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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로 님의 서재입니다.

너 내.. 도...도도... 독방구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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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광명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20 13:0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4,808
추천수 :
308
글자수 :
610,227

작성
24.05.13 10:45
조회
207
추천
3
글자
12쪽

제2화 정양문(正陽門) (11)

DUMMY

제2화 정양문(正陽門) (11)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데, 우리 정양문을 찾아와서 이렇게 횡패를 부리는 것이오!!"

"나는 파천검제(破天劍帝) 노윤이다. 나의 별호를 들어보지 못하지는 않았겠지?"

흠칫!


정양문의 문주 정운은 눈에 띄게 놀랐다.

무림인들이라면 <천지인 삼방>을 안 읽어 본 사람이 없었고, 당연히 현 강호에서 최정상급 고수에 속하는 파천검제 노윤을 모르지 않았다.


"들어봤소. 내 듣기로 파천검제 노윤은 비록 사파인이기는 하나. 사리분별이 확실하고, 마(魔)를 증오하고, 인의대도(人義大道)를 걷는 영웅으로 들었소. 그런데 어찌 나의 문파에 들어와서 이런 횡패를 부리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소만?"


노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추켜 올렸다.


"자네 가문의 인과응보이지!"

"······."


정운은 자신을 두고 '인과응보(因果應報 : 행위의 선악에 대한 결과를 후에 받게 된다)'를 운운하는 파천검제 노윤을 사납게 노려봤다.


"감붕년!"


노윤이 큰 목소리로 자신의 뒤쪽을 향해서 이름을 호명했다.

노윤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노윤의 뒤에 주르륵 나열한 사람들 중 한 여인이 앞으로 몸을 비틀비틀 거리며 걸어나왔다.

신장은 여자치고 큰 편이었는데, 무엇보다 시선을 확 잡아 끄는 것은 그녀의 들어갈 곳은 확실히 들어가고, 나올 곳은 확실히 나온 유려한 고려청자의 자태를 가진 몸매일 것이었다.

머리카락이 제대로 정리 되지 못한 채로 얼굴과 목, 어깨 등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겨지지 않는 허술한 음란함이 좌중에 있는 모든 남자들의 고간을 자극했다.


꼴깍!


기영 역시 침을 삼켰다.


'그녀에게는 미망인의 여체(女體)가 있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감붕년이라는 여인에게서 처연함과 농익은 여체가 함께 공존했다.

노윤은 자신의 옆에 선 감붕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여인이 누구인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정운은 다소 침중한 안색으로 여인을 주시했다.


"······나는 잘 모르겠소만?"

"허허! 정파를 자처하는 정양문의 문주나 되는 인물이 이토록 뻔뻔해서야! 됐고! 네 놈의 후레자식인 정선기나 데려 와!"


노윤의 호통에 정운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아쉽지만 내 자식 중에 선기라는 이름을 가진 아들은 없소."

"뭐라고?!"


정운의 대답에 노윤이 크게 놀랐는데, 단순히 노윤만 놀란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구경꾼의 입장이 된 사천당가의 인물들도 깜짝 놀랐다.


"개수작 부리지 마라. 이미 다 알고 왔다. 서충면!"


노윤의 뒤로 장신의 거한이 걸음을 옮겼는데, 바로 <사합원>의 원주 금도신장(金刀神將) 서충면이었다.

그는 한손에 두꺼운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손가락 하나가 없는 모양새였다.

사방에 쓰러진 정양문의 문도들이 팔 하나가 없는 것에 비해서 서충면의 손가락 하나가 없는 것은 그래도 같은 사파인으로써 봐준 모양새였다.


"누가 정선기냐?!"

"선배님. 저쪽에 나와 있는 인물들 중 정선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에 저희 <사합원>을 찾았던 정양문의 소문주 천절검사(天絶劒士) 정선룡은 저기에 있습니다!"


서충면은 정운 일가들 중 가장 맨 앞에 서 있는 정선룡을 지목했다.


"흥! 그새 너희들이 정선기를 어디로 빼돌렸나 본데, 그런 개수작을 부려서 우리들의 손아귀를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노윤은 냉막한 시선으로 정운을 노려봤다.


"그래. 그러면 아들 놈은 되었다. 지금 이곳에 없는 녀석을 내가 데려올 수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서 너희들의 죄가 사라지지는 않지. 마침 이곳에서 사천당가(四川唐家)라는 걸출한 인물들도 함께 있으니. 이곳에서 너희들의 죗값을 청산하자."


갑자기 노윤에게 지목을 당한 기영을 비롯한 사천당가의 인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그들에게 갑자기 어떤 사건의 참관인이 된 상황이 엉뚱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나 그들이 정운 일가의 도움으로, 지난 며칠간 정양문에서 잘 지냈던 것을 생각하면 어지간하면 정양문의 편을 들어야 되는 상황이었다.


"선배님! 이 문제는 저희들이 상관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영 일행의 인솔자 당충이 냉큼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시끄럽다! 너희들은 그저 가만히 옆에서 듣다가 호응만 하면 되는 일이다. 결코 너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너희들 스스로 명망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당충이 이 자리에서 빠지려고 했지만 노윤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태상가주 절대독마 당사의와 같은 배분의 파천검제 노윤이 사건을 주도하자. 당충들은 이에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노윤은 자신의 품에서 꼬깃꼬깃 접은 누런 종이를 꺼내어서 그것을 읽었다.


"3개월 전, 정양문의 막내 공자인 정선기는 지금 이곳에 있는 감붕년을 삼문협 어 시장에서 발견하고, 그녀의 미색이 탐이 난 정선기는 이읏고 여기 있는 금도신장 서충면이 원주를 맡고 있는 <사합원>을 찾아가서 감붕년의 부군 이한길로 하여금 감붕년을 스스로 <사합원>에 판매하도록 유도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의뢰를 받은 <사합원>은 평소 술을 좋아하고, 호탕하였던 이한길에게 도박을 걸었고, 몇 번의 도박 끝에서 이한길로 하여금 스스로 도박의 재능이 있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당충은 물론이고, 그곳에서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정양문의 문도들과 정운 일가들 모두가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결국 이한길을 <사합원>에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한 그들은 예정 된 수순으로 이한길의 정신을 농락하였다. 어쩔 때는 크게 돈을 따서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고, 어쩔 때는 크게 돈을 잃어서 이한길이 스스로 미신을 신봉하게 만들었다. 그런 일련의 격랑 속에서 이한길은 천천히 망가졌고, 이읏고 아편에까지 손을 닿게 만들었지. 그리고 며칠 전에 너희들은 정선기의 악행(惡行)을 알아차렸다."


기영의 머리속에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정선룡과 서충면의 대면과 <사합원>에서 들었던 정양문의 비사를 떠올렸다.


"정선기의 악행을 알게 된 너희 가문은 정선기를 호되게 질책하고, 이한길의 가문을 찾아가 이제까지 피해를 주었던 것에 대한 사과로 은원보(銀元寶) 한 상자를 건네주었지."


동전 1000개가 은화 1냥이었고, 은화 50냥이 은원보 1개인 세상이었다.

그런 은원보가 한 상자가 되도록 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몇 대는 먹고 살 걱정이 없을 정도의 가치를 선물한 것이었다.


"은원보 한 상자와 이제까지의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이한길은 그날 밤,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메어서 죽음을 선택했다. 지금 내게 이한길의 유서가 있는데, 그는 스스로의 부족함과 못남에 살아갈 의지를 잃어버리고, 스스로 목을 멘다는 유서를 남겼다. 보고 싶다면 보아도 좋다."


노윤은 또 다시 한 장의 서찰을 꺼내어서 정운에게 내공을 실어서 날렸다.

정운은 노윤이 날린 서찰을 받았지만 읽지는 않았다.

그저 핏발 가득한 눈으로 노윤을 사납게 노려볼 뿐이었다.

이를 꽉 물고 있었는데, 얼마나 강하게 물고 있었는지 입술 사이로 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강렬한 살의(殺意)와 증오가 가득했다.


"여기 있는 감붕년은 죽은 이한길의 시신을 매장한 후, 가슴에 한(悍)을 품고, 흑점(黑店)을 찾아왔다. 그리고 은원보 한 상자를 내밀고, 의뢰를 하였지. 그 결과. 흑점 소속의 자객들인 섬전쾌도(閃電快刀) 막도영, 뇌광법사(雷光法師) 종영, 섬쾌수(閃快手) 악운양 등이 정양문의 담벼락을 넘다 결국 죽임을 당했지."


기영은 노윤의 설명에 기함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지난 며칠간 평화롭게 시간을 때우는 사이에 어느새 정양문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본래 은원보 한 상자짜리의 일에 내가 끼어드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흥미를 느끼고, 이곳에 왔다. 겉으로는 정의롭고, 호협인 척을 하는 저희 정파인들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기고, 이 세상에 진정으로 필요한 인의대도가 무엇인지 다시 세상에 일깨우기 위해서!"


노윤의 말을 끝으로, 그곳에 무거운 침묵만이 짙게 내려 깔렸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정양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그것들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들과 남편을 잃은 감붕년이 흑점(黑店)을 찾아갔던 것까지.

정운은 노여움이 깃든 눈동자로 감붕년과 노윤을 노려봤다.


"우리들은 최선을 다하여서 배상을 했소! 은원보 한 상자라면 몇 세대를 거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거늘. 어찌 이리도 우리들을 겁박하는 것이오."

"겁박?! 배상?! 푸하하하하하핫!!!"


노윤이 돌연 대소를 터트렸다.


"이 어리석은 놈들아! 피해에 대한 보상을 왜 가해자들인 네놈들이 정해! 여기 버젓이 피해자가 있는데, 당연히 이쪽이 원하는 배상을 하는 것이 옳지! 감붕년!"


흥분한 노윤의 외침에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인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사이로 숨겨져 있던 단아한 외모가 드러났다.

성숙하게 농익은 여체와 다르게 감붕년의 얼굴은 마치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못한 소녀의 그것처럼 풋풋했다.


'베이글녀네.'


이 급박한 상황에서 기영은 자신도 모르게 남자로써의 본분에 충실해졌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배상은 무엇이냐."

"저는······ 저는······."


말을 할 때마다, 감붕년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마치 며칠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사람처럼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그녀가 처연했다.


"제 손으로 직접 원수인 정선기의 숨통을 끊고 싶습니다. 은공!"

"크흠!"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운이 불편한 헛기침을 하였다.

아무리 못나고, 한참 못난 아들이라지만 아버지인 그의 면전에다가 아들을 직접 죽이고 싶다는 말을 듣자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불쾌함이었다.


"들었지? 피해자인 그녀가 원하는 것은 정선기의 목숨이다. 그리고 그녀의 부군인 이한길 역시 스스로 목을 메서 자살한 것을 생각하면. 이 등가교환은 동등하다."

"내 아들은 지금 여기 없소!!"


노윤이 정운을 보며 이죽거렸다.


"방금 전에는 자기 아들 중에 '정선기'라는 이름의 아들은 없다고 말한 주제에, 지금은 여기에 없다고? 하하핫! 그게 너희 정파 놈들의 얄팍한 위선의 가면이구나!"


정운은 얼굴을 확 붉히면서도, 두 눈동자에 맺힌 증오의 칼날은 여느 때보다 반짝반짝 날이 섰다.


"그 자식이 여기에 있든, 없든. 사실 나와는 상관이 없다. 좀 아쉽기는 하지만 아들의 업보는 자식을 잘못 키운 부모에게 있는 법이지."

"······."

"나는 정양문에 오기 전부터, 정양문에 있는 모든 무인들의 한쪽 팔을 베기로 마음을 먹었다. 너희 같이 썩어 빠진 종자들이 정파랍시고, 나대를 꼴을 보면 아주 역겹기 짝이 없거든."


바닥에 피를 뿌리고, 흩뿌려진 정양문 문도들의 한쪽 팔들이 웬지 지렁이처럼 꿈틀꿈틀 거리는 기이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너 외팔이군?"


정운은 더 이상 말을 늘어 놓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기세를 갈무리하며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스르릉!


임전무퇴(臨戰無退) 백전불태(百戰不殆)! ······나아가기로 하였다면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기세 하나는 좋군!"


파천검제 노윤은 자신의 옆에 선 감붕년의 어깨를 밀쳐서 뒤로 날려보냈다.

삼장의 거리를 날아간 감붕년이었는데, 마치 부드러운 물체가 사뿐히 감붕년의 육신을 안전한 장소로 살포시 옮겨놓았다.


슥!


왼발을 옆으로 밀어내며, 어깨 넓이로 섰을 뿐인데. 그곳에 하늘이 무너지고, 해가 졌다.


"오거라. 네 일생(一生)의 마지막 검 놀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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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2화 정양문(正陽門) (14) 24.05.16 214 4 12쪽
16 제2화 정양문(正陽門) (13) 24.05.15 206 4 13쪽
15 제2화 정양문(正陽門) (12) 24.05.14 208 4 13쪽
» 제2화 정양문(正陽門) (11) 24.05.13 208 3 12쪽
13 제2화 정양문(正陽門) (10) 24.05.12 237 4 12쪽
12 제2화 정양문(正陽門) (09) 24.05.12 255 4 13쪽
11 제2화 정양문(正陽門) (08) 24.05.11 286 6 12쪽
10 제2화 정양문(正陽門) (07) 24.05.11 261 6 13쪽
9 제2화 정양문(正陽門) (06) 24.05.10 298 6 13쪽
8 제2화 정양문(正陽門) (05) 24.05.10 319 6 13쪽
7 제2화 정양문(正陽門) (04) 24.05.09 368 5 13쪽
6 제2화 정양문(正陽門) (03) 24.05.09 412 5 12쪽
5 제2화 정양문(正陽門) (02) 24.05.08 476 6 12쪽
4 제2화 정양문(正陽門) (01) 24.05.08 560 9 12쪽
3 제1화 빙의 (03) 24.05.08 574 9 12쪽
2 제1화 빙의 (02) 24.05.08 686 10 12쪽
1 제1화 빙의 (01) +3 24.05.08 1,20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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