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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출신 환생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김훈주
작품등록일 :
2023.12.20 20:39
최근연재일 :
2024.05.01 19:08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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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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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수 :
159,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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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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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출 16화

DUMMY

내부 구조는 진작 전부 파악해두고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돌렸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드라코투스와 만다라, 그리고 폭발물 코드 003을 한붓그리기 처럼 달려서 챙길 수 있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기 전.


“묘하게···”


묘하게 신경쓰이는 무언가가 내 시선과 발목을 붙잡는다.


처음 봤을 때도 머릿속에 박혀 사라지지 않았던 형태··· 누리끼리한 종이 수십장을 하얀 실로 꿰멘 뒤 겉표지에 제목을 적었다.


‘서책인데··· 미후족의 언어는 아니군.’


(쨍그랑!)


일단 저거 하나 챙긴다고 차질이 생길만큼 커다랗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기에 유리를 깨서 품속에 넣었다.


(위이잉-)


그제서야 울리기 시작한 경보 시스템.


‘이 녀석이 필요한 순간이지.’


폭발물의 작동법 역시 마력을 이용한 것이었다.


다만 문의 잠금장치와 다르게 누구라도 쉽게 풀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녀석을 작동시킨 뒤 2층 창문으로 던져넣었다.


(쿠구구구···)


순식간에 부수듯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화마가 건물을 집어삼키듯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유리창까지 부수며 폭발한다.


‘어디서 본 폭발 방식···’


보나마나 어디 전장에서 썼겠지.


재빨리 왔던 길로 되돌아가 사태를 지켜본다.


화염과 연기는 그 잠깐 사이 5층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고, 돌로 된 기둥마저 녹여 건물 자체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걸로 놈들 마법 수준이 십 년은 퇴보하겠지.’


나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인간족의 목숨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말을 챙긴 뒤 주변을 살피며 밤 하늘에 빛나는 불길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와서야 안심할수 있었다.


향하는 곳은 저택이 아니다.


이미 성장은 다 한것 같고, 인간족이 만능이라 일컫는 ‘화폐’라는 것도 적잖게 챙겨 나왔기에...


‘잘 있어라 나르시.’


등에 멘 곡도만 있다면 더 이상 두려울건 없다.


사건행공은 입문 단계를 막 벗어나 온 몸에 내공을 퍼트리기 시작하는 단계··· 여기까지만 와도 이 나약한 인간족의 몸으로 위력에서 밀릴 일은 별로 없을거다.


물론 시시때때로 몸 곳곳에 피멍이 들어 거슬리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지나가는 일종의 신고식이다.


벽력도법은 내공이 원활하게 움직이자 정말로 바위조차 갈라버릴 기세를 지니기 시작했고, 그것을 굳건하게 받쳐줄 보법인 귀영보 역시 삼 성의 경지에 이르러서 대련하던 에드워드가 곧잘 내 움직임을 놓칠 정도.


‘문제는··· 잠행술이지.’


무를 숭상하고 암습을 홀대하던 미후족의 전사였던 바람에 은밀하게 이동하는 잠행술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던 것이 컸다.


하지만 이 여정에는 반드시 암습이 한번 이상 쓰이게 될 것이라는게 불보듯 뻔한 사실.


무인의 방식으로 타겟을 처리하면 분명히 병사들이 따라붙을테고, 그들 모두를 상대할수는 없을거다.


그렇다고 해서 도주나 은신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제 아무리 고수라도 다수에게 둘러싸여 차륜전을 당하면 순식간에 녹초가 되는게 당연한 일, 반드시 잠행술과 은신술 혹은 도주술 중 하나는 익혀야 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안전한 둥지를 떠났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당장 몇 시간째 말 안장에 올라 길바닥을 지나며 운기조식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니까.


아예 무공을 대성한 뒤 나오는 선택지도 있긴 하지만 이놈의 성질머리가 문제.


물론 인간의 생리에 적응해가는 나 자신이 싫었던 것도 있다.


하지만 나르시와 에드워드의 대화로부터 알아낼수 있었던게··· 인간에게는 수많은 질병이 존재하고, 내 타겟들의 나이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후족의 수명에 비해 인간족의 수명은 약 이십여년 더 길다고 했지만 그것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살았을 때의 이야기.


이들의 노화는 미후족과 같은 시기인 20대 중반에 시작한다고 했다.


그 속도가 다를 뿐, 근골이 성장하는 속도가 느려지며 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니 하미르와 구스타프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다.


그들의 편안한 죽음은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최대한 고통스럽게 내가 보는 앞에서 땅을 기며 죽어야 한다.


그것이 학살당한 동포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제례 의식 아니겠는가.


**


처음 날것으로 마주하는 인간족의 사회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려웠다.


장소는 혹시 몰라 병사들을 피해 지나가던 도중 마주한 뭔지 모를 도시.


건물도 도로도 온통 석재로 깔끔하게 잘 지어놓았지만 그 전부를 덮어버릴 만큼 구린내가 진동을 하고··· 곳곳에 거적때기를 걸친 사람들이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일종의 문화인가?’


뭔지 모를 매캐한 연기 냄새와 방치된 온갖 것들의 냄새.


아이들은 배설물 위를 뛰어다니며 놀고, 대낮임에도 길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들이 수십은 된다.


정보를 수집할 겸해서 슬쩍 살펴보자니 모든 시선이 내게 향하는 바람에 도저히 말을 걸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역에 따라서 인간족의 형태가 이렇게까지 차이날수 있구나 싶었는데···


“담배 사세요···”


허리 높이밖에 안되는 꼬마가 눈치를 보다가는 다가와서 내게 손을 내민다.


‘그 쌍둥이가 생각나는군···’


누런 종이를 돌돌 만 담배라는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마침 괜찮은 상대를 만났기에


“얼마냐.”


“네?! 10디나르··· 인데요···”


물건을 팔면 파는거지 대체 왜 놀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가져온 주머니에서 그 값의 열 배는 되는 화폐를 꺼냈다.


모두 레온의 서재를 뒤져서 얻은 것들이다.


“열 개 살테니 잠깐 얘기좀 할까?”


인간 세상에 대한 가이드 치고는 아쉽지만 당장 저 죽은 눈빛으로 내 전낭에 시선고정한 하이에나 무리보다는 낫지 않겠나.


“저 사람들 상태는 왜 저런거냐?”


“그 담배···”


‘이거··· 연초구나.’


어떤 식물의 잎을 말린 뒤 그것을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행위··· 당연히 미후족에도 있었다.


그 연기를 마시면 긴장이 사라지고 사람이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어서, 주로 큰 전투 전에 모두에게 보급하고는 했다.


다만 널리 퍼트리지 않은 이유··· 그것에 집착하는 녀석들이 종종 생겨났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연초를 태우지 않을 때 진정하지 못했고, 잠을 설쳤으며, 잔실수가 많아졌다.


그 정도가 심한 녀석은 끝내 미치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물론 연초를 쥐어주면 금세 잠잠해졌지만.


그래서 큰 전투를 앞두지 않았음에도 연초를 태우는 이들에게 엄벌을 내리고는 했다.


“쯧. 나약한 놈들. 내가 여길 지나서 서대륙으로 가려는데 말이다. 배를 타야 한다고 들었거든.”


사실 배를 타는게 아니고서야 이런 냄새나는 곳에 더 머무를 이유가 뭐 있겠나.


인간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기에 변수 하나하나가 전부 사전조사를 필요로 한다.


당연히 배를 타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 있는거고.


“우와···”


아이는 아이인지라 결국 눈을 빛내며 나를 우러러보는데··· 그걸 바란게 아니다.


“혹시 뭐 아는거 있나?”


“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녀석.


사람을 잘못 골랐다.


“하던거 마저 해라···”


대충 보내고 다른 길을 좀 알아보려는데···


“야! 루카스!”


골목 입구에서 꾀죄죄한 청년 하나가 아이를 찾는다.


“너 이 xx 한번만 더 구역 벗어나면 죽여버린다 그랬지.”


“자··· 잘못했어요! 이거···”


아이는 방금 내게 받은 100디나르를 그에게 보인다.


순식간에 낚아챈 청년은···


(짝!)


곧장 아이의 뺨을 때린다.


아이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뿐.


가까이서 보니 남자의 코가 새빨갛고 술냄새가 풀풀 풍긴다.


“지 애미 닮아가지고 멍청하기는···”


“아악!”


그리고 아이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 어딘가로 가려 하길래 일단 손목을 붙잡았다.


이곳은 그 누구도 주저앉아 골골거리지 않는 골목길.


왜인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의 시야가 닿지 않는다.


미소가 살짝 지어진다.


손목을 붙잡힌 남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쪽을 째려보며 응수.


“어이, 샌님. 봐줄테니까 곱게 가. 그쪽같은 사람들 벌써 수 백은 여기서 뒤졌으니까. 부잣집 도련님인 것 같은데, 내가 이 돈 봐서 특별히 살려주는거야.”


“허허허···”


분명 며칠째 안 깎은 수염이 비죽비죽 올라와있고, 씻지 않아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데다 술냄새가 풀풀 풍기지만··· 귀엽다.


그에게서 무공의 흔적은 커녕 마법의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쪼개? 이 xx봐라?”


놈은 손목을 털어서 놓게 만들려고 세 번 정도 시도했지만 손은 커녕 내 몸에 미동조차 전해지지 않는다.


손목은 이제 상관 없고 자존심만 남은 녀석.


결국 잡히지 않은 주먹을 이쪽으로 향하는데···


‘말도 안되게 느리군···’


에드워드는 커녕 나르시가 휘두르는게 더 빠를 정도였다.


(으득)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약간 주었더니 부러지고 만다.


“끄아아악! 으읍!”


곧장 비명지르지 못하게 손날을 입 안에 쑤셔넣어준다.


“아빠!”


“아빠?”


분명 바토르와 리온의 사이가 그런 호칭이었는데···


‘아빠와 자식이라는 사이는 이런건가?’


리온 역시 어느정도는 나와 거리를 두었음을 상기한다.


하지만 표본이 너무 적어서 속단하기는 이르고.


“꼬마, 넌 이제 됐다. 가서 네 일 봐라.”


왜인지 꼬마는 주저하며 우리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볼거면 보든가.”


“커헉!”


곧장 목을 쥔 채로 벽에 몰아넣어 심문을 시작했다.


“여기 지명이 뭐지?”


심문은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하는게 정석이다.


거부감을 약간이나마 줄이기 위해서.


“니 엄마.”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으극···”


“다시. 네 아이인가?”


“그··· 그래!”


“부모자식이란게 원래 그런가?”


“xx 내 자식 내 맘대로 다루는데 어쩌라고!”


‘오호라··· 그런건가?’


아무래도 자식이라는 것은 소유물인듯 보인다.


그렇다면 보육시설이 미비한 이유도 설명이 된다.


“너도 나보다 약했으면 뒤졌어 이 xx야!”


“오오···”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다.


인간족은 약한 구성원을 마음껏 때려도 되는가보다.


어쩐지 학교의 교실에서도 위계질서가 생겨있더라니.


“그럼 시험삼아 자네부터 해볼까.”


“뭐?”


“넌 나보다 약하지 않나. 마음껏 내 힘을 테스트해도 되는거겠지.”


벙찐 표정이 일품.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무기술을 익힌 자가 무기를 다루지 않고 싸우는 방법을 따로 익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자잘한 시비나 의견충돌 하나에 살인이 벌어지면 인구 수가 남아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어느 정도로 쳐야 죽지 않는가 테스트 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일단은···”


고고권법은 사실상 포기했고, 투견자술에 내공을 담는 수련을 했다.


“움직이는 상대를 쳐야 의미가 있겠지.”


“으아악!”


곧장 도망가려는 녀석의 정강이 바깥을 후려쳤다.


무언가 부러지는 촉감.


“끄으으···”


이것 또한 투견자술의 초식 중 하나다.


이름은 없다.


녀석을 뒤집어 곧장 옆구리의 뼈를 주먹으로 후려친다.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몸이 말리고 이젠 아예 비명도 못 지르지만··· 살아있다.


‘좋아. 좀 더 세게 해도 괜찮겠군.’


“하지마!”


아이가 달려와 내 다리를 붙잡았다.


“응?”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여간 복잡한 놈들···’


저택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문제들이 나를 향해 밀려오는 느낌.


“왜 하지 말라는 것이냐?”


“우··· 우리 아빠야···”


“널 공격하지 않았더냐?”


“그··· 건···”


역시나 꼬마도 그럴싸한 대답은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잘못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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