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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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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472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7.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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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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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8

DUMMY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호기심을 가질 만큼 술사의 희소가치는 높다.

과거의 어느 멸망한 왕국엔 인공태양이나 녹지 않는 얼음 계곡을 만들 정도로 수준 높은 술사들이 발에 채일 만큼 많다고 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혈통은 퇴색되었고 자료와 지식은 사라졌다. 몇몇의 뛰어난 술사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대륙 끝자락에 도시를 세우고 재능 있는 자들을 모으고는 있지만 술사들 중엔 원체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힘 있는 집단이 되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라시아는 알리샤가 떠돌이 술사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닌가 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예전에 떠돌이한테서 배운 정도밖엔 안 되어요. 초에 불을 붙이거나 조금 떨어진데 있는 물건을 가져온다던가 그런 정도에요.”

“재능이 있다는 의미잖아요?”

“재능에도 한계가 있죠. 평범한 사람이라도 몇 년 동안 제대로 배우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촉매나 도구를 쓴다면 달라지겠지만요.”

“촉매라······그럼 당신은 촉매를 쓰면 어디까지 가능하죠?”


알리샤는 호기심 많은 소녀 같은 그라시아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도시를 전부 불태워버릴 수도 있지 않을 까요?”


그라시아는 웃기지 않는 농담에도 웃어주었다. 그녀가 웃는 동안 알리샤는 “물론 산 하나 크기의 촉매나 몇 천 년 전의 위대한 술사가 남긴 주술도구 같은 게 필요하겠지만요~”라며 자신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럼 당신은 뭘 들고 싸운 거죠?”

“전략을 구상하고 전술을 짜냈죠. 식량창고에 불을 지르거나 매복하고 있다가 화살을 한번 쏘고 도망가기도 했고요. 잘 안되긴 했지만 필요에 따라서 교섭이나 암살도 했죠.”


린다의 한쪽 눈이 깍지를 낀 알리샤의 손으로 향했다. 굳은살이 거칠게 박인 것은 농민의 것과 비슷했지만 그 위치가 달랐다. 린다가 보기에 알리샤의 손은 사람을 때리는 손이었다.


“용병들 중에도 그런 부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용병단이라도 구성했으면 단장이라도 했을 것 같네요.”

“당치 않은 말씀이세요. 여자라고 업신여기는 게 일상인 사람들인데 어쩌겠어요~”


호호호 라며 웃는 모습에서 가식이 느껴졌지만 그라시아가 눈치 채기엔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었다.

린다와 대치하고 있던 우파나히는 환전은 물건너 갔다고 생각한 것인지 린다와의 눈싸움을 그만두고 보석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직원이 보석보관함을 조사한 뒤 걸린 술법을 해제하고 해제한 것을 확인시켜주었지만 우파나히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보석이고 뭐고 간에 귀찮은 일만 없다면 깨지던 말든 관계없는 일이었다.

보석가루가 테이블 위에 남았지만 우파나히는 그냥 쓰레기로 판단했다. 잘 모은다면 시약 한두 개 정도는 만들 수 있을 양이었지만 시약이라는 분야 자체가 그의 관심 밖이었다.

마지막 작은 보석 하나를 집어 들려던 차. 그라시아가 먼저 그 보석을 집어 들고 조금 남은 햇빛에 비춰 상태를 확인했다.

맑고 투명해야할 결정 안엔 바람에 춤추는 얇은 커튼 같은 모양의 문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른달에서 나온 건가요?”

“관심 없다.”

“하른달에서 산출되는 보석들은 결정에 묘한 문양이 있거든요. 문양의 모양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한참을 바라보더니 그걸 린다에게 던져 줬다.


“제가 살게요.”

“불필요한 지출입니다.”


보석의 상태는 꽤 좋은 편이었다. 린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었기에 그라시아도 안심할 수 있었다.


“뭐 어때~다음 달에 파티도 있고. 그거 목걸이로 만들어서 쓸 거야. 그렇게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랑케한테 그렇게 일러두겠습니다.”


린다는 창문으로 보이는 해의 높이를 확인한 다음 병사들을 돌려보냈다. 위법 행동을 적발하기 위한 법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잠시 소집한 것이라 그리 오래 데리고 다닐 순 없는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아, 돈은 내일 정산해도 될까요? 해도 저물어가고······”

“실은 저희가 오늘 여기 이사 온 거라 가구 외에도 살게 많아서요······당장 먹을 것도 부족하고······”


축 늘어져서 궁핍함을 그대로 쏟아내고 있는 알리샤의 행동에 그라시아는 잠시 고민하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음······그럼 오늘 머물 곳을 마련해드릴 테니 그곳에서 하루 머무시겠어요? 물론 세 분 식비 같은 것은 먼저 드리고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얼간이.”


세 명이라고 판단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알리샤까지 세 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아, 맞다······저희 말고도 한 명 더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방을 하나 더 잡아주실 수 있을까요?”

“보석의 가치를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죠. 음······린다. 어디가 좋을까?”

“이사벨라 동상이 있는 분수공원 근처에 흰 산양의 뿔 나팔이라는 여관이 있습니다.”

“린다의 추천이라면 믿을 만하니까 괜찮을 거예요. 이걸 가지고 가서 보여주면 뭐든 해결해 줄 거예요.”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풀어 알리샤의 손에 쥐어주었다. 가볍게 닿은 그라시아의 손은 부드러웠고 알리샤의 손은 거칠었다. 우파나히는 졸린 듯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샤크티를 안아들며 갈 준비를 마쳤지만 알리샤는 좀 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사벨라 동상 근처요? 좀 묘하네요. 로나리나라면 모르겠지만.”


세 명이 환전소에서 먼저 나갔다. 그 뒷모습을 경계하던 린다는 그들이 시야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겨우 칼자루에서 손을 땠고 그라시아는 자리에 앉아 환전소 직원이 덜덜거리는 손으로 가져온 차를 한 모금 마시곤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으······맛없네 이건.”

“집에서 쓰는 찻잎이 지나치게 좋은 것입니다.”

“그래? 그럼 불평하면 안 되겠네.”


불평만 하지 않을 뿐 그라시아가 차를 더 마시는 일은 없었다.


“근데 이사벨라랑 로나리나랑 무슨 차이 인거야?”

“퇴색된 미신입니다. 이사벨라 동상 근처에서 철을 다루면 좋은 물건이 나오고 로나리나 동상 근처에서 술과 오락거리를 팔면 부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 나랑은 별 상관없는 일이네.”

“일곱 영웅의 동상이 생길 때 생긴 뒤로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신경 쓰실 것 까진 아닙니다.”

“그럼 됐고. 밀리아. 저번에 부탁한 건 들어왔어?”


그라시아의 시선이 환전소 직원에게로 넘어갔다. 밀리아라 불린 직원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다른 직원들의 눈을 피해 창고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왔고 이는 그라시아의 뜻과 같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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