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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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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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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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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0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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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 투수의 현위치 - 7

DUMMY

그렇게 비디오판독을 위해 들어갔던 사람들이 다시 나올 때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필시 안에서 다시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터. 허나 이윽고 겨우 다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주심은 3루심을 대신해 자신의 두 손을 번쩍 들어서 파울이란 원심을 유지했음을 모두에게 알렸다.


타이푼즈 관중석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쉬워하는 할루와 차기영 감독 등 윈즈의 관계자와 관중들을 뒤로 하고 모든 선수들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성구는 다시 타석에서 서서 또 붙어서는 할루를 바라봤다.


할루가 노리는 건 변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도 공 몇 개를 더 받아보고 나서 알았다. 모두 같은 타이밍은 아니지만, 변화구들이 끝에 와서야 변화하기 시작하니 변화하기 전에 때리려는 이런 무식한 스윙에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은석 형님은 메이저리거들이 정말 끝까지 기다리다가 순식간에 휘둘렀던 탓에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변화하는 공을 가질 필요가 있었댔지. 자기 말로는 아무리 변화하기 전에 치겠다 해도 방금 같은 결과만 나온다고 별 생각없으신 것 같긴 하지만…….'


계속해서 머릿 속에 그 타구가 남아버린 탓에 성구는 섣불리 다시 그 공을 요구할 자신이 없었다. 타자도 투수도 아닌 포수 자신의 창피가 제일 겁나는 상황이다.


'어쨌든 1스트라이크지.'


내외야를 모두 정위치로 두고 자신은 몸을 움직여 할루의 몸쪽에 앉았다. 이번에는 떨어지는 커브를 요구하고 은석은 전처럼 조금의 고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볼, 볼입니다. 타자, 변화구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1볼 1스트라이크.]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날아온 그 커브는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할루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볼 판정 이후에서야 타석에서 물러나 잠시 뭔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투수와 포수를 보고 자신의 팀벤치를 보더니 이내 다시 타석으로 복귀했다.


'얘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성구는 할루의 그런 행동에서 이상한 기색을 감지했으나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했다. 왠지 자신을 향해 시옷자 발음이 들어간 단어를 뱉은 느낌도 들었으나 그게 자신이 아는 그 '시'는 아닌 것 같았다.


'뭐라고 한 거지 대체.'


그 일말의 단어를 머릿 속에서 지우려 노력하며 몸쪽에 붙인 아슬아슬한 직구를 요구한다. 이번에도─조금 공백이 느껴지긴 했지만─ 은석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드업. 공은 모두가 지쳤다고 생각했던 투수라곤 생각하기 힘든 위력으로 포수 미트를 향해 쏘아졌다.


"Ha!"

[다시 한 번 왼쪽! 좌익수, 좌익수!]


그러자 할루는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듯한 스윙으로 그 직구를 후려쳤다. 홈플레이트를 향해 바짝 붙어있던 타자가 갑자기 순식간에 스트라이드 후의 발을 평소보다 극단적으로 멀게 내딛는 이해하기 힘든 스윙. 그러나 마치 힘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그런 스윙으로 공을 때려낸 것이다. 힘의 이동이 있긴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의 막무가내 스윙이었다.


모두가 다시 한 번 타구를 바라보는 가운데 타이푼즈의 좌익수 맥킨 카이트가 담장의 바로 앞에서 멈춰서고는 자신의 바로 후방이자 담장 위를 한 번 힐끗 바라봤다. 그러고는 안심하듯 웃으며 여유롭게 할루의 타구를 왼손 글러브로 보기 좋게 받아냈다.


[아~! 담장 바로 앞에서 좌익수가 타구를 잡아냈습니다. 3아웃! 잔루 만루! 윈즈, 7회초 또한 무득점으로 끝납니다!]

[하하, 바람이 안으로 불고 있었나요? 그런 스윙으로…… 이야…….]


성구는 겨우 살았다며 한숨을 내쉬고, 은석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그런 성구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는 잘했다고 칭찬했다. 넘어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맞추자고 던지게 한 것도 아니었고 할루가 그런 스윙을 한다는 것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는 성구 자신은 할루에게 내내 농락 당했던 타석이었으나 어쨌든 이긴 건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며 긴장을 풀고 웃을 수 있었다. 반성할 건 무지막지 늘었지만, 어쨌든 분명 자신이 이겼다.


'살았다~!'


속으로나마 그렇게 외치며 다른 팀원들과 함께 덕아웃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방망이가 박살나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터진 건 바로 그때였다.


"Stupid! Fuck!"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 소리에 성구가 돌아보니, 분에 못 이긴 할루가 방망이를 내리쳤는지 손에는 손잡이만 남은 채로 방망이가 산산조각 나 있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어깨까지 들썩이며 씩씩 숨을 내쉬었다.


"아주 별 발악을 다 하네. 들어가자."

"아, 네!"


성구는 그런 할루의 모습에 나중에 제대로 폭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은석은 별 거 아니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돌리기 직전에 성구와 눈이 마주친 할루는 참을 수 없는 표정으로 씨익 웃고 있었다.



**



7회 말은 4번 호승의 연타석 홈런을 제외하면 2번, 3번, 5번의 주원찬, 맥킨 카이트, 브렛 히트가 전부 범타로 물러나며 1점을 추가하는 것에 그쳤다.


경기는 이제 타이푼즈의 8점차 리드(0-8)로 8회 초를 맞이했다.


'결국 하는구나.'


지혁은 은석과 교대한 마운드 위에서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던지면서 느낀 바로는 저번 2경기부터 해서(비록 ND와 패전이었지만) 직구가 기대 이상으로 날아다니니, 오늘도 직구를─높은공 위주로─ 많이 섞으면 좋겠다고 성구에게 부탁했다.


오늘 지혁이 은석의 경기를 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친다고 무조건 안타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도 무조건 힘만 쓰는 게 아니라 맞춰 잡을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의 선발에서 꼭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타이푼즈의 선발투수 이은석 선수가 7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이지혁 선수가 등판했습니다.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로테이션을 생각하면 다음주 화요일의 선발투수는 이지혁 선수로 예상하고 있지 않았나요? 위원님, 어떤 상황일까요?]


경기장의 관중들 사이에서도 웅성거림이 퍼지고 있었다. 모두들 어쩌면 이런 장면을 언젠가 볼 수도 있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왜 하필 지금'?


그런 상황에 몇몇 관중이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중계를 보고 있었기에, 그 근처의 관중 대부분이 알게 모르게 그 소리에 집중했다.


[타이푼즈는 이번 시리즈에 이어 다음주에도 계속 홈에서 2시리즈를 갖습니다. 상대는 현재 2위 헌터즈와 1위 리더스죠. 이번 시즌에 타이푼즈에서 종종 있는 상황인데 유인화 선수의 휴식 기간이 맞아 떨어지면 로테이션을 따지지 않고 바로 다시 유인화 선수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또, 이지혁 선수가 원정보다 홈에서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1위 노린다는 거지?!"


관중석에서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그렇게 소리쳤다. 그 관중의 그 말을 시작으로 관중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1위!"

"잘하면 그대로 시즌 끝까지 가겠지? 그치?!"


대체적으로 감독의 '이기겠다'는 의지를 긍정하는 얘기가 오갔다. 선발 이지혁은 팬들이 보기에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라는 게 어쩌면 지혁의 현 위치일 것이다.


[그런데 위원님. 이렇게 된 이상 로테이션이란 게 의미없을 수 있지만, 그렇다면 헌터즈와 타이푼즈의 주중 3연전은 헌터즈의 '5-1-2' 선발진과 타이푼즈의 '1-2-3' 선발진 간의 맞대결이 되는데 첫 경기를 빼면 무게감에서 타이푼즈가 밀리지 않을까요?]

[헌터즈의 1선발인 메이슨 선수가 몇 년 간 꾸준하게 타이푼즈에게 약한 면모를 보인다는 것과 타이푼즈의 2설발인 우금진 선수가 현재 7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것.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주중 1, 2차전은 타이푼즈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를 잡으면 그대로 연승의 분위기를 다음주 1차전까지 이어가는 게 되고 말이죠. 거기에 목요일 3차전은 좌타자가 많은 헌터즈를 상대로 타이푼즈의 3선발은 좌완 염준화 선수가 될 테고요. 뭐, 타이푼즈가 이렇게까지 한다면 헌터즈도 그냥 당하고 있을 리가 없을 테니 헌터즈 또한 대책을 들고 올 거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여기에 용병 선발 2명이었으면 대박 선발진인데."


거기까지 듣고 난 누군가가 한 그 한 문장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긍정했다. 그렇지만 역시 고개를 젓는 사람 또한 있었다. 용병은 빈자리를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동의하기 힘든 얘기였던 것이다. 작년의 마무리였던 은석의 연투능력 부족은 결국 시즌 막바지 팀의 뒷심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민섭이 좌우를 가린다는 문제점을 고치지 못하는 이상 마무리의 필요성 또한 절실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보인 지혁의 모습에 일단 마무리 박민섭으로 두고 이지혁을 키우자는 의견 또한 있었으나 그간 김수룡 감독의 장기집권 아래 '젊은 투수는 무조건 선발부터'라는 인식은 팬들 사이에도 어느새 하나의 진리에 가까운 문장이 되어 있었다(불펜 약한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었고, 기어코 선발로 꾸준히 기용해 키워낸 선발진이 지금의 '유인화-우금진-염준화'의 선발 트리오다).


선발 유망주를 당장 불펜으로 쓰다가 어느 사이에는 그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자원이 되어버려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게 됐던 박민섭의 경우는 감독부터가 자신의 욕심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안타까운 사례다.


[그렇다면 리더스와의 경기는 어떨까요?]

[타이푼즈와 비슷하게 맞물리는 투수 로테이션이 예상됩니다. 리더스에는 박호승 선수가 스스로 인정한 천적 연우주 선수가 있으니 제 예상일 뿐이지만, 아마 연우주 선수가 이대로 금요일의 선발을 맡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관건은 타이푼즈의 유인화 선수와 리더스의 나이고쿠 선수의 맞대결 성사 여부입니다. 리더스를 상대하는 이지혁 선수라면 걱정보단 솔직히 기대가 앞서고요. 두 팀 모두 그 시리즈에서 에이스가 반드시 한 차례 등판하기 때문에, 그 두 선수를 붙일지 아니면 떨어뜨려서 반드시 1승을 얻고자 할지가 포인트입니다. 아직 멀었긴 합니다만…….]

[네! 오늘 경기는 윈즈와 타이푼즈의 경기입니다. 자, 이제 8회 초 윈즈의 공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윈즈의 공격은 7번 우익수 유관현 선수부터 시작합니다.]


주심의 콜과 동시에 지혁은 빠른 템포로 3구를 차례차례 찔러넣어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인물소개 ─ 맥킨 카이트>

 나이 : 34
 포지션 : 외야수 (우투우타)
 신체 : 188cm, 102kg
 특징 : 바로 전년도 메이저리그에서 10홈런-20도루를 기록한 장타력과 주력이 모두 출중한 특급 타자.
 등번호 : 12

 
 올시즌 타이푼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른손 중심타자. 모기업의 회장이 스카웃팀에 직접 지시하여 반드시 잡으라고 밝힌 일화는 유명하다.
 본인이 밝힌 입단 이유에 따르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그런 기록을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와 몸무게가 무색해지는 주력과 정확도를 바탕으로 한 장타 생산 능력은 가히 지금까지의 용병들 중 역대급이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사실 시즌 초에는 팀이 40경기를 치를 때까지 적응하지 못해 역대급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통역가를 통해 호승에게 "나보다 젊으면 열심히 하란 말야! 나 우승하고 싶어! 네 아들이 울어 임마!"란 호통인지 꼬장인지 호소인지 모를 그 말 이후 자신이 이 팀에 온 이유와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야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새삼 떠올렸다.

 이후에는 호승, 브렛 히트와 틈만 나면 시합 성적으로 승부하려 하며 팀 타선에 기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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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 투수의 현위치 - 5 15.12.05 1,564 2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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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투수의 현위치 - 3 +1 15.12.05 2,312 30 11쪽
2 그 투수의 현위치 - 2 +2 15.12.05 3,102 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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