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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재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조명기(大韓朝明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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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재
작품등록일 :
2023.01.13 03:25
최근연재일 :
2023.02.08 15:4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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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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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6,916

작성
23.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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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7장 티엔 이의 일기

DUMMY

티엔 이의 일기는 하림에게 편지를 쓰는 것처럼 전개됐다. 하림 역시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여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중국은 명나라 가정 8년 즉, 1529년이었다. 명나라를 멸망으로 몰고 간 4대 암군 중 두 번째 황제인 가정제 주후총이 보위에 있던 시기였지. 그 사실을 알고 난 신께 감사했다. 내게는 썩어빠진 명나라의 정치를 개혁하고 부국강병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지식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글을 읽는 내내 하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티엔 이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은 급했지만 나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철저하게 준비하며 때를 기다렸다.

‘티엔 이, 너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거야.’


하림이 기억하는 티엔 이는 매사에 빈틈이 없었다. 어떤 일이든 여러 번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으며 성공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안 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금광을 몰래 개발해서 자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가정제의 총애를 받던 도사의 제자로 들어갔다. 그에게 개처럼 충성한 끝에 드디어 황궁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그가 쉬는 날에는 대신 입궁하여 황제의 수발을 들 수 있었다.


하림은 글을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황제에게 접근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한데 도사라니?


중국 역사에 문외한인 하림도 명나라하면 제일 먼저 환관 정치가 떠올랐다. 권력을 가지려면 도사보다는 환관과 연을 맺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거시기를 제거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내용이 이어질수록 의구심이 커졌다. 이런 식으로는 의문만 가중될 것 같았다.


“안됐겠다.”


하림은 자신의 태블릿을 가져다 놓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역사서를 참고하면서 이해도를 높였다. 그의 태블릿에는 티엔 이의 태블릿에서 복사한 명사(明史: 명나라 역사책)가 저장돼 있었다.


“하아, 이런 막장 드라마가 황실에서 벌어지다니······.”


명나라 11대 황제인 가정제는 다른 미치광이 군주들과는 급이 달랐다. 자신을 신선이라고 착각한 것도 모자라서 불로장생약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천인공노할 범죄를 서슴지 않았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것이 월경혈에 집착한 것이었다. 처녀가 월경을 할 때 흘리는 피가 불로장생을 돕는다는 말에 전국에서 처녀를 뽑아 궁에 들이고 그들의 월경혈을 받아 마셨다. 거기에 월경혈이 순결해야 한다며 식사로 뽕잎과 이슬만 주었다고 한다.


사람이 뽕잎과 이슬만 먹고 어떻게 살겠는가? 영양결핍으로 월경혈의 양이 줄자 화가 나서 궁녀들을 때려죽였다고 하는데 그 수가 2백 명이 넘었다고 한다.


하림은 야사(野史: 민간에서 기록한 역사, 신빙성이 없다)를 역사로 잘못 기재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명백한 역사이자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이었다.


“기가 막히는구만.”


가정제가 그런 미친 짓을 벌인 배경에는 도사들의 쓸데없는 가르침이 있었다. 그들을 향한 가정제의 믿음은 상상을 초월했고 그들 말 한마디면 이름난 권세가도 멸문을 면치 못할 정도였다.


“티엔 이가 도사가 되려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구나.”


그제야 티엔 이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는 10년이 넘는 세월을 인내하며 그날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때가 이르러 황제를 내 손안에 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가정 21년(1542년), 나는 황궁 안 처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궁녀들에게 살해당하기 직전에 황제를 구원하였다. 그 일로 수백 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대를 위한 작은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궁녀에게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하림은 즉시 관련 사건을 검색했다.


“임인궁변(壬寅宮變)!”


하림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삼켰다. 임인궁변은 가정제의 미친 짓을 견디다 못한 궁녀들이 황제를 시해하려고 시도한 사건이었다. 양금영 외 15명의 궁녀는 황제가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가 끈으로 목을 졸라 죽이려고 했다.


일국의 군주로서 이 얼마나 부끄러운 사건인가?


봉건제 국가의 많은 군주들이 암살의 위험을 안고 산다. 하지만 가정제처럼 궁녀들이 떼로 몰려와서 목 졸라 죽이려고 한 시도는 지극히 이례적이었다.


“죽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군. 저대로 죽었으면 후손들 보기 쪽팔려서 제사상이나 제대로 받았겠나? 쯧.”


기가 막혔다. 이런 콩가루 황실을 사대했던 조선의 현실이 비참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궁인들의 암살 기도는 티엔 이의 방해로 실패했다. 티엔 이는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조용히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들이닥쳐 황제를 구했다.


-그 일로 난 가정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도사가 됐다. 나는 그 여세를 몰아 크고 작은 일들을 예언하여 황제의 신망을 얻었다. 급기야 나라의 중요한 일은 모두 나와 상의했고 나는 예언을 핑계로 나라를 좀먹는 간신들과 적폐 세력을 야금야금 척결해 나갔다.


하림은 티엔 이의 명석한 두뇌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래를 안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도사의 신분이라 관직을 겸할 수 없었다. 하나 관직만 없었을 뿐이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신분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난 명(明)을 쇄신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한 12가지의 안배를 시작했다.

‘12가지의 안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아마도 엉뚱한 사람에게 일기가 전해졌을 때를 대비한 것 같았다. 어차피 그의 일기는 하림 외에는 판독이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이런 용의주도함이라니, 티엔 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배의 하나로 장거정과 풍보 같은 다음 세대의 권력자들을 포섭하여 올바른 정치관을 심어주고 군주를 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척계광, 주환, 유대유처럼 청렴결백하고 충성스러운 인재들을 모아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양분 삼아 대명의 인재로 성장해주길 바랐다.


하림은 티엔 이가 열거한 인물들을 검색하며 혀를 내둘렀다. 티엔 이는 진심으로 명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으려고 한 것 같았다. 그의 계획이 어디까지 성공했는지 솔직히 궁금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역사서를 맹신했던 나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티엔 이가 실수했다는 말에 하림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안타까움과 기쁨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이랄까?


-가정제는 8남 5녀의 자녀를 생산하였으나 장남 애충태자 재기를 시작으로 모두가 어린 나이에 요절하고 3남 주재후만 살아남았다.


명나라 황실의 영아 사망률은 상상을 초월했다. 자식을 십수 명이나 낳아도 모두가 요절하고 보위를 이을 후사가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영양가 많은 음식과 최고 수준의 의료지원을 받으면서도 사망률 100%라는 것은 보통 해괴한 일이 아니었다.


-장남이었던 태자 재기가 죽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가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을 때 영안귀비 염씨의 간청으로 태자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명사에는 그가 곧 죽는다고 적혀 있었기에 그저 성의 표시만 하고 나오려고 했다. 대충 경문을 외우고 나오려는데 공기가 탁한 것 같아서 방안에 있던 탄로(炭爐)와 수로(手爐) 등을 치우고 각로(脚爐) 하나만 두게 했다.


탄로는 실내에 두는 화로였다. 손 가까이 두는 것은 수로(手爐), 발 옆에 두는 것은 각로(脚爐)라 하였다.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화로가 있었다.


-내가 태자를 보고 나온 후에 기적이 일어났다. 태자의 병세가 하루가 다르게 호전됐던 것이다. 태자의 모친이었던 영안귀비 염씨는 물론이고 황제까지 내 도력을 칭송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나 난 똥줄이 타들어 갔다. 이대로 태자 재기가 회복한다면 내가 알고 있던 역사가 송두리째 바뀌기 때문이다. 나는 태자가 회복한 원인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기막힌 사실을 알아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에 하림은 일기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얼마나 몰두했는지 미츠키가 들어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불렀는데도 못 들었어?”

“어, 미안. 백과사전 필사는 잘 돼가?”

“양이 너무 많아서 당장 필요한 것만 추리고 있어.”

“그래.”


성의 없이 대답하는 하림을 보고 미츠키가 헛웃음을 흘렸다.


“알았다. 나가줄게. 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거르지 말자고.”


미츠키가 책상에 우주 식량을 놓고 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솥에다 봉지째 넣고 끓인 모양이었다.


“불고기 토르티야!”


불고기 토르티야는 토르티야 빵에 불고기를 넣고 동결건조시킨 것으로 하림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였다.


하림은 빵을 한입 베어 물고 책장을 넘겼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나는 명나라 황제의 평균수명과 황손들의 생존율을 확인하고 치를 떨었다. 한 예로, 명나라 15대 황제 명희종 주유교는 겨우 22살에 붕어했다. 생전에 3남 3녀를 생산했으나 아쉽게도 자식들 또한 모두 요절했다. 부친과 자식들 모두 사망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처음에 나는 암살에 무게를 두고 은밀히 수사했다. 그러다 과거에 어느 환관이 남긴 기록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가 남긴 글을 토대로 수사의 방향을 전환했고 결국 미스터리의 비밀을 풀 수 있었다. 범인은 바로 홍라탄(紅籮炭)이었다.

‘홍라탄?’


태블릿에 저장된 역사서에도 홍라탄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하림은 티엔 이가 홍라탄에 대해 언급하길 기대하며 다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북방의 겨울은 몹시 춥다. 영하 30℃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날씨는 기형적인 난방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겨울이 되면 황궁의 모든 방은 문과 창을 봉하고 실내에서 화로를 지핀다. 화로에 넣고 태우는 목탄을 홍라탄이라고 한다.

“아!”


다음 내용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밀폐된 방안에서 목탄을 피웠다면 일산화탄소 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이 방안에 번개탄을 피우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맙소사!”


하림은 소름이 돋다 못해 전율했다. 대명천지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유도 모르고 죽어갔을 어린아이들과 그들의 죽음을 무기력하게 지켜봤을 부모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중국의 선조들은 교만했다. 조선의 온돌 시스템을 배웠더라면 어린 황손들이 요절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가정제나 만력제 같은 암군이 보위에 오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도 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명나라 황실은 다음 보위를 준비함에 있어 선택의 폭이 좁았다. 아무리 많은 황자를 생산해도 태반이 요절하고 극소수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가정제의 3남으로 12대 황제가 된 융경제 주재후 또한 자질과 상관없이 보위에 오른 인물이었다. 형제들이 모두 요절하고 그만 살아남았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유독 명나라에 무능한 황제가 많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황제가 되는 나라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티엔 이의 한탄처럼 명(明)이 자존심을 버리고 조선의 온돌을 배웠으면 어땠을까?


하나 그런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화약과 나침반, 종이 등을 발명한 중국의 자존심은 목숨보다 더 지독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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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keraS.I...
    작성일
    23.01.25 08:36
    No. 1

    화약은 당나라가 나침반은 고구려가 종이는 채륜이 개발했는데 나중에 고려가 더 잘만들었죠 결국은 다 자기꺼라고 우기다 누가 개발했는지 나라가 멸망하면서 잊혀지자 진짜 중국거가 됨
    다른것도 다 똑같음.... 나중에는 온돌도 자기꺼라고 우길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수어재
    작성일
    23.01.25 10:25
    No. 2

    그래도 중국이 한반도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오만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문화혁명 이전과 이후의 중국은 다른 나라로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중국은 문화혁명 이전의 세상이고 이후의 공산정권은 그냥...........으로 생각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힐던
    작성일
    23.02.04 03:59
    No. 3

    설정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안먹힐 내용 이네요. 조선과 일본 싸움에 휘말리기 싫다면서 청명전쟁 이 기다리는 중국으로가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수어재
    작성일
    23.02.04 18:07
    No. 4

    조선을 배경으로 왜란을 다룬 작품은 많잖아요. 별식으로 생각하고 봐 주세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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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4장 자살 임무 23.01.14 1,039 20 12쪽
3 제3장 타이푼 1호의 마지막 교신 +2 23.01.14 1,044 23 11쪽
2 제2장 인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시도 +2 23.01.13 1,131 21 13쪽
1 제1장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 +6 23.01.13 1,334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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