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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출신 환생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김훈주
작품등록일 :
2023.12.20 20:39
최근연재일 :
2024.05.01 19:08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549
추천수 :
44
글자수 :
159,134

작성
24.04.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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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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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출 20화

DUMMY

“꼬마야 넌 이름이 뭐니?”


아이는 질문한 병사의 눈을 빤히 쳐다볼 뿐.


“말을 못합니다.”


“저런···”


병사 열 다섯의 수준을 모르기에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들이 내게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은 아이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의심의 싹을 뽑아버린듯 했다.


결정타는 도시에 도착해서 그들중 대장이라는 자가 건넨 동전 몇 개.


“작은 짐수레랑 당나귀라도 타시오.”


“그건 어디서 얻습니까?”


“에잉··· 아빠라는 작자가··· 저쪽으로 쭉 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도시 남쪽 출구가 나오는데, 그 옆에 마굿간이 있소. 제라드가 보내서 왔다고 하시오.”


마굿간 주인까지 포함한 이들의 태도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분명 아이의 혀를 자른 것도 인간족이고, 이토록 친절한 것도 인간족이기에.


‘개체마다··· 차이가 심한건가? 이렇게나 심하게?’


심지어는 도시로 들어가면서도 검문을 받지 않았다.


힘내라는 응원까지···


그렇게 전략적인 사고가 시작되었다.


하미르와 구스타프는 아마 수많은 사병과 호위병력을 거느리고 있을거다.


제 아무리 날고 기어도 내 미천한 잠행술로는 녀석들을 처리하는 과정 전체에서 완벽하게 도주할수 없을 가능성이 높겠지.


내가 처리해야 하는 것은 총 세 놈.


중간에 들키면 골치아픈 정도를 넘어서 그대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아이가 있다면··· 그들이 나를 용의선상에 올리기 꺼려지는 정도의 효과는 있을거다.


그 아주 약간의 차이라도 만에하나 있을 긴박한 상황에서는 충분하다.


“얘야.”


당나귀는 너무 느릴 것 같아서 구한 말 안장 위 두 사람.


처음 이 녀석을 봤을 때부터 느낀거지만, 비율상 팔 다리가 길고 허리 뼈가 두껍다.


물론 미후족 만큼은 아니지만.


“혹시 제자가 되지 않겠느냐.”


예상대로 아이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다.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은 덤.


“내 여정에는 끝이 있다. 그때까지 널 가르친다면 아마 나중에라도 그럭저럭 쓸만한 칼잡이가 될수 있겠지.”


미후족은 아이에게 관대하기에, 무료로 부려먹을 수는 없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내 아이인척, 고분고분하게 따르거라.”


날이 어두워지면 아이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그 뒤에 내 무공을 손보는 날들의 시작이었다.


**


일전에 만난 병사들은 그곳에서 나르비크까지 얼마 안걸린다고 했었다.


물론 거리 상으로 멀지 않았고, 병사들의 눈을 피할 필요가 없었기에 얼마 안걸릴 것이 당연했으나··· 지금처럼 도로를 쭉 인파가 메우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이가 무슨 만능 통행증이라도 되는 줄 알고 새치기를 하다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에 슬쩍 뒤로 돌아온건 덤.


‘대체 이 자들은 서로가 어떤 성격인지 어떻게 아는거지?’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게 마치 무공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의외로 사람 수에 비해 검문 통과 속도는 빨라서 금방 정체의 원인까지 다가갈수 있었다.


길을 막고 줄줄이 선 마차 열 몇대.


사람이나 말로 이뤄진 일행들이 그 마차 대열을 피해가느라 밀리는 것이었는데, 마차들이 멈춰선 이유가 기괴했다.


이상한 옷을 입은 자 들이 한 여인을 둘러싸고 대치중.


금색과 검은색, 흰색과 빨간색까지 들어간 길다란 옷을 바닥에 질질 끄는 자들은 얼핏 들려오는 바로 ‘사제’라고 했다.


그들은 한 손에 서책을, 다른 한 손에 망치를 들고 여인과 흉흉한 대화 겸 협박을 진행중이었다.


“닥쳐!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이상, 죄인 테르나! 악마숭배죄에 대한 형을 집행하려 한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 악마.


“전능하신 우리아님의 힘앞에 무릎꿇어라 이단!”


“난··· 난 열과 성을 다해 그 분을 섬겼어!”


“더러운 이단의 입으로···”


마침내 공격이 시작된다.


여인을 둘러싼 사제들의 망치에서 새파란 빛이 뿜어지고··· 그 흉흉한 무게를 여인에게 휘두르기 시작.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훈련받은 병사들처럼 질서정연하고 한번 한번의 공격에 위력이 실려있다.


그렇다면 그 공격에 무기력하게 쓰러질것 같던 여인은 어떠한가, 그녀 역시 양 손에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사제들과 대비되는 새빨간 빛을.


어느샌가 뽑아든 조리용 칼은 손쉽게 사람을 베어버릴 흉흉한 무기로 변모한다.


“악마는 니들이 악마지! 교구장이랑 잠자리 안한다고 이단이라니!”


“불경한 녀석!”


너무나도 흥미로워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연극이란게··· 이런 느낌인건가?’


미후족에도 재미를 위한 서책은 몇 권인가 있었다.


그런 책을 쓰는 녀석들을 별종이라 불렀는데, 한 편으로는 굉장히 인기있었다.


대부분은 지배, 정복, 승리에 관한 이야기들··· 마치 그 책의 한 장면을 실제로 재현한듯한 묘한 재미.


“이보쇼. 지나갑시다 좀.”


“아.”


길을 막을 수도 없기에 특등석이라 할수있는 마차 행렬 맨 앞으로 나아갔다.


이 연극의 재미는 바로 저 갈색 긴 머리의 여인에게 있었다.


그녀는 열 명이 넘는 사제를 상대로 포위당하지 않게 바삐 움직이며 공격을 방어하고 몇 명의 목숨을 빼앗는다.


‘오른 손으로 공격하고 왼 손으로 막는다··· 대단하군!’


자세히 보면 오른 손의 붉은 빛과 왼 손의 붉은 빛은 형태가 약간 다르다.


“라비엘 자매회는 이단이 아니야!”


“그 더러운 악마의 창부들은 이미 싹 다 잡아서 심판한지 오래다! 너 하나 뿐이지!”


“아악!”


하지만 결국 숫자에는 장사가 없는지 절반 정도의 사제를 잃은 그들은 그녀의 왼 쪽 어깨를 부수는데 성공한다.


‘훈련량을 전부 기술에 쏟았다. 그러니 체력이 부족할수밖에.’


“회개하라!”


왼쪽 어깨 다음은 오른쪽 무릎, 그리고 사지를 모두 부순 이후에는 허리와 날개뼈 등··· 그들은 그녀의 머리를 제외하고 전신을 망치로 내려친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꿈틀거리는 그녀.


“고통 속에 사죄해라!”


이윽고 사제들은 뭔가 중얼거리더니 자기 편의 시체만을 챙겨 맨 앞에 있는 마차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마차로 한번 그녀를 밟아주는 것도 잊지 않고.


사태가 종료된 뒤, 맨 앞의 마차와 다른 일행인 다른 마차들에서 사람들이 나와 그녀를 살폈다.


“이런··· 고약한 놈들···”


마차 안에 있던 사람들도 기겁을 할 만큼 여인의 상태는 심각했다.


하지만 딱히 더 이상 해줄 일은 없다는 듯, 길 옆으로 그녀의 시체를 고이 옮긴 뒤 갈 길 가는 사람들.


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간다.


말까지 묶어두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머리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원한다면 끝내드리지.”


아까부터 그녀의 짧은 호흡이 간간히 계속되고 있다.


앞서간 사람들이 그녀를 옮기는 과정에서 잠시 정신을 차린 듯이.


“끄흑··· 으으..”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그녀.


안구는 시뻘겋게 핏줄이 터져있고 몸 곳곳이 기괴하게 비틀려있다.


“싫어··· 죽기 싫어···”


아마 쇼크로 인해 잠시 심장이 멈췄거나 했을거다.


깨어나버린 이상 죽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았을거고.


인간의 몸은 나약하지만··· 생각보다 목숨 자체는 질겼다.


“아 참,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아까 전 싸움에서 어떤 수법을 쓰셨소?”


바토르의 몸으로 인해 나 역시도 어느정도의 마법을 구사할수 있다.


만약 전투에 써먹을수 있다면 전투 능력에 있어 약간의 향상을 도모할수 있겠지.


(꽈악)


꼬마가 내 옷깃을 잡은 채 울먹거린다.


“음? 왜 그러느냐?”


애써 울음을 참는 아이에게 기이함을 느끼지만··· 뭔가 알 것도 같은 느낌.


“그러니까··· 불쌍하다는거지?”


(스릉-)


“아! 아아!”


얼마나 급했으면 일부러 내지 않는 목소리까지 써서 나를 부르는걸까.


“어차피 이대로 두면 한 시간정도 고통받다가 죽는다. 끝내주는게 좋겠지.”


내 앞을 막아서는 것으로 봐서는 이게 아닌가보다.


그리고 뭔가 설명하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근처··· 교회···”


나와 달리 알아들은 그녀, 테르나.


“교회? 아··· 그건가? 도시까지 가기 전에 죽겠는데.”


“여기서 조금만··· 자매회··· 분파가···”


‘참 귀찮게 하는 제자 녀석이야.’


하지만 어차피 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수고를 감수하는 것도 괜찮을거다.


결국 아이가 말에 올라타고, 내가 그녀를 안은 채 고삐를 잡아 근처 허름한 마을로 들어갔다.


“테르나! 안돼!”


“이쪽으로!”


판자 건물 몇 십채와 싸구려 짚단 침대··· 그동안 본 것들 중 최저의 인간 집단.


“감사합니다. 겨우 정신은 들었지만··· 역시 일어나진 못하네요. 앞으로도 그렇겠죠.”


인간의 목숨에 대한 집착은 다른 그 어떤 종족보다 강하다.


내게는 기쁜 소식··· 하미르와 구스타프 역시 그럴테니.


“한번 찾아가주세요. 아마 기뻐할거예요.”


어차피 한번 찾아가야 했다.


“오···”


전신의 뼈가 정확하진 않아도 들러붙었고, 어느정도 움직임도 가능하다.


다만 그 어긋난 뼈의 영향으로 인해 정상적인 움직임은 불가능.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군···’


얘기는 들었다.


교회··· 하몬교에 소속된 사제들 중 일부는 권능이니 어쩌니 하는 힘을 활용해 죽어가는 사람의 숨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몇 명인가 기억속의 전장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그녀는 이쪽을 바라보지 않는다.


“고마워 꼬마야. 덕분에 살았어.”


아이를 향해 더 진심으로 인사할 뿐.


딱딱한 침상에 누워 부목과 나무토막을 이용해 뼈를 맞춘 테르나.


이제보면 골격도 꽤 있고 얼굴도 인간의 기준에서 미형에 속한다.


“이제 질문의 답을 좀 줄수 있겠나?”


“무슨?”


말도 짧다.


“어떤 수법을 써서 싸웠는지 말이야.”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알거니까··· 아무나 잡고 물어보세요.”


“음?”


묘하게 기분나쁜 대답.


“혹시 기분나쁜 일 있었나?”


“뭐요? 아니거든요?”


분명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보아 이 사람은 화가 난게 맞다.


“미안해.”


보통 이런식으로 사과하면 넘어가고는 했다.


‘참 이해할수 없는 족속이라는 말이지.’


“두 사람은 무슨 사이인가요? 부모자식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지?”


내 전략에 명백한 결함이 하나 있음을 지적당했다.


“같이 떠도는 부자 치고는 별로 가까워보이지 않아서요. 무슨 사이죠?”


“내가 거두었지. 제자야.”


“그래요. 혹시나 뭔가 문제가 있으면 내게 말해주련?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는구나. 난 테르나야.”


아이는 당혹스럽게 나를 바라볼 뿐.


“혹시 이름이 중요한건가?”


미후족에는 간혹가다 이름이 없는 녀석이 있었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다들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거나 때가 되면 자기가 알아서 이름을 붙이거나.


“뭐라고요? 당신 미쳤어요?”


“말짱한 편이지.”


“이름이 있어야 사람이죠!”


결국 그럴싸한 대답은 못 듣고 쫓겨났다.


아무나 잡아서 물어보면 알거라고 했으니 그럴 수밖에.


“테르나는 만나보셨나요?”


마침 적임자··· 까지는 아니고, 또 다른 단서를 제공해줄수 있을법한 나이든 여인이 다가왔다.


“여기가 들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런 일을 당했죠.”


‘대체 뭐지?’


헌신이란건 대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조차 없는 후속타가 그녀의 입에서 외쳐진다.


“그놈의 구스타프라는 작자 때문에.”


대체 놈의 이름이 왜 여기서 나온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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