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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재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조명기(大韓朝明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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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재
작품등록일 :
2023.01.13 03:25
최근연재일 :
2023.02.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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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3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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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인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시도

DUMMY

2023년 9월 23일.


장장 10개월을 비행하여 목적지에 도착한 무인 위성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디모포스라고 명명한 소행성을 향해 나아갔다.


디모포스는 지름이 160m인 축구장 크기의 소행성으로 경로변경을 실험하기에 적합한 크기와 질량을 갖고 있었다. 지구방위군은 이번 실험을 통해 소행성 아포피스의 궤도를 수정하기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지구방위군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확률을 10% 이내로 점쳤다. 무인 우주선이 초속 6.7km의 속도로 날아가서 정확히 소행성을 요격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작업이었다.


만약 조준에 실패해서 우주선이 그냥 지나칠 경우 궤도 수정을 거쳐 다시 충돌을 시도하게 되는데 그 기간이 자그마치 2년이나 걸렸다. 이런 장애 요소를 줄이기 위해 근거리에서 위성이나 요격 미사일을 제어할 조종사가 필요했다.


무인 위성은 자동항법 시스템을 이용하여 목표지점까지 날아간 뒤에 엔진을 끄고 관성의 힘으로 디모포스를 향해 돌진했다.


우주선에 탑재된 카메라가 점차 소행성에 가까워지더니 충돌 3초 전, 통신이 끊겼다. 잠시 후 지구방위군 측에서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는 공식발표가 나왔고 TV 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과 달리 반덴버그 기지의 연구진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확실한 결과를 알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무인 위성의 충돌 에너지가 소행성을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는데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했고 정확한 결과는 추가로 발사한 관측 우주선이 도착해봐야 알 수 있었다.


변수는 해당 소행성의 표면이 얼마나 단단한 가였다. 소행성을 밀어낼 힘을 얻으려면 반드시 소행성에 충돌 분화구가 만들어져야 했다. 이때 분화구에서 만들어진 암석들이 주위로 흩어지면서 소행성을 밀어내는 원리였다. 그런 이유로 소행성 표면의 강도는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 * *


시간이 유수와 같이 흘러 어느덧 2029년 1월로 접어들었다. 1월 15일, 오늘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시도가 있는 날이었다.


아포피스 소행성을 요격하려던 2번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1차 시도에서는 실패의 원인조차 알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2차 시도에서 겨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미국의 맥브라이어 소령이 마지막으로 보내온 통신을 통해서였다.


통신이 끊기기 직전 그는 아포피스 소행성의 뒤에 소형 블랙홀이 있다고 말했다.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블랙홀이라, 믿기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블랙홀이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는 이론을 주장했다. 하나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과거에는 불가능했다.


세월이 흘러 천체물리학의 큰 진전이 있게 되면서 움직이는 블랙홀의 명확한 사례를 밝혀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블랙홀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대한 원인 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과학의 발달 속도를 보아 머지않은 미래에 반드시 규명되리라고 본다. 그전에 소행성의 위협으로부터 인류가 살아남아야겠지만 말이다.


이제는 일반 대중도 아포피스의 존재를 알았다. 티폰 1, 2차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이뤄졌다면 이번 3차 시도는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3차 우주선 발사가 예정된 반덴버그 기지는 발사 일주일 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반덴버그 기지에 쏠려 있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 플랭클린 필모어가 티폰 프로젝트에 참여한 21개국을 대표하여 담화를 발표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인류의 종말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의 멸망을 막을 기술과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미 대통령의 담화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TV와 라디오 앞에 앉아 플랭클린 대통령의 담화를 청취했다.


-전 세계가 합심하여 오랜 시간 준비해왔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우리가 이룬 모든 업적과 지식, 과학 등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 총 3기의 우주선이 발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모두가 합심하여 이룬 티폰 프로젝트가 이 끔찍한 재난을 종식시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인류의 염원을 안고 9명의 비행사가 우주로 갑니다. 신의 가호와 행운이 있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담화가 끝나고 발사장에 우주비행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에 운집해 있던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목이 터지라 환호했다.


이번 3차 발사에는 타이푼이라고 명명한 3대의 우주선이 동원됐다. 그중 3호기에 대한민국의 장하림 대위가 부사령관으로 탑승할 예정이었다. 장하림은 우주비행사 중에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5천만 한국인들은 TV 앞에 앉아 가슴을 졸이며 그의 성공을 기원했다.


탑승장으로 이어진 통로에 새로 만든 금속 편액이 보였다.


-인류를 위해 희생을 바친 티폰 프로젝트 1, 2차 대원들의 명복을 빕니다.


문구를 본 우주비행사들의 눈가에 습기가 맺혔다. 사망한 대원들과는 수년째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다. 그들의 사망 소식과 임무가 실패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남은 대원들은 울분으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타이푼 3호기의 사령관인 윌리엄 잭슨이 하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기운 내. 우리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먼저 간 친구들의 원수를 갚아주자.“

”이왕이면 공룡들의 복수도 해주자고!“


타이푼 1호기의 사령관인 티엔 이가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의 말에 대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장하림이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티엔 이와 하림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하림은 중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나 고등학교 때까지 그곳에서 공부했다. 그때 중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Home stay)을 했는데 그 집 여주인의 외아들이 바로 티엔 이였다.


하림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면서 티엔 이와는 연락이 끊겼다. 하림은 조종사 훈련을 받느라 바쁜 일상을 보냈고 티엔 이의 기억은 점차 흐릿해져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둘은 미국 우주비행사 훈련소에서 운명처럼 재회했다. 그때만 해도 둘의 관계가 엉뚱한 애증으로 엉켜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극으로 점철될 그들의 삶은 역사적이기도 하고 운명적이기도 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지구방위군의 배려로 가족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하림아!“


하림의 형이 어머니를 부축하고 손을 흔들었다. 아버지는 급한 수술이 있어서 오지 못하셨다.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셨다면 가족 걱정은 하지 말고 임무에만 전념하라고 충고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달랐다. 하림을 끌어안고 목 놓아 울며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하림이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한 후에야 마지못해 손을 풀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탑승장으로 향하는데 어머니가 하림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하림은 이를 악물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면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옥외 모니터에서 그들의 이별 장면이 흘러나오자 어수선했던 관람석이 한순간에 숙연해졌다. 사람들은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내며 그들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


인류의 염원을 안고 타이푼 1, 2, 3호가 차례대로 발사됐다. 사람들은 점이 되어 멀어져가는 우주선을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각자가 믿는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 * *


한 달 뒤, 핵탄두를 장착한 타이푼 1, 2, 3호기가 소행성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근접했다. 작전 시작을 며칠 앞두고 우주비행사들은 기지로부터 기막힌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엄청난 수의 유성비가 지구를 강타하면서 지구 궤도에 건설한 우주정거장 2기와 다수의 위성을 파괴했고 대서양과 태평양에 인접한 20여 개 국가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인명피해만 10만이 넘었고 재산 피해는 추정조차 어려울 지경이라고 했다.


파괴된 우주정거장에는 소행성을 요격할 수 있는 다수의 미사일이 탑재돼 있었다. 티폰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우주정거장이 파괴됨으로써 지구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게 됐다. 이제 인류를 구원할 수단은 타이푼 우주선이 유일했다.


대기권 안쪽에서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으로 요격하는 방법도 있다. 하나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다. 완전히 파괴하려면 한 발로는 어림도 없었고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과 낙진이 지구를 오염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소행성 충돌이 단시간에 인류를 멸망시킨다면 방사능은 서서히 말려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었다.


반덴버그 기지에서는 유성비의 피해지역을 우주비행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우주비행사들도 가족의 안위가 걱정됐으나 애써 무시하고 임무에 집중했다.


타이푼 1호기의 사령관인 티엔 이가 3호기의 장하림을 호출했다.


-하림, 대한민국은 유성비가 비껴갔다고 하니 안심해.

-정말이야?

-응, 주취안(酒泉)에서 확인해준 정보야.


주취안은 CMSA(중국 우주국)의 본부가 있는 곳이었다. 지구방위군은 지휘의 혼선을 막기 위해 명령체계를 단일화하고 참가국의 간섭을 배제하길 원했다. 그 방편으로 참가국의 의사 표명은 방위군 산하 국제위원회에 참가한 자국 대표를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주비행사도 마찬가지였다. 지구방위군을 통하지 않은 교신은 가족이라고 해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순순히 따를 중국이 아니었다.


-허난성은 어때?


허난성은 티엔 이의 고향이었다.


-좋지 않아. 하림?

-듣고 있어.

-이번 임무는 우리 타이푼 1호가 완수한다. 너희까지 나설 필요 없다.

-흥, 네 실력으론 어림없어. 성공하고 싶으면 처음부터 우리에게 맡기는 게 좋을 거야.

-하하하. 훈련 성적은 너희 팀이 최고였지. 하지만 실전은 달라.

-웃기지 마라.

-지켜봐. 내가 보여 줄 테니까. 그리고 너는 꼭 살아 돌아가라.

-······.

-하림, 듣고 있어?

-그래.

-부탁 하나 하자.

-말해.

-지구로 돌아가면······허난성에 한번 가 주겠나?

-유언 따위를 전해달라는 부탁이라면 못 들은 걸로 하겠다.

-유언은 무슨, 낯 간지럽게. 그냥, 시간 되면 어머니를 찾아뵙고 나 대신 아들 노릇 좀 해 다오.


티엔 이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중증이었으나 신기하게도 하림은 알아봤다.


-네 녀석이랑 같이 가면 모를까. 혼자서는 죽어도 안 간다.

-······눈 좀 붙여둬. 타이푼 1호, 통신 아웃.


통신을 마친 하림이 침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담배 한 대만 피웠으면 좋겠네.”


그의 말에 타이푼 3호기의 사령관인 윌리엄 잭슨이 자신의 사물함에서 시가를 꺼내서 흔들었다.


“원래는 디데이(D-day)에 피우려고 했는데 며칠 앞당기는 것도 나쁠 것 없겠지?”

“사령관님!”


윌리엄이 하림에게 시가를 건네려 하자 일본인 대원인 미츠키가 빽 소리를 지르고 시가를 가로챘다.


“공기 필터, 재고 없는 거 몰라요? 이건 당분간 압수에요.”


미츠키가 남은 시가마저 빼앗아 갔다. 윌리엄과 하림은 아쉽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미츠키는 타이푼 승무원 중에 홍일점이었다. 그녀와 처음 한 팀이 되었을 때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핵무기관제사라는 직책을 그녀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완전히 불식됐지만 말이다.


티폰 프로젝트는 내부적으로도 자실 임무로 인식되어 승무원을 3명으로 간소화했다. 승무원을 최소화했기에 한 명이 여러 일을 감당해야 했다.


사령관은 전자, 통신장비를 관리했고 부사령관은 조종사와 항법사를 겸했다. 무기관제사는 미사일 발사 시스템과 그 밖의 생명유지장치를 다루는 엔지니어의 역할을 했다.


사령관 윌리엄과 무기관제사 미츠키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들이었다. 하림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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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장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 +6 23.01.13 1,332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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