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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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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175

작성
24.03.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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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09화

DUMMY

“⋯너 지금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야?”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맞아.”


김서연의 안내를 받아 김민주 요원이 붙잡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파주의 근거지를 찾아 야산에 올라 나무와 수풀을 헤치며 걷고 있는데 뭔가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대체 어디길래 이렇게 못 찾아? 가본 적은 있는 거야?”

“가본 적은 있는데 그때는 그냥 앞사람만 따라가서 잘 몰라. 최대한 떠올려볼게.”

“벌써 헤맨 지 1시간 째야.”

“노력하고 있는데 어두워서 어디가 어딘지 더 모르겠어.”


거짓말은 빈말로도 못하게 해뒀으니 노력하긴 진짜 노력하고 있는 게 맞긴 할 텐데.


“야, 야. 너무 그러지 마라, 야밤에 야산에서 길 찾는 게 쉬울 리가 있냐. 비밀기지가 이 정도는 꽁꽁 숨겨져 있어야 찾는 사람도 재미있지. 편하게 찾아, 편하게.”


형은 옆에서 계속 쪼아대는 나를 제지하며 김서연의 긴장을 풀어주었고 방금까지 꽤 초조해하던 김서연이 조금은 여유를 찾아 침착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녀에게 호감이 있어 커버를 쳐줬다기보단 그냥 이런 효과를 노린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더 야산을 빙글빙글 돌았을까, 갑자기 김서연이 우뚝 멈춰 섰다.


“⋯⋯⋯⋯.”

“왜 그래?”

“피 냄새.”


그녀는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의 방향을 찾더니 입맛을 싹 다시곤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어어, 기다려!”

“응.”

“야, 박준호 이 빙신아! 뭔가 찾은 것 같은데 멈춰 세우면 어떡해?!”

“다, 다시 달려!”

“응.”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가니 입버릇처럼 나온 말인데 악마의 계약서 때문에 김서연은 진짜로 뚝 멈춰 섰고 나는 다시 냄새를 따라 달리게 시켰다.

모두가 각성자였기에 사냥개처럼 비탈길을 질주하는 김서연을 쫓아가는 건 무리가 없었다.


“어, 찾았다, 여기야.”


그렇게 냄새를 따라 한참을 달리던 김서연이 멈춘 곳엔 폐건물 몇 채가 우뚝 서 있었다.

5층짜리 본관과 3층짜리 A, B 동이라고 적힌 별관 건물이 2채로 그 규모가 상당했다.

병원이나 요양원, 학교 같은 시설을 목적으로 한 건물 같았다.


“이 정도면 은신처⋯라고 하기에 너무 거창하지 않나요?”

“폐건물을 몰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 건물과 일대 토지를 매입해 헌터관리국의 시설로 만들었을 겁니다. 헌터관리국의 시설은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큰 시설을 요원님은 모르셨어요?”

“헌터관리국엔 보안을 위해 작전에 관여된 특정 인원 외엔 알리지 않는 비밀시설이 수두룩합니다. 아마 여기 말고도 전국 곳곳에 이런 시설이 더 있을 겁니다. 부국장 정도면⋯ 국장님의 승인 없이도 이 정도 시설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었겠죠.”


역시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닌 건가, 내가 살아가는 일반 사회의 밑에서 벌어지는 비밀공작과 암투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약간 일루미나티, 그림자 정부 같은 음모론의 실체를 파헤치는 느낌이라 솔직히 조금 두근두근거리기도 했다.


“저기 그런데, 피 냄새가 난다는 건 요원님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거 아니야? 내가 가서 구해올까?”


혹시 무슨 움직임이나 경비는 없나, 일단 건물과 그 주변을 살피는 도중 아린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피 전문가 김서연이 아린이를 안심시켰다.


“이 정도 냄새면 출혈이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적당한 상처를 입어 조금 흘린 정도?”

“그, 그래요?”


그렇다고 하니 우린 우당탕탕 들이닥치기보단 최대한 조심할 건 조심하고 얻을 건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작전 타임을 가졌다.

대화는 거의 형과 오주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가능하면 우리 길드가 이번 일에 개입했다는 걸 최대한 숨기고 싶은데 혹시 몰래 슥~ 빼 오는 게 가능할까요?”

“건물은 넓지만 인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교전은 최대한 지양하는 쪽으로 하죠.”

“그럼 건물이 많기도 하고 우르르 움직이면 들킬 확률도 높으니 흩어져서 건물 하나씩 맡는 게 좋겠네요. 저기 김서연이라고 했나? 혹시 피 냄새로 어느 건물 안에 요원님 어디 잡혀있는지 찾을 수 있어?”

“아니요, 냄새가 얕고 넓게 퍼졌을 뿐 그렇게 정확히 까지는 알 수 없어요.”

“그럼 역시 싹 뒤져 보는 수밖에 없겠네. 그럼 그 전에~.”


형은 산봉우리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은아, 너는 나랑 저기로 등산 좀 가자.”

“네? 저, 저기는 왜요?”

“만약 건물 외부에 경비가 있다면 저기가 최고의 장소거든. 건물과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니까, 혹시 경비가 있으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꼭 제압해야 해, 없으면 반대로 우리가 내려다보면서 상황을 파악해주면 좋고. 탐지 마법 쓸 줄 알지?”

“네⋯ 네!”

“좋아, 그럼 그런 관계로 나랑 하은이는 건물 수색 열외. 우리가 저기서 감시카메라 해줄게.”

“형, 그거 그냥 농땡이 치겠다는 거 아니야?”

“너 내가 지금까지 말한 거 안 들었니? 군대도 다녀온 놈이 진지에 감시 체계 구축하는 법도 안 배웠어?”


또 은근슬쩍 힘든 일에서 빠지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나와 달리 오주한은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헌터관리국에 들어오실 생각 없으십니까?”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공무원이랑은 적성이 안 맞아서~.”

“아쉽군요.”

“아무튼 지역 확보하면 신호하겠습니다~ 하은아 가자.”

“네!”


형은 하은이를 데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우린 형의 신호를 기다렸다.

생각해 보니 어떻게 신호하겠다는 건지 의문이었는데 잠시 후, 형이 향한 산봉우리에서 우리를 향해 빛이 잠깐 반짝거렸다.

명백한 형의 신호로 여겨졌다.


“그럼 세 팀으로 나눠 건물을 하나씩 맡아 수색하도록 하죠. 다들 이걸 하나씩 받으시겠습니까.”


건물에 진입하기 전, 오주한은 나와 아린이에게 투명한 구슬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이게 뭔가요?”

“의사소통을 위한 아이템입니다. 제가 지금 휴대폰 조차 없어서⋯. 사용법은 그냥 구슬을 깨트리면 됩니다. 그럼 다른 사람의 구슬이 빨간색으로 변합니다. 김민주 요원을 발견하거나 피치 못할 상황에 작전을 중단해야 할 시 깨트리고 이곳에서 다시 만나는 것으로 하시죠.”


은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호탄 같은 거구나.

일단 최소한의 의사소통 체계를 갖춘 우리는 조심스럽게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어떤 적과 마주쳐도 교전이 가능한 아린이가 가장 넓고 위험한 5층 건물로, 은신과 잠입에 능숙한 오주한이 탁 트인 곳에 위치한 별관 A동을 그리고 가장 불안불안한 나와 김서연이 형이 경계를 서고 있는 위치에서 가장 잘 보이는 B동을 맡아 수색하기로 했다.


- 터벅, 터벅.


최대한 인기척을 죽여 움직이려고 노력하는데 주변이 워낙 조용해서 그런지 내 발소리가 건물 전체가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이 어둡고 음산한 폐건물을 달빛에 의지해 거닐고 있으려니 귀신 같은 걸 믿지는 않지만 괜히 헛것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워!”

“!!!”


잔뜩 긴장해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난데없이 김서연이 옆에서 나를 놀래켰다.

소리를 지를 뻔한 나는 어금니를 꽉 다물고 입을 막았다.


“놀랐어?”

“뭐, 뭐 하는 거야⋯!”

“폐가 체험하는 것 같아서 재밌지.”

“장난치지 마!”

“목소리가 너무 커. 들키겠다.”


김서연의 말에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아 한참 입만 벌리고 있다가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는 구슬의 색깔을 수시로 확인하며 수색을 계속했다.

별관이라고는 해도 충분히 거대하고 복잡한 건물이었고 조심스럽게 다니다 보니 전부 확인하기에 더더욱 터무니없이 넓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여기가 아닌가.”


처음엔 극도로 조심했지만 그런 집중력과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중간부턴 조금 섣불리 대충대충 수색했고 그렇게 1층부터 3층까지 수색을 마친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곳엔 아무도, 아무 흔적도 없었다.


“아직 지하 안 봤어.”


그러자 김서연이 그렇게 어드바이스 해줬다.


“아, 그러게. 지하가 있었지.”


여기까지 아무것도 없었는데 지하라고 뭐 있겠어.

나는 솔직히 그런 생각으로 긴장이 거의 풀린 채 터덜터덜 지하로 향했다.


“어.”

“어머.”


그런데, 지하로 향하는 문을 열자 밑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밝은 빛은 아니었지만 이런 곳에 불빛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지금부터 작전에 방해될 만한 모든 행동 절대 금지야.”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


혹시 모르니 악마의 계약서를 이용해 김서연의 돌발행동을 원천 봉쇄한 나는 발소리, 숨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

내 몸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별다른 인기척이 느껴지진 않았다.


- 뚜벅, 뚜벅.


밀폐된 지하라 그런가 발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한발 한발을 걸을 때마다 설마 누가 듣지는 않았을까 표정이 찡그려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꿋꿋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향을 향해 발을 옮겼다.


“⋯⋯⋯⋯!”


그렇게 지하 끝에 위치한 방으로 들어가니 컵라면 용기나 생수병 같은 사람이 머무른 흔적이 나타났다.

그리고 방 안의 코너를 한 번 더 도니 수갑과 쇠사슬에 꽁꽁 묶인 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김민주의 모습이 보였다.

김민주는 김서연이 냄새를 맡은 대로 몸 여기저기 출혈의 흔적이 보였지만 다행히 지금은 피가 멎은 뒤였다.

가까이서 그녀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몸에 난 상처는 전투의 흔적보다는 고문의 흔적처럼 보였다.


“요원님, 김민주 요원님!”


나는 김민주의 뺨을 툭툭 치며 그녀를 불렀다.


“으음⋯ 으⋯.”


하지만 김민주는 신음을 흘릴 뿐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일단 살아있으면 됐으니 나는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저기, 그 구슬 써야 하지 않아?”

“아아, 맞다!”


김민주를 들쳐 메려던 나는 급히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냈다.


“⋯어?”


그런데 어째선지 구슬은 이미 빨간색으로 변해있었다.

지하의 불빛을 발견한 뒤로 긴장해서 한 번도 구슬을 확인하지 않아 언제부터 바뀐 건지도 모르겠다.


- 덜컥! 터벅, 터벅, 터벅.


그리고 그 순간 지하로 향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절대 아린이나 오주한의 것일 리가 없는 당당한 발소리.

나와 김서연은 깜짝 놀란 눈으로 잠시 서로를 마주 보고는 급히 숨을 곳을 찾았다.


“오주한은 아직도 못 찾은 거야?”

“예, 최선을 다해 찾고는 있지만⋯.”

“쯧,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직접 처리하는 건데 일이 귀찮아졌군.”


이젠 그들의 말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 방을 나가 다른 방에 숨기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저기, 여기.”


어디에 숨어야 하나, 그냥 싸워야 하나, 허둥지둥하고 있는데 여기저기를 뽈뽈뽈 돌아다니던 김서연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나는 잰걸음으로 그녀의 곁으로 갔다.


“여기 숨으면 되지 않을까?”


그녀가 가리킨 건 천장의 환기구였다.

좁긴 좁아도 어떻게든 몸을 구겨 넣으면 사람이 들어갈 것 같긴 했다.


“드, 들어가! 당장 들어가!”


내 말에 김서연은 엉금엉금 기어 환기구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가 안에서 죽은 듯 가만히 누워있었다.

우리가 환기구에 숨자마자 아슬아슬하게 여러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낡은 환기구엔 삭아서 뚫린 작은 구멍이 있었는데 나는 그 구멍으로 바깥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방 안으로는 총 다섯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깨워봐.”

“네!”


한 남자의 명령에 다른 이들이 김민주의 뺨을 짝 때렸고 그 충격에 김민주는 힘겹게 눈을 떴다.


“으으으⋯.”


김민주는 힘겨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고는 눈 앞의 남자를 보곤 놀라 숨을 삼키며 말했다.


“부, 부국장님⋯?!”


‘부국장이면⋯.’


나는 놀란 눈으로 김서연을 바라봤고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곳에 김서연이 말한 그 정우진이라는 사람이 직접 납신 모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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