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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린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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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린
작품등록일 :
2021.01.19 20:40
최근연재일 :
2022.03.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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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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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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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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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9화 붉은 목도리(3)

DUMMY

초월 플레이어 49화

<붉은 목도리(3)>


“알려줄까?”


마치 약 올리듯이 사내는 초록색 실을 흔들어 보였다.


“이 싹 바가지 없는 놈이. 누구 앞에서 그런····.”


열쇠 관리인을 놀리듯이 대하다니 감히 신입 주제에, 신입 주제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마음 같아선 다시는 저딴 식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처음부터 정신 교육을 시키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신입의 어쭙잖은 도발에 걸려들 만큼 그는 어리석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알려줄게. 그 대신 먼저 이 색의 가치를 좀 알려주면.”


‘이 녀석은 싸우자는 건지 거래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네.’


태도는 건방진데 말하는 것은 서로 피차 궁금한 정보를 교환하자 뜻으로 보였다.

무엇 때문에 저리 확실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는 초록색의 실이 어디서 났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후우. 왜 궁금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 초록색 실은 네 녀석 같이 주제를 모르고 설쳐대는 놈에게 있어서는 안 될····.”

“별거 없던데.”


양손으로 실을 죽죽 댕기는 사내.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실이 그렇게 대단한가 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네 말을 듣고 있는 거야?! 응?”


자신의 말을 듣는 듯 마는 듯 정신없게 실만 죽죽 당기는 사내의 태도에 없던 감정도 다 생겨날 판이었다.

급기야 말하는 도중 지루한지 하품까지 해대는 꼴이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하 으윽- 그런데 말이야···· 보다시피 내가 좀 피곤한데.”

“그러니깐 내 말을 좀더 귀 기우려 들으란····!”


이 새끼 얼척이 없네.

물어 볼 땐 언제고 하는 소리가 피곤하다니.

그게 지금 질문을 한 녀석의 태도 인가라고 생각을 하려던 때.


‘이 새끼 마력이 왜 이래?’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럴 수 없을 텐데.

-99란 수치를 가지고도 이런 살벌한 기운을 뿜어낼 수 있다니.

쿵, 쿵, 쿵, 쿵.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힘의 서열의 우위가 자신도 모르게 바뀌고 있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내가 묻는 것에만 대답했으면 좋겠는데.”


‘네.’


이런 X 친

무의식적으로 ‘네’라고 뱉을 뻔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 덕분인지 몰라도 입까지 굳어버린 탓에 덕분에 큰 실수를 범하는 일은 피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변화에 믿기지 않은 것은 여전했다.

혹시.


“들었어? 이번에- 새로 들어온 놈들 중에 특별 무제한 인원이 있다는 말.”

“그게 무슨 소리야? 특별 무제한이라니?”


처음 듣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해진 그의 귓가에 같은 구역을 담당하는 10-B 구역의 열쇠 관리자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실은 사자끼리 대화하는 걸 우연히 엿들었는데···· 신입 주제에 사자의 기술을 가로막는 놈이 하나 있었다던데.”


이 녀석이····.

감옥 내 유일하게 마력 억제에 자유로우며 별개로 ‘고유 능력’을 지니고 있는···· 앞뒤 계산을 다 때려보아도 이것 밖에는 납득할 길이 없었다.

스읍.

진정. 진정하자.

그는 미칠 듯이 뛰는 심장을 잠시 가라앉으려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묻는 말에만 대답해주지.”

“진즉에 그렇게 하지.”


뿌득.

한 대 치고 싶다.

한 대 치고 한 대 더 발길질 해주고 싶다.

저놈의 마력에 심장 떨리건 나발이건 다 필요 없고 어떻게든 저 나불거리는 입중아리를 뜯어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타고 온몸으로 전해졌다.


[특별 무제한 인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죽게 둬서는 안 된다. 가치가 있으므로,]


‘빌어먹을.’


열쇠 관리인으로 숙지해야 할 것에 제일 첫 번째로 들었던 말이었다.

이 말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생까고 무시해버렸을 텐데.


“네놈이 가지고 있는 초록색의 실은 초록색 목도리의 마수에게만 나오는 실이지.”

“그 초록색 목도리의 마수는 얼마나 강한 거지? 하얀 목도리 놈들보다.”

“비교도 안될 만큼···· 가만 이게 설명하기는 쉽겠네.”


그는 설명하기 쉽게 내부에 전시되어 있던 갑옷 기사의 창을 빼앗아 들었다.

잠식.

스륵-

그가 기술을 쓰자 창이 서서히 검게 물들었다.

이윽고 완전히 검은 물체로 변한 창.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내와는 달리 열쇠 관리인은 별 대수롭지 않게 벽에 대고 검은 창날을 그었다.


“현재 우리가 수감되어 있는 층은 10구역부터 100구역이 있는 심연 1층.”


벽에 서서히 그려지는 그림.

검은색으로 쓰여진 글씨는 감옥의 층에 대하여 나타내고 있었다.


“이 층에는 주로 나오는 것은 하얀색 목도리 마수.”


심연 1층을 나타내는 그림에는 하얀 목도리라 적힌 글씨 아래에 하급, 중급, 상급이 적혀 있었다.


“운이 나쁘면 상급, 운이 몹시 나쁘면 노란 놈들도 가끔씩 출몰하긴 하지.”


그래. 원래 이게 일반적인 것이지.

그는 자신이 창으로 그린 그림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변수가 나타났지. 그것도 5년 전에.”

“5년 전?”

“어떤 이유에서 출몰한 지 모르지만 현층에 나오면 안 될 다음 층에서나 나올법한 괴물이 나온 거지.”


그는 그 당시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에 압도적인 파괴력.

외눈박이에 입에서는 엄청난 살상력을 발휘하는 독가스가 쉴 새 없이 연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굳이 감옥 밖이랑 비교하자면 체감상 A등급 이상의 마수를 보는 것 같았지.”


솔직한 감정으로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그럴 것이 그 당시 그는 열쇠 관리인으로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10구역 13명.

20구역 7명.

30구역 1명.

초록색 목도리에 의해 희생된 죄수들의 숫자만 합하더라도 스무 명은 넘었으나···· 그저 무책임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


사내는 벽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눈빛을 반짝거렸다.


“그 녀석. 생긴 것은 무슨 논밭에 출몰하는 들짐승처럼 생겨먹었더만 A등급이면 꽤 치는 놈이었잖아? 그럼 그 녀석이 말한 것도 사실인가?”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초록색 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만······ 말했다고?”


열쇠 관리인은 잠시 그 말에 멈칫했다.

일반적으로 하급, 중급 개체는 언어를 구사할 지능이 없기에 소리를 지르거나 무작정 냅다 공격을 가하는 것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말을 했다고?


“무슨 말을?”


거짓일 수도 있지만, 괴성이 아닌 말을 했다는 것은 언어를 구사하는 개체, 즉 같은 색이지만 서열 등급이 제일 높은 상급 개체일 가능성이 컸다.


“실은 나도 그게 알고 싶어서 물어본 건데······ 뭐라더라 곧 성에 주인이 깨어나실 것이다. 라고 하던데.”


‘성에 주인?’


불길함이 물밀 듯 엄습했다.

어쩐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심연 1층에 생성된 끝자락치고는 규모가 있다 했는데 성에 주인이라면····.


‘큰일이다. 어쩌면 초록 놈보다 더 강한 놈이 이 성 내부에 존재할지도.’


그때였다.

와장창-!

갑작스레 그들이 있는 곳의 반대 방향 쪽에서 굉음과 함께 비명이 울렸다.


“이건,”


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성에 주인, 놈이다.”

“어딜 가는!”


확신에 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선 하얀 머리의 사내는 곧바로 소리가 난 쪽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쳇. 귀찮게 됐네. 히든 공간이 생기다니.”


어쩐지 정해진 시간이 지났을 법도 한데 공간이 원 상태로 바뀌지 않는 걸 보면 틀림없이 ‘히든 공간’ 인 게 분명했다.


‘사자 녀석들···· 이래선 5년 전이라 다를 게 없잖아.’


애당초 충분한 사전 탐사를 했으면 이런 불상사가 나올 일은 죽어도 없었을 텐데.

하긴 사자들이 언제는 죄수들의 목숨을 X도 신경 썼나.

그는 사내가 시야에서 사라진 긴 복도를 체념한 듯 쳐다보았다.


‘이걸 써야 하나.’


초록색 목도리가 나온 이상 사자를 불러와야 할 것 같은데.

주머니에 있던 차원의 열쇠를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하였다.


“일단 사태파악 좀 하고.”


성에 주인이라고는 하나 그게 어떤 생명체인지 무슨 색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급할 필요는 없었다.

당장. 이걸 써 버린다면 다른 사자는 물론 자신까지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런 위급할 상황에 사용해야 할 차원의 열쇠를 그동안 몰래 멋대로 악용했으니.


‘다른 사자는 몰라도 적어도 실든 그놈에게 걸린다면 어떤 형벌이 내려질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열쇠 관리인이라면 어느 정도 편의를 봐주는 다른 사자와는 달리 융통성이라고는 개나 줄 만큼 하나도 없는 놈이다.

척.

더 쓸모가 없어진 창을 다시 갑옷 병사의 손에 쥐여준 뒤, 발걸음을 돌렸다.


“아오. 제기랄!”


너무 많은 생각을 한 탓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속으로 터진 까닭일까.


‘아무리 그래도 신입에게 겁먹다니.’


중간마다 불길이 타오르는 복도를 걷던 그는 거칠어진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인상을 구겼다.


‘체면이 있지.’


아직 자신이 궁금한 것을 듣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흘러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다짐했다.

심장이 빠르게 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또다시 맞닥뜨린다면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대할 것이다.


[복도 끝.]


잿빛이 감도는 하늘 아래 소리가 난 쪽으로 방향을 튼 사내의 귓가에 죄수들의 고통 어린 비명이 더욱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살기’


검붉은 피가 사방에 뿌려지는 소리.

몸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

이건 누가 봐도 위협적인 무언가에 의해 죄수들 목숨이 날아가는 소리였다.


‘찾았다.‘


꽤 거리가 있을 줄 알았던 것과 달리 그가 찾던 곳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저게.”


산산조각이 나버린 유리창 뒤로 이질적이게 위협다운 검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쿵.

심장이 철렁거렸다.

죄수들의 피로 물들여진 내부.

이 광경을 보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지옥.

마치 ’사신‘이 악행을 저지른 죄수들을 심판하듯 시야에 비쳤다.


“성의 주인이로군.”


죄수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찾던 이미지와는 정반대였으나 마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이놈은 애송이였네.’


저놈을 보고 손에 들린 초록 색실을 내려다보니 정말 별거 없게 느껴졌다.

-99란 숫자를 만든 놈이기야 하지만 호들갑 떨 정도로 강력한 녀석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잘해봐야 B등급 정도.’


평소의 능력만 사용했다면 손쉽게 잡힐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저건 못해도 S급이다.’


이제껏 보았던 마수와는 차원을 달리했다.

검은 능력을 갖춘 이후로 단 한 번도 마수에게 어떠한 두려움이란 감정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설렘’ 외의 ‘두려움’이란 감정이 감돌았다.


“살···· 살려.”


창가 주위에 힘없이 쓰러져 있던 죄수가 그가 있던 방향으로 잠시 떨리는 손을 휘적거렸지만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아니, 도움이 닫기 전에 허공을 만지던 손이 곧바로 아래로 떨어졌다.

허헉.


“네 녀석 신입 주제에 감히····”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따라온 열쇠 관리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붉은색?”


이내 믿을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바뀐 그는 땀이 맺힌 손으로 주머니에 있던 ‘차원 열쇠’를 재빨리 손에 쥐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붉은색이라니.

이건 다른 열쇠 관리인의 입장이 곤란해지건 나발이건 다른 사자에게 알려야 할 일이었다.

그는 허공에 대고 ‘차원 열쇠’를 마치 문고리를 여는 것을 시늉하듯 돌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공간에 푸른색의 문이 생기더니 ‘딸칵’ 소리를 내며 새로운 공간이 열렸다.


‘전멸.’


이윽고 그가 들어가려던 찰나 몸이 잠시 멈칫하였다.

제일 최악의 수가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만약 돌아오던 중 모든 죄수가 죽어버린다면.

그는 마른 침을 삼켰다.


“뭐야 쫄아서 도망치는 거야?”


그 순간.

잠시 멈춰있던 그의 뒤통수에 자신감 넘치는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잠시 잘 못 들었나 생각하며 고개를 휙 돌리는 찰나.


“겨우 저런 놈에게 말이야.”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시야에 비친 사내는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검붉은 마수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붉은 목도리 (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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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침투(2) 22.03.14 23 0 13쪽
57 56화 침투 +1 22.03.03 38 0 11쪽
56 55화 심장이 없는 사내(3) 21.12.24 86 0 13쪽
55 54화 심장이 없는 사내(2) 21.12.21 31 0 12쪽
54 53화 심장이 없는 사내 21.12.15 38 0 12쪽
53 52화 구원자(3) 21.12.10 35 0 12쪽
52 51화 구원자(2) 21.12.08 33 0 12쪽
51 50화 구원자 21.12.03 35 0 13쪽
» 49화 붉은 목도리(3) 21.11.24 34 0 13쪽
49 48화 붉은 목도리(2) 21.11.16 36 0 12쪽
48 47화 붉은 목도리 21.11.08 37 0 12쪽
47 46화 심연(3) 21.10.29 36 0 12쪽
46 45화 심연(2) 21.10.18 41 0 13쪽
45 44화 심연 21.09.29 40 0 14쪽
44 43화 개미굴의 왕(5) 21.09.27 35 0 13쪽
43 42화 개미굴의 왕(4) 21.09.21 36 0 13쪽
42 41화 개미굴의 왕(3) 21.09.18 37 0 13쪽
41 40화 개미굴의 왕(2) 21.09.16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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