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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린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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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린
작품등록일 :
2021.01.19 20:40
최근연재일 :
2022.03.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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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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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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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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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9화 침투(4)

DUMMY

초월 플레이어 59화

<침투(4)>


일개 보조 사자라고?

정식 사자로 발탁되기 전에 거치는 단계가 10구역의 보조 관리 사자였다.


“그렇군. 자네가 이번에 보조 사자로 들어온 비게르인가.”

“넵.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막중해.”


차분히 인사를 하는 비게르.

그러나 사자들 중에 누구하나 그가 마음에 든 이는 없어 보였다.

첫. 임무를 맡은 사자가 그것도 자신보다 한참이나 아래인 자가 저렇게나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보기 불편했다.


‘감히, 보조 사자 주제에 저렇게 나서다니.’


그 중 언제나 총관님의 관심을 이끌려 아득 바득 노력하던 대표 사자의 눈에서는 폭발할 듯 분노가 어른 거렸다.


“아마 쉽지는 않을 거야. 슈-라····.”


그녀의 이름을 말하는 총관의 낯빛이 잠시 피곤함에 쩔은 사람처럼 변했다.


“아니야. 아무튼 최선을 다해주게.”

“감사합니다. 부응에 답해 드리겠습니다.”


사수가 슈라 사자라니.

총관은 어쩌면 직접 겪어보면서 차차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자기소개는 끝났고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하지. 이유에 대해 왜 알고 싶은 건가?”

“듣기로는 감옥에서 도깨비라는 위치까지 놓인 자가 단지 한 층의 소란이 일어난 이유로 내려 오지는 않을 거란 의견입니다.”


차분한 태도로 말하는 그의 말은 송곳처럼 뾰족하게 찔러왔다.

묘한 느낌이다. 보랏빛 눈망울처럼 흔치 않은 기묘한 느낌.


“네놈!!! 감히 도깨비님을 함부로 말하다니, 건방 떠는 것도 적당히!”


호통을 치는 대표 사자.

이건 그동안 쌓인 분노 또한 섞여 있었다.


척-


총관이 팔을 들었다.


“흡!”


그러자 단숨에 흥분에 섞인 목소리가 끊겼다.


“자네는 오늘따라 말이 너무 많군.

상관인 나보다 말이야.”

“죄···· 죄송합니다.”


이것은 군인으로서 갑과 을의 관계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었을 때 경고하는 일종의 표시나 다름없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더는 입을 열지 못했다.


“확실히···· 인상만큼이나 예리하군.”


몇 놈을 거친 그의 눈에 비친 비게르의 첫인상은 남들보다 특별했다.

상황에 맞게 오랜만에 재밌는 이가 찾아온 것이다.


“자네의 말이 맞다. 도깨비님이 만약 그러한 이유로 내려왔다면 그건, 우리를 더는 필요치 않은 다는 이야기지. 다른 말로 바꿔 말하자면 감옥의 간부로서의 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끝말이 쓸쓸하게 들렸다.

가치를 부정당한 다라. 이 얼마나 숨 막히는 상황이란 말인가.

유일하게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 이 지하 세계.

심판의 감옥이라는 불리는 곳일 뿐인데 말이다.


‘그럼 어째서····.’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총관의 경고를 본 순간 아무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였다.

그는 그저 표정으로 드러낼 뿐이었다.


“자네도 같은 생각을 했겠지.”

“넵.”


총관이 잇몸을 드러냈다.


“본론을 말할 때가 온 것 같군. 그래.”


그는 숨겨둔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사람처럼 왼쪽 손을 옷자락 끝으로 구겨 넣었다.


“저건!”


9명의 사자 모두의 눈이 당혹감에 휘 동그래졌다.


“총관님!”



자신이 정령 헛것을 본 것이 아닐까.

총관의 바로 앞쪽에 놓여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눈밭처럼 새하얀 종이였다.


[辭表 * 직위 위임]


심연 1층에 붉은 개체 출현 소식.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총관의 갑작스러운 퇴임 소식까지.


“갑자기 사표라뇨! 이게 무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어떻게 하라 구요.”

“저희를 이대로 버리시는 겁니까····.”

“아. 아.”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하나도 틀리지 않고 모두다.

그런 것들까지 하나같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총관님! 안 됩니다. 총관님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이 감옥에 들어온 까닭도 총관님 하나만 보고 왔다는 사실을! ”

“그만 불러라. 귀청 떨어지겠다.”


물론 예외는 늘 존재했지만 말이다.

왠지 모르게 100구역 사자 저놈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도 옆에 딱 붙어 있을 놈 같았다.


“제군들. 잘 들어라.”


실로 오랜만에 듣던 명칭이다.

사자들이 첫 회의를 가졌을 때 듣던 명칭.


“오늘부로 심연 1층의 총관직을 내려놓겠다.”


사자들이 하나둘씩 말렸다.

하지만 그것 모두 위선.

그들의 본심은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 명만 제외하고 선.


“그리고····.”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오늘 회의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상 도깨비님이 직접 오시는 경우는 이것이 유일무이 (唯一 無二) 하므로.


“내일 밤 심연 1층에 총관의 자리를 앞두고 경쟁을 벌인다. 단.”


사자들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진다.

불현듯 찾아온 기회는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총관의 자리를 넘볼 기회.


“총관의 자리는 도깨님께서 직접 뽑으신다.”


두둥.

그 기회 가운데 심연 도깨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


지령이 떨어진 후 한달 남짓.

여기저기서 마수를 불러들인 배후자에 대해 수사망을 점차 넓히고 있었다.


“폐하. 이번에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가르 지역 남쪽 부근에서 엑스 그를 봤다는 목격담이 있었습니다.”

“가르 지역이라면? 옛 제하르 제국이 있었던 곳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광활한 사막이 펼쳐진 가운데, 툭하면 전쟁을 일삼는 전투 민족들이 모여 산다는 제하르 제국.


“그 옛 제하르 제국이라면 벌써 멸망한 지 오래된 곳이 아닌가. 그곳에 아직도 사람이 모여 산다는 말이야?”

“옙. 전해 들은 바로는 제국이 멸망한 뒤로 채 오갈 데 없어진 자들끼리 서로 합심하여 그곳에 따로 마을을 만들어 산다고 합니다.


황제의 물음에 카이스가 즉각 대답했다.


“대단하네. 그런 척박한 땅에 마을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막 위에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상 알 길이 없었다.


“그건 그렇고. 그 외에는 다른 말은 없던가.”

“그렇습니다. 목격담 외에는 그곳을 면밀히 조사해도 나오 것은 없었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소식을 전한 자들에게 모두 수고했다고 전해주게.”

“옙.”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서는 카이스.

어린 황제 라엘 헤르만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허탕인가.’


수차례나 비슷한 소식이 들려왔지만, 전부 다 그를 목격했다는 말만 되풀이되었다.


‘어디로 이동했다는 것은 확실한데 말이지.’


문제는 그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밝혀내지 못했다는 사실뿐.

또 한 가지 걸리는 것은 그 방향이 랭커 1위였다는 그자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지도에 표시된 방향은 라엘 라하드 제국을 시점으로 헬겔 – 바실론 – 라디안 - 가르 지역까지 뻗어 있었다.


“그럼, 다음 향할 곳은 슈라마 지역이라는 말인데····.”


슈라마 지역에 대해 조사단이 이미 그쪽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을 터.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곧 그쪽에 대한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부디 이번에는 목격담 외에 다른 소식도 들려왔으면 좋으련만.’


“황제 폐하!”


그때였다.

때마침 슈라마 지역에 가지고 있던 만년필을 이용해 표시를 새기고 있을 때, 기사 한 명이 다급하게 노크를 했다.


“무슨 일이지.”

“실례하겠습니다. 다름 아니고 얼마 전 슈라마로 파견되었던 조사단이 방금 막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린 황제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럼 얼른 들여보내게.”

“옙. 알겠습니다.”


기사가 정중히 문을 나섰다.

얼마 뒤, 거친 인상에 한눈에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 외모를 풍기는 중년의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부름에 응답하겠습니다.”

“그래. 일단 먼 길 가느라 수고했네.”


무릎을 꿇어 황제에게 예의를 가친 사내.

라엘 헤르만은 그에게 그동안 슈라마 지역을 조사했던 것을 낱낱이 물었다.


“슈라마 지역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다른 생명체 또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쪽도 가르 지역과 같이 사막 지역이란 말인가?”


역시 가르 지역과 비슷한 척박한 땅이란 말인가.


“아닙니다.”

“그럼····?”

“의외로 정반대였습니다.”

“정반대라니?”

“가르 지역은 그야말로 뜨거운 태양 아래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라면”


조사단의 리더인 그의 눈가 밑에 그늘이 깊게 졌다.


“슈라마 지역은 그야말로 흐릿한 달빛 아래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서늘한 추위가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얼어붙은 땅이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흐흠.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의 말에 반증하듯 그의 얼굴은 처음과 달리 창백하게 변해 있었으니.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린 황제의 미간이 좁혀졌다.

대체, 무엇을 위해 그런 험한 곳들을 거친단 말인가.

굳이?


어째 수사를 진행할수록 더욱이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폐하. 한마디 올려도 되겠습니까.”

“또 다른 것을 들은 바가 있나.”

“그게····. 들은 것은 아니고 그곳에서 본 것이 있습니다.”


그가 확신이 서질 않는 눈빛으로 말했다.


“말해보게.”

“그게 실은····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니고 조사단 인원 중 한 명이 목격한 것인데 그 내용이 심상치 않아서 말입니다.”

“그자가 누구지? 바로 불러오게.”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저리도 망설인다는 말인가.

황제는. 직접 목격한 이에게 듣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


“폐하. 부르셨습니까.”

“왔는가.”


그의 말에 바싹 긴장된 듯 몸을 떠는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슨 말인지. 설명해 보게.”

“주제넘지만,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어린 황제 라엘 헤르만은 알지 못했다.

이 이야기가 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지는 말이다.


“죄수복을 입은 여러 명의 사람이 줄지어 어딘가로 가는 듯해 보였습니다.”

“죄수복?”


죄수복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라엘 리드 심판장에서부터 슈라마 지역까지.

그 경계 선상에 있는 자는 엑스도 랭커 1위 그자도 아니었다.


“능력자 죄수 지크.”


죄수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 자리에는 황제가 자리하지 않았지만, 심판장을 탈선한 죄수 그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카이스!”


헤르만이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야 풀리지 않던 퍼즐이 서서히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문 앞에 대기하던 근위기사 카이스가 그의 부름에 단걸음에 달려왔다.


“죄수 지크가 누구와 함께 사라졌다고 했는가?”

“사냥꾼 랭커 1위 그 자입니다.”

“혹시 그럼 그자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알려진 바로는 비게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이름은 왜 묻는 거지?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어린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놈이다. 비게르.”


사건을 일으킨 주범.

당연시 엑스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드디어. 최종 목적지를 알겠다.”


참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쉽게 풀릴 것을 그동안 헛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게 무슨 뜻이신지.”


카이스가 자신도 모르게 질문했다.

이름만으로 어떤 결론이 나왔다는 말인가.


“심판의 감옥.”


라엘 헤르만이 표시된 지도를 들며 읊조리듯 말했다.


설마!

카이스의 눈빛이 변했다.

어린 황제가 지도에 가리킨 곳. 그 끝에 달하자 아무것도 표시가 되지 않은 땅이 보였다.


‘저곳은 저주받은 땅.’


그는 어린 황제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슈라마 지역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옛 고대의 마수가 혼돈과 죽음을 내렸으며 일명 저주받은 땅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침투(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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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침투(4) 22.03.24 77 0 12쪽
59 58화 침투(3) 22.03.18 21 0 12쪽
58 57화 침투(2) 22.03.14 22 0 13쪽
57 56화 침투 +1 22.03.03 37 0 11쪽
56 55화 심장이 없는 사내(3) 21.12.24 84 0 13쪽
55 54화 심장이 없는 사내(2) 21.12.21 31 0 12쪽
54 53화 심장이 없는 사내 21.12.15 38 0 12쪽
53 52화 구원자(3) 21.12.10 33 0 12쪽
52 51화 구원자(2) 21.12.08 33 0 12쪽
51 50화 구원자 21.12.03 35 0 13쪽
50 49화 붉은 목도리(3) 21.11.24 33 0 13쪽
49 48화 붉은 목도리(2) 21.11.16 36 0 12쪽
48 47화 붉은 목도리 21.11.08 37 0 12쪽
47 46화 심연(3) 21.10.29 36 0 12쪽
46 45화 심연(2) 21.10.18 41 0 13쪽
45 44화 심연 21.09.29 40 0 14쪽
44 43화 개미굴의 왕(5) 21.09.27 35 0 13쪽
43 42화 개미굴의 왕(4) 21.09.21 36 0 13쪽
42 41화 개미굴의 왕(3) 21.09.18 36 0 13쪽
41 40화 개미굴의 왕(2) 21.09.16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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