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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28 07:20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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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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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2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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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87화

DUMMY

“이게 무슨⋯.”


다짜고짜 기밀 서류를 내놓으니 당황한 나는 괜히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내용물을 실수로 보기만 해도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 오전 서울헌터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습니다. 준호 씨께서 아카데미 학생의 체내에 흐르던 약물을 증거물로 제출해주셨다고.”

“네, 그렇습니다만.”

“해당 약물을 분석한 간단한 결과가 나와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분석해보니 해당 약물은 마약성을 띠고 있더군요. 인체에 유해한 것은 물론이고 굉장히 강한 중독성 역시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체에 유해한 건 뭐, 굳이 성분을 분석해보지 않아도 박시후의 꼬라지만 봐도 그래 보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인체에 마력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마력 반응이요?”

“마력이 없는 일반인도 마력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고 이미 마력이 있는 각성자는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럼 테러 사건 용의자가 전부 일반인이었던 것도⋯.”

“예, 무언가의 이유로 미등록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이 마력을 얻은 것이라 추정하고 있긴 했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어 계속 추정만 하고 있었는데 이로써 확실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주한 요원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누가, 어디서, 어떻게 이런 약물을 생산하고 있는 건지 그림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몇 번이고 관련 현장을 덮쳤지만 용의자들은 번번이 현장을 정리하고 빠져나간 뒤였죠. 마치, 저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요. 이대로는 유사한 사건이 앞으로 더 빈번히, 더 큰 규모로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오주한 요원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눈치챈 나는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 물으려다 말을 멈췄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하려던 말을 먼저 인정했다.


“맞습니다, 헌터관리국 내부에 공범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요원들의 전체적인 활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고위직에요.”

“⋯그렇군요.”


그의 말에 나는 미적지근하게 반응했다.

충격적인 소식이긴 하지만 외부인인 내겐 가십거리에 불과한 헌터관리국 요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그래서 이런 얘기를 왜 여기까지 와서 하나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뭘 하고 싶은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는 것 같다는 생각이 거의 확신에 가깝게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버나이츠 길드에 협력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협력이라면 어떤 협력 말씀이십니까?”

“실버나이츠 길드에서 관련 현장 수색과 용의자 체포에 전면적으로 나서주셨으면 합니다.”


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그런 일엔 소질도 없을뿐더러 할 생각도 없는데요⋯ 무슨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능력도 없고요.”


헌터와 요원이 굳이 두 직업으로 나뉘어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헌터가 몬스터를 뭐 어떻게 때려잡든 그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요원의 업무는 법의 감시망 안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했다.

괜히 누구 잘못 건드렸다가 소송 걸리고 어쩌고 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당연히 업무수행 중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헌터관리국에서 보호해드립니다. 그리고 애초에 해당 사건 관련 용의자들에겐 이미 사살 허가까지 내려진 상태입니다. 수색 및 체포 과정에서 저항하는 용의자를 불구자로 만들거나 사살하셔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길드 중에 왜 하필 저희 길드에 오신 거죠? 저희처럼 작은 길드보단 대형길드에 의뢰하시는 게 나을 텐데.”

“아니요, 오히려 작은 길드이기에 선택했습니다. 대형길드는 보고 듣는 눈이 많은 만큼 헌터관리국과 마찬가지로 정보와 움직임이 새어 나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실버나이츠 길드는⋯.”

“셋뿐이죠.”

“거기다 전력은 어지간한 대형길드 이상이고요. 그리고 두 분께서도 이번 일에 꽤 관심이 있으실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두 분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이니 말입니다. 특히 준호 씨, 혹시 설악산에서의 사건 기억하십니까?”

“D급 던전에서 파티장이 헌터들 유인해 죽였던 일 말입니까?”

“예, 그 사건을 벌인 조직과 현재 수사 중인 조직 사이에 접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엥? 이게 그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윤아린 헌터님, 테러사건 당시 현장에서 붙잡은 용의자가 갑자기 사망했다고 하셨죠?”

“아, 네! 그 남자가 뭔가를 말하려는데 갑자기 죽었어요.”

“설악산 사건 당시 체포한 용의자들 역시 조사 중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건에서 사망한 용의자들의 사인이 동일했고요.”

“⋯확실히 뭐가 있긴 있나 보네요.”


뭐, 나도 어떤 쌍놈들이 이런 짓을 하고 싸돌아다니나 신경 쓰이긴 한다.

하지만 이제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길드의 운영이다.

괜한 일에 끼어들어 시간과 체력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일단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대놓고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아무리 세상을 위한 대의라 하더라도 찾아와서 부탁한다고 다 들어줄 수는 없다.


“그것에 대해서라면 당연히 괜찮은 제안을 마련해왔습니다.”


하지만 오주한 요원은 생각보다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어? 대체 얼마를 준비했길래?

생각해보면 국가적인 관심이 쏠리는 사건이니 예산도 넉넉하게 배정받은 건가?

나는 오주한 요원의 입에서 과연 얼마나 나올까 하는 기대감에 나도 모르게 손을 싹싹 비볐다.


“저희 헌터관리국은 어디까지나 예산으로 운영되는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에 막대한 금품을 지급하는 식의 보상은 어렵습니다.”


에이, 뭐야.

팍 식네.

첫마디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나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렇기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실버나이츠 길드에 혜택을 드리려 합니다.”

“혜택이라고 하면 정확히 어떤⋯?”

“향후 3년간 특별 던전 배정 우선권을 부여해드리고 길드세 및 던전가치세 역시 50% 수준으로 감세해드리겠습니다. 이미 국장님과 협의를 마친 부분입니다.”


오주한 요원의 말을 들은 순간 내 머릿속에선 번개가 쳤다.

아, 꼭 돈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나갈 돈을 줄이는 것도 돈을 버는 방법이지.

나는 3년간 50% 감세 혜택을 받으면 대충 얼마의 돈을 아낄 수 있는지 재빨리 계산해봤다.


길드세는 길드의 실적에 따라 편차가 워낙 크니 일단 차치하더라도 던전가치세는 대충 던전에서 나온 마석과 아이템의 가치를 합친 금액의 10% 정도를 헌터관리국에 납부해야 했다.

그럼 길드의 실적을 정말 최소한으로 잡더라도 우리가 3년간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던전가치세는 약 100억 원대⋯ 이걸 반으로 줄이면⋯.


계산을 마친 내 눈동자에는 생기가 돌았다.

오주한 요원의 제안은 최소 50억짜리 제안이었다.

물론 이건 길드의 경영상태가 3년 내내 최악인 경우를 상정해 50억인 거고 사실상 100억, 200억 우리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그 가치는 더더욱 무궁무진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계산이 끝난 나는 오주한 요원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현명한 선택을 내렸다는 얼굴로 내 손을 맞잡았다.

아, 나랏일 하신다는데 우리 같은 길드가 당연히 협력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




“⋯⋯⋯⋯.”


형광등이 켜진 텅 빈 사무실 안 깔끔하게 정장과 치마를 차려입고 긴 머리카락을 둥글게 말아 묶은 젊은 여성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녀는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거나 노래조차 듣지 않고 정말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 우우우웅. 우우우웅.


한참을 그러고만 있는데 책상 위에 올려둔 그녀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왔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지 아는 듯 느긋한 동작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예.”

“김서연! 너 지금 뭐 해!”


스마트폰 너머로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전, 그녀와 함께 고급 한식당에서 식사를 했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는 그녀는 김서연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그냥⋯ 있습니다.”


정말 그냥 있기에 그렇게 대답했다.

김서연은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느릿느릿 차분하기만 했고 남자가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별로 관심 없다는 듯 졸린 듯 눈도 반쯤 감고 있었다.

진짜로 졸린 건 아니고 그녀는 언제나 절전모드를 켠 듯 느릿느릿 여유로운 그런 느낌이었다.


“그럼 지금 당장 4공장으로 가!”

“무슨 일 있습니까?”

“이 새끼들 느려 터져 가지고 아직도 정리 못했다는데 요원들이 그쪽으로 가고 있다잖아! 네가 가서 막아!”

“네.”


- 뚝.


김서연이 대답하자마자 전화는 뚝 끊겼고 그녀는 스르륵 일어나 또각또각 사무실을 나섰다.

그녀는 그 와중에도 자기가 앉아있던 의자를 똑바로 집어넣고 사무실의 불을 끄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 오셨습니까!”

“응.”


김서연이 현장에 도착하자 얼굴이 사색이 된 남자 여럿이 약물과 제조설비, 불량품 등을 트럭에 옮기며 분주히 창고를 치우고 있었다.

하지만 김서연은 또 가만히 의자에 앉아 그런 남자들의 모습을 가만히 구경했다.


- 콰아앙!


“헌터관리국이다! 다 움직이지 마! ”

“흐익!”


아직 창고를 완전히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꽤 남은 상황.

연락받은 대로 헌터관리국의 요원들이 창고에 들이닥쳤다.

물건을 옮기던 남자들은 기겁을 했지만 김서연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하던 일 계속하라는 듯 남자들을 향해 손을 휘휘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기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불응 시 사살한다!”


요원들은 그렇게 경고했지만 남자들은 요원보다 김서연이 더 무서운지 요원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짐을 옮기는데 열을 올렸다.


“거기, 너! 너도 움직이지 마!”


- 스윽, 스윽.


그 와중에 김서연은 남들이 뭘 하거나 말거나 차분하게 불편한 구두와 정장을 벗고 머리카락을 풀어 헤쳤다.


“분명히 경고했다.”


이미 두 번이나 경고했지만 뭐 말을 들어 먹는 인간이 하나 없자 요원들은 공격을 시작했다.

한 요원이 벗은 옷을 깔끔히 접어 정돈하고 있는 김서연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 텁!


“뭣⋯!”


하지만 김서연은 간단히 요원의 검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요원은 그녀의 손아귀에서 검을 빼려 안간힘을 썼지만 검은 바위에 박히기라도 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고.


- 빠각!


“커억⋯!”


반대 손으로 날린 스트레이트 펀치가 요원의 안면에 적중하며 코와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저 새끼 뭐야! 그냥 죽여버려!”


감히 겁도 없이 헌터관리국 요원을 공격하다니.

분노한 팀장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살 명령을 내렸다.


- 빠악! 빡! 퍼억!


하지만 상대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서연은 능숙한 격투술로 다수의 요원을 상대로 무난히 공격을 방어하는 건 물론 반격까지 적중시켰다.


“크윽⋯!”


싸움이 점점 말리는 느낌이 들자 요원들은 일단 한발씩 물러섰다.

하지만 한 대씩 유효타를 얻어맞은 터라 누구 하나 다시 먼저 공격하러 나서지 못했다.

레프트 훅을 맞은 턱이, 바디 블로우를 맞은 갈비뼈가, 로우킥을 맞은 허벅지가, 다들 아직 어딘가 하나씩 성치 않았다.


- 파앗!


그렇게 요원들이 주춤한 사이 공격권은 김서연의 턴으로 넘어갔다.

이번엔 김서연이 먼저 치고 들어와 공격을 시작했다.


- 빡! 빠각! 퍽! 빠악!


“윽!”

“어윽!”


다섯 요원과 김서연 간에 치고받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김서연은 요원들의 공격을 능숙히 방어하며 틈틈이 반격까지 섞어 넣었고 한대, 두대, 계속 맞으며 데미지가 축적된 요원 한 명이 비틀거리며 큰 허점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김서연은 그의 팔을 통째로 비틀어 꺾은 뒤 그대로 잡아 뜯어버렸다.


- 와드득! 푸확!


“끄아아아아악!”


팔이 뜯겨나간 요원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다 쓰러졌다.

동료의 팔이 잡아 뜯기는 광경을 본 요원들은 혼란과 공포에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스으읍~ 하아~.”


거기에 더해 김서연의 기행은 요원들에게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김서연은 잡아 뜯은 요원의 팔의 절단부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냄새를 맡기도 하고 심지어는 할짝이기까지 했다.

그녀의 새하얀 얼굴과 셔츠는 단숨에 새빨간 피로 물들었고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은 어느샌가 편안하게 풀어진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시발, 저 미친년이⋯!”


그런 김서연의 모습에 이성의 끈을 놓은 요원들은 이제 작전이고 지랄이고 저거 하나만 죽이자는 식으로 맹공격을 펼쳤다.


- 콰직! 빠각!


“욱⋯!”

“크헉⋯!”


분명 전력을 다해 모든 스킬을 사용해 싸우고 있는데 어쩐지 싸움은 더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얼굴에 피를 뒤집어쓴 김서연은 전보다 명백히 더욱 강한 힘을 내고 있었다.


- 푸확!


“꺽⋯!”


불리한 전황의 전투를 겨우겨우 이어가던 중 김서연의 공격에 요원 한 명이 또 당했다.

김서연은 날카롭게 세운 손끝으로 요원의 배를 꿰뚫었다.


- 푹! 푸욱! 푹!


꿰뚫린 배에서 손을 타고 피가 주르륵 새어 나오자 김서연은 씩 웃으며 난도질하듯 연속해서 요원의 배를 손끝으로 찔러댔다.

그리고 이내 참지 못하겠다는 듯 요원의 배에 뚫린 구멍에 양손을 구겨 넣고는 그의 몸을 잡아 찢어버렸다.

완전히 희열에 빠진 김서연은 이제 활짝 웃고 있었다.


“안 돼!!!”

“아⋯아아⋯!”


동료의 상체와 하체가 반으로 갈아지는 모습을 본 요원들은 아연실색했다.

어떻게 막을 새도 없이 벌어진 참사였다.


“좀 더⋯ 좀 더⋯.”


이미 온몸을 피로 적신 김서연이었지만 그녀는 아직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듯 요원의 피가 고인 피 웅덩이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비비고 데굴데굴 구르더니 비틀비틀 일어서서는 요원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좀 더! 좀 더! 더! 더! 더! 꺄하하하하하!”


아직도 찢고 쑤시고 잡아 뜯을 수 있는 장난감이 셋, 아니 넷이나 남았다니.

환희에 가득 찬 김서연은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듯 깔깔 웃으며 요원을 덮쳤고 새빨간 피가 얼굴을 뒤덮어 티가 나진 않았지만 흥분한 그녀의 볼은 새빨간 홍조로 달아올라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잠시 후.

전투가 끝난 창고 안엔 갈기갈기 잡아 뜯기고 찢어진 요원들의 시체와 혈흔이 사방에 낭자해 있었고 김서연은 물놀이를 즐기듯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찰박찰박 만지거나 손으로 모아 자신의 몸과 얼굴에 뿌리는 등의 기행을 벌이며 한참을 그러고 앉아있었다.


그들이 싸우는 동안 남자들은 진작에 짐을 다 옮겨 창고를 정리했지만 감히 김서연에게 먼저 말을 걸지는 못했다.

그녀의 해피타임을 방해했다간 저 찢어진 시체 더미에 자신의 몸뚱이도 토핑처럼 추가될지 모른다는 공포에서였다.

남자들은 끔찍하게 훼손된 시신과 피비린내에 구역질을 꾹 참으며 찍소리도 내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음⋯ 가자.”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피가 다 식어 흥이 떨어진 김서연은 다시 평소대로의 표정과 목소리로 돌아와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났다.


“씨, 씻겨드려도 되겠습니까?”

“응.”


남자는 후다닥 생수병을 가져와 김서연의 머리에 콸콸 부었고 그녀는 가벼운 세수로 머리카락과 얼굴에 묻은 피를 씻어냈다.


“차량을 대기시켜놨습니다.”

“응.”


남자는 이런 꼴을 한두 번 본 게 아닌지 김서연이 탑승할 차의 좌석에 미리 두터운 비닐을 깔아놓은 뒤였다.

그렇게 그녀와 남자들은 갈가리 찢어진 요원들의 시체만을 놔두고 공장을 떠났다.

오주한 팀장의 팀이 이곳을 덮친 것은 몇 시간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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