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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재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조명기(大韓朝明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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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재
작품등록일 :
2023.01.13 03:25
최근연재일 :
2023.02.0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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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6,916

작성
23.01.14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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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3장 타이푼 1호의 마지막 교신

DUMMY

깜빡 잠이 들었던 하림은 몸이 붕 뜨는 느낌에 눈을 떴다. 어느덧 회전하던 외부 선체가 멈추어 있었다. 본체를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외부 선체는 인공중력을 생성하는 핵심 장치이기도 했다.


하림은 눈앞에서 부유하는 태블릿 PC를 낚아채어 의자 밑 서랍에 넣고 전방을 살폈다.


‘반갑다. 이 자식아!’


지구에 재앙을 몰고 온 소행성 아포피스가 눈앞에서 흉흉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소행성 뒤로 이상한 현상이 몰아치고 있었다.


중심에 구멍처럼 보이는 눈이 있고 그 주위로 휘황찬란한 빛줄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마치 빛으로 이뤄진 거대한 태풍을 보는 듯했다. 그런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윌리엄이 흥분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전자기 폭풍이야. 블랙홀로 오해할 만했군.”


2차 프로젝트의 사령관이었던 맥브라이어 소령은 마지막 교신에서 블랙홀을 목격했다고 했다. 한데 지금 보니 블랙홀보다는 전자기 폭풍에 가까웠다.


“세상에! 너무 아름다워요.”


미츠키가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탄성을 흘렸다. 전자기 폭풍이 발산하는 빛줄기는 어두운 배경과 대비를 이뤄서인지 더없이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얼마나 그렇게 넋을 놓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모두는 정체불명의 주파수를 감지했다는 컴퓨터의 경고음을 듣고 현실로 돌아왔다.


“타이푼 1호에서 교신인가?”

“아닙니다. 미확인 주파숩니다.”

“모니터 켜봐.”


하림이 모니터를 작동시키자 지구에서 송출된 것으로 보이는 온갖 잡다한 것들이 재생됐다. 최신 뉴스에서 백 년 전의 영화까지 시간대도 다양했다.


미츠키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지구의 전파기록이에요. 우주로 발산된 전파들이 이곳으로 모이는 것 같아요. 전자기 폭풍의 영향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저걸 보고 있으니까 이상한 기분이 들어. 인류의 발자취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게요. 마치 누군가 인류에 대해 알고 싶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처럼 서사적으로 느껴져요.”


미츠키의 말에 백연이 실소했다. 미츠키는 지독한 외계인 신봉자였다. 저런 식으로 운을 띄웠다가 누가 관심이라도 보이면 바로 외계인 얘기로 넘어가곤 했다.


지직.


어느 순간 전자장치에 간섭이 발생했다. 윌리엄이 기기를 점검했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모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관측 시작합니다.”


감상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이 순간에도 지구에서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했다.


먼저 소행성과 우주선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고 우주선이 정상궤도로 운행하고 있는지 탐색했다.


우주선은 초기에 설정한 경로대로 문제없이 이동 중이었다. 한데 이상한 것이 관측됐다. 소행성 주변을 공전하는 암석층의 띠를 발견한 것이다.


“아포피스는 위성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정밀 탐색 시작하겠습니다.”


의아함을 느낀 하림이 우주선에 탑재된 관측장비를 총동원하여 소행성을 탐색했다.


시시각각 측정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다. 하림과 윌리엄은 수집한 데이터를 반덴버그 기지로 전송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분석을 시작했다.


한창 분석에 열을 올리던 때였다. 하림과 윌리엄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를 쳐다봤다.


“내가 잘 못 본 거 아니지?”

“일단 반덴버그의 분석 결과를 기다려 보죠.”

“그, 그래.”


우주선에 탑재된 컴퓨터도 고성능이었지만 반덴버그 기지의 슈퍼컴퓨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분석 결과가 어떻기에 우주비행사들을 희망에 들뜨게 한 걸까?


잠시 후, 반덴버그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대원들은 내용을 확인하고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쉽게 됐군.”

“······.”


소행성 아포피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해서 표면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 부산물이 소행성의 중력에 사로잡혀 암석대를 이루고 있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대략 2, 3년 안에 스스로 소멸할 것 같다고 반덴버그의 과학자들은 예측했다. 하나, 그때는 너무 늦는다. 지구 충돌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얘기 들었지? 바뀌는 것은 없어. 예정대로 작전을 수행한다.”

“암석대가 미사일의 진행을 방해할 수도 있어요.”


미츠키가 암석대의 구조를 확인하고 말했다.


“반덴버그에서 해결책을 찾겠지.”


반덴버그의 과학자들을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윌리엄은 그들이 반드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반덴버그의 과학자들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들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소행성의 암석대가 아니라 소행성을 뒤따르는 전자기 폭풍이었다. 초기에는 소행성에 가려져서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지구기지에서도 관측될 정도로 강력한 전자기를 방출하고 있었다.


전자기는 전기와 자기장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자기장의 발생 원인은 소행성에 찾을 수 있었다. 소행성을 구성하는 성분 중에 자석의 역할을 하는 물질이 다수 포착되었다.


그렇다면 전기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전자기를 일으키려면 자기장을 자극하는 전기가 있어야 했는데 도무지 근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반덴버그의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전자기 폭풍의 간섭이었다. 천운이 따라줘서 핵탄두가 암석대를 통과한다고 해도 전자기파의 간섭이 있으면 미사일의 유도가 불가능해진다. 또한, 그 범위 내에서는 우주선도 안전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티폰 1, 2차 프로젝트가 실패한 원인으로 전자기 폭풍을 지목했다. 2차 프로젝트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암석대가 조밀하지 않았다. 핵미사일은 물론이고 우주선도 여유 있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통신이 끊기고 모든 우주선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자기 폭풍 외에는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반덴버그 기지는 전자기 폭풍의 정보를 얻기 위해 극단의 결정을 내렸다. 소행성에 가장 근접해 있던 타이푼 1호에 전자기 폭풍을 관측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이에 타이푼 1호는 경로를 수정하여 소행성의 측면으로 접근했다.


타이푼 1호의 임무는 소행성 아포피스의 초근접 촬영과 뒷면에 있는 전자기 폭풍의 정밀 관측이었다.


궤도를 수정하고 20시간이 지난 후에 타이푼 1호로부터 영상이 전송됐다. 타이푼 2, 3호의 우주비행사들은 물론이고 반덴버그 기지의 관계자들까지 타이푼 1호가 전송한 영상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떻게 저런 일이······.”


미츠키가 말했다. 그녀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소행성 아포피스의 중력권 내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전자기 폭풍이 생성되며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이로써 전자기 폭풍을 생성하는데 소행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 말은 소행성이 소멸되기 전까지 그런 현상이 계속된다는 뜻이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시적으로 생성됐다가 소멸하는 전자기 폭풍이었다. 한순간에 나타나서 섬광을 번쩍이고 사라지는 폭풍은 다른 것들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전자기파를 분출했다. 그중에는 감마선 폭발까지 관측된 것도 있었다.


타이푼 3호기의 조종석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오랜 시간 준비했던 것이 모두 부질없게 느껴졌다.


우주선은 전자장치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자기 폭풍에 휘말리는 순간, 실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모든 능력을 잃게 될 것이다.


“전자기 간섭을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미사일도 유도할 수 없어요.”


미츠키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레이저 유도는 어떨까?”

“레이저 지시기가 버티지 못할 거예요. 그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새로 우주선을 발사할 여력도 없고요.”


레이저를 유도하는 지시기도 전자장치로 이뤄졌다. 그것 역시 전자기 간섭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인류는 다시 우주선을 쏘아 올릴 재원도 시간도 없었다.


윌리엄이 반덴버그 기지로 통신을 전파했다.


“반덴버그, 우린 뭘 해야 하는가? 지시해 달라.”

-타이푼 3호, 지금 논의 중이니 대기해 주기 바란다.

“시간이 없다. 곧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 지점에 도달한다.”

-우리도 알고 있으니 대기해 주기 바란다.


우주비행사들은 반덴버그 기지의 지시를 기다리는 동안 숨 막힐 듯한 공포를 느꼈다. 일분일초가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반덴버그 기지에서 명령이 하달됐다. 우주비행사들은 내용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주정거장이 파괴된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은 타이푼 우주선뿐이었다. 대기권 내에서 핵폭탄으로 파괴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방법은 운석 충돌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소행성에 가장 근접한 타이푼 1호에게 가장 먼저 목숨을 담보한 임무가 부여됐다. 전자기 폭풍 지대에 최대한 접근하여 전자기 간섭이 미치는 범위를 측정하라는 임무였다.


사실상 자살 임무나 다름없었다. 전자기 범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모든 전자장비가 먹통이 될 것이고 추력을 잃고 떠돌다가 암석과 충돌하여 파괴되거나 소행성의 중력에 사로잡혀 소행성과 운명을 함께 하게 될 것이었다. 그전에 생명유지장치가 멈춰 모두 죽겠지만 말이다.


타이푼 1호는 다시 궤도를 수정하여 전자기 폭풍으로 향했고 수집한 데이터를 반덴버그 기지로 전송했다.


잠시 후,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여긴 지구기지는 긴급으로 경로를 이탈하라는 명령을 타이푼 1호에 전파했다.


하나 아무리 기다려도 타이푼 1호가 경로를 이탈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타이푼 1호에서 레이저통신으로 교신이 들어왔다. 레이저통신은 최후에 사용하는 비상 통신 수단이었다. 장치 표면에 전자파를 차단하는 물질이 칠해져 있었으나 강력한 전자기 간섭에 그마저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타이푼 2호가 타이푼 1호에서 전송된 레이저 송신을 받아 타이푼 3호와 반덴버그 기지로 전송했다.


-친구들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조금 전에 엔진과 생명유지장치가 멈췄다. 너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건투를 빈다.


통신기 가용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지 티엔 이 사령관은 평소보다 빠르게 말했다. 티엔 이는 공용통신을 마치고 타이푼 3호에 탑승하고 있는 하림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하림, 일이 이렇게 돼서 유감이다.

“······.”


하림은 슬픔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티엔 이! 내 말 들려?”


하림이 티엔 이를 호출해 보지만, 티엔 이는 딴소리만 했다. 레이저통신은 단방향 통신만 가능했다.


“티엔 이, 뭐라도 좀 해봐. 나한테 맥주 사기로 한 약속 잊었어?”

-하림, 내가 전에 한 말 기억하냐? 꼭 살아남아라. 그리고 허난성에 한 번 방문해 줘.

‘······그럴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나간다면 꼭 그렇게 할게.’

-무운을 빈다. 장하림.

“······너도 무운을 빈다. 티엔 이.”


그렇게 타이푼 1호와의 교신은 끝났다. 타이푼 1호는 동력을 잃고 정처 없이 끌려가다가 전자기 폭풍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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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4장 자살 임무 23.01.14 1,037 20 12쪽
» 제3장 타이푼 1호의 마지막 교신 +2 23.01.14 1,042 23 11쪽
2 제2장 인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시도 +2 23.01.13 1,130 21 13쪽
1 제1장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 +6 23.01.13 1,332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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