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지건의 막소설

무협 단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3.03.31 19:26
최근연재일 :
2014.11.12 15:53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0,158
추천수 :
105
글자수 :
161,631

작성
14.11.12 15:53
조회
334
추천
2
글자
7쪽

수능이 온다.

DUMMY

북경 영선로에 자리한 제일 객잔의 점소이 급등일은 오늘도 새벽 같이 일어나 객잔 주위를 쓸고 있었다.

“하아...”

무거운 한숨소리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여느때의 경쾌한 빗질과 달리 오늘은 이상 하리 만치 굼뜬 빗질이었다.

제일 객잔 맞은편에서 포목점을 운영하고 있는 왕씨는 평소와 다른 급등일의 빗질에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등일아.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니?”

급등일은 포목점 왕씨의 물음에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별 일 아니에요.”

별 일 아니라고 하는데 한숨은 왜 쉬는 건가?

왕씨는 장사 준비로 분주하던 손길을 멈추고 급등일에게로 다가갔다.

“너하고 내가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뭘 감추느냐. 걱정이 있으면 둘이 나눠야지.”

왕씨의 거듭된 위로에 급등일은 재차 한숨을 내쉬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죠... 아니 괜찮아요.”

“어허, 등일아!”

머뭇거리는 급등일의 모습에 왕씨는 짐짓 화난 어투로 대답을 재촉했다.

왕씨의 역정에 급등일은 빗질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그게 내일 제 여동생이 온다고 하는데...”

“하는데?”

“제가.. 그.. 거짓말을 좀 친 게 있거든요.”

“거짓말? 무슨 거짓말 말이냐?”

왕씨는 평소 성실하기만 하던 급등일의 입에서 거짓말이라는 말이 나오자 살짝 놀라 되물었다.

급등일은 왕씨를 마주보지 못하고 땅바닥을 쳐다보며 말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은 제가 북경에서 크게 성공한 줄 알아요.”

“제일 객잔 객주에게 인정받고 있으니 나름 성공한 거 아니냐? 벽촌에서 상경해 북경 최고 객잔에서 침모 다음 가는 위치라고 하면 어디 가서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아니면 그게 부족한 것이냐?”

왕씨의 질문에 급등일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흔들었다.

“부족하다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객주께서도 잘 해주시고 저도 점소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걸요.”

“그럼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것 아니냐?”

왕씨의 말에 급등일은 기세 좋게 들어 올렸던 고개를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저희 부모님이 제게 거는 기대가 워낙 커서...”

왕씨는 말끝을 흐리는 급등일을 쳐다봤다.

고민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거짓말을 해버렸다 이 말이구나?”

“저도 모르게 그만... 지금 하는 일이 부끄러운 건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구요.”

왕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급등일의 뒤통수를 쳐다봤다.

어디 잘못한 것도 없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청년이 기대에 짓눌려 패배자라도 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래, 뭐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냐?”

연민이 뚝뚝 묻어나는 왕씨의 목소리에 급등일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왕씨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맺혀 있었다.

그 미소에 부담감이 덜어졌는지 급등일은 맥이 빠져 있던 표정을 추스르며 입을 열었다.

“사업을 하나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업? 무슨 사업 말이냐?”

“그게...”

왕씨의 눈치를 살피며 급등일이 조심스레 말했다.

“포목점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급등일의 대답에 왕씨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다 이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왜 객잔이 아니고 포목점이더냐?”

“그것이... 부모님께서 남 시중드는 일은 하급 중 하급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물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아..”

횡설수설하는 급등일을 보며 왕씨는 다 이해 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다 이해한다.”

왕씨는 오늘따라 왜소해 보이는 급등일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위로에 급등일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새벽녘의 쌀쌀한 아침 공기 속에서 급등일이 그렇게 이웃의 온정에 위로 받고 있을 때, 왕씨가 불쑥 입을 열었다.

“등일아.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무슨..?”

“내일 제대로 거짓말을 쳐야 하지 않겠느냐. 국객주에게는 내가 잘 말해 둘 테니. 내일 하루 너는 영선 포목점의 주인이 되는 거다.”

급등일은 황망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빗자루가 바닥을 구르며 탁한 소리를 냈다.

“제 거짓말 때문에 그렇게까지 민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민폐라니. 살면서 이런 소소한 즐거움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단다. 아마 국객주도 좋아 할걸? 워낙 장난 치는 걸 좋아하는 친구니 말이야.”

“아니, 그래도...”

“어허! 과례도 지나치면 실례라고 했어. 어른이 말하면 들어야지!”

짐짓 화난 어투로 말했지만 표정은 웃고 있었다.

왕씨의 능청에 내내 울상이던 급등일의 표정도 밝아졌다.

“내일 완벽한 거짓말을 하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국객주를 만나 봐야 겠구나.”

“너무 이릅니다. 아직도 주무시고 계실 텐데요.”

급등일의 만류를 뒤로 하고 왕씨는 객잔으로 뛰듯이 걸어갔다.

“청춘은 거짓말로 크는 거야! 거짓말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게 청춘이지!”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왕씨는 객잔 문을 밀어젖혔다.

“국객주 일어났나!? 어서 일어나보게! 할 일이 있어! 늦잠 그만 자고 일어나게 국객주! 국영수 이 친구야! 어서 일어나!”

기세를 탄 왕씨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객잔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뒤에서 급등일이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유쾌한 공기가 객잔 안을 감싸 돌았다.

순간 왕씨가 고개를 돌려 급등일을 쳐다봤다.

불쑥 튀어나온 왕씨의 얼굴에 급등일이 주춤 뒤로 물러섰을 때, 왕씨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런데 여동생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

갑작스런 질문에 주춤 거리던 급등일은 저도 모르게 여동생의 이름을 내뱉었다.

“수능.. 급수능이라고 합니다.”

“수능이라. 썩 좋은 이름은 아니구나.”

“예에...”

“너무 부담가지지 마라. 계집애가 잘나봐야 얼마나 잘났겠느냐. 당당하게 맞이하거라.”

왕씨는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바람 같은 기세에 계단이 쿵쿵 울렸다.

계단의 끝에는 국객주가 있다.

그 뒤를 급등일이 따랐다.

어느새 급등일의 얼굴에는 한가득 웃음이 배어 있었다.


작가의말

 내일이 수능이고 해서 수험생들을 위해 써봤습니다.

 수능 잘 보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협 단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수능이 온다. +2 14.11.12 335 2 7쪽
7 무사 14.09.19 365 4 4쪽
6 살귀록 1권 +2 14.08.04 665 13 271쪽
5 협행?(전) 13.11.01 586 11 9쪽
4 매우 좋지 않다 2 +2 13.08.10 1,961 17 11쪽
3 오크 스무 마리 째 +1 13.08.02 1,031 11 20쪽
2 매우 좋지 않다. +2 13.06.27 1,769 24 11쪽
1 환공오자(桓公惡紫) +1 13.03.31 3,447 23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