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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로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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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광명로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20 13:0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4,884
추천수 :
308
글자수 :
610,227

작성
24.05.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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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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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제2화 정양문(正陽門) (13)

DUMMY

제2화 정양문(正陽門) (13)






정선기를 차갑게 내려다보던 노윤이 말했다.


"정선기, 살고 싶으냐?"

"엉엉엉. 살고 싶어요. 살고 싶어요. 제발 저 죽이지 마세요. 정말 착하게 살게요. 죄를 뉘우치고, 착한 사람으로 살게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그래?"

"예! 예!!!!!!! 정말로요. 정말로 골백번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정말로 착하게 살게요."


노윤은 정선기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건 됐고, 만약 네가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 살려주마."

"무슨 대답입니까! 당장 알려주세요. 어떤 대답도 해드리겠습니다."


노윤은 필사적인 정선기를 보며 말했다.


"네 놈에 의해서 아편쟁이가 된 여기 이 소저의 부군의 이름은 무엇이냐?"

"······."

"그것을 대답한다면 내가 아량을 베풀어서 너를 살려주마."


정선기는 노윤의 질문을 듣고, 갑자기 말이 사라졌다.

감붕년의 부군.

정선기가 <사합원>에 의뢰를 넣어서 아편쟁이로 만들게 한 감붕년의 남편의 이름.

정선룡에 의해서 정선기가 꾸미던 음모가 발각이 되면서, 정운 일가가 비밀리에 은원보 한 상자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던 사건의 피해자.

자신의 기구한 운명과 이미 아편 중독으로 망가진 육신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서 결국 목을 메어서 자살한 남자의 이름.


"대답 못 하겠지? 그럴 거야. 너 같은 놈들의 특징이지. 원래 때린 놈들은 자신이 얼마나 때린 줄 몰라. 언제 때린지도 몰라. 그저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처럼 제대로 보복 당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잘못한 것인지도 모르지."

"······."

"살고 싶다면 말해. 네 놈에 의해서 스스로 운명을 비관해 자살한 남자의 이름을. 그리고 그에게 사과해라."


정선기는 입을 뻐금뻐금 움직였지만, 그 입에서 흘러나올 소리들은 '이한길'이라는 이름 석자가 아닌 비명소리였다.


"소저. 이곳이오."


노윤은 자신이 직접 정선기의 상체에 한 부분을 콕 짚었다.

바로 심장이 위치한 장소였다.


"사람의 심장은 이곳에 위치해 있소. 비록 갈비뼈 등에 보호 받기도 하지만 뭐 상관있겠소. 오히려 더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으니. 금상첨화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착하게 살게요. 살려만 주시면 진짜로 살게요. 엉엉엉엉엉. 어머니, 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정선기가 신나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노윤과 감붕년 모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감붕년은 노윤의 설명대로 심장 윗 부분에 정운의 검을 세로로 세워서 꾹 눌렀다.


"으, 으아아아아악!!!"

"엄살은, 이제 겨우 살갗에 상처가 난 정도를. 소저, 내가 충고하자면 지금 소저의 기력으로는 팔 힘만으로 정선기를 죽이기 쉽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만약 진정으로 죽이고자 한다면 전신의 무게를 검에 실어야지. 갈비뼈 사이를 뚫고, 심장을 관통할 수 있을 것이오."

"······예."


감붕년은 노윤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정선기의 심장 위로 검을 곧추세운 채로 팔의 힘을 썼다.


"으윽! 으아아아아아악!!!!! 안 돼, 안 돼! 그만!!!!!!!"


정선기가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이에 정선기의 상체 위에 있던 감붕년의 여린 육체가 흔들렸다.


땅그랑!


격렬한 저항 아래에 감붕년은 검을 놓쳤고, 이마에서 땀이 뻘뻘 흐르는 모습으로 정선기의 위에서 떨어졌다.


"후욱. 후욱."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감붕년은 곧 "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위액 같은 것들을 토해냈다.

어깨가 파들파들 떨리고, 안색은 마치 시체처럼 새하앴다.

그러면서도 감붕년은 정운의 검을 다시 힘겹게 붙잡아서 정선기 위로 올라탔다.


"흐윽!"


다소 고상하지 못한 거친 울음소리를 동반한 기합성과 함께 감붕년의 부러진 검이 다시 한 번 정선기의 상체에 꽂혔다.


"으윽! 꺼져!!!"


정선기는 다시 전신의 힘을 쓰며 감붕년을 떨쳐내려고 했고, 감붕년은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정선기 위에서 몸을 비틀거렸다.

마치 심한 격랑이 치는 배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 것도 힘겹게 보였다.

결국은·········.


땅그랑!


감붕년은 또 다시 검을 놓쳤다.


"허억! 허억! 제발 살려주시오. 소저. 제발. 내가 언젠가 꼭 보상하겠소. 제발 날 살려주시오!"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서 감붕년의 검을 떨쳐낸 정선기가 애원하며 말했다.

감붕년은 그런 정선기를 내려다보다가 이번에는 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감붕년이 이전과 다르게 더 이상 휘청거리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는 똑바로 걸어서 검을 다시 집어 들었다.


"보상은 필요 없어. 이미 나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나의 남편은 이 세상에 더 이상은 없는데, 도대체 무슨 보상이 앞으로 내게 있단 말이야."


감붕년은 정운의 보검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그것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겨서 정운의 팔을 잘라냈던 반쪽짜리 검날을 짚었다.


서걱!


검의 손잡이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감붕년이 검날을 잡자 곧바로 상처가 나면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처음은 인상을 찡그리며 아파하다가도 감붕년은 도리어 위험한 검날을 두 손으로 힘껏 잡았다.


줄줄줄줄줄


얼마나 힘껏 잡았는지, 검날에서 감붕년의 피가 시냇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런데 오히려 감붕년은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기다려요. 여보. 원수가 가오."


그 미소가 참으로 절망스러울 정도로 고혹적인 미소였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감붕년은 검날을 그대로 정선기의 심장 위를 찔렀다.


"당신! 이 검날을 고정시켜줘요."


감붕년은 정선기의 사지를 제압하고 있던 사파인 하나를 지목해서 검날을 고정시키게 만들었다.

그렇게하고서 감붕년은 검날의 부러진 부분을 발로 밟았다.


푸욱!


마치 망치질을 하듯이 감붕년의 발이 검날의 부러진 부분을 때렸고, 그 때마다 정선기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피도 울컥울컥 쏟아졌다.


"살려······, 살려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정선기가 자신의 부모를 불렀다.


"꺄하하하하하하!!!!!! 여보! 여보, 곧 가요. 곧 갈게요. 기다려줘요. 꺄하하하하하하핳!!!"


감붕년의 발도 상처들로 너덜너덜했는데, 그런 상태에서도 감붕년은 검날 밟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쁜 듯이 웃고 있었고, 어느새 싸늘하게 시신이 된 정선기를 계속 짓밟으며 기뻐할 뿐이었다.


"귀녀(鬼女)군."


귀녀란. 귀신에 홀린 여자를 뜻했는데, 보통 마을에서 미친 여자를 가리켜서 귀녀라고 호칭을 하고는 하였다.

지금 감붕년의 상태가 바로 그런 귀녀와 같은 모습이었다.

눈앞에서 정선기가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 본 정운과의 그의 아내 모두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원한에 사무친 표정들이었다.


"잘 됐군! 잘 됐어! 이걸로 정의구현(正義具現)이다."


노윤이 그 광경을 보고 기쁘게 웃으며 광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하하핫! 이제 마지막이다. 오늘부터 정양문은 10년간 봉문(封門)한다! 너희 같은 잡것들이 내 눈에 띄이는 것은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을 것 같군."


이에 정운이 눈을 부릅 떴다.


'이걸로 정양문은 끝났군.'


기영은 조심스럽게 눈을 감았다.

눈앞의 참상도 참상이지만 도저히 두 눈을 제대로 뜨고 바라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양문의 미래가 암울했다.

정양문의 막내 공자인 정선기가 여인의 미색을 탐해서, <사합원>에 의뢰를 넣어서 여인의 부군을 아편쟁이로 만들고, 일이 거의 성사가 되던 차에 정선룡이 이를 먼저 알아채고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였다.

잘 무마가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이제까지의 일련의 전개들이 누군가에 의도적인 접근과 암수(暗手)였음을 알게 된 여인의 부군은 결국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여서 자택에서 목을 메서 자살했다.

여인은 죽은 남편의 시신을 매장하고, 정양문이 보상으로 가져온 은원보 한 상자를 가지고 흑점을 찾아가서 의뢰를 넣었다.

············여기까지만 하여도 이미 정파인 정양문은 자신들의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큰 실추를 입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파천검제(破天劍帝) 노윤이 찾아와서 정양문에 있는 모든 문도들의 팔을 모두 베었다.'


정양문의 문도 모두가 외팔이가 되었고, 원래 외팔이였던 정양문의 문주 정운은 이제 양팔이 없는 존재가 되었다.

미래가 창창하던 인방 97위의 고수 천절검사(天絶劒士) 정선룡 역시 이제 외팔이가 되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부모가 보는 앞에서 아들을 죽이게도 만들었지.'


인과응보기는 하였지만 그런 일련의 행동들로 인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정양문의 기틀까지도 철저하게 무너뜨린 것이 바로 노윤이었다.


'거기다 이제는 봉문(封門) 10년이라고?'


외팔이가 되었다고 무인의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정양문의 문주 정운 역시 외팔이기는 했지만 스스로 노력하여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선 인간 승리의 대표 주자였으니까.

그런데 봉문이라고 하면 아예 눈앞에 정선룡이 성장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건 너무한 처사가 아니오!"


이제까지 잘 참아오던 정운이 대노하였다.


"왜 꼽냐?"

"당신이 증오스럽소."

"쯧쯧쯧. 날 왜 증오해. 이건 인과응보인데, 네가 자식 교육을 제대로 시켜서 저런 망나니로 키우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 아닌가."


정운은 상대의 말이 조금도 틀린 말이 없다는 사실에 증오 가득한 눈으로 노윤을 노려봤다.


"혹은 모르지! 네 놈의 실력이 나만큼 강했다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강호에서 힘이 곧 법이 아닌가! 네놈이 생사고수였거나, 나와 같은 절대고수였다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겠지."


강자존(强者尊)의 법칙(法則)!

중원은 매우 넓고, 공권력이 세상 곳곳에 미치기에는, 그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

왜 중원에 악인(惡人)들이 많은가.

도망칠 곳이 넘쳐나는데, 힘이 있다면 악인이 되기 쉬운 것이 당연했다.

지키기는 어렵고, 빼앗기는 쉽고, 도주한다면 악인을 처벌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넓은 대륙.

어느 좁디 좁은 작은 국가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진 곳도 아닌데, 착한 사람보다 나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리적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악인들을 계도하기 위해서 국가는 더 잔혹해져야지. 혹은 무인을 천시하고, 문인을 숭상하는 사회 풍조를 만들거나.'


평범한 악인들이 치를 떨 정도로 잔혹한 악(惡)들이, 황실의 통제를 받아들일 때, 필요악(必要惡)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파들의 맹주 역할을 하는 사패련(四覇連)은 바로 그런 악인들의 정점에 선 필요악의 존재들로, 세상을 군림하고 있었다.


"네놈이 그런 꼴을 당하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나보다 약해서 혹은 자식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런 주제에 뭔 피해자 행세냐. 불만이면 지금 나를 꺾고, 원하는 것을 쟁취해라."


노윤이 자연체에 가까운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며, 죽일테면 죽여보라는 행동을 하였다.

그게 너무 꼴 받고, 분통이 터졌지만 그곳에 있는 정양문의 문주 정운도, 소문주 정선룡도, 정양문의 많은 문도들도.


"······."

"······."

"······."


그 누구도 꼴 받는 노윤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공격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절대강자(絶對의 위엄이었다.


"헿! 목숨 걸 줄도 모르는 머저리들. 그래도 다행인 줄 알아. 내가 진정으로 살심(殺心)을 일으켰다면 너희들의 팔이 떨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나 역시 한(韓) 나라의 녹봉을 받는 관리로, 지켜야할 선은 지키고 있으니."


만약 파천검제 노윤이 그 선을 애당초 지키지 않았다면 이곳에 있는 사천당가(四川唐家)가 직접적으로 제지를 하였을 것이었다.

힘과 명분을 지녔다고 닥치는 대로 학살을 자행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상대가 누가 되었건. 정파의 한 기둥인 당문은 당연히 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했다.


'분하지만 정설이다.'


기영도 파천검제 노윤의 꼴 받는 행동에 꼴 받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역시 노련한 강호인이다.'


기영이 속으로 기함과 찬탄을 느낄 때, 희끗한 인영(人影) 하나가 어느새 기영의 품 안으로 쏙 들어왔다.


"어어?"


깜짝 놀라는데, 곧 더 놀라운 감촉이 기영의 뇌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


물컹!

"오라버니,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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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2화 정양문(正陽門) (16) 24.05.20 210 4 12쪽
18 제2화 정양문(正陽門) (15) +1 24.05.17 224 4 13쪽
17 제2화 정양문(正陽門) (14) 24.05.16 215 4 12쪽
» 제2화 정양문(正陽門) (13) 24.05.15 208 4 13쪽
15 제2화 정양문(正陽門) (12) 24.05.14 209 4 13쪽
14 제2화 정양문(正陽門) (11) 24.05.13 208 3 12쪽
13 제2화 정양문(正陽門) (10) 24.05.12 238 4 12쪽
12 제2화 정양문(正陽門) (09) 24.05.12 257 4 13쪽
11 제2화 정양문(正陽門) (08) 24.05.11 287 6 12쪽
10 제2화 정양문(正陽門) (07) 24.05.11 262 6 13쪽
9 제2화 정양문(正陽門) (06) 24.05.10 300 6 13쪽
8 제2화 정양문(正陽門) (05) 24.05.10 321 6 13쪽
7 제2화 정양문(正陽門) (04) 24.05.09 369 5 13쪽
6 제2화 정양문(正陽門) (03) 24.05.09 413 5 12쪽
5 제2화 정양문(正陽門) (02) 24.05.08 476 6 12쪽
4 제2화 정양문(正陽門) (01) 24.05.08 562 9 12쪽
3 제1화 빙의 (03) 24.05.08 574 9 12쪽
2 제1화 빙의 (02) 24.05.08 688 10 12쪽
1 제1화 빙의 (01) +3 24.05.08 1,212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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