 다음엔 화끈한 작열통이 전신을 덮치더니 이내 촉감까지 모두 돌아왔다.


“어우~ 뭐야, 어떻게 됐어?”


나는 고개를 털고 눈을 깜빡이며 내 몸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한 번씩 전신이 재생되고 나면 뭔가 꼭 남의 몸에 빙의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되기는.”


하은은 어떻게 됐는지 직접 보라는 듯 몸을 비켜 리빙 아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 콰아아아아아아!


내가 뚫어놓은 구멍 안에서 일어난 마력 폭발은 리빙 아머의 핵을 깨트리는 데 성공했고 핵이 깨진 리빙 아머는 피를 흘리듯 갑옷의 틈새 사이사이로 마력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 텅! 터엉!


자신의 형태를, 존재를 유지하는 동력원인 마력의 핵을 잃은 리빙 아머는 갑옷이 툭툭 떨어져 나가며 몸이 무너졌고 결국 리빙 아머가 아닌 그냥 아머가 되어 완전히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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