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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31 07: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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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0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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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4화

DUMMY

A급 던전은 마무리를 짓는 것도 꽤 힘들었다.

우리가 레이드를 마치자마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수십 명의 수거업체 직원이 던전으로 투입됐고 역시 전문가들답게 뚝딱뚝딱 순식간에 마석과 부산물을 수거해 밖으로 실어 날랐다.

S급 던전에서 3 공격대로 있던 내게 뭔가 익숙한 장면이었다.


“⋯⋯⋯⋯.”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온갖 함정과 매복이 존재하는 A급 던전의 특성상 수거업체 직원들이 일하는 동안 우리 길드에서 그들을 호위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린 세 팀으로 이루어진 수거업체 직원을 각각 형, 아린이 그리와 나와 하은으로 나뉘어 호위하기로 했다.


“하암~.”


가만히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하은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선 채로도 고개를 꾸벅꾸벅 떨구는 게 이미 맛탱이가 간 것 같았다.

어지간하면 차에 가서 자라고 하고 싶은데 만에 하나 무슨 사고가 벌어지면 데미지 뱅크도 없는 내가 혼자 대처할 수 없을 게 뻔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요즘 이런저런 일로 바빠 소홀했는데 슬슬 다시 특전을 건드리든가 해야지 스스로의 나약함이 실감 돼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거 완료했고 이제 감정소로 물건을 옮겨 가치를 측정할 거라 결과 확인하고 결재해주실 길드 관계자분이 한 분이 같이 오셔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아, 네. 제가 가겠습니다.”


장장 26시간에 걸친 수거 작업이 끝났다.

직원들은 교대로 휴식하며 작업을 진행했지만 우린 26시간을 그냥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와~ 헌터 더 뽑든가 해야지 아주 미쳐버릴 뻔했네.


“괜찮겠어? 내가 가도 되는데.”


대체 왜 멀쩡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쌩쌩한 아린이는 눈을 잔뜩 찡그리고 있는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원래부터 내가 가려고 하긴 했지만 괜히 얄밉게 옆에서 형이 거들었다.


“에이~ 그런 건 길드 마스터가 가는 거 아니야~ 우린 집 가서 쉬자고~.”

“그, 그런 거예요?”

“그럼, 그럼~ 야, 마무리 잘하고 와라?”

“생각해보니까 나보단 형이 가는 게 낫겠다.”

“윽! 부상이⋯!”


대신 가라는 소리에 형은 절뚝거리며 아린이와 하은이의 등을 떠밀어 차에 태우더니 그대로 출발해버렸다.

아오, 저 미친⋯.


“그, 그럼 가실까요?”

“아, 예⋯.”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수거업체 직원은 이 새끼들 뭐야? 하는 표정으로 말했고 나는 머쓱하게 볼을 긁으며 그와 함께 감정소로 향했다.




***




수거한 아이템을 감정하는 데는 3시간 정도가 걸렸다.

비용이 비싸긴 해도 역시 대형 업체가 좋긴 좋았다.

그들은 수거한 물건을 트럭째로 거대한 레일 위에 쏟아부어 자동화된 설비로 그 많은 양의 마석과 부산물을 순식간에 분석했고 깔끔하게 비용과 세금까지 계산해 산출한 최종금액을 장부로 싹 정리해 보여주었다.


그렇게 뺄 것 다 빼고 최종적으로 우리 길드가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33억 정도가 나왔다.

A급 던전 치고 적은 수익이지만 무라고스의 데스 사이드와 물약 생성기는 제외된 금액이니 그것까지 계산하면 평균 이상의 수익이 기대됐다.


“후우⋯! 다음엔 A급 던전 배정받기 전에 생각 좀 더 해봐야겠다.”


온갖 서류와 계약서를 확인하고 사인을 마친 뒤 완전히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감정소를 나선 나는 아주 질색을 하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더 할 게 있나?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 모르겠다, 던전은 확실하게 닫았으니 혹시 빠트린 게 있어도 나중에 처리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 툭.


“아.”


일단 집 가서 씻고 잠이나 잘 생각으로 택시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누군가와 툭 어깨가 부딪혔다.

챙 넓은 야구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되지 않는 그 사람은 길도 넓은데 굳이 내 쪽으로 와서 어깨빵을 치곤 사과 한마디 없이 쌩 달아나버렸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긴 하지만 겨우 이런 걸 가지고 쫓아가서 따질 만큼 기운과 시간이 넘쳐나진 않았기에 그냥 무시하고 내 갈 길 가려 했는데⋯.


“응?”


언제부턴가 내 손에 들려있던 서류 봉투를 발견한 나는 어깨를 부딪친 사람이 사라진 방향과 서류 봉투를 연신 번갈아 가며 돌아봤다.


“뭐야 이거?”


소매치기도 아니고 소매넣기를 당한다고?

나는 봉투를 뜯어 슬쩍 내용물을 살펴봤다.


헌터관리국 정보부 특수보고서 [기밀]

개요 : 불법 마력화 약물(이하 A-1) 제조 및 유통 조직에 대한 보고


윗부분 내용만 살짝 읽어본 나는 화들짝 놀라 서류를 바로 봉투 안에 넣은 뒤 주변을 살폈다.

일단 거리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렇게 되니 주변 건물의 창문 하나하나까지 전부 신경 쓰였다.


아니, 진짜 뭐야 이거?

서류를 이런 방식으로 전달한다고?

그럼 방금 어깨빵 치고 지나간 게 그냥 미친놈이 아니라 요원이었던 거야?

갑자기 첩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을 당하니 잠이 확 달아났다.




***




“형.”

“⋯⋯.”

“형!”

“⋯⋯.”

“야, 븅신아.”

“뭐?”


나는 바로 집으로 달려와 얼굴에 팩을 붙이고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있는 형을 깨웠다.


“나랑 같이 이것 좀 보자.”

“별거 아닌 걸로 내 해피타임을 방해한 거면 뒤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형은 찡그린 눈으로 주섬주섬 서류를 꺼내 읽더니 나처럼 맨 윗줄만 읽고서는 다시 슥 집어넣고 생각에 잠겼다.


“흐음~ 이게 그거구나? 헌터관리국이랑 하기로 했다는.”

“응, 그거.”

“근데 하필 지금? 오늘 바로?”

“다행히 3일 안에만 해달래.”

“아, 그럼 오케이.”


형은 쉬지도 못하고 지금 당장 또 일을 해야 한다는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 서류를 읽지 않으려 했지만 3일의 시간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서류를 꺼내 읽어보기 시작했다.


“흐음, 흐음, 그렇군.”

“똑바로 읽어.”


거의 그림만 보고 넘기는 수준으로 빠르게 서류를 넘기길래 한소리했다.

그림동화도 그렇게는 못 보겠다.


“똑바로 읽고 있는데?”

“그렇게 빨리 읽는다고?”

“유럽에서 일할 때 서류 처리할 게 하도 많아서 빨리 읽고 놀러 가려고 속독법 익혔거든.”


빨리 읽고 놀러 가려고.

참 형다운 이유라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 뭔가 의견은?”

“이거 개꿀인데?”


서류를 다 읽은 형에게 의견을 묻자 형은 그렇게 대답했다.

내 생각과 같았다.


“우리가 뭘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 잡아 족쳐서 정보 캐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헌터관리국에서 다 떠먹여 준 정보대로 그냥 네비 찍고 찾아가서 현장 보존만 하면 된다는 거잖아? 심지어 현장에서 조우할 용의자들은 일반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건 뭐 싸움도 할 필요 없다는 거네?”

“그렇지.”


형의 말대로 헌터관리국에서 내린 지시는 매우 간단했다.

자신들이 지목한 3군데의 장소를 동시에 급습해 현장에 잔류 중인 용의자를 체포하고 현장을 보존한 뒤 연락을 주면 뒤처리는 요원들이 알아서 한다는 게 작전의 요약 내용이었다.

서류엔 이런 일이 미숙한 우리를 위해 순서대로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와 주의할 점,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케이블 타이로 사람 묶는 법 같은 것도 친절히 매뉴얼로 적혀있었다.


“그럼 어떻게, 내일은 이거 하러 가는 거야?”

“아직 아린이한테는 말 안 했는데 일찍 해치워서 나쁠 거 없지 않을까? 괜히 밍기적거리다 첫 임무부터 조지면 대참사기도 하고.”

“음, 그건 그렇지.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너도 가서 좀 자라.”


형은 서랍에서 팩 하나를 더 꺼내 내게 내밀었고 나는 얼떨결에 난생처음으로 얼굴에 팩을 붙여봤다.

뭔가 끈적하고 미끌거리는 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걸 얼굴에 붙이고 있는 건지.


“아, 그러고 보니 저것도 있었지.”


방에 들어와 보니 형은 마치 잘 때 까먹지 말라는 듯 물약 생성기를 내 침대 머리맡에 놔뒀다.


- 푹!


침대에 자리를 잡고 물약 생성기에 손을 넣자 바늘이 손목을 뚫었다.

물약 생성기가 작동을 시작한 것을 확인한 나는 팩을 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




“그러니까 여기 가서 사람들 묶어두고 요원님들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거지?”

“그렇지, 간단하게 말하면 그런 거지.”


다음 날 아침, 사무실에서 다시 모인 우린 작전에 앞서 간단히 회의를 나누었다.


“그런데 용의자가 일반인일 ‘가능성’ 이잖아. 만약 각성자가 있어서 싸움이 벌어지면 어떡해? 죽여도 돼?”


아린이의 말에 나는 서류 어딘가에 적혀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교전수칙을 찾아봤다.


“일반인은 폭파, 방화와 같이 증거물을 파괴할 위험 또는 민간의 재산과 생명에 심각한 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체포만 하고 각성자는⋯ 사살해도 된대.”

“그렇구나.”


사살이라는 말에 아린이는 그냥 그런갑다~ 하고 말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하은이 지레 겁을 먹고 물었다.


“사,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말이야?”

“⋯⋯근데 넌 왜 여기 있냐?”


안 불렀는데 왜 왔지.


“아~ 어제 아카데미까지 데려다주다가 졸음운전 할 것 같아서 그냥 아린이네 집에서 재웠거든.”

“아.”


그래서 같이 나왔구나.


“너는 안 해도 되니까 걱정하지 마. 미성년자한테 이런 거 시키면 우리 길드 공중분해 된다.”

“그⋯ 그래?”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너 이거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면 안 되는 거 알지? 너도 우리 길드 헌터니까 가볍게 말하고 있어도 엄연히 헌터관리국 비밀작전이니까 잘못하면 헌터관리국 지하실 끌려간다?”

“다, 당연하지! 나도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

“그럼 됐어.”


하은은 작전에 참가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는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는 듯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야, 박준호. 근데 너랑 나는 사실상 일반인이니까 괜찮다곤 해도 아린이는 어떡할 거냐?”

“그게 무슨 말이야?”

“현장 근처에 아린이가 떡하니 돌아다니면 세상 사람 다 알아볼 거 아니야. 변장을 한다고 해도 은발이 워낙 눈에 튀니까 완전히 숨기긴 힘들 텐데.”

“흠⋯ 확실히⋯.”


형과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린이를 찬찬히 살펴보며 고민했다.


“머, 머리 자르고 올까?”

““그건 절대 안 돼.””


아린이의 극단적인 해결법에 우린 극구 반대했다.

따스한 남국의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새하얀 백사장 같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겨우 이런 일 때문에 자른다니, 국가적 손실이다.


“그럼 이렇게 하자, 박준호 너는 사무실에서 바로 현장으로 출발하고 나는 아린이를 태우고 현장 근처에 차를 대놓고 뭐 렌터카를 빌리든 택시를 타든 알아서 다른 현장으로 이동할게. 이렇게 하면 아린이는 한 번도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모두가 각자 위치에 있을 수 있잖아.”

“아, 그러네. 그렇게 하자, 그럼.”

“죄송해요, 제가 운전을 못 해서⋯ 빨리 면허 딸게요.”

“에이~ 길드 마스터는 원래 차 뒤에 타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 그런 거예요?”


그래, A급 던전 처음부터 끝까지 원맨쇼 찍는 사람이 운전 좀 못하면 뭐 어때.


“자, 그럼 한번 시작해 보자. 위치에 도착하면 연락해.”


헌터관리국에서 건네준 서류를 자세히 읽어 작전 위치와 목적, 매뉴얼 등을 상세히 읽고 숙지한 우리는 각자가 맡기로 한 현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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