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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족 출신 환생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김훈주
작품등록일 :
2023.12.20 20:39
최근연재일 :
2024.05.01 19:08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551
추천수 :
44
글자수 :
159,134

작성
23.12.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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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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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출 6화

DUMMY

그리고 며칠 뒤, 나 혼자 쓰라고 둔 지하 연무장의 문이 열렸다.


손아귀 힘을 기르기 위해 바위를 다리에 묶고 철봉에 매달려있던 도중이었다.


내공이 원활하게 흐를만한 신체를 만드는 것 외에도, 기본적으로 몸을 매개로 펼쳐지는 기술들이니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


무엇보다 지난번 에드워드와의 대련때 부족함을 느낀 것도 있고.


육체의 수준따위 약간의 변수 정도로 취급되는, 환골탈태라는 진귀한 현상도 있다고는 하나 내가 알기로는 무공을 처음 전수한 노인 외에 그 경지까지 간 사람은 역사 속에서 찾아도 기껏해야 네 사람.


“어머··· 미안.”


웃통을 벗은 채 땀을 뻘뻘 흘리는 내게 사과하는 나르시.


아무래도 리온은 출근했을테고 심심해서 집안을 돌아보는 듯 하다.


그동안 서재 정도만 왔다갔다 하며 그녀도 자신의 영역을 어느정도 만든 것 같았는데···


‘뭐지?’


몸에 피가 몰리면 머리로 가는 피는 자연스레 줄어드는 법, 내 상상력은 온갖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


예를들면 유혹이라던가, 암살이라던가.


“에드워드도 그렇고 두 사람 다 엄청난 노력가구나?”


“그··· 렇죠?”


떨떠름한 내 반응을 곧바로 캐치한 그녀는 다가오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와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별거 아니야. 그냥, 다들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저택을 돌고 있었거든.”


‘멍청인가?’


한창 진흙탕 권력싸움이 일촉즉발인 이 곳에서 스스로 도화선을 자처하는 꼴이라니, 우습지도 않다.


“아하하! 은근히 표정이 풍부하구나? 쌍둥이랑 정 반대야. 걔들은 표정이 금방 드러나도 은근히 잘 가리더라구.”


아무리 나라도 표정에서 나타날만큼 그녀는 어이없는 존재였으니까.


“최대한 큰 일 없이 지내고 싶거든요?”


못알아들을 것 같지만 최대한 완곡하게 내 의사를 개진한다.


“보면 알지.”


‘뭐지?’


일순간 그녀의 표정이 변한 것 같은 느낌.


지금까지 항상 한 겹의 얇은 가면을 쓰고있던 느낌이라면 잠깜 그 가면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본인의 왼쪽 볼을 가리킨다.


빨갛게 살짝 부어오른 볼을.


“아무래도 저쪽에 비집고 들어가긴 힘들 것 같아서 말야.”


멍청이는 아닌 것 같다.


기본적으로 구도를 파악할 통찰력은 물론이고, 어딜 어떻게 비집고 들어가야할지 파악했으니까.


이미 작업이 쉬운 꼬마들에게 무언가 수작을 부려놓고, 부인들과 스탠스를 정리한 후 나에게 온거다.


순서가 틀어졌으면 아마 꼬마들은 그녀에게 적대감을 보였을거다.


부인들에게 맞고 가도, 내게 먼저 친교를 권하고 가도.


‘우연인가?’


“나도 결국 너랑 목표가 같거든. 무난하고 무탈하게 사는 것. 간단하지?”


메시지는 확실했다.


동맹과 불가침.


“그럼 일단 여기 오는게 틀린 선택인 것 같습니다만.”


쓸데없는 추문은 사절.


아마 내 동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겠지.


이곳은 리온조차 들어와본적 없는 곳이니···


“그건 그래. 몰랐거든. 오늘이 여기 오는 마지막이야.”


겨우 벗어나나 싶었는데,


“아 참, 쌍둥이들 수업 끝나면 같이 놀건데 올래? 정원이야.”


“안갑니다.”


고약한 꼬맹이들.


“알아. 상극이지? 그럼 이만. 열심히 해, 아들.”


괜히 머리를 복잡하게 하기는.


냉수라도 있어야겠다 싶어서 씻기 전 상의를 어깨에 걸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냉수 있나?”


“물론이죠. 어이 키니!”


주방은 점심 준비중이라 바쁘다.


“넵!”


새로 들어온 주방 보조는 내 나이 또래로 보였다.


왜소하지만 들어갈데 들어가고 나올데 나온 몸매와 뽀얀 피부에 적갈색 머리칼.


나보다 손가락 한 마디 만큼 큰 키.


“차가운 물 하나만 떠드려.”


“넵! 이쪽으로 오세요!”


‘뭐지?’


머리를 묶어올린 그녀의 뒷목을 보자 마치 머릿속의 피가 급격하게 끓어오르는 느낌.


아까와는 다르게 마치 심장에 불이 붙어 타고있는 것 같다.


“여기···”


“어어, 그래.”


숨이 가쁘고 그녀의 눈과 입술을 빤히 바라보게된다.


“무···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아니야.”


‘주화입마인가?’


운기조식이라도 할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지금 몸은 그것조차도 허락하지 않아서··· 차가운 물을 연신 들이키고 앉아서 심호흡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은 온통 키니라는 여자의 몸매와 피부 투성이.


보이지 않을 그녀의 나신에 대한 상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생각을 지우기도 전에, 나르시의 진짜 정체가 저녁식사에서 드러났다.


“볼이 좀 붓지 않았나?”


그래도 신혼답게 나르시를 바라보던 리온의 물음.


“네. 아무래도 이가 좀 붓지 않았나 싶어요. 안그래요 언니들?”


“그··· 그러게.”


내 판단이 틀렸다.


그녀는 여우다.


그것도 꼬리 아홉개 달린.


‘쓸만하겠는데?’


**


도서관은 이미 나르시의 영역이 된것 같다.


그녀가 꼬마들과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친해지는 바람에, 나는 쌍둥이와 에드워드가 수업중이라 바쁠때만 사용할수 있다.


그녀 입장에서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게 훨씬 안전하고.


“화려하게 저질렀던데?”


“뭐가요.”


“주방의 키니. 반했니?”


“음?”


그 이름이 왜 저 입에서 나오는건지.


“누군지는 아는데···”


매일 밤마다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바람에, 몰래 없애버려야 하나 고민중이었다.


“네가 걔한테 푹 빠졌다더라. 요즘 주방에 자주 찾아간다고 소문이 자자해. 걔도 네가 꼬시면 바로 넘어올걸?”


“아!”


그런거였다.


미후족의 몸과 완전히 다른 은근한 반응때문에 눈치 못챘지만, 이미 내 몸은 수컷으로서 여물어가는 중이었다.


“왜?”


그녀는 마치 정말 아들에게 말하는듯한 태도로 실실 웃으며 묻는다.


“발정이었군!”


내가 인간 여자에게 발정할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여전히 내용물은 미후족인 것 같으니까.


“뭐?”


안그래도 큰 그녀의 눈이 더 크게 떠지는건 덤.


미후족의 발정은 성년이 되고부터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일어난다.


시기도 제각각, 정도도 제각각.


따라서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에 발정시기가 겹치는지 여부도 고려된다.


덕분에 일반적으로 15세쯤 짝을 지어주는 행사에 참여하는데, 인간은 대략 5년정도 늦겠거니 싶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해결하기가 수월하겠어요.”


“얘야··· 사랑 없는 관계는 서로에게 고통스러울 뿐이야.”


새삼 진지하게 타이르듯 말하는 나르시지만···


“무슨 소리죠?”


미후족에게 일반적으로 결혼이라는건 일종의 신기한 취미 정도로 생각되었다.


결혼을 해도 서로에게 귀속되거나 하지 않으니까.


기껏해야 발정기에 고정적으로 만날 상대가 생기는 것 뿐.


참고로 아이는 부족 공동양육이다.


“뭐? 진심이야?”


‘혹시 인간족은 발정을 대하는게 좀 다른가?’


처음보는 그녀의 심각한 표정이 날 물러서게 만든다.


“으흠, 그쪽은 잘 몰라서.”


겨우 그 정도 자극에도 이런 큰 동요를 하는게, 알아둬서 나쁠건 없었다.


“어휴··· 따라와.”


결국 책을 한보따리 받아서 침실로 돌아왔다.


‘곤란하긴 하지만··· 일단 참아야겠군.’


미후족 내부에서는 발정을 참는 방법에 대해 책이 한권 나올 정도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왔다.


지성체로서의 존엄도 있지만, 무턱대고 낳다보면 기를만한 손과 식량이 부족하니까.


**


시간이 한달 좀 넘게 흘러 이제는 제법 친한 친구같은 사이가 된 나르시와 나.


두 사람의 연합··· 이라기엔 나르시가 꼬마들을 완전히 사로잡아서 더 이상 돌발상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오히려 아이들이 나와 친하게 지내는 그녀를 불쌍하게 여길 정도.


한편 이곳에서 내 몸은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자랐다.


고작 한 달 사이에 어지간한 여인들 보다는 커졌으니까.


당연히 에드워드를 내려다본지 오래다.


리온에게 넌지시 물어본 바로는 그 역시 16세쯤 머리 하나만큼 급격하게 키가 컸다고 하니까 집안 내력이다.


나르시가 여자 치고는 꽤나 키가 큰 편이다보니 아직 그녀는 완전히 못따라잡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힘이나 체격은 내가 위인데···


“꽤 화려하게 저지르고 다니시던데?”


“뭘? 또?”


지금 상황은 마치 아이가 혼나는 것 같다.


장소는 로비 앞 계단.


그녀가 내 멱살을 잡지만 위협적이지 않아 내버려둔다.


“뭘?! 뭘이라고?!”


나르시는 한달을 넘게 보는데도 처음 짓는 표정을 하고있다.


자세히 보면 노기로 인해 얼굴도 빨갛게 상기되는 것 같고.


‘달거리하나?’


아마 입밖으로 꺼냈다가는 화를 더 돋울 것 같아서 조용히 있었지만.


“내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왜?”


“난 아이를 갖지 못해. 그냥 그렇게 태어났어.”


이미 내 말은 듣지도 않는데··· 아직까지도 상황이 짐작되지 않는다.


“얘야, 난 내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인게 너무 다행이라 생각해. 물론 언젠가는 사랑하는 리온 다쿠드의 아이를 갖지 못하는게 슬플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오··· 진심이었군.”


당연히 영악한 사람이니 돈이나 지위를 따라 결혼했을거라 오해했다.


“당연하지··· 아무튼 말야. 임신은 둘이 하지만 출산은 혼자 해. 나는 버려진 임산부들을 수도 없이 봤고 말야!”


옆 영지의 이곳 파견직으로 일하기 전에는 꽤나 궂은 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대충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는 알것도 같고 모를것도 같은 애매한 느낌.


“여긴 보육소가 없나?”


미후족은 기본적으로 공동양육이라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야 이 xxxx야아아!!”


고막이 떨어질듯 커다란 목소리.


그녀가 이런게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


나르시가 진정하길 기다린 것도 거의 30분.


도서관에 끌려와 앉아있었다.


나르시에게 받은 책들을 세 번씩 탐독한 결과, 나에게 있어 가장 적합한 형태는 ‘카사노바’.


어차피 이곳에 눌러살 생각도 없는데다 아이를 책임지거나 돌볼 자신도 없지만 욕정은 해소하고 싶은··· 한없이 이기적인 스탠스.


“책임지지 못할 짓은 하지 마라··· 맞지?”


“그래 이 xx야!”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가 화내는 이유도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우선 이곳의 암컷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환장을 한다.


수컷의 구애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특이하고.


그래서 주방의 키니를 시작으로 적령기의 암컷이 보이는 족족 구애했다.


성공은 절반 정도.


어느정도 머릿속 퍼즐이 맞춰졌기에, 눈 앞에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나르시에도 불구하고 이미 내 귀는 막힌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싸지른 아이의 뒤처리는 리온이 해야한다고! 너, 네 힘으로 돈을 번 적은 있어?”


여기서 대충 놀란 표정 한 번.


눈앞의 이 시끄러운 여자가 한가지 간과하는 것, 그리고 내가 아직까지도 밝히지 않은게 있다면··· 내가 애초에 사랑을 느낀 적이 없다는 것.


적어도 지금까지는.


당연한 일이다.


머릿속 기준이 온통 미후족에 맞춰져 있으니까.


팔이 두껍고 매끈한 암컷이 좋다.


“자제하지. 헤어지자고 하면 되나?”


문화나 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다른 종족의 몸으로 환생한다는건 그런거다.


다행히 나르시는 진정했고, 저녁에는 나와 리온의 저녁식사에도 자리했다.


“키가 꽤 컸구나.”


“그렇죠. 아버지를 닮았나봐요.”


“상회에는 관심 없나?”


그는 언제나와 같이 미소를 띄며 넌지시 물어올 뿐.


바람잘날 없는 남편이자, 겉보기와 달리 무관심한 아버지긴 하지만 그래도 가주이고 싶기는 한가보다.


“아직은요··· 아버지만큼 크면 다시 물어봐주세요.”


“그래. 혹시 상회 일 아니더라도 관심있는게 있으면··· 알지?”


내가 웃자 두 사람이 따라 웃는다.


누가 알까, 아버지는 결혼만 네 번에 아들은 인간이 아니라니.


‘아무래도 이렇게되면··· 그 두 사람이 돌발인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지.’


네번째 부인임에도 나르시는 리온에게 굉장히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그리고 모난 돌은 언제나 채굴 순위 1위가 된다.


‘슬슬 당근을 던져줄 때가 된건가···’


발정과 관련된 소동으로 인해 두 부인이 원하는건 사실 리온의 사랑이 아님을 배울수 있었다.


그냥 자기 것을 빼앗겼기 때문에 나르시를 원수 보듯 하는 것 뿐, 그들은 지금의 지위와 자식들의 안위가 관심사의 전부다.


그게 내가 파악한 인간의 습성이었다.


그걸 그대로 이용해볼 셈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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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출 8화 24.03.26 97 2 11쪽
7 이출 7화 24.03.26 112 2 11쪽
» 이출 6화 23.12.30 13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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