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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의 막소설

무협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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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3.03.31 19:26
최근연재일 :
2014.11.12 15:53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0,154
추천수 :
105
글자수 :
161,631

작성
14.09.19 02:25
조회
364
추천
4
글자
4쪽

무사

DUMMY

사는게 힘들다고 한다.

나는 의자에 앉아 객잔을 둘러봤다.

어디를 둘러봐도 사는게 힘들다는 말뿐이다.

가만히 앉아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기만 할뿐인데 여기저기서 그런 소리들이 들려온다.

동행도 없는 내가 술 한 잔에 인생사를 주워듣고 있다.

이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조용하게 한 잔 즐기고 싶었던 내 소망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일까?

장사가 안돼 파리만 날린다던 객잔은 말과는 달리 번창하고 있다.

평소 일거리를 안겨주던 녀석이 소개시켜 준 곳인데 범위 밖의 일을 소개 시켜 달란 것이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칼 쓸 곳을 가르쳐 주는 녀석에게 술 마실 곳을 묻다니 내가 멍청했지.

아니면 조용히 술 마시기 힘든 시대를 타고난게 잘못인가?

세상이 흉흉하면 술잔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피가 흐르면 술을 마시고 혈관에는 피 대신 술이 찬다.

무언가를 상실하면 다른 무언가로 채우고 싶어지는 법이다.

나는 마지막 술잔을 기울였다.

더 이상 있어봐야 남는 것도 없다.

평온을 찾았던 심사만 소음 속에 지쳐갈 뿐이다.

잔을 엎어 탁자 위에 놓아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리에 찬 칼이 탁자에 부딪혀 덜거덕 거리는 소리를 낸다.

불편한 물건이다.

직업이 이렇지 않았다면 결코 차고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칼의 번뜩임이 좋았지만 나이를 먹은 지금은 칼날의 번뜩임에 불길함만을 느낄 뿐이다.

칼날을 연마하는데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주변에 적이 많다는 말 일 테니.

어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상념이 많아지면 늙었다는 이야기다.

이 직업에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사형선고가 멀지 않았다는 말에 진배없었다.

나는 숨처럼 끊임없이 들고 나는 상념을 털어내려 노력했다.

주변 사물에 시선을 두며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했다.

노파의 이처럼 듬성듬성 튀어나온 의자의 배열이 보인다.

불규칙적인 배치에 움직이기가 힘들다.

멀지 않은 문에 돌고 돌아 도착한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점소이가 다가왔다.

“아직 계산 안하셨는데요?”

나는 물끄러미 점소이를 내려다봤다.

객잔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주문을 받았던 녀석이다.

나는 허리춤에 손을 뻗었다.

강호에 이유 없는 접근은 없다.

선불로 지불했던 계산을 받으러 올 멍청한 점소이 역시 없다.

나는 아래쪽에서 찔러오는 칼날을 피하며 칼을 뽑아들었다.

점소이의 목이 잘려나갔다.

피분수 속에서 인생이 힘들다 말하던 취객들이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혀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다.

의자 다리, 탁자 밑, 유등 안에서 무기를 꺼내드는 그들을 보며 나는 목을 꺾었다.

내가 둔해진 것일까?

아니면 저들이 치밀한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숱한 살행을 해오며 나는 눈앞에 칼을 두고 생각 하는 버릇을 버렸다.

생각은 칼보다 느리다.

나는 생각을 그만뒀다.

수십개의 칼날이 불빛에 일렁였다.

아지랑이처럼 어지럽게 덮쳐오는 칼날들을 보며 나는 내 손에 쥐어진 칼을 움직였다.

무사의 술잔은 피로 채우는 법이다.

날카롭게 번뜩이는 칼날이 목에 닿았다.

엎어진 술잔에 피가 튀었다.

그것은 무사의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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