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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황야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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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바퀴
작품등록일 :
2017.12.12 11:55
최근연재일 :
2018.02.19 12:28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13,406
추천수 :
98
글자수 :
259,736

작성
18.02.06 11:41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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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5. 잡았다. (2)

DUMMY

일단 첫 번째로 잡은 인원들은 정신 지배자가 아니었다. 내 예상대로 정신을 지배당한 사람들이 뛰어가고 있었고, 그렇게 강력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주변에 있는 기물을 이용해 묶어두고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두 번째, 세 번째도 허탕을 친 다음부터는 점점 정신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슬슬 여유가 생긴 것인 것, 길 뿐만 아니라 건물 여기저기에도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사람들을 잡을 때부터 슬금슬금 늘어나더니, 세 번째 사람을 잡을 때가 돼서는 20개나 되는 경로가 잡혔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군.]


“그러게.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은데.”


막 네 번째 허탕을 치고 사람들을 묶으며, 크로우의 말에 대답했다. 세 번째와는 또 다르게 더욱 늘어난 경로에 뭔가 특단의 조치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특단의 조치가 뭔지는 딱히 생각 나는 것이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었다. 굳이 꼽자면 여기저기를 부수면서 최단 경로로 가는 방법이야 있겠지만, 그런 방법을 쓴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좀 더 빨리 사람들을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정신 지배자는 더욱 많은 경로로 사람들을 보낼 것이 분명했다.


음, 그런데 부순다고? 뭔가 생각날 듯 말 듯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크로우라는 존재에 이르러서 확실하게 떠올랐다.


“부수는 척 하자.”


[부수는 척이라?]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도와줘야 해. 나 혼자 그렇게 많이는 컨트롤 할 수 없으니까 말이지.”


내 작전은 간단했다. 사람들이 도주하는 경로 모든 곳에 화염 폭탄을 던지는 것이었다. 물론 그 화염 폭탄은 사람들에게 닿기 직전에, 대충 2m 정도 되는 높이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러는 목적은 간단했다. 그 중에서 능력을 발휘하건 사람을 방패로 쓰건, 막으려고 드는 쪽이 정신 지배자가 있는 쪽일 것이 거의 분명했기 때문이다. 내 의도를 알아 차리고 전부 방어를 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모든 경로에 동시에 화염 폭탄을 떨어트리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희망적인 추측도 존재했다.


그래서 크로우가 필요했다. 20개의 화염 폭탄을 생성하고 투척하며, 그 와중에 감지까지 하면서 마지막에 각각의 타이밍마다 화염 폭탄을 사라지게 만든다. 이런 기예는 나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했기에, 크로우에게 약간의 도움을 받아 실행해야 되는 것이었다.


[약간이 아니라, 많이겠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하는군.]


“시끄럽고, 어차피 도와 줄 거잖아?”


[도와주기야 하겠다만, 왠지 기분은 나쁘군.]


그런 재미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대화를 나눈 후, 곧바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니, 정신을 집중한다는 말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정확히는 정신을 분할해서 하나씩 역할을 분배한다고 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정신을 분할하는 데에 집중하지만, 분할되니 집중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할까?


뭐 어쨌거나, 원리는 이랬다.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나는 현재 3중 인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일단 가장 주도적인 나. 웬만해서는 주도권을 뺏기지 않지만, 가끔씩 뺏기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뺏기지 않는다기 보다는 나머지 둘이 뺏을 마음이 없다고 보는 것이 더 적당했지만,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는 것도 있으니 뺏기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었다.


두 번째로는 크로우. 주도권을 쥘 생각조차 없는 인격이었다. 사실 나에게서 파생된 인격이라기 보다는, 언젠가부터 갑작스럽게 생겨난 인격이었다. 누군가 쑤셔 넣었다고 하는 것이 적당한 말일 텐데, 어쨌든 이 녀석은 그냥 유유자적 살아가며 가끔씩 훈수를 두는 인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완전히 독자적인 인격으로, 크로우는 크로우 자체적으로 자기가 판단하고 멀티 테스킹도 하는 그런 존재였다.


문제라고 하면 더럽게 안 도와주려고 한다. 주로 하는 말은 ‘네 성장을 위해서다.’라던가, ‘그렇게 하면 의존하게만 될 뿐이다.’라는 정론을 내세우며 거절한다. 지금처럼 조금 급한 상황이 아니면, 내 이야기는 뒷등으로 흘려버리는 아주 몹쓸 놈이기도 하다는 말이었다.


세 번째로는 오만이 있었다. 사실 인격이라고 하기도 뭐한데, 비유하자면 채집 통 안에 있는 곤충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녀석이라고 보면 되었다. 확실히 뭔가 지능이 있고 움직이는 것 같지만,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가끔씩 채집 통을 열 듯 힘을 개방하면 나에게 들러붙지만,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뭔가 정신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이용하면, 금새 그 힘을 이용하는 무언가가 탄생했다. 내가 생각한 바를 집어넣었기 때문에 그대로 행동하기는 했지만, 뭔가 지나친 자신감이 꽉꽉 들어차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이름부터가 오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어쨌든 오만에게는 탐지의 임무를 전달한 후에, 나는 화염 폭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로우는 내가 만들어 낸 화염 폭탄 하나 하나를 제어하여 20개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렇게 20개의 화염 폭탄이 생성된 다음은 간단했다. 아직까지 그 수를 늘리지 않은 도주하는 사람들의 위치를 다시금 파악한 다음에, 꽤 빠른 속도로 화염 폭탄을 던져내면 되는 것이었다. 직선으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빠른 속도라는 것이 중요했다. 빠르지만, 동시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말이다.


불꽃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화염 폭탄 20개를 던지자, 그 모습은 장관이었다. 각기 다른 속도로 날아가는 20개의 화염 폭탄들은 팝콘을 연상시켰다. 팝콘들 하나 하나가 미사일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검은 빛을 뿌리는 검은 화염 폭탄들의 비행은 봐 줄만 하다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


그렇게 허공을 유영하던 화염 폭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밑 쪽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갔던 화염 폭탄은 더욱 빠르게, 그보다 느린 속도로 이동하던 화염 폭탄도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내리 꽂혔다.


그 다음에 있을 예정인 폭발은 원래 없어야 했다. 2m라고는 하지만, 혹시라도 그만큼 큰 거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보다 10cm정도 더 높은 곳에서 스스로 소멸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 화염 폭탄이 눈앞까지 온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기에, 그 위기감과 두려움에 정신 지배자가 움직이기를 즐겁게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기대감을 흘리며 팔짱을 끼기가 무섭게, 한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래, 한 쪽이었다. 다른 곳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화염 폭탄이 스스로 사라지는 약 1초 정도 후까지 잠잠했다.


그렇다면 간단한 결론이 나온다. 누군가 자기 목숨이 아까웠던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 불덩이가 오기 전에 요격했다. 정신을 지배당해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이 그럴 리는 없을 테니, 저 폭발은 정신 지배자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드디어 이 숨바꼭질을 끝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잡았다.”


약간의 기쁨과, 많은 잔혹함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개인적인 감정은 아주 많았다. 개인적인 용무도 있었고, 개인적인 기대감 또한 존재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있을 일은, 아마도 아주 개인적인 느낌으로 처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습격 받고, 죽을 뻔 하고, 소중한 사람들까지 상처 입는 모습을 보게 하고.


정말 최악의 하루가 되게 만들어 준 정신 지배자에게, 나 또한 최악의 하루를 선물해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폭발이 일어난 방향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주변 건물들은 내 가벼운 마음과는 다르게, 무거운 발걸음과 충격파로 망가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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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15. 잡았다. (4) 18.02.08 90 0 8쪽
60 15. 잡았다. (3) 18.02.07 52 0 8쪽
» 15. 잡았다. (2) 18.02.06 47 0 9쪽
58 15. 잡았다. (1) 18.02.05 103 0 9쪽
57 14. 내가 한다. (4) 18.02.02 61 1 10쪽
56 14. 내가 한다. (3) 18.01.31 77 2 9쪽
55 14. 내가 한다. (2) 18.01.30 83 1 9쪽
54 14. 내가 한다. (1) 18.01.29 72 0 8쪽
53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4) 18.01.27 79 1 8쪽
52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3) 18.01.26 67 1 9쪽
51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2) 18.01.25 79 0 8쪽
50 13. 절대로 아니라고 봐. (1) 18.01.24 73 0 9쪽
49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4) 18.01.23 70 0 9쪽
48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3) 18.01.22 75 0 9쪽
47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2) 18.01.20 82 1 8쪽
46 12. 슈퍼히어로 착지라고 하지. (1) 18.01.19 84 0 9쪽
45 11. 표정이 안 좋은걸? (4) 18.01.18 80 1 9쪽
44 11. 표정이 안 좋은걸? (3) 18.01.17 97 0 9쪽
43 11. 표정이 안 좋은걸? (2) 18.01.16 80 0 9쪽
42 11. 표정이 안 좋은걸? (1) 18.01.15 92 0 8쪽
41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4) 18.01.13 97 3 10쪽
40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3) 18.01.12 104 1 9쪽
39 10. 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죠? (2) 18.01.11 10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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