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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28 07:20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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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6,548

작성
24.02.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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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6화

DUMMY

“그럼 이건 절반은 내가 보관하고 있을게. 개인적으로 연구도 할 수 있고 나중에 만일의 상황이 생겨도 증거가 수중에 있는 셈이니까.”


모든 이야기를 들은 소은 누나는 내 의도를 파악하고 구슬의 보관을 약속했다.

이렇게 되면 나는 이제 안심하고 나머지를 헌터관리국에 증거로 제출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거 계속 마력을 주입해야 형태가 유지된다던데 안 귀찮으시겠어요?”

“응? 아니야, 그냥 한 번만 굳혀두면 되는데?”


소은 누나의 말에 나는 옆에 앉아있는 하은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녀는 슬쩍 내 시선을 피했다.

마력으로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해서 굳이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건데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네.


“자~ 그럼 공평하게 정확하게 반으로.”


- 톡.


누나는 구슬을 공중에 띄워 정확히 반으로 가른 뒤 모양을 다시 둥글게 가공해 한층 작아진 구슬을 내게 돌려주었다.


“이제 됐지? 더 할 말 있어?”


누나는 당연히 한가하지 않은지 계속 시간을 확인하며 물었다.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자는 의미로 한 말이겠지만 나는 그래도 나중에 괜히 또 연락하기보다는 만난 김에 다 이야기하자는 생각으로 말을 꺼냈다.


“아, 누나 한 가지만 더요.”


누나는 말해 보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하은이 말인데요, 문제가 좀 있대요.”

“문제? 무슨 문제?”

“나, 나는 괜찮아! 바쁘실 텐데 괜히⋯!”

“물어봐 줄 때 가만히 있어.”


내가 갑자기 자기 이야기를 꺼내자 하은은 당황해 허둥지둥거리며 자리에 일어나려 했다.

나는 그런 하은의 머리를 눌러 자리에 도로 앉혀 놓고 말했다.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얘 마력 회복이 안 된대요.”

“으~음~?”


내 말에 소은 누나는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가 땅에 닿을 듯 갸웃했다.


“마력 회복이 안 되면 지금까지 마법은 어떻게 썼어요?”

“각성했을 때 얻은 마력으로 썼습니다⋯!”

“각성은 언제 했죠?”

“중3⋯ 그, 그러니까 3년 전에 했습니다!”

“그럼 3년 동안 처음 각성했을 때 얻은 마력만으로 지금까지 계속 썼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 말에 누나는 알면 알수록 더 흥미로운지 노골적으로 하은을 탐내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요?”


나는 그대로 그냥 두면 이성을 잃고 하은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놀라운 걸 넘어서 그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따져야 할 수준이지. 비유하자면 3년간 한숨도 자지 않고 생활한 셈이라고 봐도 돼.”


그 정도인가, 엄청나긴 하네.


“흠⋯ 그런데 그런 증상은 나도 살면서 처음 들어봐서 당장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 혹시 생각나는 거 있으면 연락 줄게.”

“시,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계를 발전시킬 인재를 키워내는 게 내 일인걸. 그런데 그러면 평소에 그냥 소모되는 마력도 굉장히 신경 쓰이겠네?”

“아, 네⋯ 그걸 최소화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꽤 많이 새어 나가버려서⋯.”

“흠~ 그럼 괜찮은 게 하나 있는데⋯.”


소은 누나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짓하자 저 멀리서 상자 하나가 들썩거리더니 그 안에서 뭐가 휙 날아와 누나의 손안에 착 감겼다.


“이걸 한 번 착용해 볼래? 좋은 의도로 만든 건 아니라 생긴 건 좀 그렇지만 효과는 꽤 있을 거야.”

“이, 이건⋯.”


하은은 소은 누나가 건넨 물건을 착용했다.

익숙하게 생긴 물건은 마치 그것과 비슷했다.


“누나, 이건⋯ 개 목줄 아닌가요?”


소은 누나가 건네준 것은 목에 둘러 착용하는 벨트 같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목걸이라고 하기엔 목을 꽉 조이고 두툼한 게 딱 개 목줄처럼 생겼다.


“아오! 말을 해도 그냥! 초커야, 초커!”


소은 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솔직히 본인이 생각해도 개 목줄 같았는지 열심히 변명했다.


“크흠! 그⋯ 물론 이런 경우를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고 각성자를 제압할 때 마력을 억제할 목적으로 만든 거라 디자인은 좀 그렇지만⋯ 효, 효과는 어때요?”


하지만 디자인이야 어떻든 무슨 상관인가, 하은은 개 목⋯ 초커의 효과가 굉장했는지 반쯤 입을 벌리고 놀라고 있었다.


“마력이 거의 새지 않아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대로 마법을 써도 되고 더 강한 마력이 필요하면 초커를 벗기만 하면 돼요.”

“저⋯ 그, 그런데⋯.”

“응?”

“이, 이런 아이템은 얼마쯤 하는지⋯.”


하은의 물음에 소은 누나는 귀엽다는 듯 웃었다.


“대가는 구슬을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이미 치렀으니 걱정 마요. 마침 저한테도 필요한 물건이었거든요.”

“가,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면 나도 이것저것 받은 게 있는데 소은 누나는 참 베풀기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근데 넌 어디까지 따라오게?”


소은 누나와의 대화를 마치고 이제 헌터관리국으로 가려는데 하은은 또 자연스럽게 차에 올라탔다.


“이제부터 헌터관리국 가는 거 아냐?”

“어, 그런데.”

“헌터관리국 직원이 그 구슬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어?”

“⋯그래서 어디까지 따라와 줄 수 있냐고 물어봤어.”

“그렇게 말 안 했잖아.”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그러네.

또 어차피 아린이 데리러 아카데미로 돌아 가야 하니 나는 그냥 하은을 데리고 헌터관리국에 가 상황을 설명하고 요원에게 구슬을 제출했다.

헌터관리국이 총력을 쏟고 있는 사건의 유력한 증거의 등장으로 잠시나마 평화로운 점심 식사를 즐기고 있던 요원들은 입가에 붙은 밥풀도 떼지 못하고 사무실로 뛰쳐 들어왔다.




***




퇴근 후, 나와 아린이는 박시후의 병실을 찾았다.

지 혼자 미쳐 날뛰다 처맞은 거긴 해도 뼈 몇 개를 부러트리고 목에 칼빵까지 놨으니 병문안 정도는 와보기로 했다.


“힉⋯!”


마침 허겁지겁 병원 밥을 먹고 있던 그는 아린이를 보자 움찔거리며 입에 넣으려던 수저를 놓칠 정도로 기겁했다.

뭐야, 기억 안 나네, 어쩌네 하더니 다 기억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앉아도 되죠?”


아린이는 박시후가 겁먹지 않도록 천천히 침상으로 다가가며 물었고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까닥였다.


“⋯⋯⋯⋯.”


우리는 일단 말없이 박시후의 상태를 슥 살펴보았다.

정신적으로는 꽤 안정된 것 같지만 그는 아직도 눈꺼풀을 파르르 떨거나 갑자기 고개를 이리저리로 꺾는 듯 이상증세를 보였다.


“몸은 좀 괜찮아요?”

“에⋯ 에⋯.”


아린이가 묻자 박시후는 어눌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피에 섞인 그 액체가 대체 무슨 액체길래 A급 각성자를 거의 바보로 만들어놓은 건지 원.


“뭐 기억나는 거 좀 있어요?”

“아, 아이요⋯.”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요?”


기억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기가 뭔 짓을 했는지 들어서일까, 박시후는 잔뜩 풀이 죽어 고분고분 해져있었다.

아무리 까불거려봤자 결국은 고등학생이라는 거겠지.


“마,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그그, 그냥 방에 있던 것밖에⋯.”

“⋯그럼 그 이상한 액체는 직접 사용한 거예요?”


사실 병문안을 온 주목적은 이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요원들이 어련히 조사하겠지만 우리도 미리 정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

“괜찮아요, 혼내거나 어떻게 하려고 물어보는 게 아니니까 말해도 돼요.”


박시후는 지가 잘못했다는 자각은 있는지 입을 다물었지만 아린이가 부드럽게 설득하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어디서 얻었어요?”

“모, 모르는 사람이⋯ 주고 갔어요.”

“어떻게 생긴 사람인데요?”

“저, 젊은 여잔데⋯ 가,가각⋯ 각성자였어요. 꽤 강한⋯ 각성자⋯.”

“생김새는요?”

“긴 머리카락을⋯ 이렇게 뒤로 둥글게 묶고⋯ 정장을 입고 있었어요, 어, 얼굴은⋯ 좀 예뻤고⋯.”

“근데 그게 뭔 줄 알고 받은 거예요?”

“마시면⋯ 힘을 증폭시켜주는 물약이라고 했어요, 진짜 마실 생각은 없었고 그냥 가지고만 있었는데⋯.”


아린이한테 진 게 분해서 홧김에 마셔버렸다, 뭐 그런 거겠지, 뒷말은 안 들어도 뻔하다.

흠, 그나저나 젊은 여자 각성자라, 거기에 정장 차림에 둥글게 묶은 머리?

범인을 특정하기엔 너무 두리뭉실한데.

어디 정장을 입고 다니는 젊고 강한 여성 각성자가 한둘인가.


“뭔가 더 생각나는 건 없나요?”


아린이의 물음에 박시후는 침을 주르륵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눈이 아까부터 계속 음식이 남은 식판에 고정하고 있는 게 뇌가 망가져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는 뭐 그런 증상도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망가져도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아직 더 쉬어야 할 텐데 슬슬 가자.”

“으응⋯.”


더 그를 붙들고 있어봤자 별다른 수확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아린이에게 돌아갈 것을 제안했다.

박시후는 우리가 등을 돌리자마자 허겁지겁 수저를 들고 밥을 입에 넣었다.




***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전 우린 잠시 길드에 들러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가졌다.


“후우~ 이쯤 되면 우리가 문제인가? 왜 가는 데마다 문제가 생기는 걸까?”

“그러게⋯ 진짜 뭐가 있나?”


나쁜 짓 하고 살겠다는 것도 아닌데 뭐 이렇게 이상한 일이 많이 꼬이는 건지.

피곤하다, 피곤해.


“뭐, 잠깐 지나가는 태풍 같은 걸로 생각하자고. 그러고 보니 할 이야기가 있는데.”

“응?” “이하은 학생 있잖아.”

“응.”

“우리 길드에 가입하고 싶대.”

“진짜? 네 말대로 학생들에게 우리 길드를 알리는데 성공했네!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음⋯ 그게 아니라.”

“응?”

“당장 가입하고 싶대.”

“지금⋯?”

“응.”

“왜?”


그 상식 없는 아린이 조차 아직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하은이 당장 길드에 가입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하자 의문을 표했다.


“뭐, 나름 사정이 있긴 있더라고. 어떻게 생각해?”

“A급 마법사니까 있으면 무조건 좋긴 하겠지. 하지만 우리 길드 사정이⋯.”


역시 아린이도 그 부분을 가장 먼저 걱정했다.

B급 헌터인 형까지 갈아 넣어서 겨우 빚이나 메꾸고 있는 길드가 A급 마법사를 모셔 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 좀 그렇겠지?”

“어디서 A급 던전 팍팍 안 나오나~.”

“그건 재앙이잖아⋯.”


- 똑똑똑.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길드 문을 두드렸다.

난 우리가 아카데미에서 일하는 동안 혼자 여행을 간 형이 갑자기 돌아와 또 얼빠진 장난이나 치는 줄 알고 쳐다도 안 봤는데 문 쪽을 돌아본 아린이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누군데?”


그에 나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확인해보니, 문밖에는 웬 저승사자가 서 있었다.

아니, 저승사자가 아니라 오주한 요원이.


“뭐야, 또 나 잡으러 왔나?”


나는 내가 또 뭐 잘못한 일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헌터관리국에 잡혀갈 짓을 한 기억은 없었다.


“누군지 알아?”

“헌터관리국 요원.”


무슨 일로 우리 길드를 찾은 거지.

나는 일단 찾아온 손님이니 문을 열어주었다.


“요원님, 갑자기 무슨 일로⋯?”

“오래간만입니다. 준호 씨. 잘 지내셨습니까?”

“네, 저야 뭐. 요원님은⋯ 별로 잘 못 지내신 것 같네요.”


오주한 요원의 얼굴을 보니 그냥 상투적인 인사말을 건네기도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상해있었다.

나는 그가 내 안부나 물으러 온 건 아닐 테니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생각해 소파로 안내했다.


“처음뵙겠습니다, 헌터관리국 오주한 요원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윤아린입니다.”


오주한 요원은 S급 헌터 앞에서 깍듯이 예의를 차려 인사했고 그런 대접이 부담스러웠던 아린이는 허둥지둥 그를 자리에 앉히고 물었다.


“그래서 저희 길드는 어쩐 일로⋯?”

“예, 그것이.”


오주한은 자신이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

봉투에는 큼지막하게 [기밀] 이라고 적힌 빨간 도장이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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