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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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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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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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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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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2화

DUMMY

“자, 잘 봐. 여기 이 던전 소멸 확인 버튼 있지? 네가 던전 클리어하고 나면 작업자분들이 들어가서 마석이랑 몬스터 부산물이나 아이템 같은 걸 싹 가지고 나오실 거야. 그럼 던전이 사라지겠지? 그때 이 버튼을 누르면 돼.”

“으응⋯ 알았어!”

“확실하게 이해한 거 맞지? 잘 모르겠거나 헷갈리는 거 있으면 말해, 다시 알려줄게.”

“그런 거 없어, 다 기억했어!”


나는 아린이에게 내가 공부한 어플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길드는 설립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운영하는 건 당연히 더 어려웠다.

소은 누나나 석혁 형님에게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면 다 알려주기야 하겠지만 모르는 거 하나 있다고 그때마다 매번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도 양심 터진 짓이니 나는 어지간한 건 최대한 스스로 공부하고 조사해 알아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길드 설립 일주일 만에야 드디어 첫 레이드를 뛰게 되었다.


“오늘 레이드 일정이랑 위치도 확인했지? C급 2개에 D급 2개다?”

“확인했어! 너도 다른 던전 갔다 올 거지?”

“응, 끝나면 데리러 갈게.”

“그래, 좀 이따 봐!”


오늘 아린이는 C급 2개 D급 2개의 레이드를, 나는 D급 레이드 2개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길드가 A급 길드이긴 해도 고등급의 던전이 매일같이 쏟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은 큰 건수가 없기도 하고 또 5년 상환 연금리 3.2%의 조건으로 대출받은 900억 때문에 한결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합해 매달 17억 4천만 원을 납부해야 때문에 낮은 등급의 던전을 하루에 따블, 따따블로 뛰어서라도 돈을 벌어야 했다.


나는 먼저 아린이를 첫 번째 던전 앞에 데려다주고 내가 참가하기로 한 던전으로 이동했다.

차량은 길드 법인으로 구매했는데 처음엔 아린이의 무기를 옮기기 편하도록 극한의 실용성을 위해 아예 1톤 트럭을 살까도 고려했지만 평소에 내가 차를 구경하는 모습을 자주 본 아린이는 자기는 2000억 원어치 아이템을 사놓고 고작 자동차 가지고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니 미안했는지 자동차 정도는 내가 사고 싶은 걸 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실용성과 나의 욕망을 모두 적절히 충족시킬 수 있는 벤X 사의 SUV를 구입했다.

아이템을 사는데 돈을 거의 다 쓰긴 했지만 2000억이란 어마어마한 돈은 쇼핑을 하고 나온 잔돈만 해도 20억 정도였기에 길드 운영자금이 당장 빡빡한 편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실버나이츠 길드에서 나왔습니다.”

“아이고! 헌터님 오셨습니까!”


내가 담당하기로 한 던전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관리소장님이 맞이해주었다.

내가 찾은 장소는 서울 시내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참⋯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이드 한 번 참여하려고 지방을 떠돌고 F급 던전에서 벗어나려고 별 지랄을 다 했는데 지금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접근하기 매우 편리한 D급 던전을 당당히 배정받을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비록 나는 여전히 F급 헌터지만 내 뒤를 봐주는 게 A급 길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 헌터님~ 이거 뭐 별거는 아닌데 오늘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어어, 이러지 마세요.”


관리소장님은 내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하얀 봉투를 내 주머니에 스윽 넣었고 나는 황급히 봉투를 돌려드렸다.

관리소장님이 내게 건넨 봉투는 보호비였다.

길드를 운영하기 위해 이것저것 조사하고 공부하다 보니 들은 적은 있는데 설마 첫 레이드에서부터 그 실체를 확인하게 될 줄이야.


보호비는 헌터 업계에 자리 잡은 일종의 악습이었다.

던전은 어지간하면 헌터들이 던전 브레이크 전에 처리해주긴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집 앞마당에 던전이 열려있는 꼴을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안감도 불안감이지만 어린아이나 취객, 혹은 애완견 등이 던전 안에 들어가 버리는 사고도 종종 발생해서 실제로 어느 정도 위험하기도 하고.


그렇다 보니 그런 상황에서 발생한 게 보호비였다.

어디 동네, 어느 아파트는 던전 처리하면 따로 얼마씩 챙겨준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돌면 헌터들이 앞다퉈 해당 지역의 던전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주니 이젠 안 주면 따로 요구하는 헌터들이 있을 정도로 굳어진 폐단이 되었다.


“호, 혹시 부족하십니까? 보통 이 정도씩 드렸는데⋯.”


내가 보호비를 거절하자 관리소장님은 곤란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요, 그냥 안 받는다고요⋯.

꽁돈이야 당연히 좋지만 아린이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운영하는 길드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까지 챙길 돈은 아니었다.

뭐, 여명길드한테 정산금 사기 쳤을 때처럼 한 300억쯤 되면 모를까.

내 자존심을 팔기엔 돈이 적다.


“저희 실버나이츠 길드는 시민 여러분께 금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던전의 위치는 어디죠?”

“아⋯ 예! 이쪽입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관리소장님의 눈이 반짝였다.

세상에 이런 헌터도 있구나 하고 감동하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악질 헌터한테 얼마나 시달렸으면⋯


“후우~ 뭔가 되게 오래간만인 것 같네.”


소장님의 안내를 받아 던전 앞에 선 나는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본업이 헌터인데 어쩌다 보니 던전에 들어가는 게 엄청 오래간만인 것 같았다.

나는 내 단짝 친구 그라고스의 메이스와 함께 던전에 입장했다.


- 푸다다다닥!


“어우!”


던전에 들어와 얼마 안 돼 몬스터와 맞닥뜨렸다.

네 발 달린 물고기처럼 생긴 몬스터가 몸을 털자 칼날처럼 날카로운 비늘이 나를 향해 쇄도했다.

예전의 나였으면 그냥 재생력 하나 믿고 다 맞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 팅! 팅! 팅! 팅!


나는 한 손엔 메이스를 한 손엔 만년빙으로 만든 방패를 들고 안정적으로 전투를 주도했다.


『 아이템 스킬 [혹한의 냉기]를 발동합니다. 』

[그라고스의 메이스가 사용자의 능력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 빙(氷)속성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어? 이것도 돼?!”


몇 마리의 몬스터가 비늘을 털어대며 내 움직임을 막는 동안 다른 물고기 몬스터는 아마존에 사는 육식어종 같은 날카로운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래서 나는 달려드는 몬스터를 동태로 만들기 위해 방패에 혹한의 냉기를 둘렀는데 그라고스의 메이스도 점화처럼 혹한의 냉기에 반응해 똑같이 냉기가 둘렸다.

그라고스의 메이스는 쓰면 쓸수록 국밥같이 든든한 면이 있는 것 같았다.


- 파사삭!


안 그래도 피부에 수분함량이 많아 물렁물렁해서 메이스로 상대하긴 불편한 몬스터였는데 혹한의 냉기가 둘린 메이스로 몬스터를 내려치자 그 수분이 오히려 약점이 돼 상대하기 편했다.

나는 그대로 부드럽게 보스까지 해치웠다.


“⋯⋯그러고 보니 여기 D급 던전이지.”


보스를 처리하고 출구가 생기길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D급 던전 때문에 헌터를 그만두기도 했고 다시 시작하기도 했으니 나는 D급 던전에 개인적으로 많은 의미를 느끼고 있었다.

예전에는 겨우 이런 수준의 몬스터들에게 꼼짝을 못해서 던전에 며칠 내내 갇혀있었다니 나 참~.


“보스까지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레이드를 끝낸 나는 어느새 도착해있는 던전 수거전문업체의 직원분들과 교대했다.

길드가 돈을 벌려면 레이드에서 나온 마석과 부산물을 회수해 팔아야 하는데 그 부분은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어 외주를 맡겼다.


규모가 좀 있는 길드는 자체적으로 수거팀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예전에 파티로 F급 던전을 다닐 때처럼 그냥 헌터들이 직접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저것 따져봐도 지금은 그냥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이 편을 택했다.

후~ 계약맺을 업체 찾는 것도 고생 좀 했지.


“어, 아린아. 나 끝났어. 너는?”

“나도 끝났어!”

“그럼 지금 데리러 갈게. 어디야?”


D급 레이드 2개를 휴식 없이 끝내고 업체에 수거를 맡긴 나는 아린이를 픽업하러 갔다.

어우, 조금 피곤한데⋯?


“아린아⋯ 너 혹시 레이드 언제 끝났어?”

“으음⋯ 얼마 안 됐어!”

“어⋯ 그래?”


아린이는 마지막으로 공략한 던전 근처의 카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오래 기다린 건지 케이크 접시가 4개, 음료 컵이 5개가 쌓여있었다.

최소 2시간 정도는 기다렸나 보다.

나도 혼자 레이드에 들어간 것치고 빠르게 던전을 공략한 편인데 얘는 뭐 얼마나 빨리 끝냈길래⋯ 나는 일단 아린이를 데리고 길드 사무실로 돌아갔다.


“후~ 소파 사길 잘했다.”


길드에 도착한 나는 일단 소파에 드러누워 잠시 쉬었다.

할 일은 다 했으니 이제 퇴근해도 별 상관없지만 그래도 우리 실버나이츠 길드의 역사적인 첫 레이드가 이루어진 날이니 끝까지 확실하게 하고 싶었던 나는 일단 사무실에서 기다렸고.


- 띠링!


모든 절차가 끝났다는 알람을 받은 나는 컴퓨터를 켜 오늘 하루 우리 길드의 실적을 확인했다.

요즘은 이런 게 자동으로 계산돼 바로바로 인터넷으로 다 업데이트되어 편리했다.


“오~ 아린아.”

“응?”

“적자는 피했다.”

“뭔데?”


화면엔 나와 아린이가 오늘 처리한 2개의 C급 던전과 4개의 D급 던전에서 나온 마석과 부산물을 판매한 금액이 나와 있었다.

다 합쳐서 6300만 원.

한결은행에서 대출한 돈을 갚으려면 하루에 5800만 원씩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으니 일단 오늘 하루는 흑자가 난 셈이었다.


“근데 B급이나 A급 같은 큰 건 한 번 못 물면 좀 위험하겠는데?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하지만 그건 오늘 하루만 봤을 때의 이야기고 레이드 준비한다고 날려 먹은 지난 일주일의 공백을 메우려면 이번 달은 꽤 바쁘게 뛰어야 할 것 같았다.


“난 괜찮아, C급 던전 정도는 하루에 10개씩 잡아줘도 문제없어!”

“그 정도면 몬스터 멸종하겠다⋯. 그나저나 네가 열심히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길드도 결국엔 헌터를 영입해야 덩치를 키울 수 있을 텐데 그건 또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게⋯ 그거 조금 나중에 하면 안 될까? 지금은 이대로도 충분히 정신없는데⋯.”


내 말에 아린이는 덜컥 겁을 먹었다.

나나 아린이나 최근 정말 빠른 변화에 적응하며 많은 걸 조사하고 공부하고 신경 쓴 탓에 일종의 심신미약 상태였다.


“나도 당장 영입할 생각은 없어,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인데 나중에 가서 갑자기 하려면 또 힘드니까 미리 준비만 해두려고.”

“휴~ 그런 거구나.”

“아이고, 아무튼 오늘 일은 잘 마무리됐네, 내일도 레이드 있으니까 슬슬 퇴근하자, 밥이나 먹으러 갈까?”

“좋아!”


앞으로 할 일이 많아 보이지만 그래도 첫 단추는 잘 끼웠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




“나왔어~.”


아린이와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왔는데 현관부터 아주 난리가 나 있었다.

무슨 신발을 이렇게 다 꺼내놨는지 아주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거실에도 온갖 가방과 옷이 잔뜩 깔려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지도 못하고 심란한 표정으로 거실 한 가운데 서 있는 아빠한테 물었다.


“⋯아빠 뭐 잘못했어? 엄마랑 이혼해?”

“어⋯ 왔냐?”


아빠는 다 포기한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뭐 하는 건⋯.”

“어이, 브라더~.”

“아아아아아!”


아빠한테 사정을 묻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갑자기 헤드락을 걸었다.


“나 없는 동안 외로웠어? 외로웠지? 외로웠다고 말해!”

“아오! 미친놈아 좀!”

“어어? 뭐야?! 이 새끼 좀 세졌네? 근데 형한테 미친놈이라니, 악마한테 싸가지 팔아서 세졌냐?”


이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기술.

나는 헤드락를 풀며 반사적으로 짜증냈다.

우리 집에는 저 멀리 유럽으로 떠났던 내 3살 위의 친형이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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