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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황야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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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바퀴
작품등록일 :
2017.12.12 11:55
최근연재일 :
2018.02.19 12:28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13,404
추천수 :
98
글자수 :
259,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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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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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 그래도 다 끝났으니까요. (2)

DUMMY

“훈련병 류진영. 정신 지배자의 공격에서 좋은 활약을 해줬네. 작업을 무단으로 빠진 것은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그에 대한 징계보다는 보상을 할 만한 사항이 더 크기 때문에 이번만은 넘어가지.”


“가,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의지는 좋다만, 아쉽게도 자네가 받게 될 포상 중 하나에 전역도 포함되어 있다네.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당겨주는 것이지만, 그래도 기쁘게 받아줬으면 하네.”


이성하 씨의 말에, 류진영은 웃음을 참으려고 안간 힘을 쓰는 얼굴을 하고 다시 경례를 했다.


어떤 포상을 받게 되는지는 궁금했지만, 굳이 그걸 물어보지는 않았다. 같이 도망치고 싸운 전우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오래 본 사이도 아니고 내가 참견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파들파들 떨리는 얼굴로 온 류진영을 힐끗 바라보고, 이성하 씨가 나를 향해 눈짓할 때 이성하 씨의 앞으로 다가갔다.


“크로우 군. 자네의 활약에는 정말 감사하고 있네. 딸 뿐만 아니라, 이 도시를 구한 데에 굉장히 큰 공로를 해줬다고 할 수 있네.”


“감사합니다.”


“그저, 조금······ 능력의 위력이나 범위를 조절해 줬으면 더 좋겠지만, 급박한 상황이었으니 당연히 그럴 여유는 없었겠지. 이해하네.”


“그, 어. 감사합니다.”


내가 그렇게 찝찝한 목소리로 말하자, 이성하 씨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내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오만의 힘과 크로우의 조력을 받고 있었던 그때에는 건물이 무너지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렇게 신나게 부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들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었고, 다시 그 상황이 온다고 해도 오만과 크로우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이성하 씨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한다는 것이다. 건물 및 시설물들의 피해가 조금 크긴 했지만, 정신 지배자 사태가 컸기 때문에 그 정도 피해는 이해할 수 있다는 식의 느낌으로 말해준 것이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미안하네. 도시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그리 큰 보상은 해줄 수 없을 것 같네. 하지만 도시가 다시 재건되는 때, 다시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약속하지.”


“아, 하하하. 괜찮습니다. 관리자님께서 잘 챙겨 주셨겠죠.”


뭔가 도시에 관한 말을 할 때 마다 마음이 찔렸기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도 하고, 이성하 씨 또한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양심에 찔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원하는 것이 있나? 최대한 노력해 보겠네.”


“아, 맞아. 잠시만요. 디아! 그 쪽지 아직 있지?”


이성하 씨의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스카가 줬던 쪽지가 생각났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쪽지에 적힌 약초는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만약 여기서 그 약초들을 구하지 못한다면, 다른 도시나 마을을 경유해서 비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내가 디아에게 말하자, 디아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뒤지더니 좀 더 당황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어, 없는데?”


“뭐? 아, 그럴 수도 있겠네. 그 난리통에서 쪽지를 신경 쓸 여유는 없었을 테니까.”


정말로 그 난장판에서 쪽지가 무사하길 바라는 것도 조금 우스운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목숨을 간수하기도 아슬아슬하고 힘든 상황에서, 그 쪽지가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니 챙기자는 생각은 당연히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 약초를 최대한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문제라면 나도 흩어보듯 본 것이 전부였고, 크로우도 지금은 힘을 회복해야 한다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그 약초를 모두 기억할 수 없었다. 그저 몇 가지 이름이 쉬웠던 약초밖에 기억이 나질 않았고, 결국에 그 몇 가지 약초의 이름만을 이성하 씨에게 말해드렸다.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그럼 내가 대안을 말해봐도 되겠는가?”


“어, 네. 그래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곤란해하는 모습에서 그런 사실을 알아 차린 것인지, 이성하 씨는 뭔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띤 채로 나에게 제안을 해왔다. 뭔가 정말로 의미심장한 그 웃음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제안을 하겠다는 말에 선선히 승낙했다.


“간단하네, 내 딸이 자네들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지. 물론 귀환 날짜는 딸이 정해서 편지를 보내면 되는 것이니, 얼마나 간단한가?”


“어, 그러면 그냥 우리가 편지를 보내면 되는 것······”


“편지를 보낼 정확한 주소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거기에 우리 도시도 이런저런 방범 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라, 이곳에서 살고 있는 설이가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냥 우리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거기에 우리 이름을 예외적으로 등록해놓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묘하게 단호해 보이는 이성하 씨의 얼굴에, 나는 그저 그러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성하 씨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약초에 관한 것은 굉장히 우선도가 낮은 일이었고, 이설 씨를 우리 쪽으로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혹시라도 이설 씨가 싫어한다면, 그 제안이 성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설 씨의 얼굴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굉장히 좋아하는 표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표정도 아닌 애매한 그런 표정. 굳이 말하자면 뭔가 기대하는 듯 약간 상기된 얼굴로 나와 디아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 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어떤 말을 하건 간에, 이설 씨와 비상으로 귀환하는 것은 확정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초도 시간이 어떻게 되었건 간에,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까지 되었기에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내가 다시 한 번 이성하 씨와 악수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가자, 그 다음으로 강철중 씨와 디아의 공로를 치하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디아는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는 식의 말을 해주었고, 강철중 씨는 강철중 씨가 없었다면 큰 일이 날 뻔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솔직히 강철중 씨가 없었다면, 이렇게 평화롭게 끝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마 내가 지쳐서 죽어버렸거나, 아니면 다 때려부수고 막대한 사망자를 내며 정신 지배자를 잡아 족쳤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이렇게 도시를 복구할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이 남고, 사람들이 많이 살아남게 된 것은 전적으로 강철중 씨의 덕이 크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모든 치하가 끝나자, 이성하 씨는 곁에 있던 군인이게 손짓하였다. 그러자 그 군인은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바깥으로 나갔고, 이성하 씨는 그 군인이 나가기가 무섭게 우리의 앞에 의자를 가져와 앉고 말했다.


“자, 공적인 자리는 끝났네. 이제부터는 내가 사적으로 뭔가를 해줘야 할 시간이군.”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됩니다.”


이성하 씨의 말에, 아주 단호하게 대답하는 강철중 씨였다. 그런 강철중 씨 덕분에 뭔가 좋다고 하기도 애매해져 그저 째려만 보고 있자, 이성하 씨는 낮게 웃으며 다시 말을 꺼냈다.


“강철중 님은 그러시겠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그러니 부디 사양하지 마시고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옳은 말을 하는 이성하 씨를 지지하며 강철중 씨를 바라보자, 강철중 씨도 딱히 우리가 무엇을 받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 때문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이성하 씨의 개사적인 보상을 기대하게 되었고, 내 기대 가득한 눈빛 때문인지 몰라도 이성하 씨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 그렇게 큰 건 아니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하네만.”


“괜찮아요. 뭐가 준비되었건 간에, 실망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성하 씨는 곤란해보이는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하지만 그런 동작도 잠시, 이성하 씨는 결국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준비한 것은 그저, 자네들이 더 편하게 귀환할 수 있게 도와줄만한 것뿐일세.”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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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3) 18.01.22 7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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