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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황야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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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바퀴
작품등록일 :
2017.12.12 11:55
최근연재일 :
2018.02.19 12:28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13,405
추천수 :
98
글자수 :
259,736

작성
18.01.13 08:44
조회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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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4)

DUMMY

뭐, 디아는 디아 나름대로 즐거운 파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디아는 이설씨와 같이 다니고 있었고, 이설씨 못지 않게 다양한 파티 참가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흐음. 디아는 꽤나 즐거워 보인다. 이설씨와 같이 다니면서 수다도 잘 떨고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이설씨보다 더 시선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난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 시선이 남녀건 중년이건 청년이건 간에, 귀여운 여동생이나 딸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지만 말이다.


디아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워하고 있으니 됐다. 잔뜩 심통이 나서 나중에 나한테 화풀이하는 상황만 아니면, 내가 디아에게 간섭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렇게 왠지 모를 파티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며 달콤해 보이는 사탕 같은 음식으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갑작스럽게 발바닥에서부터 머리까지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상황과 참 어울리지 않는군. 누군가의 죽음이다, 애송이.]


집을 떠날 때부터 잠잠했던 크로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좀 더 그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크로우의 말이 맞았다. 이건 죽음이었다. 그것도 꽤나 가까운 곳에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이 처음 느껴졌던 부위로 봐서는, 아마도 이 건물의 지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젠장. 이거 파티 아니었어? 갑자기 왜 싸늘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야?


그렇게 불평하면서 내 얼굴을 더듬었지만, 그 곳에는 익숙한 까마귀 가면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면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 닥치니까 그 가면만큼 간절한 것이 없었다. 답답하기는 해도, 코 부분에 가득 차있던 전투용 약초들은 굉장히 쓸모가 많았을 텐데.


어째 내가 다니는 곳에는 계속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거지? 깊은 한숨을 쉰 나는 이설씨의 아버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파티의 주최자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았고, 혹시나 하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아, 잠시. 무슨 일인가 크로우군?”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사실 저희 때문이 아니라, 뭐 정적 제거라던가 그런 거요.”


“그게 무슨 소린가?”


내 말에 이설씨의 아버지, 이성하씨가 반문했다. 전혀 무슨 말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얼굴에, 이 상황이 진짜로 긴급 상황인 것을 느꼈다. 파티의 주최자이자 도시의 관리자가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을 모른다면, 긴급 상황 중에서도 최고 수위를 다투는 긴급 상황일 것이다.


그렇기에 돌리지 않고 곧바로 말했다. 현재 지하에서 무언가가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이다.


“······그 말, 믿을 수 있겠나?”


“100% 진실입니다.”


“좋아, 알았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연 이성하씨는 이야기를 나누던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도 진상 파악과 더불어서 대책을 마련하러 가는 것이겠지.


도시의 관리자가 나선 이상 괜찮을 것이 분명했지만, 어째서인지 모르게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불안감이 가시지 않을 때에는 꼭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요람에서 추방당했을 때나, 아니면 스카와 함께 생존자 구출 임무에 참가했을 때처럼 말이다.


왠지 까마귀 가면이 엄청 그립다. 그 딱딱한 부리를 톡톡 두들기며 약초 내음을 맡다 보면, 그 불안감도 약해지겠지만 지금은 그 가면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나올 때부터 가면을 가지고 나왔을 텐데.


어쩔 수 없다. 없는 걸 그리워해봐야 가지고 올 방법도 없고, 할 수 있는 한 최대치로 준비하는 수 밖에.


일단 지금 여기서 가장 믿을만한 아군을 챙기는 것이 중요했다. 이설씨는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은 줄 수 없기에 주의를 주는 정도로 끝내겠지만, 디아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테니 유사시를 대비해 같이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끝이다. 여기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그나마 말을 걸어 볼만한 이성하씨를 제외하면, 내가 혹시 모르니 같이 있자고 말할만한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왠지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억누르고, 디아에게로 다가갔다.


“디아. 그리고 이설씨도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응? 뭔데. 혼자 놀려니까 심심해서 그러는 거야?”


“저는 디아씨가 아닙니다만······ 어쨌든 그런 것은 아니니까 잠깐 와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뭔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이 가준다는 듯한 그 제스쳐가 마음에 걸렸지만, 급한 쪽은 나였기에 뭐라 하고 싶은 것을 참고 파티장 구석으로 향했다.


이설씨 또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따라왔다. 그렇게 이설씨까지 모이자, 나는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일단, 여기 파티장에 침입자가 있는 것 같아요. 이성하님께 말씀 드리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것이 있으니 대비를 해둬야 할 것 같아서요.”


“도시 관리자가 나섰다며? 그럼 된 거 아냐?”


“그 침입자들이 살인도 불사할 만큼 저돌적이니까요. 아, 지금도 한 명······”


그렇게 말하려던 나는 갑자기 느껴지는 수많은 죽음의 기운에 말을 멈추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딱 첫 번째 죽음을 느낀 뒤로, 꽤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명을 달리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죽음 사이에서, 뭔가 익숙한 무언가가 내 감에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화염. 그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 다음,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느껴졌다. 화염을 내뿜으면서, 한 순간에 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것은?


“폭탄? 미친 놈들이 그런 것까지 쓴다고?”


“그, 그게 무슨 소린가요?”


“맞아! 폭탄이라니. 폭탄이 터지는 소리는커녕, 네가 말하는 그 사람이 죽는다는 것도 느껴지지 않거든?”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이설씨는 당황했고, 디아는 약간 놀란 듯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솔직히 내가 느끼고도 믿지 못하겠다. 도시 한복판에서, 그것도 도시 관리자가 주최한 파티의 파티장 지하에서 죽고 죽이는 일이 일어난다? 거기에 소리가 나지 않는 폭탄까지 쓰면서? 차라리 어떤 미친 살육자가 도시를 공격하기 위해서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이 더 사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분명히 그 기운은 화염과 죽음이었다. 화염의 경우에는 강해진 육체 능력과 더불어 예민해진 내 감각이, 손을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익숙한 감각을 잡아낸 것이기 때문에 꽤나 신뢰도가 높았다. 게다가 죽음의 기운은, 바로 그 크로우 또한 긍정하였기에 의심할 바가 없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지금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이 모두 진실이라는 것. 그렇지만 너무나도 황당하고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이 판단이 정말 옳은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고, 결국 일단은 지켜보자고 말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차였다.


“꺄아악!”


“부, 불이? 어떻게 된 일이냐!”


“젠장. 어째 불길한 느낌은 꼭 빗나가질 않는지.”


내가 입을 열기가 무섭게, 화려하게 파티장을 장식하던 전구들이 모두 빛을 잃었다. 순간적으로 캄캄해진 파티장 속에서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마다 색다른 반응을 보였고, 나는 이설씨와 디아의 팔을 붙잡아 좀 더 내 쪽으로 끌어오며 정신을 집중했다.


아직까지는 어둠에 익숙하지 않아 잘 볼 수는 없었지만, 내 강화된 육체는 이런 어둠 속에서도 어렴풋하게 파티장 내부를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천천히 살펴보며, 혹시 이상한 움직임을 취하려는 사람이 있나 살펴보는 순간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을 살펴보고 있던 내 밑 쪽에서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찔러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때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며 그 무언가를 피하려 했지만, 내 왼쪽 광대뼈를 스치고 지나간 그 물체는 그대로 살갗을 찢어버렸다.


지금껏 얼굴은 가면으로 방어가 가능했기에, 익숙하지 않은 얼굴의 고통에 멈칫하는 것도 잠시. 길게 뻗어진 습격자의 손을 잡고, 곧바로 팔꿈치가 정상적으로 접히는 반대 방향으로 힘차게 접어 팔을 부러뜨렸다. 그 후에 자연스럽게 힘이 풀린 습격자의 손에서 떨어진 물체를 발로 멀리 차버리며, 부러진 팔을 습격자의 등으로 돌려 끌어 올려버렸다.


“끄흑! 이, 이거. 조금 예상 외의 상황인데?”


“뭐?”


팔이 부러지고 제압당한 상황에서, 습격자는 짧은 비명과 함께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뭔가 지금 상황과 별로 맞지 않는 것 같은 습격자의 말에 그를 바라보자, 어둠 속에서도 보이는 탁한 황금빛 마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래도 더 좋은 걸 발견했으니, 나쁘진 않은데?”


그렇게 말하며 날 바라보는 습격자의 눈동자는, 점점 더 많은 탁한 황금빛 마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나가 갑작스럽게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순간,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극대화 되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소리쳤다.


젠장, 왜 내 주변에선 이런 일들만 일어나는거야?


작가의말

화창한 주말 아침입니다! 또 12시에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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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15. 잡았다. (1) 18.02.05 10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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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14. 내가 한다. (3) 18.01.31 7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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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14. 내가 한다. (1) 18.01.29 72 0 8쪽
53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4) 18.01.27 79 1 8쪽
52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3) 18.01.26 67 1 9쪽
51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2) 18.01.25 79 0 8쪽
50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1) 18.01.24 7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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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3) 18.01.22 75 0 9쪽
47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2) 18.01.20 82 1 8쪽
46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1) 18.01.19 84 0 9쪽
45 11. 표정이 안 좋은걸? (4) 18.01.18 80 1 9쪽
44 11. 표정이 안 좋은걸? (3) 18.01.17 97 0 9쪽
43 11. 표정이 안 좋은걸? (2) 18.01.16 80 0 9쪽
42 11. 표정이 안 좋은걸? (1) 18.01.15 92 0 8쪽
»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4) 18.01.13 97 3 10쪽
40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3) 18.01.12 104 1 9쪽
39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2) 18.01.11 10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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