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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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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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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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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2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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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8화

DUMMY

나는 김서연의 오피스텔을 나서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 한참 가만히 서 있는데 형이 돌아오질 않았다.

또 어디서 뭐 하고 있나 형이 올라가 있기로 한 건물 옥상을 확인해 봤지만 그곳에도 형은 없었다.

결국 나는 그냥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형을 향해 허공 이곳저곳에 대고 오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형은 처음 내가 확인한 건물의 그늘진 어둠 속에서 이쪽으로 향해 겨누고 있던 시위를 거두며 슥 나타나 주춤주춤 나를 향해 다가왔다.

뭐야, 처음부터 저기 있었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 왜 혼자 들어가서 둘이 나와?”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형이 돌아오지 않고 계속 경계한 이유는 내가 김서연과 함께 나왔기 때문이었다.

인질로 잡히기라도 한 줄 안 건가.


“안녕하세요.”


혼란스러운 와중에 김서연은 아직 경계를 거두지 않은 형을 향해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아, 예. 우리 준호가 신세가 많습니다.”


그러자 형은 그걸 또 자연스럽게 받아줬다.

이상한 사람끼리는 통해도 뭐가 통하나 보다.


“인사했으면 이제 길드로 가자.”

“같이 가는 거야? 길드로? 그래도 돼?”

“응, 계약서 썼거든.”

“뭐?”


나는 김서연과 계약서를 작성한 뒤 밖으로 데리고 나온 참이었다.

계약서는 계약 내용과 당사자를 작성하자 시스템 메시지로 다시 한번 확실히 검증하는 절차를 거쳤고 수락을 누르자 양피지는 화르륵 불타 사라졌다.

계약을 했다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아 제대로 계약이 성사된 게 맞나 의심이 들었지만 시스템창 한구석에 처음 보는 양피지 모양의 아이콘이 생겨난 걸 보니 진짜 성사가 되긴 했나 보다.


“야, 너 잠깐 이리 와봐.”


이미 계약서를 썼다는 말에 형은 나를 잠시 구석으로 불러내더니 따지듯 속삭였다.


“너 또 필요도 없는 보험 들고 멀쩡한 핸드폰 바꾸듯이 호구마냥 거절 못해서 계약한 거 아니지?”

“아니야, 내가 무조건 유리해.”

“사기당한 사람들도 처음엔 자기가 무조건 이득 본 줄 알던데? 계약 내용이 읊어봐.”


형은 악마의 계약서에 대해 대충 알고 있는지 계약서를 보여달라는 말 대신 바로 내용을 물어봤다.


“간단해, 김서연은 내 말에 복종하고 나는 김서연을 보호하고, 그게 끝이야.”

“기한은? 병신같이 무기한으로 해서 평생 보호해줘야 하는 거 아니지?”

“이번 일이 정리될 때까지.”


내 말을 들은 형은 인상을 쓰고 침묵했다.

괜히 그렇게 무게를 잡고 있으니 혹시 내가 뭐 실수한 건가, 싶어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세상에 계약을 그따위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왜, 뭐 때문에, 나 뭐 잘못했어?”

“아니, 너 말고. 저쪽 말이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 거야? 완전히 자진 노예 계약서 쓴 거 아니야, 지금?”


후, 내가 아니라 김서연 말한 거였구나.

나는 안심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




“안녕하세요, 김서연이라고 합니다. 여러분껜 폐를 끼쳐 죄송했습니다.”


나는 우선 길드에 김서연을 데리고 와 모두가 보는 앞에 앉혀 놓았다.

자신을 쫓고 싸우던 적진의 한복판에 들어와 둘러싸이면 기가 죽을 법도 한데 김서연은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이 언니가⋯ 정말로 사람을 죽인 흉악범이라고?”

“전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하은과 아린은 김서연의 조신하고 얌전한 얼굴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냥 자면 안 되냐는 김서연을 억지로 끌고 온 탓에 그녀는 평소보다 더더욱 얌전해 보였다.


“그런데 그럼 계약서는 이미 작성하신 겁니까?”

“네, 아, 저 근데 혹시⋯ 악마의 계약서 그거 불법 아이템이라는데 나중에 그걸로 처벌하려고 물어보시는 거 아니죠?”


오주한의 물음에 나는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반쯤 재미로 물었다.

요원의 앞에서 대놓고 불법 아이템을 썼다고 자백한 셈이니 따지고 보면 현행범 감이었다.


“하하하⋯ 요원이라면 그랬겠죠, 하지만 전 이미 공식적으로 해직됐을 테니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슬슬 질문을 해봐도 될까요?”

“네. 저희는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요원님께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짓말은 못 하게 해뒀으니 편하게 물어보시면 돼요.”


우린 오주한과 김서연만 남기고 아예 소파에서 일어나 자리를 깔아주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헌터관리국 내 배신자가 대체 누굽니까?”

“정우진입니다.”


오주한의 질문에 김서연의 입에선 맥이 빠질 정도로 순순히 배신자의 이름이 나왔다.

우린 그 이름을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오주한의 표정이 삭 굳는 걸로 봐서는 나와선 안 될 이름이 나온 모양이다.


“정우진이⋯ 누구인가요?”


나는 대화의 이해를 위해 모두를 대표해 요주한에게 물었다.


“헌터관리국 부국장입니다. 외부에서 부임한 국장님과 달리 거의 20년 넘게 헌터관리국에서 근무한 요원 출신이라 따르는 부하도 많고 사실상 헌터관리국의 실권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헌터관리국의 부국장이 배신자라니, 김서연이 절대 헌터관리국에 잡힐 리 없다고 자신만만한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럼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목적은 관심 없어서 물어본 적은 없지만 지나가며 주워들은 이야기 중 하나를 말씀드리면 아무 힘도 가치도 없는 권력을 끝내고 올바른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사이비 교주 같은 대사지만 결론은 나라 한번 뒤엎어 보겠다는 말이잖아.


“헌터관리국 내에 또 누가 정우진에게 가담하고 있죠?”

“그건 저도 몰라요, 제가 만나고 지시받는 건 정우진 뿐이라, 하지만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헌터관리국 말고 외부의 인물로는 누가 있죠?”

“정치인이나 공무원, 길드 마스터 같은 사람들이요. 몇 번 따라가서 얼굴을 보긴 했는데 누구인지까지는⋯.”


역시 형의 말대로 명분과 정통성 그리고 무력까지 갖춘 완벽한 쿠데타를 위해 여러 분야의 권력자들과 사전작업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너희가 만들어 퍼트리는 그 약물, 그건 왜 만드는 거야? 어디에 쓰려고?”


오주한은 일단 당장 필요한 질문은 다 했는지 혼자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길래 막간을 이용해 나도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그 약물 때문에 두 번이나 개고생을 했으니 내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고생을 했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아, 그거? 이 일을 돕는 요원이랑 헌터들, 그 외의 사람들의 전력을 강화하려고.”

“근데 그거 먹으면 사람 이상해지잖아.”

“응, 그래서 먼저 일반인들한테 실험한 거야. 덕분에 지금은 부작용 거의 다 잡아서 곧 완벽한 약이 나올 거야.”


김서연의 말에 놀란 오주한이 물었다.


“그럼 설마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전부 일반인이었던 이유가⋯!”

“네, 약물의 부작용으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었어요. 조종하는 방법이 있거든요. 조종하던 우리 쪽 사람 한번 붙잡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김서연은 슥 아린이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린이가 현장에서 누군가를 잡았다고 했었지.

갑자기 죽어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지만.


“그러고 보니 그때 나랑 아린이가 동시에 습격당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이유가 있었어?”

“아, 그런 일도 있었지. 그거 완전 우연이야. 그거 때문에 정우진이 엄청 쫄았었어. 설마 정보가 새어 나가서 S급 헌터가 뭔가 눈치챈 거 아니냐고.”


우연히 내가 예비군 훈련을 간 부대가, 아린이가 놀러 간 번화가가 테러범들이 습격하기로 점찍은 곳이었다니,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신경 쓰였는데 그들은 얼마나 신경 쓰였을까, 우연이라는 게 참 무서웠다.


“그런데 그런 짓을 벌인 이유가 뭐야? 딱히 얻은 것도 없는 것 같고 괜히 세간의 관심만 끌었잖아, 반란을 준비 중이라면 조용히 하는 게 좋을 텐데.”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게 목적이었어.”

“뭐? 왜?”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해서 헌터관리국이 더 강한 힘을 가지는 걸 정당화하는 여론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대. 마침 불량품⋯ 그러니까 약물 때문에 이성을 잃은 사람들을 이용하면 그들을 처분할 수도 있고 애초에 그런 일이 있어도 수사하는 게 헌터 관리국이니 들킬 일도 없으니까.”


나는 테러 사건으로 인해 열린 청문회 이후의 분위기를 떠올려보았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복잡하고 난잡한 말들이 오갔는데 김서연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현재 국민의 여론은 정부보다 헌터관리국을 더더욱 신뢰하고 의지하는 쪽으로 쏠려있었다.


각성자라는 전대미문의 강력한 존재가 나타났고 그런 각성자들의 위협으로부터 기존의 군대와 경찰은 자신을 안전히 지켜줄 수 없다는 불안이 단순한 불안이 아님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섭네,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쿠데타는 힘으로 막을 수 있지만 사람들의 지지와 동의를 얻으면 그땐 쿠데타가 아니라 그냥 정권교체잖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형이 꽤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고 나도 형과 똑같이 생각했다.

그냥 얼굴에 악당이라고 적어놓은 적은 상대하기 편한데 이렇게 교활하게 뒷공작을 통해 지지기반을 얻어가는 적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저, 말씀 중에 죄송한데⋯.”

“네?”


한참 가만히 있던 오주한이 고민을 마친 듯 입을 열었다.


“잠시 컴퓨터 좀 쓸 수 있을까요?”

“컴퓨터요? 네, 쓰세요.”


지금까지 혼자 무슨 생각을 했길래 갑자기 컴퓨터를 쓰려는 건지 궁금해진 나는 그가 뭘 하는지 뒤에서 구경했다.

오주한은 딱히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고는.


“⋯?”


흔히들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뭐야, 뭐 하는 거야?

지금 상황과 아무 연관도, 필요도 없는 그의 기행에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일단 잠자코 그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았고 오주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드르륵, 드르륵 마우스 휠을 굴리며 최근 몇 시간 동안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을 쭉 살폈다.


“하아⋯.”


그렇게 한동안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을 살펴본 그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툭 떨궜다.


“왜, 왜요, 뭘 보신 건데요?”


유머, 가십거리 정도밖에 없는 커뮤니티 글을 보고선 뭐 저렇게 절망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은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아, 그게⋯ 실은 요원끼리 정상적인 통신을 주고받을 수 없을 때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공개된 인터넷 커뮤니티에 암호문을 올리는 방법인데⋯ 김민주 요원의 글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그 말씀은⋯.”

“붙잡힌 것 같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오주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서연에게 물었다.


“혹시 파주 쪽에 위치한 놈들의 근거지를 알고 있습니까?”

“파주? 파주가 어디에요?”


오주한의 질문에 김서연은 눈을 멀뚱멀뚱 뜨고 반문했다.

그에 나는 지도를 켜 대충 위치를 보여주었다.


“으음~ 아~ 여기면 하나 있어요.”


김서연은 지명은 몰랐지만 지도로 위치와 주변 지형지물을 보여주자 그건 알았다.


“정확히 어디입니까?”

“글쎄요, 그냥 산속 오두막 같은 느낌이라 위치나 주소를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그건 상관없지만.”


김서연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계약에 따라 자신을 보호, 그러니까 나도 따라오라는 소리였다.


“⋯준호 씨,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립니다. 아마 김민주 요원은 놈들에게 잡혀있을 겁니다. 제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바로 죽이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직 살아있다면 구하고 싶습니다.”


내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 당연히 김서연도 따라갈 수 없다.

오주한은 고개 숙여 내게 부탁했다.


“⋯김민주 요원님, 좋은 선배 뒀네요.”


방금 죽을 고비를 넘겨놓고 후배를 구하기 위해 다시 적진에 쳐들어가겠다니 제 한 몸만 사리는 사람이면 할 수 없는 결단이다.

그리고 그런 걸 떠나서 이미 김서연의 입으로 다 듣지 않았는가.

이젠 나도 이 일의 중심에 선 당사자가 되었으니 뭘 생각하고 몸이나 사리고 있을 처지가 아니었다.

확실하게 편이 갈라졌으니 이제 앞으로 돌진해 들이받는 일만 남은 참이었다.


“어서 가시죠.”


나는 서둘러 필요한 물건을 챙겼다.


“뭐야, 한 판 하는 거야?”


그러자 형도 자리에서 일어났고.


“어, 잠시만! 가, 같이 가!”


아린이도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나도 가도 돼?!”


마지막으로 하은이까지.

어쩌다 보니 길드 총출동 같은 느낌이 되어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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