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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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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현
작품등록일 :
2017.06.16 22:52
최근연재일 :
2019.04.02 12:16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1,468
추천수 :
31
글자수 :
220,138

작성
17.06.30 04:56
조회
141
추천
1
글자
6쪽

7

DUMMY

그 미소를 따르는 노인의 손이 자신의 공범을 가리켰다. 린다가 턱짓을 하자 병사들이 잔심부름이나 하던 환전소 직원을 체포했고 직원은 자신이 지은 죄를 인정하고 현재의 상황에 수긍한 것인지 아무 변명도 늘어놓지 않은 채 조용히 연행되었다. 노인 역시 직원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당신들 운이 좋네요. 보석보관함에 술법을 걸어서 진짜랑 가짜를 바꿔치기 하거든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세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비춘 쪽은 황금물결을 자랑하는 미녀, 그라시아였다. 이때까지 무관심으로 일조하던 세 사람 중 여자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재산 손실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용병인가?”


군관으로써의 자신의 주인의 안전에 대한 확인, 이라고 하기엔 경계의 수준이 높았다. 린다의 한쪽 눈은 우파나히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남은 눈은 여자를 향해 움직였다. 여자가 자세를 낮추며 양손을 앞으로 모아 안심하라는 태도를 보였지만 린다의 오른손은 여전히 칼자루 위에 있었다.


“예전에는 그런 일을 했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서 그만두었고요.”

“무기류는 소지가 금지된다.”


린다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자 여전히 칼자루에 손을 올리고 있는 그녀의 이름을 침착한 어조로 부르며 다독였다.


“위법 행위만 하지 않으면 누가 오더라도 환영합니다. 여기 온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저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요?”

“록셀 가문의 그라시아 님. 거리의 이야기는 항상 가벼이 여기지 않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저쪽은 남편 분이신가요?”

“예, 우파나히라고 합니다. 말이 적긴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아이는요?”

“샤크티라고 합니다. 아빠를 닮아서 큰일이에요. 애들 같지가 않다고 해야 하나······”


샤크티의 시선을 느낀 여자가 안절부절못하다가 샤크티의 귀를 틀어막았다. 샤크티는 이미 들었지만 못들은 척 하기로 한 듯 사탕을 하나 입에 넣고 한쪽으로 밀어 넣어 뺨을 부풀렸다.


“그럼 당신은 뭐라고 불러야하나요?”

“음······제 이름······”


관찰하려는 시선을 느꼈다. 그라시아 역시 아닌 척 하면서 그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자그마한 웃음이 터진 것은 그때였다.


“뭐였죠?”

“뭐어? 당신 이름이 뭔지는 당신이 알거 아냐?”

“아니······그러니까······이름······엘레나? 알리시아? 루미나샤는 아니고······”


주머니 속을 뒤적였지만 증명서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밖엔 되지 않았다. 린다의 경계가 한층 매서워졌고 그라시아와 병사들 일부는 빙글빙글 돌면서 주머니를 뒤적이며 멍청하게 구는 그녀를 향해 옅게 웃었다.


“아······잊······”

“알리샤 샤마란. 여행자 증명서에는 그렇게 등록되어 있다. 곧 이곳 신분증을 발급 받을 거다.”


우파나히가 자리에서 일어나 안주머니에서 여행자 증명서 세 장을 꺼냈다. 린다가 그걸 받아 잠시 확인한 뒤 돌려줬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시선을 교환했고 두 명 다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가짜는 아닙니다.”

“뭐, 린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이건 환전하려고 했던 건가요?”


이리저리 흠집이 나고 깨진 보석들이 그라시아의 시선에 들어왔다. 여느 귀족들과 같이 보석을 좋아하는지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렇다.”

“세공을 다시 해야겠네요. 안쪽까지 금 간 것도 있고요. 이래서야 장식품으로는 가치가 없겠어요.”

“촉매로 쓰면 된다.”

“그 정도 술법을 쓰는 사람은 이 도시엔 린다나 필리오림 정도밖엔 없어요. 그리고 상태가 이래서야······”


깨진 것 중 가장 상태가 안 좋은 것 하나를 집어 들고 살펴보더니 린다에게 던져주었다.


“린다, 당신이 술사라면 그거 살 거야?”

“금이 간 촉매는 술법에 부작용이 크고 그 특성을 쉽게 잃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거 봐요.”


그녀의 얼굴에 핀 오만한 미소는 “내 말이 맞죠?” 라며 우파나히를 비꼬고 있었다. 하지만 우파나히의 태도엔 큰 변화가 없었다.


“시약을 만들면 된다.”

“보석 하나 가격의 시약이라······”


고상한 웃음소리가 매혹적인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잘린 팔다리라도 다시 자라나게 한다면 팔리겠네요.”


린다는 깨진 보석을 우파나히에게 던져줬고 보석을 받은 우파나히는 그걸 샤크티의 귀를 막고 있던 알리샤에게 내밀었다. 보석을 받기 위해 귀를 막고 있던 손이 떨어졌고 샤크티는 내심 답답했던 것인지 손가락을 귀를 후볐다.


“이걸로 뭘 하라고요?”

“시약.”


그의 짧은 요구에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고 화를 냈지만 주머니에 챙겨 넣긴 했다.


“용병이면 소속은 어디였나요?”

“그냥 이리저리 옮겨 다녔죠~실력엔 자신이 있었으니 보수가 좋은 쪽으로 이리저리~뭐, 그런 거죠.”


그녀의 대답에 그라시아의 시선이 우파나히와 알리샤를 훑어 내렸다. 어떤 물건의 등급을 매기는 듯한 기계적인 시선에 불쾌감이 느껴졌지만 말로 표현하진 않았다.


“남편 분께서는 그러실 것 같고. 알리샤라고 했죠? 당신도 용병이었나요? 아니면 웃음을 파는 쪽?”

“아······말이 좀······”


자칫 무례 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알리샤가 웃음으로 응수하며 설명하려 했지만 먼저 화를 낸 것은 우파나히 쪽이었다.


“그런 쪽이 아니다.”


언제나 단조로웠던 목소리가 거칠어져 있었다. 그라시아의 장난스럽고 무례한 질문을 자신의 아내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인 상태였다. 린다는 자신의 주인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행동을 취할 것 같은 우파나히 앞에 설 뿐이었다.


“음? 그럼 여자 용병이었다는 거네요?”

“전우로써 높게 평가하고 있다.”

“창이나 칼을 들고 돌격하는 건 생각되지 않는데요. 혹시 술사인가요?”


그라시아의 눈이 반짝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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