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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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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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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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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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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9화

DUMMY

“아이고~ 치사하다, 치사해~! 월급 받고 할 짓들도 참~ 없다~. 이런 데 쓰이는 줄 알았으면 세금 안 냈지~.”


형은 박스에 서류를 담아 길드 사무실을 떠나는 사람들의 뒤통수에 대고 아주 다 들으라고 빈정거렸다.


“후우~ 꼭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이 얼얼하네.”


나는 허리에 손을 짚고 엉망이 된 길드 사무실을 둘러보았고 아린이는 이미 말없이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줍고 열린 서랍을 닫으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 길드는 갑자기 쳐들어온 국세청 직원들에 의해 불시세무조사를 받았다.

아침에 사무실에 모여 일정을 확인하고 던전으로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치더니 지금부터 자기들이 말하는 서류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해왔다.


나와 아린이는 그들이 말하는 서류가 뭔지, 왜 필요한지도 잘 몰라서 하마터면 일방적으로 얻어터질 뻔했지만 다행히 형은 국세청 직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대강 알아들었는지 여유롭게 대처했다.


“에휴, 내 인생에 정부한테 원한 사서 세무조사를 당할 팔자가 있는 줄은 몰랐네.”


나는 아린이를 도와 사무실을 청소하며 한탄했다.

설립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생 길드에 이렇게 친히 불시세무조사를 때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며칠 전 참석했던 청문회에서 아린이가 헌터관리국 쪽에 유리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보복이겠지.


“⋯혹시 이번 일로 길드에 문제 생길 수도 있을까?”


아린이는 종이를 주우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니, 없을 거야. 그냥 화풀이하는 거지.”


탈탈 털어봐라, 뭐가 나오나.

애초에 길드를 설립하고 던전을 돌기만 해도 바빠서 탈세나 체납 같은 걸 할 겨를도 없었다.


“화풀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겠지, 어느 편에 설 건지 생각해보고 처신 잘해라, 같은. 아주 골치 아파졌어~ 어느 라인 타느냐에 따라 네 인생이 바뀔 거다, 동생아.”


형은 지쳤다는 듯 소파에 푹 드러누우며 말했다.

평소 같으면 치우는 거 도우라고 한 소리 하겠지만 오늘의 MVP는 형이라 그냥 두기로 했다.


“에휴, 됐다, 치우는 건 대충 이쯤으로 하고 아린아 컨디션 괜찮아?”

“컨디션? 컨디션이야 항상 좋지?”

“그럼 내가 수거업체랑 이야기해 볼 테니까 지금이라도 던전 좀 정리하자. 잘못하면 진짜 던전 브레이크 나겠다.”

“난 좋아.”


안 그래도 청문회 때문에 일정이 밀려 있었는데 세무조사 때문에 또 하루를 날렸다.

이러다간 진짜 대형사고 한 번 터질 것 같은 예감을 느낀 나는 오늘 야간작업을 결정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우리가 일정을 펑크낸 바람에 수거업체 쪽에 위약금도 물고 야간작업은 또 야간수당이 붙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할 일은 해야지 뭐 어쩌겠는가.


“형은⋯ 고생했어,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


솔직히 형이 지금 하는 일에 비해 제대로 된 보수도 챙겨주지 못하는데 당당히 야간작업까지 요구하는 건 아무리 형제라도 선을 넘는 일인 것 같았다.


“뭐, 나 집에 가라고?”

“던전은 우리 둘이 어떻게든 해볼게.”

“싫은디?”


하지만 형은 소파에 누워 발을 까딱이며 그렇게 말했다.

와, 어떻게 도와준다는 말을 저렇게 얄밉게 할 수가 있지?

후, 그래도 형이 도와준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형까지 도와주면 새벽 2시 정도면 대강 던전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례합니다.”


그렇게 수거업체에 전화해 야간작업을 부탁하고 조건과 일정을 조율한 뒤 장비를 챙겨 슬슬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3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길드로 들어왔다.

설마 국세청의 시간차 공격이 다시 시작된 건가 움찔했는데 행색을 보아하니 그쪽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어⋯ 누구시죠?”


찾아올 손님이 없는데 누가 찾아오니 당황스러웠다.

갑작스러운 손님의 등장에 소파에 누워있던 형도 벌떡 일어났다.


“혹시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아까도 왔었는데 아까는⋯ 좀 바쁘신 것 같아서.”

“아⋯ 네. 이쪽에 앉으세요.”


아무래도 우리가 한참 세무조사를 받던 중에 한 번 찾아왔었나 보다.

나는 그녀를 일단 소파로 안내했고 차나 커피 같은 게 준비된 게 없어 형이 눈치껏 후다닥 사러 나갔다.


“⋯⋯⋯⋯.”

“⋯왜 그래?”


깡패사무실도 아니고 사람과 대화하는데 옆에 연장을 두고 대화할 수는 없기에 잠시 무기를 무기고에 넣으러 온 사이 나는 슬쩍 아린이에게 물었다.

여성이 길드에 들어온 순간부터 아린이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그냥 저분 얼굴을 보는 순간⋯ 뭔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왜? 뭐가? 어떻게?”

“나, 나도 내가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어.”


아.

나 이미 충분히 피곤한데.

제발 더 이상 이상한 일에 안 엮이게 해주세요.

딱히 믿는 종교가 있지는 않지만 그냥 하늘에 대고 기도했다.


“크흠! 저, 그래서 무슨 일로⋯?”


무기를 정리하고 자리에 앉은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 튀어나와도 놀라거나 절망하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은 참이었다.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국립 서울헌터아카데미의 교사 박지영이라고 합니다.”

“어⋯ 네⋯.”


나는 그녀가 슥 내민 명함을 받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역시 맞았다.

일찍이 각성해 헌터를 지망하는 유망한 학생들을 훌륭한 헌터로 길러내는 일종의 헌터 특성화 중, 고등학교인 헌터양성기관 서울헌터아카데미.

아카데미는 여기저기 몇 군데가 더 있지만 그 중 서울헌터아카데미는 교사나 학생이나 시설 등 모든 부분이 압도적으로 최고인 아카데미였다.


“⋯⋯저 혹시.”


그래서 서울헌터아카데미의 선생님이 우리 길드에는 왜?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박지영 선생님이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아, 아린아 혹시 선생님 기억나니? 그 왜⋯ 자주 보지는 않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어? 아⋯! 아~! 선생님!”


그러자 아린이도 뭔가 생각났다는 듯 활짝 웃으며 선생님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알아봐 줘서 고맙다는 듯 선생님도 그 손을 잡고 흔들며 기뻐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아린이 아카데미 출신이었지?

아카데미를 한 달에 한 번 가서 1교시 수업만 듣고 다시 길드로 돌아갔다고 하니 선생님 얼굴이 긴가민가할 법도 했다.


“허어⋯.”


제자가 길드를 설립했다는 소식에 한 번 들러본 건가.

다행히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에 단단히 먹고 있던 마음이 풀린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고 때마침 형이 사온 음료를 대접하고 둘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형과 함께 자리를 비켜주었다.


“뭐야? 누군데?”

“서울헌터아카데미 선생님. 옛날에 아린이 선생님이었나 봐.”

“아~ 우리 사장님 역시 엘리트네~ 서울헌터아카데미 출신이구나?”

“⋯형도 갈 수 있었잖아.”


고등학생 때 각성한데다 각성등급도 무려 B급이었으니 형도 충분히 서울헌터아카데미로 전학 갈 수 있었고 실제로 전학을 추천받기도 했다.

하지만 형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친구와 스승을 버리고 떠나는 것은 천하의 도리가 아니라는 개소리를 하며 그대로 다니던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참, 그러고도 어지간한 서울헌터아카데미 출신 헌터들보다 출세했으니 진짜 뭐 하는 인간이야, 이거.


- 우우웅~.


“응?”


밖에 나와 형과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며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아린이한테 전화가 왔고 나는 무슨 일인가 곧장 안에 들어가 보았다.


“왜?”

“그, 그게 선생님이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


응?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 거지?

나는 일단 할 이야기가 있다니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쪽은 준호예요, 박준호! 저랑 같이 길드를 설립한 친구예요.”

“아~ 안녕하세요, 헌터님.”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는 어쩐 일로⋯?”

“그게 실은 아린이를⋯ 어머, 실례했습니다. 그래도 공적인 자리이니 마스터님이라고 해야겠네요.”

“아니에요,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어머, 그러니? 그럼 편히 말할게. 다름이 아니고 제가 오늘 실버나이츠 길드를 찾은 건 아린이를 저희 아카데미에 초청하고 싶어서입니다. 와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도 해주고 간단히 수업도 해주는 일종의 초청 강사 같은 느낌으로요.”

“아~.”


나는 알아들었다는 듯 괜히 느긋하게 감탄사를 뱉으며 아린이와 시선을 교환했다.

안타깝지만 길드 사정이 안 좋아서 그런 거 할 시간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려고 했는데 마침 아린이도 그런 거 할 자신 없다는 듯 눈동자를 떨고 있었다.


“물론 그냥 와서 봉사 좀 해달라고 하는 건 아니니 그런 부분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아카데미 차원에서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S급 헌터님을 초청해 수업을 진행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충분한 수업료도 지급해드립니다, 작년엔 신재현 헌터님이 와주셨어요!”

“흐음⋯.”


그냥 시원하게 수업료가 얼마 주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된 일인데 너무 돈만 밝히긴 좀 눈치가 보인 나는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매년 S급 헌터들이 참가해주는 걸 보면 섭섭하지 않게 챙겨주는 건가?

특히 내가 알기로 신재현 헌터는 상당히 싸가지가 없어 실제로 언행에 논란이 많은 헌터인데 그런 사람도 참가해주는 걸 보면⋯.


“수업 일정은 당연히 길드 업무가 먼저이니 저희 쪽에서 조율해드립니다. 수업 일수는 5일이고 가능하면 다음 주에 진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그런데 저희가⋯ 학생들을 상대로 뭔가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하거나 유익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인데⋯.”

“아~ 그런 건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수업 자료나 내용 같은 건 저희 아카데미의 교사들이 모두 준비해드릴 겁니다. 부담이나 스트레스받으실 필요 전혀 없어요. 그리고 사실 S급 헌터님들이 아이들의 전투 감각을 키워주는 것만 해도 굉장히 소중한 교육이니까요.”

“오⋯ 그렇군요⋯.”


아직 수업료를 듣지 못한 나는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은 계속 수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설명해주었고 나는 조바심에 엉덩이를 들썩였다.

슬슬 던전에 가야 수거업체 직원들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텐데 이 대화를 어떻게 끝내야 하지?


“그래서 마지막으로 수업료에 대한 것인데요. 하루에 1억 1천만 원으로 계산해 총 5억 5천만 원입니다. 어떠실까요? 아린아 괜찮니?”


수업료를 들은 나는 들썩이던 엉덩이를 소파에 착 붙였다.

나랑 아린이, 그리고 형까지 셋이서 쎄빠지게 레이드를 뛰어봤자 하루 매출 1억을 올리기가 힘든데 그냥 강연 참가하는 게 하루 1억 1천?

서울헌터아카데미가 매년 S급 헌터를 강연에 초청하는 데 성공하는 비결이 이거였구나.


“⋯⋯⋯⋯!”


나는 다시 아린이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돈 얘기를 듣고 눈깔이 돈 내 눈빛을 읽은 아린이는 거의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흠⋯ 좋은 기회인데 저렇게까지 싫어하면 어쩔 수 없지.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다음 주에 바로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앗,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계약 성사를 기념해 선생님과 악수를 나누었다.

아린이는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허락보단 용서를 구하는 게 쉽다고.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저렇게까지 싫어한다면 나중에 용서를 구해야지 어쩔 수 없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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