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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황야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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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바퀴
작품등록일 :
2017.12.12 11:55
최근연재일 :
2018.02.19 12:28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13,401
추천수 :
98
글자수 :
259,736

작성
18.02.08 12:02
조회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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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5. 잡았다. (4)

DUMMY

크로우가 살짝 둘러준 죽음의 기운에, 황금빛 벌레들은 알아서 우수수 떨어졌다. 게다가 그 죽음의 기운에 전염이라도 됐는지, 날아오던 황금빛 벌레들을 포함해서 저 멀리에서 검은 불꽃과 드잡이 질 하던 벌레들까지 모두 우수수 떨어져 죽어나가기까지 했다.


“와, 뭐지? 내가 뭘 할 필요도 없는데?”


[죽음의 공포는 전염되지. 그렇지만 이 정도로 나약한 녀석일 줄은 몰랐군.]


퉁명스러운 크로우의 말과 같이, 황금빛 벌레들은 마치 발작이라도 하듯 몸을 떨며 사라지고 있었다. 각종 벌레들이 몸을 떨면서 죽어나가고, 사라지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그냥 벌레만 봐도 더러운 기분일 텐데, 저런 것까지 보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황금빛 벌레들이 거의 다 죽어나가자, 다시금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앞에는 여전히 머리만 나와있는 남자 하나와 정신계 능력자가 있었는데, 정신계 능력자는 정말 상태가 매우 안 좋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꺽, 커억! 컥컥!”


“얘 그냥 내둬도 혼자서 죽겠는데?”


[벌인 일에 비해서는 참 비루한 죽음이군.]


심각해 보이는 정신 지배자의 상태에, 나와 크로우는 짧은 감상을 내뱉었다. 게거품을 물고 있는데다가 눈까지 까뒤집고, 거기에 잘 떨리지도 않는 머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가뜩이나 정상적이지 않은 외모의 정신 지배자였는데, 거기에 저런 모습까지 보이니 더욱 더 정상이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뭔가······ 이런 놈한테 엄청 시달렸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나빠지는데.”


[직접 나서는 놈을 잡지 않는 이상, 대부분 그런 느낌이지. 머리를 굴리거나, 뒤에서 조종하는 녀석들을 잡으면 대부분 이럴 거다.]


왠지 감정이 섞인 듯한 크로우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신 지배 능력을 가진 이들은 이렇게 육체적으로 연약한 사람들이 많았다. 정신적 능력은 강하여 정신적으로 공격받는 것은 강한 면모를 보여도, 능력이 먹히지 않는 상대에게 무력으로 제압당하기는 너무나도 쉬웠던 것이다.


이 정신 능력자는 거기에 더해서 정신 공격까지 당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 공격이라기보다는 죽음의 기운에 살짝 닿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 살짝 닿은 것 만으로도 A급 이상의 강도를 가진 몸이 무너질 정도였으니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나야 죽음의 기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크로우가 있기에 어느 정도 막아줘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나도 그 기운을 끌어올 때 마다 저 꼴이 났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죽음의 기운으로 제압도 가능했을 것 같았다. 마치 안개처럼 죽음의 기운을 사람들에게 뿌렸으면, 사람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바로 들려온 크로우의 목소리에 의해 부정당했다.


[다 죽었을 것이다. 너야 나 크로우가 있으니 버티는 것이지, 다른 생명체들은 닿는 순간 그대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제정신을 유지한 상태라면 모를까, 정신을 지배당해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스며든 죽음을 몰아내지 못해 그대로 죽어버리겠지.]


“워, 그거 참 무섭네. 그러면 이 녀석도 반응이 좀 센데, 그럼 곧 죽는 건가?”


[아니. 이 녀석은 정신이 죽음에 닿아 이러는 것뿐이다. 죽진 않을 테지만 백치가 되거나, 극복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지.]


굉장히 극단적인 선택지만을 크로우가 말하자, 다시금 죽음의 기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게 되었다. 사기적이며 굉장히 강력한 힘이라는 사실은 틀림 없었지만, 언제 내가 죽을지도 모르고 잘못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마치 핵을 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직까지도 인류의 최강이자 최악의 결전 병기로 불리는 핵과 같은 힘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신만 차린다면 핵 보다는 안전하고 후유증도 크게 남지 않은 힘이었지만, 다르게 보면 내가 정신을 못 차릴 시 핵보다 위험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내가 다시금 다짐하는 사이, 정신 지배자는 점점 머리를 떠는 것이 잦아들었다. 아마도 그 모습은 극복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해주는 것임이 분명했기에, 고민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이대로 머리에 발을 올리고, 지그시 힘을 줘서 죽여버리는 방법도 있었다. 솔직히 죽여버리는 방법이 제일 편하고, 후환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에 매우 끌리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자니 왠지 찝찝하고, 이 도시의 사람들의 분노가 향할 방향도 정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무언가 위화감이 들더니 뭔가 이쪽으로 빠르게 접근해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 위화감을 느끼자마자, 곧바로 전신에 힘을 불어넣고 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접근해오는 무언가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고, 내가 미처 대비를 하기도 전에 그 무언가는 목적을 이루었다.


다행이라고 하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은, 그 무언가의 목적이 내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걸 불행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인과응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언가가 하고 간 일은 바로 정신 지배자의 목을 잘라버리는 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순간 몸과 생각이 굳어버렸다. 대체 누가 뭐 때문에 정신 지배자의 목을 잘라버렸는지도 모르겠고, 나와 강철중 씨 말고 다른 강자가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혹시 뭔가 비밀스러운 집단에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죽였는지 생각해봤지만, 그러기엔 굳이 S급 능력자를 죽이는 것보단 나를 노리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볼품없이 땅을 뒹굴고 있는 정신 지배자의 머리를 바라보며,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것과 같이 복잡한 생각 또한 떨쳐내 버렸다. 어쨌거나 상황은 종료되었고, 정신 지배자는 죽었다. 정신 지배자를 죽인 누군가를 잡기에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그저 여기에 서서 강철중 씨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아마도 거대한 폭발도 있었고, 사람들도 정신 지배가 풀렸을 테니 강철중 씨도 이쪽으로 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내 예상은 적중했고, 저 멀리서 얼음이 얼며 강철중 씨가 오는 것이 보였다. 강철중 씨는 내 근처로 오더니, 땅에 나뒹굴고 있던 정신 지배자의 머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굳이 이렇게 곧바로 죽일 필요가 있었나?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저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요. 누가 엄청 빠른 속도로 오더니, 다짜고짜 이렇게 만들었네요.”


“엄청 빠른 속도? 으음······”


내가 한 말에, 강철중 씨는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물어본다고 해서 답해줄 만한 모습은 아니었기에, 그저 보기 싫은 정신 지배자의 머리통이나 툭툭 치며 그 생각이 정리되길 기다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강철중 씨는 썩 개운치 않다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지?”


“뭐, 당연한 거 아니겠나요?”


너무나도 쉬운 질문을 던진 강철중 씨에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도시를 파괴하고 지배하려던 정신 지배자는 죽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도시는 다시 정상화 될 것이고, 누군가 목숨이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설 씨도 다시 도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며, 나와 디아도 돌아가는 김에 약초를 구해서 가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답은 간단했다.


“집에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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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잡았다. (4) 18.02.08 89 0 8쪽
60 15. 잡았다. (3) 18.02.07 52 0 8쪽
59 15. 잡았다. (2) 18.02.06 46 0 9쪽
58 15. 잡았다. (1) 18.02.05 10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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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14. 내가 한다. (1) 18.01.29 7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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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3) 18.01.26 67 1 9쪽
51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2) 18.01.25 79 0 8쪽
50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1) 18.01.24 73 0 9쪽
49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4) 18.01.23 70 0 9쪽
48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3) 18.01.22 75 0 9쪽
47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2) 18.01.20 81 1 8쪽
46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1) 18.01.19 84 0 9쪽
45 11. 표정이 안 좋은걸? (4) 18.01.18 80 1 9쪽
44 11. 표정이 안 좋은걸? (3) 18.01.17 97 0 9쪽
43 11. 표정이 안 좋은걸? (2) 18.01.16 80 0 9쪽
42 11. 표정이 안 좋은걸? (1) 18.01.15 92 0 8쪽
41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4) 18.01.13 96 3 10쪽
40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3) 18.01.12 104 1 9쪽
39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2) 18.01.11 10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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