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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31 07:20
연재수 :
1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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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4
글자수 :
971,175

작성
24.03.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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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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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3쪽

110화

DUMMY

“부국장님이 여기는 왜⋯!”


부국장의 얼굴을 본 김민주는 놀라 따지듯 물었다.


- 촤악!


“윽!”


그러자 정우진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단검을 꺼내 김민주의 볼을 베었다.

깊게 베이진 않았지만 그녀의 볼에선 피가 주륵 흘렀다.


“질문은 내가 해.”


정우진은 차갑게 말한 뒤 함께 온 요원 중 하나가 가져다준 의자에 앉아 거만하게 다리를 꼬며 말했다.


“아, 그리고 부국장 아니야. 이제 국장이거든.”


정우진은 무릎을 꿇린 김민주를 내려다보며 실실 웃었다.


“설마 당신이⋯!”


그의 태도에 상황을 파악한 김민주의 표정이 분노에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미 팔다리를 꽁꽁 묶여 다른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쓸데없이 힘 빼지 마. 그것보다 오주한 지금 어디 있어, 알고 있지?”

“몰라, 알아도 말 안 해.”

“그 말은 꼭 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정우진이 눈짓하자 양옆에서 김민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요원들이 그녀를 바닥에 찍어누른 뒤 손을 잡아 빼 정우진 앞에 대령했다.


“김민주 요원, 정말 훌륭한 인재야, 항상 해맑고 명령도 잘 듣고. 그런데 명령 들을 사람을 잘못 고른 건 좀 아쉬워.”


정우진은 단검을 꺼내 엄지와 검지로 덜렁덜렁 단검을 들고는 김민주의 손톱을 가볍게 툭툭 찔렀다.


“아이고, 젊음이 좋긴 좋아, 험한 일 하고 사는데도 손 고운 거 봐. 완전 아기 손이네.”


안 그래도 감각이 예민한 손가락 끝을 뾰족한 단검으로 쿡쿡 찌르니 이곳을 단검으로 찌르면 얼마나 아플지 공포감은 극대화됐고 김민주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렸다.


“구, 국장님을 살해하고 선배에게 누명까지 씌우다니, 이, 이런 일을 안 들키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실에서 금방 알아챌 거예요!”

“응? 감사실?”


김민주의 말에 정우진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더니 이러는 편이 더 재밌겠다는 듯 피식 웃더니 단검을 거두고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예~ 형님. 접니다. 다름이 아니고 김민주 요원 아시죠? 형님한테 할 말이 있다네요.”


정우진은 스피커폰으로 바꿔 상대방의 말을 김민주도 들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스마트폰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래. 민주 요원, 들리나?”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은 김민주는 숨을 멈출 정도로 놀랐다.


“⋯시, 실장님⋯? 박영식 실장님?!”


감사실. 실장님.

아무래도 전화를 받은 상대가 김민주가 믿고 있던 감사실의 최고 지휘권자인 듯했다.


“민주 요원, 내 말 잘 들어. 자네 눈에 지금 국장님이 하는 일이 어떻게 비쳐 보일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오히려 국장님은 모두를 위해 무거운 짐을 짊어진 거지. 그러니 국장님께 자네도 협조해주면 좋겠어.”

“대체 왜⋯ 실장님까지⋯!”


헌터관리국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그것에 대해 조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할 감사실의 수장이 한패라니, 김민주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민주 요원, 민주 요원! 듣고 있나?”

“에, 예⋯.”


실장의 부름에 김민주는 순순히 대답했다.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는 걸 보면 평소 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민주 요원, 지금 당장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지금 이 일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크나큰 의가 있고 그만큼 발전을 가져올 거야. 그러니 우리로선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잘 협조하고 우리 편에 선다면 국장님에겐 내가 잘 말해볼 테니 마음을 바꿔, 이봐, 우진이! 자네도 듣고 있지!”

“예, 형님, 저도 같은 식구끼리 피 흘리는 건 원치 않습니다. 특히 김민주 요원 같은 유능한 친구는요. 저희 편이 되어준다면 아주 든든할 겁니다.”

“⋯민주 요원, 이미 헌터관리국 내의 대부분이 국장님을 따르고 있어. 자네가 막으려 한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부디 무모하게 파도를 막으려다 휩쓸려 아까운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기를 바라네.”


감사실장과의 전화를 끊은 정우진은 잠시 김민주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이미 국장도 되셨잖아요, 대체 뭐가 더 하고 싶으셔서 이러시는 거예요?”


잠시간의 고민 끝에 입을 연 김민주는 그렇게 물었다.


“미안한데 지금 그런 걸 구구절절 설명해줄 시간은 없어.”


정우진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유가 납득이 되면 무언가 말할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김민주에게 졌다는 듯 고개를 툭 떨구며 말했다.


“좋아, 우리의 최종 목적은 각성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거야.”

“각성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요? 모두가 공평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각성자가 무슨 차별을 받는다고 그러시는 거죠?”

“내 말이 그 말이야! 왜 공평하냐는 말이지, 일반인에 비해 하는 일은 우리가 훨씬 많고 더 가치 있는데 누리는 건 똑같으면 그게 차별이지 뭐야?! 김민주 요원, 자네도 일하면서 분명 느꼈을 거야! 위험하고,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온통 각성자들이 하는데 생색은 일반인들이 내는걸!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우진은 정말로 조금 흥분한 듯 열변했다.


“그런 불만이 있다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바꿔야지 이런 방식은 범죄잖아요!”

“합법적인 방법? 이런 각성자의 처우를 바꿀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놈들이 꽉 쥐고 있는데 무슨 수로? 합법, 불법을 따지는 것 자체가 모순이야, 그 기준을 정하는 게 누군데, 다 국회에 있는 놈들이 정하고 고치잖아! 거기에 우리 말, 우리 편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던가? 있으면 이름 대봐!!! 김민주 요원, 정신 차려. 우리가 받는 부당한 대우를 합법적으로 개선하는 건 불가능해.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싸움 자체가 성립을 안 하는 거라고, 우리가 감히 싸우려고 드는 것 자체가 불법이니까!”

“자신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당신은 반란을 저지른 또 다른 악일 뿐이에요.”

“그 기왕이면 혁명이나 개혁 같은 좋은 단어를 사용하는 게 어때? 그리고 이걸 왜 선악으로 판단하는 거야? 이건 그냥 단순한 힘의 균형일 뿐이야. 사과가 중력에 끌려 떨어지듯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힘의 균형은 역사적으로 반복됐고 앞으로도 반복할 거야. 세상이 그런 걸 왜 나한테 따져?”


인내심에 한계가 온 정우진은 의자에서 일어나 김민주의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아선 말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묻는다, 오주한 어디 있어? 혹시 진짜 모르면 너희 이런 상황에 비밀스럽게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해서 암구호로 연락할 방법 있지? 그걸로 연락해봐.”


정우진의 말에 김민주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놀라,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선지 좀 됐지만 나도 요원 출신이야, 너희가 사용하고 배우는 기술과 개념을 누가 만들고 정립했다고 생각해?”

“⋯⋯⋯⋯.”


정우진은 잠시 김민주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김민주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쯧, 괜히 시간만 버렸군. 어이, 막내. 네가 좀 더 족쳐보고 아무것도 안 나오면 그냥 죽여서 처리해.”

“아, 예⋯!”


정우진은 바쁜 일이 있는지 다른 세 요원을 거느리고 서둘러 방을 떠나기 시작했다.


“저⋯ 국장님. 그런데 굳이 오주한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놈이 혼자 뭘 할 수 있을 리가⋯.”


그때 정우진을 뒤따라가던 요원 하나가 그런 말을 했다.


- 짜아악!


그러자 정우진은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그의 귀싸대기를 후려쳤다.


“병신같이 다 잡은 거 놓쳐놓고 뭐?”

“죄, 죄송합니다!”

“⋯중요한 일인 만큼 사소한 것 하나 확실히 해야 해. 더군다나 오주한 그 새끼는 사소한 게 아니야. 니들같은 보통 놈이 아니라고. 또 혹시 모르지, 자기 후배 구하겠답시고 이미 여기 어디에 와 있을지도.”


이야, 부국장이 괜히 부국장이 아닌가, 여기 와 있는 거 어떻게 알았지.


“아무튼 혹시라도 오주한이 접촉하려 시도할 수 있으니 S급 헌터들 동향 확실하게 감시해. 윤아린 헌터 위치는 아직도 파악 안 됐어?”

“최, 최대한 빨리 알아내겠습니다!”


정우진과 요원들의 발소리는 점점 멀어져갔고 그들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뒤처리를 맡은 요원이 혼자 중얼거렸다.


“에이, 씨발. 막내라고 온갖 잡일은 죄다 나한테만 시키네.”


그는 명령받은 대로 김민주 심문하기 위해 자신의 무기인 손도끼를 꺼내 들고 김민주를 위협했다.


“좋아, 민주 선배님, 우리 스무고개나 한번 해볼까요? 손가락, 발가락 합쳐서 스무고개. 아니면 한 번에 발목을 잘라볼까.”


요원은 정우진을 따라 하듯 김민주의 발목을 도끼날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김민주는 아까와 달리 별로 겁먹은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네가 훈련소 있을 때 담당 조교가 나였지. 그게 언제더라.”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내? 뭐, 옛날 이야기로 동정심이라도 유발해보려고?”

“아니, 너 내가 평가한 과목에서 낙제 받은 적 있잖아. 뭔가 기억나?”

“그딴 거 관심 없고 오주한 어디 있는지나 빨리⋯.”

“매듭법, 낙제했던 과목 매듭법이었어, 중요하니까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는데 대충 넘겼구나?”

“그게 뭔⋯.”


- 촤르르르륵!


내가 요원을 상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김서연도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 김민주를 구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김민주가 벌떡 일어나더니 그와 동시에 그녀를 옭아매고 있던 수갑과 쇠사슬이 단번에 풀렸다.


- 빠악!


자리에서 일어난 김민주는 당황한 요원이 뭔가를 하기도 전 깔끔한 돌려차기로 그의 머리통을 후려갈겨 일격에 기절시켰다.


“휴우~ 갑자기 부국장이 와서 깜짝 놀랐네, 진짜 손가락 잘리는 줄.”


자유의 몸이 된 그녀는 손가락이 멀쩡히 10개인 것을 확인하곤 구석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검과 방패를 주워 들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엄청난 걸 알아버렸네⋯ 빨리 선배님께 알려야겠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 무사하신 것 같은데⋯.”


자신의 물건을 모두 챙긴 김민주가 곧장 방을 나서려 하길래 나는 급히 환풍구에서 나오며 그녀를 불렀다.


“김민주 요원님!”

“?! 주, 준호 씨?!”


뜬금없이 환풍구에서 나온 나를 본 김민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 입장에선 개연성이라고는 없는 꿈같은 상황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준호 씨가 여긴 왜⋯?”

“오주한 요원님이 보냈어요! 일단 여기서 나가시죠, 오주한 요원님도 이 근처에 계셔요!”

“서, 선배님이요? 대체 어떻게 된⋯일인지는 안전한 곳에서 들으면 되겠죠! 일단 나가요!”

“으으⋯.”


서둘러 건물을 떠나려는데 김민주가 기절시켰던 요원이 신음하며 생각보다 금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나는 김민주가 알아서 다시 기절시키겠거니 하고 괜히 나서지 않았는데.


- 푸욱!


“욱⋯!”

“!!!”


김민주는 그를 기절시키는 대신 자비 없이 그의 목에 검을 쑤셔 넣었다.


“너무 원망하지 마. 넌 네 목숨 네가 재촉한 거야.”


김민주는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이 감겨가는 요원의 귓가에 대고 그렇게 속삭였고 곧 요원은 완전히 호흡을 멈췄다.


“⋯그냥 기절만 시켰다가는 금방 깨어나 제가 탈출한 걸 보고할 거예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보고를 최대한 늦추는 편이 유리해요.”


내가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김민주를 바라보고 있자 김민주는 그렇게 설명했다.


“그, 그런데 요원을 죽이면 일이 커지지 않나요?”

“공식적인 작전에선 그렇죠. 하지만 불법으로 감금해 고문을 하다가 죽은 요원을 떳떳하게 세상에 알리긴 어렵겠죠.”

“그렇군요⋯.”


하지만 내가 그녀를 그렇게 바라본 건 단순히 순하고 덜렁거리는 줄 알았던 그녀가 너무 깔끔한 동작으로 목을 따 역시 요원은 요원인가, 라고 감탄했을 뿐 판단엔 이의가 없었다.

어쨌든 우리는 김민주와 함께 건물을 탈출했고 김민주 요원을 구출⋯?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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